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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 육

내신 낮아도 목표 뚜렷, 가난해도 포기 않는 자세 `높은 점수` (조선일보 2010.01.04)

내신 낮아도 목표 뚜렷, 가난해도 포기 않는 자세 '높은 점수'

첫 입학사정관제 전형 "이런 학생 뽑았다"
합격 사례: 모델 하면서 패션CEO 꿈꿔- 중앙대 "학업동기 확실"
화재로 집 잃고 부친도 사망- 서울대 "역경에도 성적 우수"
사교육 없이 상위권 도약- 포스텍 "대학서 더 성장할것"

컴퓨터그래픽 전문가가 꿈인 서울 강동고 신해솔(18)양은 내신 6등급에 가까운 성적으로 2010학년도 수시 모집에서 성신여대 입학사정관 전형에 합격했다. 내신 6등급은 내신·수능 성적만 보았던 작년까지만 해도 합격이 불가능했던 성적이다.

신양은 중3 때부터 컴퓨터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컴퓨터 공부를 해왔고, 컴퓨터그래픽 전국 대회에서 은상·동상을 각각 두 차례씩 수상하기도 했다. 성신여대측은 "성적은 좀 낮지만 꿈을 이루기 위해 스스로 노력해왔으며, 앞으로 훌륭한 컴퓨터그래픽 전문가가 될 수 있는 자질을 갖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선발 이유를 밝혔다.

2010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대폭 확대된 입학사정관 전형에는 신양처럼 과거의 '내신 줄세우기' 성적으로는 합격이 불가능했던 학생들이 많이 합격했다. 본지가 13개 대학의 입학사정관 전형 합격생의 합격 비결을 분석한 결과 잠재력과 열정을 인정받았거나 어려운 역경을 극복한 스토리가 있는 경우가 많았다.

잠재력과 열정

포스텍 수학과에 합격한 박재용(18·백마고)군은 1학년 1학기 내신 성적이 상위 45.6%였다. 수학·과학 관련 외부 입상 경력도 없다. 그러나 박군은 꾸준히 노력해 3학년 1학기에 성적을 상위 4.7%까지 끌어올렸다. 포스텍측은 "사교육 없이 본인의 힘으로 성적을 끌어올린 점과 학업에 대한 의지를 봤을 때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전남 함평 나산고 이지민양은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숙명여대 문화관광학부에 합격했다. 1학년부터 관악부에서 활동한 이양은 3년간 꾸준히 불우 청소년이나 장애인에게 음악을 들려주는 봉사활동을 해왔다. 숙명여대 박은아 입학사정관팀장은 "내신 성적은 평균 합격선에 못 미치지만, 재능을 이용해 봉사활동을 한 점, 공연기획자가 되려는 의지가 뚜렷한 점 등이 입학사정관 전형이 요구하는 요소였다"고 말했다.

2010학년도 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실시한 90개 대학은‘잠재력’있는 학생을 발굴하기 위한 다양한 선발방식을 도입했다. 사진은 응시자를 1박2일간 합숙시키면서 심층면접을 한 건국대의 자기추천전형의 합숙 면접./건국대 제공

중앙대 경영학부에 합격한 김소윤(서울 성신여고)양 역시 자신의 목표를 위해 노력한 점이 높이 평가됐다. 패션회사 CEO를 꿈꾸는 김양은 1·2학년 때 패션모델 활동을 하면서 성적이 떨어지자 고3 때 학교 공부에 집중해 내신을 끌어올렸다. 목표를 위한 추진력, 학업에 동기가 확실한 점 등이 인상 깊었다고 학교측은 전했다.

내신 성적 3.25등급으로 아주대 인문학부에 합격한 김정언(강원도 도계고)군은 역사 평론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역사 공부를 열심히 했고, 외국에 한국의 역사를 알리기 위해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에서 활동한 열정을 인정받았다.

역경 극복의 스토리

경희대 임진택 입학사정관은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보는 잠재력은 주어진 환경 속에서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했는지 여부"라고 밝혔다.

경희대 관광학부에 합격한 조필희(18)양은 초등학교 때부터 수녀회에서 운영하는 아동복지시설에서 생활하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다. 전문계고인 알로이시오 전자기계고에 다니며 내신은 1~2등급을 유지했고, 로봇올림피아드전국대회 금상, 세계로봇올림피아드 금메달 등을 수상했다.

연세대 의류환경학과에 합격한 박모양은 미술에 재능이 있었지만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예고에 못 가고 일반고에 진학했다. 그러나 박양은 좌절하지 않고 혼자 꾸준히 미술과 패션을 공부했다. 교내 각종 공모전에서도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최고의 아이디어상'을 받기도 했다.

카이스트 수학과에 합격한 분당고 양지훈(18)군 역시 어려운 가정환경을 극복하고 재능을 발휘한 경우다. 양군은 수학·과학 과목에서 1등급을 받고 수학올림피아드대회에서 장려상을 받는 등 사교육을 받지 않고 우수한 성적을 올렸다. 카이스트 윤달수 입학사정관팀장은 "양군은 고교 1학년 1학기에는 과학 성적이 3등급이었지만, 2학기에는 1등급으로 끌어올렸다"며 "어려운 환경 속에서 높은 성과를 올린 점이 입학사정관 전형의 취지와 맞았다"고 했다.

인천 대인고 김준혁군은 학창시절의 잇따른 악재(惡材) 속에서도 학업에 전념한 끝에 서울대 물리천문학부에 합격했다. 중학교 때 부모님과 살던 연립주택에 화재가 나 친척집을 전전했고, 곧 대장암 투병 중이던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김군은 학원 한 번 가지 않고도 자연계열 1~2등을 유지할 정도로 성적이 우수했다. '과학 저술가'로 성공하는 것이 김군의 목표다.

아버지 없이 어머니와 살아온 최모양은 재작년 어머니까지 사고로 잃었으나 좌절하지 않고 '외식업체 메뉴 컨설턴트'라는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고교 3년간 양식·한식·제과 등 자격증을 따고, 교내 초콜릿 연구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등 힘든 가정사를 딛고 이겨낸 점을 인정받아 인하대 생활과학부에 합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