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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치/법

<초등생 공기총 살해사건 `부실수사` 도마> (연합뉴스 2009.06.14)

<초등생 공기총 살해사건 `부실수사' 도마>
'음주참변 초등생' 공기총 살해 현장검증
(광주=연합뉴스) 장덕종 기자 = 실종됐던 초등학생이 만취 운전자가 몰던 차에 치여 부상을 입은 후 수차례 총격을 받고 사망한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광주 북부경찰서는 13일 오전 북구 일곡동 모 아파트 앞 도로에서 피의자 이모(48)씨가 태권도 도장을 마치고 귀가하는 A(11)군을 자신의 승합차로 치고 자신의 차에 태웠던 당시를 재현하고 있다.


경찰이 가출한 것으로 단정했던 초등학생이 교통사고를 당하고, 이 사고를 은폐하려는 피의자가 쏜 공기총에 의해 살해된 채 발견되면서 부실한 탐문수사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14일 광주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5일 새벽 A(11)군의 부모로부터 "아들이 북구 일곡동 한 태권도 도장에서 나온 뒤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는 신고를 받고 가출 수사에 들어갔다.

경찰은 도장과 집 주변을 중심으로 탐문조사했지만 A군을 봤다는 사람을 찾지 못했으며 A군이 부모의 꾸지람에 단순히 가출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그러나 A군은 4일 8시 30분께 도장 바로 앞에서 술에 취한 이모(48)씨에 의해 교통사고를 당한 뒤, 차에 태워져 담양군의 한 저수지 주변에서 공기총에 의해 살해되고 또 다른 계곡 주변에 버려졌다는 것이 경찰 조사결과다.

이에 경찰은 A군의 실종을 너무 쉽게 가출로 단정한 채 교통사고나 범죄피해 가능성에 대한 조사를 소홀히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교통사고가 난 시각은 저녁인 데다 장소도 상가가 밀집한 곳이어서 이 일대에서는 "어린이가 승합차에 치였다가 다시 차에 태워져 어디론가 갔다"는 소문이 파다한 상황이다.

심지어는 "아이가 승합차 범퍼에 치인 후 머리에 피를 조금 흘렸지만 멀쩡하게 일어섰다. 운전자가 부축해 차에 태우기에 병원에 데려가는 줄 알았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피의자 이모(48)씨 조차도 "사고를 본 사람이 있었다"고 일관되게 진술할 정도여서 교통사고 목격자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을 것이고, 목격담을 들었다면 수사 방향도 크게 달라졌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찰은 교통사고 현장 주변에서 A군을 찾는 수배 전단을 배포하면서도 며칠간 `가출아동'을 찾는데 진땀을 뺐다.

이씨의 범행을 전해 들은 지인의 제보가 없었다면 경찰이 엉뚱한 수사를 벌이는 동안 A군의 시신은 아직까지 계곡 주변 풀숲에 유기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경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탐문수사 열심히 했는데 사고 목격자를 찾지 못했다. 일대를 다시 탐문해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