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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인물열전

은둔 수학천재 100만달러 상금 받으러 나타날까 (조선닷컴 2010.03.21 14:10)

은둔 수학천재 100만달러 상금 받으러 나타날까

입력 : 2010.03.21 14:03 / 수정 : 2010.03.21 14:10

(사진 왼쪽)푸앵카레의 추측을 푼 은둔 수학천재 그리고리 페렐만. (사진 오른쪽)페렐만의 이야기를 다룬 책 '완벽한 계산:한 천재와 세기의 수학적 발견'

수학계의 7대 난제(難題) 중 하나인 ‘푸앵카레 추측’을 풀어낸 러시아의 은둔 수학천재 그리고리 페렐만(44)이 이번엔 100만 달러의 상금을 받으러 나타날까.

뉴욕타임스는 20일, 페렐만이 미국 클레이 수학연구소가 주는 상금 100만 달러의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전했다. 이 상금은 지난 2000년 클레이 수학연구소가 수학계의 7대 난제를 풀어낸 사람에게 주기로 한 것이다. 페렐만이 이 상금의 수상자로 결정되면서, 7년 가까이 세상의 주목을 피해 사는 그가 이 상금을 받으러 공식 석상에 나타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임스 칼슨 클레이 수학연구소장은 “페렐만이 적절한 시기에 참석 여부를 알려올 것”이라고 말했다.

푸앵카레 추측은 1904년 프랑스의 수학자 앙리 푸앵카레가 제기한 위상 기하학 문제로, 기본적으로 ‘3차원에서 두 물체가 특정 성질을 공유하면 두 물체는 같은 것’이라는 추측이다. 이 추측을 풀기 위해 100여년간 수많은 수학자가 매달렸으나 풀리지 않았다.


2003년 당시로서는 무명(無名)의 수학자였던 페렐만이 ‘푸앵카레 추측’을 푸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하자 서방 수학자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많은 수학자가 연구팀을 조직해 꼬박 3년에 걸쳐 페렐만의 풀이법을 검증한 결과 페렐만이 옳았다는 것이 밝혀졌다. 당시 연구팀은 페렐만이 3쪽으로 정리한 풀이법을 검증하기 위해 수백쪽이 넘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정작 당사자인 페렐만은 풀이법을 인터넷에 올려둔 채 외부와의 접촉을 끊었다.

국제수학자연맹(IMU)은 부랴부랴 2006년 페렐만을 수학 분야의 노벨상 격인 ‘필즈상’ 수상자로 선정했지만, 페렐만은 수상을 거부했다.

페렐만은 당시 영국의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언론의 주목을 받을 만한 사람이 아니다”라며 “좋아서 수학을 연구했을 뿐 돈을 버는 데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페렐만은 구(舊)소련 출신 수학자로 원래 다양한 군사 목적에 필요한 수학 연구를 수행했다. 소련이 붕괴하고 나서 그는 실력을 인정받아 미국으로 건너가 연구 활동을 했다. 그러나 실적을 강조하는 미국 학계의 분위기에 실망을 느끼고 다시 러시아로 돌아가 공식 활동을 하지 않은 채 은둔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그는 현재 실직(失職) 상태인데다 생활고를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