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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치/법

박연차 입 닫으면 수사·재판 줄줄이 파행 (경향신문 2009.05.25)

박연차 입 닫으면 수사·재판 줄줄이 파행

검찰도 동력 잃어 답보상태 빠질 가능성 높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박연차 게이트'의 남은 수사와 재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 수사는 일단 노 전 대통령 국민장 때까지 잠정 중단된 상태이고 재판들도 줄줄이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수사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충격을 받고 입을 닫는다면 향후 수사와 재판은 모두 파행을 빚을 수 있다.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돼 1차로 구속기소된 피고인들은 노 전 대통령의 7일장이 진행되는 이번주 중 서울중앙지법에서 줄줄이 재판이 예정돼 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측근 피고인들 대부분이 노 전 대통령의 조문을 위해 구속집행정지와 공판기일연기신청을 낸 상태여서 재판이 정상적으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현재 재판부에 구속집행정지 신청 등을 낸 피고인은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27일 공판 예정), 이광재 민주당 의원(28일),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29일) 등이며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은 보석을 신청한 상태다. 각 재판부는 26일쯤 구속집행정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 국민장 이후 재판이 속개된다 해도 파행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의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 증인인 박연차 전 회장이 진술을 번복하거나 거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장 28일 이광재 의원 공판에 박 전 회장이 증인으로 예정돼 있는 상태다.

검찰은 박 전 회장의 진술 외에도 주변인들의 증언이나 계좌추적 결과 등 각종 직·간접적인 증거도 확보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르는 박 전 회장의 심경 변화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뇌물 등 불법자금 사건에서는 돈을 줬다는 당사자의 진술이 주요 증거가 되는데 박 전 회장이 재판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재판에서 결정적으로 불리한 요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수사도 파행을 겪고 있다. 검찰은 당초 지난 23일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키로 했으나 이날 아침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영장 청구를 국민장 이후로 미룬 상태다. 검찰은 국민장 이후 나머지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재개하겠다고 밝혔지만 수사가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책임론에 시달리는 검찰이 수사를 적극적으로 하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여기에 박 전 회장마저 입을 닫는다면 수사는 더욱 답보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검찰 관계자는 "남아 있는 수사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라며 "수사 속도는 조절하겠지만 원칙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