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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부 동 산

단기자금 증가율 3년7개월만에 최고 (매일경제 2009.05.11)

3월 M1 14.3% 늘어…증시ㆍ부동산 버블 우려 커져


6개월 미만 단기유동성 812조원

용처를 정하지 않은 돈이 시중에 넘쳐나고 있다.

한국은행은 11일 돈이 수시입출식 예금과 같은 은행 결제성 상품에 몰리며 단기자금 증가율이 3년7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금융감독원 잠정 집계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6개월 미만 단기유동성 규모는 약 812조원. 전체 유동성의 53%에 달하는 수치다. 이에 따라 천문학적인 단기자금이 자칫 또 다른 자산시장 버블을 가져올까 긴장감도 높다.

정부는 이미 "단기자금 흐름을 예의 주시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그러나 강남권에 이어 수도권 분양ㆍ거래시장이 열기를 되찾고, 주식시장이 연중 고점을 갈아치우는 요즘 또 다른 버블에 대한 경계감은 더 높아지고 있다.

◆ 급증세 이어가는 단기유동성

= 한국은행 `3월 중 통화 및 유동성 지표 동향`에 따르면 지난 3월 M1(협의통화ㆍ평균 잔액 기준)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3% 늘어나 2005년 8월(14.4%) 이후 최대 증가율을 나타냈다.

M1은 일반인이 수중에 갖고 있는 현금 통화나 은행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등 단기자금으로 구성된다.

전년 동월 대비 M1 증가율은 지난해 12월 5.2%에 머물렀으나 올해 1월 8.3%, 2월 9.8%에 이어 3월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시중자금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보니 단기운용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M1에 머니마켓펀드(MMF), 2년 미만 정기예금, 적금 상품 등을 포함하는 M2(광의통화ㆍ평균 잔액 기준) 증가율은 갈수록 둔화하는 추세다.

◆ 감지되는 자산버블 신호들

= 잠재적인 투자자금이 급증하자 이미 자산시장에는 불안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서울 강남권 일부 재건축 단지만 회복세를 보이던 부동산시장은 건설사들의 가격인하 정책, 물량 감소와 맞물리면서 수도권 분양시장이 활기를 되찾고, 양도세 한시 감면 조치 덕에 버블세븐과 수도권 인기 지역 주거단지도 시세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임달호 현도컨설팅 사장은 "이미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2006년 고점을 경신한 평형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코스피 1400선을 돌파한 주식시장 역시 `유동성 장세`라는 평가가 많다. 서철수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주식시장은 실물경제 회복이 뒷받침됐다기보다 `돈의 힘`에 의한 것"이라며 "경쟁관계인 채권시장의 금리수준이 1월 이후 꾸준히 오르는 것도 이런 영향이 있다"고 평가했다. 3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작년 말 3.42%에서 1월 초 3.26%로 저점을 찍은 뒤 최근에는 3.9%까지 올라 주식시장과 경쟁적인 관계에서 자금이 일부 빠져나갔음을 방증했다.

◆ 기로에 선 정부의 선택은

= 정부는 단기유동성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지만 당장 뾰족한 대책을 내놓기도 힘들어 고민하는 모습이다.

정부 관계자는 "몇몇 지표가 개선됐지만 아직 위기 이후 정책을 실행할 타이밍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과잉유동성 해결을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는 선택을 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12일 금융통화위원회에 대한 전망은 `콜금리 동결`이 우세하다. 정부는 그러나 `미시대책`으로 쓸 카드는 있다는 입장이다.

일부 자산시장에 과도한 돈이 흘러들어가 실물경제 회복에 교란 요인이 될 경우엔 대출규제나 대손충당금 등 도입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 총부채상환비율(DTI)이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같은 `돈 줄 죄기`를 투기지역 지정과 꼭 연동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까지 나온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위기 이후 통화정책 중요성은 한층 크다"며 "경기의 방향 전환이 확실해지면 금리 인상과 유동성 규제의 `두 기둥(two pillars)`을 동시에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과거 대출총량규제 등 유동성의 양적인 조절에 대해서도 중장기적으로 검토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 <용 어>

M1(협의통화)은 현금통화와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예금의 합계를, M2(광의통화)는 여기에 만기 2년 미만 금융상품 등의 합계를 말한다. DTI(Debt To Incomeㆍ총부채상환비율)란 소득수준 대비 부채 상환능력 비율을 말한다. LTV(Loan To Value ratioㆍ주택담보대출비율)란 금융사가 주택을 담보로 대출해줄 때 적용하는 주택 가격 대비 최대 대출 가능 한도를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