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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 육

돈방석 오른 재벌 강사들 그들에겐 특별한 게 있다 (조선일보 2007.07.08)

돈방석 오른 재벌 강사들 그들에겐 특별한 게 있다

심층분석 | 스타강사들의 세계

★스타강사의 공통점

①대부분 작은 학원서 출발 ②자기만의 콘텐트가 있다

③공부 또 공부 ‘내공’ 쌓아 ④쉽게 더 쉽게 ‘숨은 노력’

한 유명 학원강사가 100억 원 대의 평가차익을 기록하고 있는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날리게 됐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메가스터디는 김기훈씨에게 부여한 스톡옵션 7만5천주를 취소했다.


“100 억원 대의 스톡옵션을 날린 게 아깝지만 향후 내가 만든 미국 원어민 영어 강사들의 동영상 강의와 서적이 한국을 넘어 중국·일본에서도 성공한다면 그 수입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김기훈(38)씨는 학원계에서 연봉 1위로 손꼽히는 스타강사다. 서민들에게 연봉 1억~2억 원은 꿈의 숫자지만 김씨에게는 한 달 수입도 채 되지 않는다. 온라인 교육사이트 메가스터디에서 외국어영역 ‘1타 강사’(같은 과목 강사 중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리는 사람을 가리키는 은어)를 기록하고 있으며, 2005년 자신이 운영하는 쎄듀어학원의 미국 내 현지 법인을 차렸다. 현재 그는 자신의 동영상 강의의 일부를 미국에서 현지인 보조 강사와 함께 촬영하고 있다.

지난해 김씨가 메가스터디에서 기록한 매출은 87억4000만원(메가스터디 전체 강의 매출의 16%) 규모였으며, 자신이 대표로 있는 쎄듀어학원 매출만도 75억원이었다. 김씨의 연봉은 매출에 따르는 순수입만 연간 27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메가스터디의 비공식 집계에 따르면 현재 이 회사에서 제공하는 외국어영역 동영상 강의 매출의 40~60%는 김씨의 강의다. 당연 외국어영역은 물론 전 과목에 걸쳐 온라인 강의 등록률 1위다.

성균관대 입학과 동시에 영어 과외만 4개 이상했다는 그는 대입시험 3수를 하면서 서울 시내 유명 강사들의 강의 스타일을 섭렵했다. 대학생 때 과외를 하다가 큰돈을 벌기 위해 학원 강사가 되기로 결심하고는 부산, 광주에도 내려가 스타 강사들의 강의를 들었다.

이렇게 해서 얻은 그만의 스타 강사가 되기 위한 결론은 “연출자가 뛰어나도 대본이 좋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는 것. 귀고리를 하고, 머리에 무스를 발라 범상치 않은 스타일로 치장해도 콘텐트가 알차지 않으면 스타 강사가 될 수 없다고 한다.


이를 위해 김씨는 교재 연구, 중·고생 트렌드 파악, 게시판 질의응답 등에만 8명의 조교를 두고 있으며, 본인 스스로도 깊이 있는 영어 지식을 쌓기 위해 케이블TV 영어 대담프로와 외국 경제지 등을 빠지지 않고 챙겨 보았다. 김씨는 “국내 입수 가능한 모든 영어교육관련 서적을 다 보았고, 구독하고 있는 영어신문과 잡지 수만 10종이 넘는다”고 했다.

‘손사탐’이라 불리며 사회탐구 과목의 최고봉으로 올랐던 손주은(46)씨는 학생들의 스타를 넘어, 스타 강사들의 스타다. 수강생 10여명의 단과 학원 강사로 시작한 지 18년 만에 매출액 1000억 원이 넘는 ‘메가스터디’를 만들어낸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재벌 강사’다.

그는 스물 여덟 나이에 서울대 서양사학과를 졸업하고 바로 동네 학원을 직접 열었다. 처음에는 2년만 해보고 돈을 벌어 유학을 떠날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시작한 강사 생활이 한 해 두 해 이어졌고, 전과목을 혼자 다 가르쳤던 보습학원 9년 경력을 밑천으로 서울 노량진 학원가로 뛰어들었다. 손씨는 “국·영·수를 비롯 전과목에 대한 이해가 밑바탕이 되고, 학생들을 1대1로 접해가면서 학생들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를 알게 됐다”며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단과 선생 5개월 만에 10여명이던 수강생을 2000명으로 불려나갔다”고 했다.

