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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뉴스/세기의 사건사고

<`해가 초승달 같아요`..일식 관측 `열기`> (연합뉴스 2009.07.22)

<"해가 초승달 같아요"..일식 관측 '열기'>
해운대 피서객도 일식 관측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22일 달이 태양을 가리는 '일식 쇼'가 펼쳐진 가운데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피서객들이 태양안경으로 '부분일식'을 관측하고 있다. 2009.7.22.

ccho@yna.co.kr[끝]

천문연구원 일식 중계 서버 다운되기도

"어, 어, 해가 가려진다"
금세기 최장의 `개기일식 쇼'가 펼쳐진 22일 시민들은 달이 해를 가리는 신기한 광경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광진구 광진광장과 연세대 중앙도서관 앞, 노원구 서울 영어과학공원 중앙광장 등 서울 시내에 마련된 공개관측 행사장에는 오전부터 수많은 시민이 몰려 21세기 들어 가장 길게 이어진 일식을 지켜봤다.

화창한 날씨 속에 시민들은 주최측이 나눠준 일식 관측기를 눈앞에 대고 고개를 들어 1시 방향부터 조금씩 태양이 가려지는 일식의 장관에 빠져들거나 카메라 셔터를 연방 눌러댔다.

왕십리역 광장에서 일식을 지켜보던 서보경(26.대학생)씨는 들뜬 목소리로 "10년째 취미로 천체관측을 하고 있다"며 "2007년 3월 일식은 날씨가 흐려 관측을 잘 못했는데 더 많이 가려지는 일식을 맑은 날씨에 봐서 기쁘고 참 신비하다"고 말했다.

롯데월드에서 일식을 지켜본 김태형(30)씨는 "역사적 순간을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며 "태양이 달처럼 느껴진다. 반달, 초승달처럼 보인다"고 신기해했다.

같은 시각 대전에 있는 한국천문연구원 내 태양광학관측소.

이날 오전 이른 시간부터 일식을 관측하려는 연구원과 시민 100여명이 몰린 이곳에선 달에 의해 태양의 오른쪽 부분이 가려지면서 일식이 시작되자 연방 환호성이 터졌다.

이들은 일식이 시작된 지 5분 만에 구름이 짙게 끼자 아쉬워하다가 중간 중간 구름 사이로 태양이 비칠 때마다 "보인다, 아까보다 더 많이 들어갔다"며 신기해했다.

오전 10시15분께 구름이 완전히 걷히자 다시 고개를 들어 신비로운 천체현상을 지켜보던 시민들 사이에서는 감탄사가 이어졌다.

방학을 맞아 가족과 함께 이곳을 찾은 이주현(8.서울 서대문구 홍제동)군은 "달이 태양을 야금야금 먹는 모습이 정말 신기했다"며 "태양이 완전히 가려지는 개기일식을 못 봐서 아쉽다. 다음 개기일식이 정말 기대된다"고 말했다.

천문연 김록순 연구원은 "일부 지역에 구름이 짙게 끼기는 했지만 2시간40여분 동안 진행되는 일식을 관측하는 데에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면서 "제주도 서귀포 지역은 오전 10시48분께 태양의 93% 이상이 가려지는 등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많이 가려졌다"고 설명했다.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기관별 다채로운 일식 관측 행사에서도 시민들은 탄성을 금치 못했다.

가장 많이 가려진 태양이 관측된 제주에선 이날 오전 9시부터 제주 별빛누리공원 야외광장과 보조관측실에서 학부모와 학생, 아마추어 사진작가 등 1천명이 모인 가운데 부분일식 관측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오전 9시31분 일식이 시작되자 짙은 선글라스나 태양관찰용 안경을 쓰거나 태양필터. 태양투영판이 장착된 망원경 13대를 이용해 일식을 관찰했다.

오전 10시48분께 태양의 93% 이상이 가려지며 개기일식에 버금가는 광경이 벌어지자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지며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제주교육과학연구원 강건철 연구사는 "오늘 제주도를 중심으로 태양의 92.4% 정도가 달에 가려졌다"며 "우리나라에서는 1887년도에 있었던 개기일식 이후에 가장 많은 부분이 가려졌다"고 설명했다.

또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열린 일식관측 행사에는 시민 700여명이 참석해 천체망원경 10대로 일식을 관측했고, 시민들이 몰려들면서 천체망원경 앞에서 100m가량 길게 줄을 늘어섰다.

이밖에 대전시민천문대와 국립중앙과학관, 경남 김해천문대에도 각각 시민 1천여명이 찾아 다양한 방법으로 태양을 관측하는 등 전국 곳곳에서 일식 공개관측 행사가 다채롭게 진행됐다.

네티즌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이날 일식 현상을 생중계한 천문연의 홈페이지는 네티즌들의 접속이 폭주하면서 일식이 최고조에 달했던 오전 10시45분을 전후해 1시간여 동안 서버가 다운되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또 다음과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를 통한 실시간 중계 서비스도 네티즌의 폭주로 인해 접속이 원활하지 못했다고 천문연측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