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한 물리학 碩學
'제2의 이휘소' 사건?
초전도 연구 분야의 국내 최고 권위자로 알려진 서울 사립대 물리학과 이모(58) 교수가 "좋은 논문을 내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채 사망했다.
조선닷컴 2월 27일 보도
자살한 교수는 '한국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한국과학상 물리학 부문을 수상하는 등 초전도체 분야에서 최고 석학으로 꼽힌 인물이다. 그랬던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자 일부에선 '제2의 이휘소 사건'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고 이휘소 박사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 한국의 핵개발을 돕다가 석연치 않은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세계적인 물리학자다. 초전도체 권위자인 이 교수의 죽음에도 진짜 이런 사연이 있는 것일까.
미래 한국의 원천기술로 꼽히는 핵융합발전과 초전도체의 관계를 살펴봐야 한다. 섭씨 1억도가 넘는 온도에선 수소와 같은 가벼운 원자핵들이 서로 융합돼 무거운 헬륨 원자핵으로 바뀌면서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한다. 이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 핵융합발전이다. 핵융합로에 필수적인 게 초전도체다. 초전도 자석이 강한 자기장도 생성하고 에너지 손실도 막는 기능을 한다.
초전도체(超傳導體)는 특정 온도에서 저항 자체가 아예 없이 전류가 흐르는 물질을 말하며 자기장을 밀쳐내는 성질도 가지고 있다. 초전도체는 핵융합로 외에 자기(磁氣)부상열차에도 이용된다. 우리 일각에서 초전도체 기술이 핵융합로에 쓰이는 점을 들어 이 교수가 이것과 관련된 획기적 기술을 개발했고 그의 죽음 배후에는 음모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추측은 지나친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내 유명 사립대를 졸업한 후 미국에서 석·박사와 박사후 연구원을 지낸 이 교수는 1993년 수은계 초전도체를 개발하면서 세계적인 과학자가 됐다. 2001년에는 절대온도 39K(영하 234도)에서 초전도 현상을 나타내는 MgB²(이붕소마그네슘) 박막을 세계 최초로 만들어내 주가를 올렸다. 이붕소마그네슘이 비교적 높은 온도에서 초전도 현상이 가능하다는 것이 밝혀지자 전 세계 과학자들이 상용화를 위한 박막 개발에 뛰어들었는데 이 교수가 가장 먼저 두께 5~100㎛의 박막 제조에 성공한 것이었다.
이듬해 그는 국내학자로는 최초로 미국 물리학회에 초청돼 강연했고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의 정회원도 됐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 가능성이 큰 학자로 꼽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자신에 대한 세간의 기대가 높아질수록 부담감도 커져갔다. 20여년 동안 몸담았던 학교를 떠나 2008년 모교 교수로 자리를 옮긴 그는 이후 만족할 만한 연구실적을 내지 못하자 압박감에 시달렸다고 한다. 다른 나라에서 새로운 초전도체를 속속 개발한 것도 스트레스로 작용했다. 작년 일본 과학기술진흥기구의 '과학기술·연구개발 국제비교 보고서'엔 중국이 신형 초전도체 분야에서 한국을 추월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이공계 학자들이 학교나 연구실을 옮겨 실험실 환경이 바뀌면 1~2년 정도 적응기간이 필요하다. 이 교수는 세계적 성과를 빨리 내놓겠다는 부담감을 느낀 데다 연구인력과 장비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관계자는 "최소 10명 이상의 숙련된 석·박사급 연구원을 뽑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작년 겨울 참가한 해외학술대회 등에서도 다른 나라 학자들과 만나면서 자극을 받아 마음이 급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초전도현상은 1911년 네덜란드 과학자 온네스가 수은을 냉각시키는 과정에서 발견했다. 절대영도(0K·섭씨 영하 273도)에 가까운 영하 269도에서 저항이 사라지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 이때부터 시작된 초전도체 연구는 이런 현상을 일으키는 온도를 얼마나 더 높이느냐의 경쟁이 됐다.
온도가 너무 낮으면 비용이 많이 들어 실용화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새로운 산업혁명' 또는 '에너지 혁명' 등으로 불리는 초전도체 연구는 엎치락뒤치락하며 각국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분야다.
파급효과가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우선 에너지 손실을 막을 수 있다.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가정이나 공장에 손실 없이 보낼 수 있고 각종 가전제품에서도 마찬가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노트북 컴퓨터가 열 받아 뜨거워지는 경우도 없게 되는데 이는 전기가 저항 때문에 열 에너지로 전환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화제가 된 영화 '아바타'에서 지구인들이 나비족 마을에서 노린 것도 가상의 초전도체 언옵타늄이다.
이밖에도 초전도체로 강력한 자기장을 발생시켜 지상군의 각종 전기전자시스템을 파괴하는 군사용 무기로 쓰거나 초전도체 전동기 선박과 초전도체 수퍼컴퓨터도 만들 수 있는 등 활용분야는 무궁무진하다. 그런데 이런 청사진들이 실현되려면 절대영도 같은 초저온이 아닌 가능한 한 높은 온도에서 초전도 현상을 나타낼 수 있도록 개발해야 한다. 이 교수가 평생 매달린 분야가 바로 이 같은 고온 초전도체 개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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