스타 강사들은 한결같이 “튀는 행동이나 외양만으로는 스타 강사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수준 높은 ‘내공’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유명 대학 출신, 강사로서의 경력, 자신의 이름으로 출판한 교재 등은 필수 조건이다. 소위 가장 잘 나간다는 강사의 이름 앞에 붙는 ‘1타 강사’란 타이틀은 수많은 학생들에게 검증 받은 실력으로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범(38)씨는 과학탐구 영역에서 손꼽히는 스타강사다. 학원에서 연봉 18억을 벌던 그는 작년 말부터 무료 온라인 교육업체 ‘곰스쿨’에서 강의하고 있다. 이씨 또한 작은 학원의 강사에서 시작했다. 서울대 대학원에서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 석사 졸업 후 박사과정을 밟으면서 아르바이트 강사를 뛰었고, 박사 수료 후 97년 말부터 대치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대치동에서 고3 학생 1000명을 모아놓고, 혼자서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4과목을 다 가르쳤다. 이씨는 “과학 과목은 특히 학생들에게 만류인력의 법칙, 운동법칙 등 암기해야 할 것과 원리를 이해해야 할 것을 잘 구분해서 가르쳐야 한다”며 “모든 과학 과목의 논리적 흐름을 완벽히 파악해 교과서 순서에 관계 없이 가르칠 수 있었던 것이 내 인기의 비결이었다”고 말했다.

서울과학고 교사를 지내다 “공교육 붕괴를 더 이상 지켜보기 싫다”며 96년 학원 강사로 변신한 수리영역 스타 강사인 박승동(46·서울대 수학교육학과 졸업)씨는 “잘 가르치는 강사는 절대 개그맨이 아니다”면서 “본인 스스로 꾸준히 연구하고, 교과서에 충실해 학생들이 노트 필기까지 잘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강사가 진짜 스타 강사다”고 말했다. 눈에 튀는 옷을 입고, 칠판에 분필을 던지고, 배꼽 잡는 사투리로 강의하는 것은 순간의 인기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스타강사들의 자기 관리는 치열하다 못해 처절하다. 모임 참석은 물론 가족과의 시간도 생략한다. 작년 국세청에 신고했던 연봉 금액이 17억 원에 이르렀던 언어영역 스타 강사 이근갑(40·한양대 국어국문학과 졸업)씨는 동문회에 못 나간지도 7년, 친한 친구 한 명 못 만난지도 2년이 넘었다고 했다. 이젠 연말에도 오라는 곳이 없을 정도다.

이씨는 “학원계 데뷔 이후에 할머니께서 돌아가셨을 때도 고향에 내려갈 수 없었다”며 “수업을 빼먹을 수도 없고, 수업 준비하다 보면 날밤 새우기도 일쑤라서 어떻게 움직일 수가 없다”고 했다.

스타 강사들은 “어떻게 최고의 자리에 올랐느냐”는 질문에 대부분 “강의와 싸웠다” 또는 “강의를 다듬었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60~70분짜리 강의 하나를 준비하기 위해 4~5시간 동안 교과서, 참고서, 전공서적, 관련 교양서적, 문제집 등을 다 뒤지고, 학생들의 모든 질문에 ‘쉽게’ 대답할 수 있도록 예상문제에 대한 정답을 준비한다. 기본에 충실하기 위해 교과서는 달달 외워버릴 정도로 보고 또 본다.

★도대체 얼마나 버나


수강생 1만명 정도 모으면 온라인 수입만 한달 1억 ‘오프라인’ 연봉 10억은 기본 조교만 5~10명씩 거느려





메가스터디 사회탐구 과목 매출 1위 강사인 신상호(39·공주사대 지리교육학과 졸업)씨는 “작은 학원에서 파트 타임으로 근무할 때는 일주일에 강의 2시간과 돈 벌려고 세차 아르바이트 한 시간을 제외하면 무조건 책상에 앉아서 교재와 씨름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중위도에 있기 때문에 사계절이 생긴다는 사실을 쉽게 전달하기 위해서 다시 태양의 고도가 계절마다 바뀌는 것을 어떻게 쉽게 설명할 지 고민하는 식이었다”며 “강사가 깊이 알아야지만 그 안에서 학생들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다”고 했다.

