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력 본다고 했지만 스펙(영어성적·입상경력)도 비슷하게 반영
'절반의 성공' 입학사정관제
2010학년도 대입부터 본격 도입된 입학사정관제는 '스펙'(내신·영어성적·입상경력 등 외형조건)보다 학생의 '잠재력'을 보고 선발하는 입시 전형이나, 실제로는 각 대학 전형별로 두 요소가 비슷하게 반영된 '절반의 성공'으로 분석됐다.
본지가 2010학년도 입학사정관제를 실시한 90개 대학 중 주요 13개 대학의 85개 입학사정관제 전형의 합격자들을 분석한 결과, 잠재력 위주로 뽑은 전형과 '스펙' 요소를 많이 반영한 전형이 엇비슷하게 나타났다. 이번 입시에서는 90개 대학이 입학사정관제 전형으로 전체 모집 정원의 6.5%인 2만4622명을 뽑았다.
숙명여대 '지역핵심인재전형'(아동복지학과)에 합격한 A양의 학교 내신은 중상위권(9등급 중 3.6등급)이다. 내신점수만 보면 숙명여대에 합격하기 힘든 점수였지만 남다른 봉사정신이 높게 평가받았다. 숙대 이기범 입학처장은 "입학사정관제는 점수 1·2점보다 가능성이 있는지, 주어진 여건에서 어떻게 공부를 잘 해왔는지를 판단하는 전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수험생들이 A양처럼 느낀 것은 아니다. 각 대학 입학사정관 전형에 따라서는 성적이 여전히 당락을 좌우한 전형도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 대학들이 갑자기 입학사정관제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이전까지 특별전형으로 치렀던 전형을 입학사정관제라고 이름만 바꿔 '무늬만 입학사정관제'가 나타난 것이다.
서울지역 명문 X사립대 입학사정관 전형에 합격한 B군은 내신성적이 합격 요인이었다. 내신 1등급으로 영어·수학경시대회 수상자인 그는 "시험성적을 높이기 위해 학원에 열심히 다녔다"고 고백했다.
서울시내 Z대학 관계자는 "올해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입학한 학생들의 절반은 성적으로 뽑아도 붙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교육협의회 양정호 고등교육연구소장(성균관대 교수)은 "성적이 주요 변수가 되는 등 아직 입학사정관제가 정착되기에 부족한 측면이 많다"며 "올해는 제도의 기반을 만들었다는 데 의미를 둔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고2가 치르게 될 2011학년도 입시에서는 입학사정관 전형 실시 대학이 105곳(3만7628명)으로 늘어난다. 10명 중 1명꼴로 입학사정관을 통해 입학하는 것이다. 일선 학교에서는 "2011학년도 입시부터는 입학사정관을 목표로 공부한 수험생들이 본격적으로 입시 무대에 등장한다"고 말했다.
'사정관제' 꼼꼼히 연구한 교사들, 합격 많이 시켰다
상일여고 '맞춤형 지도' 빛나
학생을 수능·봉사·특기형 분류
지원대학별로 미리미리 챙겨
교사들이 입학사정관제를 적극적으로 연구해 학생들을 합격의 길로 인도한 경우도 있었다. 서울 강동구 상일여고가 대표적 케이스.
이 학교 3학년 우신영(19)양은 1학년 때인 2007년 6월 담임교사의 권유로 발명 동아리에 들었다. 우양을 상담하던 담임은 "대학 갈 때 도움이 될 것"이라며, 우양의 과학·발명 활동을 적극 독려했다. 내신 점수는 반에서 중간 정도였지만, 꾸준히 동아리 활동을 하고 16차례에 걸친 발명대회 입상 경력이 높게 평가받은 우양은 2010학년도 수시전형에서 이화여대에 합격했다. 교사들이 학생의 특징에 따라 비교과 활동을 독려하고 관리한 게 합격의 원인이었다.
이처럼 상일여고 교사들은 학생들의 성적은 물론 특기·어학실력·봉사활동 등 '개인프로파일'을 만들어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전체 교사들이 고3 담임처럼 진학 연수를 매년 받는다. 예컨대 이 학교 교사들은 학생들 '개인프로파일'에 따라 수능형·내신형·봉사형·외국어형·특기형 등으로 분류해 어느 대학, 어떤 전형에 지원할지 미리 생각해둔다. 서울여대 경영학과 입학사정관전형에 합격한 박모(19)양의 경우 '봉사형 인재'로 분류돼 진학준비를 했다. 교사들은 지난해 1학기부터 박양을 이 전형에 보내기로 하고, 여름방학에는 서울여대에서 개최하는 '예비대학'을 이수하도록 했다. 상일여고 학생들은 2010학년도 수시모집에서 서울대 등 서울 6대 대학에 30명이 합격했고, 입학사정관제로 6명이 합격했다.
상일여고 교사들의 입학사정관제 맞춤형 지도는 다른 학교들의 모범사례가 되고 있다. 전국 고3 교사들의 모임인 진학지도협의회 조효완 공동대표는 "다른 고교에서도 참고할 만한 모범적인 입시지도"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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