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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치/법

[검찰 수사관행 이것만은 고치자](4)대검 중수부 (서울신문 2009.06.11)

[검찰 수사관행 이것만은 고치자](4)대검 중수부

검찰 ‘특수부대’… 정권 바뀔 때마다 ‘보복수사’ 논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또 한번 존폐의 기로에 섰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검찰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대검 중수부의 태생적 한계가 도마에 오른 것이다. 검찰총장의 ‘특수부대’로 불리는 중수부는 어떤 조직일까.

 중수부는 전두환 정권 출범 직후인 1981년 4월에 탄생했다. 2004년 12월 개정된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중수부에는 제1과와 제2과, 첨단범죄수사과를 두며 모두 검찰총장의 명령을 받아 직접 수사할 권한을 갖고 있다. 공안부, 형사부, 마약조직범죄부 등 일선 지검 등 관련 사건을 지휘·기획만 하는 다른 대검 부서와 역할이 확연히 다르다. 과장은 부장검사급이며 수사기획관이 검사장급인 중수부장을 보좌한다. 그러나 검찰연구관으로 일하는 대검 소속 검사 수십명을 활용할 수 있고 전국 일선 지검의 검사들을 언제라도 파견받을 수 있다.

 검찰총장의 직할부대이다 보니 중수부는 대형 사건을 도맡아 왔다. 1982년 이철희·장영자씨 어음사기 사건으로 주목받기 시작해 노태우 전 대통령,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현철씨,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홍업·홍걸씨를 구속했다. 특히 2003년 불법 대선자금 수사 때는 살아 있는 권력에도 칼을 들이대 당시 안대희 중수부장은 ‘국민 검사’라고 불렸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고 나서는 전 정권의 비리를 파헤치는 ‘청부수사’를 맡아 ‘정치 검찰’이라는 오명을 운명처럼 뒤집어 썼다.

 최근 중수부는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사건과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국장의 뇌물수수 사건, 한국석유공사와 강원랜드 등 공기업 비리 의혹 사건에서 잇따라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노 전 대통령과 가족·측근을 전방위로 소환·조사하면서 ‘표적·과잉 수사’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졌다. 뇌물수수죄를 적용할 증거를 확보하지도 못한 채 중수부가 전직 대통령을 전방위로 압박했다는 비판이었다. 노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비판은 중수부 폐지론으로 이어졌다.

 중수부 폐지론은 단골메뉴다.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처음 불거졌는데 당시에는 중수부를 없애는 대신 특수수사 업무 부서만 두는 방안이 모색됐다. 노무현 정부 때는 ‘공직자부패수사처’를 설치하는 방안이 마련됐다. 그러나 송광수 당시 검찰총장이 “검찰 수사로 피해를 본 사람이 검찰의 권한 약화를 노린 것”이라며 강하게 저항했다. 결국 청와대는 법무부에 감찰위원회를 신설해 견제장치를 두고 중수부 5과를 3과로 축소하는 선에서 타협했다.

 5년이 지난 이번에는 민주당 등 야권에서 중수부 폐지를 들고 나왔다. 정권 교체 때마다 불거지는 전임정권에 대한 보복사정의 악순환을 끊어 내자는 것이다. 12일 오후 3시 이인규 중수부장은 ‘박연차 게이트’ 수사 결과를 발표한다.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노 전 대통령의 수사 내용도 포함하기로 했다. 이 중수부장이 수사의 정당성을 국민이 이해할 만큼 설명할 수 있느냐에 따라 중수부의 운명이 달라질 것으로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