이렇게 오랜 준비 기간을 거쳐 학원계에서 한 번 뜨기 시작하면 입소문만으로도 대형 학원에 입성할 수 있다. 대형 학원 원장 대부분이 스타 강사 출신이고, 어떤 강사가 뜰 지 못 뜰 지는 강의 교재 수준과 목소리 톤, 제스처, 얼굴 표정 등만 지켜봐도 쉽게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타 강사로 올라선 순간 일주일 강의 시간은 50~60시간에 이른다. 주말도 없고, 하루 10시간 이상 강의하는 날도 부지기수다. 그래서 스타강사들은 강의를 제외한 대부분의 일을 ‘새끼 강사’에게 맡겨 놓는다. 온라인 게시판 답변 조교, 수업준비 조교. 교재 담당 조교, 상담 조교 등 조교 수만 5~10명에 달하며, 이런 조교 출신 스타강사들도 속출하고 있다.

메가스터디 강수현씨, 비타에듀의 정승제씨, 유웨이에듀의 송종민씨가 이런 경우이며, 스타 강사의 조교 자리를 희망하는 대졸자들도 등장하고 있다. 비록 월급은 100~200만원 수준이지만 스타 강사에게서만 배울 수 있는 노하우를 전수 받고, 강사 경력에 도움을 받고자 희망하는 이들이 생겨난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스타 강사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타고 나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손주은씨는 “지금껏 수많은 스타 강사들의 강의를 지켜봤지만 그들의 공통점은 노력 그 이상의 타고난 자질이 있다는 것”이라며 “버릴 내용은 버리고, 꼭 가르쳐야만 하는 내용에만 집중해 학생들이 지루하지 않게 반복, 또 반복해줄 수 있는 능력이 스타 강사의 천성이다”고 말했다.

▲ ▲ 스타강사 박승동씨가 4일 저녁 서초 메가스터디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학교 시험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정원 170명의 강의실이 가득 찼다. /이태경 객원 기자 ecaro@chosun.com

김기훈씨도 “타고난 말솜씨를 지닌 사람이 있듯이 나 역시도 학창 시절에 전국 웅변 대회에서 1등도 했고,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걸 좋아했다”며 “절대 학생들이 지루해지지 않도록 효율적으로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강의 중 언제 어떻게 어떤 종류의 우스개 소리나 삶에 교훈이 되는 얘기를 꺼내야 하는지 직감적으로 안다”고 말했다.

스타 강사들은 얼마나 많은 수입을 얻고 있을까? 업계에서는 정확한 금액을 밝히는 것을 불문율로 여긴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오프라인 강의 숫자와 온라인 강의 수를 고려해 연봉 랭킹을 어림짐작으로 매길 뿐 정확한 금액은 산출되지 않는다. 스타 강사가 비밀 고액 과외라도 한다면 연봉 파악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도 지적한다.

통상 스타 강사들의 수입은 오프라인 수입과 온라인 수입으로 나눠진다. 2000년대에 들어 인터넷 동영상 강의가 생겨나면서 스타 강사들은 오프라인 수입과 맞먹는 온라인 수입까지 챙기고 있다.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오프라인 수업을 그대로 온라인으로 옮기는 경우도 많아 똑같은 수업이 갑절의 수입을 보장하는 것이다.

