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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신종플루 바이러스 (멕시코발 돼지독감)

<신종플루 확산에 학부모 `패닉`> (연합뉴스 2009.10.26)

<신종플루 확산에 학부모 `패닉'>
신종플루 집에서도 마스크
26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 한 가정에서 아이가 신종플루 확정을 받자 어머니와 할머니 등도 함께 마스크를 하고 TV를 보고 있다. 2009.10.26

"사실상 고립생활"..갖가지 소문까지 횡행
일부 학부모들 "접종전 휴교도 검토해야"


신종플루가 급속하게 확산되면서 아이를 둔 부모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신종플루로 미국에서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된데 이어 국내에서도 고위험군이기는 하지만 9살과 11살 어린이가 신종플루로 숨졌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어린 자녀를 둔 가정에서는 외출을 꺼리고 사실상 집안에서만 지내는 사람들도 적지않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근거가 부족한 소문까지 나돌아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마음을 더욱 짓누른다.

일부 학부모들이 아이의 건강을 위해 학교는 물론 학원까지 당분간 휴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는 "학교가 더 안전하다"고 일제휴교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 "사실상 고립생활"..억측.소문도 무성
5세 아이를 둔 정수안(35.경기도 의왕시)씨는 한 달 전부터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지 않고 있다. 외출도 웬만해선 꺼린다. 혹시나 신종플루에 감염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정씨는 "지난달에 감기에 걸려 한동안 고생한 뒤로는 유치원에 아예 보내지 않고 있다"면서 "사람들이 많은 곳은 가기가 꺼려져 아이와 사실상 고립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2 딸과 중2 아들을 둔 강 모(43.강남구 개포동)씨도 어린이 2명이 신종플루로 사망했다는 소식에 패닉상태에 빠졌다.

강씨는 "미국에서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되고 한국에서도 어린이가 2명이나 사망했다는 소식에 무척 불안하지만 손을 깨끗이 씻으라는 것 말고는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그는 "정부에서는 대유행은 아니라고 하는데 현 상황이 어떤지, 다른 문제는 없는지 구체적으로 밝혀 불안을 조금이라도 덜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9세 아들을 둔 최민우(42.광주시 운암동)씨는 "미국에서도 건강한 아이들이 신종플루로 숨지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 "아이가 고위험군에 속하지 않더라도 안심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신종플루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도 떠돌고 있다.

`A유치원은 신종플루 확진 환자가 생겼는데도 돈 때문에 휴업하지 않고 계속 아이들을 받는다더라'라든가 `B학생은 신종플루에 걸렸는데도 수업에 처지지 않도록 해열제를 먹고 계속 학원에 나온다더라'하는 식이다.

5세 딸을 둔 안모(36.강서구 양평동)씨는 "주변에서 하도 `카더라'라는 얘기가 많이 떠돌아 더욱 불안하다"면서 "그냥 아무데도 보내지 않고 집에 있는게 상책인 것같다"고 말했다.


◇ "휴교만이 최선의 예방" Vs "학교가 더 안전"
학교가 신종플루 확산의 주요 통로일 수 있다는 소식에 '휴교'를 통한 적극적인 예방을 원하는 학부모들도 많다.

국내 확진 환자 가운데 80%가 넘는 4만1천500여 명이 학생으로, 대다수가 학교에서 감염되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1학년짜리 딸을 둔 임은주(35.인천 연수구)씨는 "딸 아이 학교의 다른 학년 학생 중에 신종플루 환자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놀랐다"며 "휴교는 교장 재량이라던데, 엄마 입장에서는 내일부터라도 당장 휴교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을 둔 고동선(37.마포 상암동)씨도 "학교에서 곧 신종플루 예방접종이 시작된다고 들었는데 그전까진 휴교를 했으면 좋겠다"며 "가능하면 학원까지 강제로 휴업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휴교나 휴업을 학교장이 최종 결정하며 학교별 산발적 휴교가 이뤄지는 가운데,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요구하는 학부모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초등학교 4학년 아이를 둔 학부모 이 모(39)씨는 "어떤 학교는 휴교를 하고 어떤 학교는 휴교를 안 하는데 도대체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며 "하루 3천 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한다는데 휴교를 통한 확실한 예방조치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고3 학부모들은 더 애가 탄다.

고3 수험생 자녀를 둔 김금연(46.일산 탄현동)씨는 "지금 수능도 17일밖에 남지 않아 어차피 다들 각자 공부하는 시점"이라며 "다들 불안해 죽겠는데 차라리 휴교를 하다 바로 수능을 치는 방안을 검토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인터넷에서도 `일제 휴교'를 놓고 논쟁이 뜨겁다.

다음 아고라에 글을 올린 아이디 `푸른초장'은 "뒤늦은 감이 없지는 않지만 이제라도 학교 휴교령에 대해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아이디 `참나무인형'도 "작은 불을 초기에 잡지 못하면 걷잡을 수 없는 큰불로 번지듯 그(휴교) 시기가 늦으면 늦을수록 신종플루 대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고 신속한 대응을 당부했다.

반면 아이디 `Balmung' 등 일부는 `신종플루에 걸리더라도 대개 일반 독감처럼 지나가니 너무 호들갑떨지 말고 자중하자'는 등 차분한 대응을 요구했다.

정부는 아직까지는 전국 학교의 일제 휴업이나 조기 방학 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지역 사회 감염이 확산되면서 휴업을 한다고 예방되는 단계는 이미 지났기 때문에 휴업은 학습권만 침해할 수 있다"며 "학교에서 철저한 대응을 하고 있으므로 오히려 학교에 있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