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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 육

`수학의 정석` 홍성대, `교육부가 수학을 망쳤다`(조선일보 2009.06.21)

'수학의 정석' 홍성대, "교육부가 수학을 망쳤다"

'수학의 정석' 저자 홍성대

4000만권 이상 팔린 '수학의 정석'… 이익 사회에 환원
"일본책 표절? 한 페이지라도 같은 것 있으면 가져와라"

‘수학의 정석’ 시리즈는 지난 1966년 첫 발간된 이래 대입 필독 참고서로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책은 지금까지 4000만권 이상이 팔렸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 책의 저자 홍성대(72)씨는 책으로 번 돈을 자신의 곳간에 쌓아놓는 대신 교육과 기부를 통해 사회로 돌려주는 길을 택했다. 1979년 형제들과 함께 고향인 정읍시 태인에 부친을 기념하는 명봉도서관을 건립했고, 1981년에는 전북 전주시에 상산고등학교를 설립했다. 지금 그는 이 학교 이사장이다. 김 이사장은 상산고가 2003년 자립형 사립고로 전환한 이후에 털어넣은 돈만 해도 350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성대 이사장은 서울대 문리대 수학과 출신이다. 학비를 벌기 위해 고교생 과외를 하면서 이름을 날렸다. 27세에 수학참고서를 직접 쓰기 시작해 3년만인 1966년 ‘수학의 정석’이 나왔다. 그 이후 43년간 ‘수학의 정석’은 한 번도 1등 자리를 내 주지 않고 있다.

월간조선 7월호가 ‘수학의 정석’ 저자인 홍성대 상산고 이사장을 만났다.

-수학이 왜 중요합니까.
“사회생활 할 때는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만 알면 됩니다. 그런데 뭐 하러 골치 아프게 수학공부를 하느냐 이러는데, 수학이 모든 학문의 기초학문이라는 사실은 이론의 여지가 없잖아요. 수학은 여러 가지 사고력을 길러줍니다. 수업시간에 한 시간 동안 배운 삼각함수를 교실 문을 나오면서 다 잊어버려도 그건 결코 헛된 시간이 아닙니다. 수학공식은 다 잊어먹었어도 어쨌든 따져 보고 생각해봤다는 게 중요한 겁니다.”

-수학에서 암기는 중요하지 않다는 말씀입니까.
“암기가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가 아니라 그것은 하나의 수단이죠. 어떤 문제를 빨리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공식이 필요하고 정리가 필요한 것이죠. 모든 것을 다 암기하자는 게 아니고, 구구단처럼 자주 쓰이고 흔히 쓰이는 것을 암기할 필요는 있는 거죠.”

-우리 수학교육의 문제점은 어떤 겁니까.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 많은 유형의 문제를 익히는 게 우리 수학 교육이에요. 2~3분에 한 문제씩 풀어야 하고, 문제가 5지선다형이니까요.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은 중요시하지 않고, 시험에서 실수하지 않도록 반복연습을 하는 거예요. 논리적 사고력을 길러 가면서 성장하는 것이 사람인데 반복연습으로 논리적인 사고가 길러지겠습니까.”

-왜 그런 현상이 벌어진다고 보십니까.
“신속하고 공평하게 채점해야 한다는 편리성만 내세워 국가 주도하에 5지선다형 시험을 치르게 하고 있어요. 학교에서 하지 못하게 막아야 할 교육 방법을 거꾸로 교육과학부가 주도하는 꼴이죠. 결론적으로 교육과학부가 수학과 기초과학을 망쳐놓은 거죠. 결과적으로 국가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거예요.”

-수능시험을 주관식으로 내는 것은 물리적으로 무리가 아닐까요.
“주관식으로 내도 채점에는 문제가 없어요. 지금 각 학교에서 모의고사를 치를 때 수학선생님들이 다 채점합니다. 하루면 다 끝나잖아요. 그분들이 있는데 뭐가 문젭니까.”

-상산고를 어떤 학교로 만들고 싶습니까.
“학생이 학교에 오면 머무르고 싶은 학교, 공휴일에도 집에 가고 싶지 않고 학교 한 구석에 앉아서 책이라도 보면서 머물고 싶어 하는 학교를 만들고 싶어요. 학교의 모든 시설을 완벽하게 만들겠다는 생각이고, 실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훌륭한 선생님을 모시는 일도 당연히 해야할 일이고요.”

-지금까지 상산고에 투자한 총 투자액은 얼마 정도입니까.
“대충 이 정도 학교를 지금 세우려면 적어도 1000억원 이상의 돈이 필요하다고 봐요.”

-요즘도 학생들에게 상으로 진돗개를 선물합니까.
“졸업식을 보니까 우등상, 공로상 받는 학생에게 영어사전이나 옥편 이런 거를 주더군요. 40년전과 똑같이 하고 있어요. 그래서 마침 집에 키우는 진돗개가 새끼를 낳았길래 공로상 수상자에게 진돗개를 주기로 했죠. 요즘은 전국에서 좋은 종자를 골라 원하는 학생들에게 그냥 나눠 주고 있어요.”

‘수학의 정석’ 2001년 개정판의 저자는 여전히 홍성대지만, 책 뒷면에는 도운이 이창형, 홍재현이 추가돼 있다. 홍재현씨는 홍 이사장의 딸로, 현재 서울대 수학과 교수다. 이창형씨는 홍 교수의 남편이다.

-언제쯤 따님과 사위에게 ‘수학의 정석’ 저술작업을 넘겨줄 생각입니까.
“이번에 진행중인 개편 작업을 할 때 나는 손 끊고 넘기려고 했어요. 그런데 노파심에 들여다보기 시작하니까 그게 안 되더라고요. 개정작업은 올 연말까지만 하고 이제 손을 떼야죠.”

-한때는 ‘수학의 정석’이 일본 책을 베꼈다는 이야기도 있었는데요.
“우리를 비하하는 말로 소위 엽전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엽전이 그렇게 좋은 책을 쓸 리가 없다고 본 거죠.”

-그런 이야기가 나왔을 때 싸우지는 않았습니까.
“내 앞에서 얘기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그랬어요. ‘외국 책하고 내 책을 비교해서 한 페이지라도 같은 것이 있으면 가져와라. 내가 포상을 해준다’고 말이죠.”

- 1등 지상주의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나는 자그마한 일이든 큰 일이든 꼭 성공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을 때 시작합니다. 또 시작했으면 그것을 성공시키기 위해 몸을 던집니다. 홍성대가 하면 둬든지 다 성공한다. 이런 얘기가 나올 정도로 일을 추진합니다. 1등 지상주의자가 아니라 완벽주의자죠.”

-정치권에서 많은 손길이 뻗쳐왔던 걸로 아는데요.
“그런 제의 많이 받았죠. 호남을 배경으로 한 정당에서도 받았고 반대되는 당에서도 받았어요. 심지어 전국구 1번 자리도 제안을 받은 적이 있어요. 하지만 그 길은 내가 갈 길이 아니라는 걸 내가 너무 잘 알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