오프라인 단과 학원의 경우 관례상 수강료의 절반 정도가 강사에게 돌아간다. 200명이 듣는 8만원 수준의 강좌를 맡는다면 이 강의에서만 800만원을 버는 셈이다. 오프라인에 집중하는 스타강사들의 경우 소·대형 강의를 막론해 한 달 2000~3000명의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한다. 이럴 경우 한 달 오프라인 수입만 8000만원에서 1억2000만원에 달하고, 오프라인 연봉만 10억 원 규모다. 온라인 강의는 수강료의 20~30%가 강사 몫이다. 스타 강사들은 한달 온라인으로만 1만여 명의 수강생들을 몰고 다닌다. 동영상 강의의 평균 수강료 4만5000원을 따져 계산해보면 스타 강사들의 온라인 수입만 매달 1억 원이 넘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스타 강사들의 교재 판매 수입도 상당하다고 알려져 있다. 학생들에게 1만원에 판매되는 학원 교재 수입 중 학원 강사의 몫은 40%인 4000원 수준. 하지만 스타 강사들 교재는 문제 하나하나가 학생들뿐 아니라 업계의 관심 대상이기 때문에 시중 교재에서 문제를 가져다 쓸 경우, 해당 저자에게 저작권료를 직접 지불한다. 한 문제당 저작권료는 관례상 5~10만원 수준으로 책정돼 있으며, 인쇄비도 강사가 부담한다.

한편, 학원가에서는 “스타 강사로 한 번 이름을 떨치게 되면 최소 10~20년간은 학원에서뿐 아니라 고액 과외 등으로도 수십억 원은 가볍게 벌 수 있다”는 말을 정석으로 받아들인다. “10억 원 정도는 돈도 아니다”고 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스타 강사의 연봉이 높아지는 것과 비례해 학원 강사들 사이에 ‘부익부 빈익빈’현상도 심해지고 있다. 결국 스타 강사가 아닌 일반 강사들의 생활은 점점 더 힘들어지는 셈이다. 서울시내 전문가들은 “온라인 강의가 도입돼 수강생들이 인기 동영상 강좌에 쏠리게 되고, 학생들의 학습 방법도 다양해져 이전처럼 대형 오프라인 학원에 이름만 올린다고 해서 괜찮은 수입을 보장 받던 시대는 지나갔다”고 말한다.

작년 말 기준 서울시내 보습학원 수는 6700여 곳. 이 수치는 매년 5%씩 증가하고 있다. 또 학원 강사를 희망하는 대졸자를 찾아보기 힘들었던 이전 상황과 달리 최근 들어서는 유명 대학 출신 중에도 스타 강사를 바라며 학원계로 곧장 뛰어드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름있는 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강사들의 학원 로비까지 등장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손은진 메가스터디 본부장은 “과거에는 대형 학원 강사들이 못해도 한 달에 5000만~6000만원은 보장 받았다”며 “스타 강사에게 수입이 몰리면서 스타 강사를 제외한 학원 선생님들의 수입이 많이 줄어든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수강생 수가 무제한으로 열려있는 온라인 강좌에서는 언어, 수리, 외국어 강의는 40%, 나머지 사회탐구·과학탐구 영역은 20% 정도가 1명의 스타 강사에게 수업을 듣는 ‘쏠림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물론 스타 강사들 역시 항상 남모른 스트레스가 크다. 온라인 스타 강사 중 많은 이들은 인터넷 수업 게시판에 들어가지도 않는다. 질문에 대한 답변은 답변 조교에게 맡기고, 강의평도 확인하지 않는다고 한다. 한 스타 강사는 “2년 전부터 인터넷 게시판에 접근을 안 하고 있다”며 “막말을 적어놓는 학생들도 있어 그런 애들의 글을 보면 스스로 견딜 수가 없어 강의에 지장이 생긴다”고 했다.

▲ ▲ 김영민 기자
강사들 사이의 ‘무한 경쟁’도 스트레스의 또 다른 원인이다. 수강생 수로 매달 강사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고, 과목은 달라도 스타 강사란 테두리 안에서 모든 선생님과 경쟁을 해야만 한다. 또 EBS 인터넷 무료 강좌를 비롯해 16개 시·도 교육청에서 제공하는 무료 온라인 교육 사이트 강사와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언제 뒤쳐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린다.

이에 대해 99년부터 5년 동안 비공식 집계 강사 연봉 랭킹 2위였던 이범 이사는 “스타 강사들을 비롯해 대부분이 강사들이 밤잠 안 자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야만 하며, 학원에서도 이를 부추긴다”며 “젊을 때 빨리 돈을 벌어 스타 강사의 고단한 생활을 접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 ▲ 일 저녁 서초 메가스터디에서 박승동 강사가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