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진단-1] 거래 올스톱..'돈맥경화' 심화
#장면1: 평촌신도시 A아파트에 사는 직장인 최모(37)씨.
최씨는 올해 초 서울로 이사를 오기 위해 살던 아파트를 중개업소에 내놨지만 석 달째 팔리지 않고 있다.
중개업소 몇 곳에 전화를 하고 주말마다 찾아도 가보지만 “매수자가 없으니 기다려보라”는 답변뿐이다.
최씨는 “원래 받으려던 가격보다 1천만~2천만원 깎아주려 해도 살 사람이 없다”며 “올봄에 서울로 들어오려 했던 계획이 물거품이 될 모양”이라고 한숨지었다.
# 장면2: 서울 노원구 상계동 B아파트 단지에서 근무하는 공인중개사 김모(48)씨.
김씨는 요즘 중개업소 문을 열기가 두렵다. 온종일 가게를 지켜봤자 걸려오는 고객의 문의 전화는 5통 남짓. 그나마 ’아직도 매수자가 없느냐’며 매물을 내놓은 집주인들의 재촉 전화가 대부분이다. 요즘 같으면 가게 월세와 관리비 내기도 버거울 지경이다.
김씨는 “요즘은 매맷값이 싸다 비싸다 논하는 사람도, 가격을 흥정하려는 사람도 전혀 없다”며 “상계동에서 중개업소를 시작한 지 20년 만에 이런 불황은 처음”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주택시장이 싸늘하게 얼어붙고 있다.
예년 같으면 신혼부부, 직장인들이 움직여야 할 봄 이사철이지만 올해는 아예 매수세가 실종됐다.
이 때문에 주택시장에는 점점 매물이 쌓인다. 집을 꼭 팔아야 할 사람은 이사를 못 가거나 대출금을 못 갚고, 새 아파트 분양 잔금을 못 치르는 등 고통받고 있다. 주택시장에 돈이 안도는 이른바 ’돈맥경화’ 현상이 가져온 부산물이다.
이런 현상은 지난 2월 설연휴가 끝난 뒤 점점 더 악화하는 추세다.
거래 침체가 계속되면서 가격도 하락세다.
28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1월 한 달 새 0.21% 올랐던 서울 아파트값은 2월 들어 0.01% 소폭 상승했지만, 이달에는 -0.09%의 하락세로 돌아섰다.
신도시 아파트값도 2월까지 0.01%의 미미한 상승세를 보였지만 3월 들어 0.12% 떨어졌다.
경기도에선 2월 -0.03%, 3월 -0.11% 등으로 하락세가 가팔라지는 추세다.
부동산114 김규정 본부장은 “최근 주택시장에 돈이 유입되지 않고 있어 사정이 급한 사람은 급매물로 내놓지만 그나마도 잘 안 팔린다”며 “최근 한두 달 새 매매거래를 한 건도 못한 중개업소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강남권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작년 연말 ‘반짝’ 상승세를 보였던 재건축 아파트값이 약세로 돌아서면서 이달 들어 강동구 0.38%, 송파구는 0.36% 하락했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는 현재 11억5천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불과 한두 달 전 12억3천500만~12억5천만원에 거래된 것에 비하면 7천만~1억원이나 떨어진 것이다.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이달 초 안전진단 통과 당시 102㎡형이 10억원 선에 시세가 형성됐다가 현재 9억8천만원으로 2천만원 하락했다.
대치동 E공인 관계자는 “안전진단 통과에 대한 기대감이 잠시뿐이었고, 재건축 사업성과 집값 상승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확산되면서 매수자가 나서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노원구(-0.23%), 금천구(-0.20%), 중구ㆍ중랑구(각 -0.07%) 등 비강남권도 하락세를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노원구 중계동은 학군수요가 마무리되면서 건영3차 107㎡의 경우 연초 6억1천만원에서 현재 5억6천만~5억8천500만원으로, 주공8단지 71㎡는 2억9천500만원에서 2억7천~2억8천만원으로 떨어졌다.
분당 시범단지 삼성ㆍ한신아파트는 108㎡가 올해 초 6억4천만~6억5천만원에 거래됐으나 현재 6억원선에 매물이 나와있다.
인근 N공인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거래가 ’올스톱’됐다고 보면 된다”며 “작년 9월 대출규제 확대 이후에도 중소형은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종종 성사됐는데 올 설 이후로는 급매물도 팔리지 않는다”고 전했다.
연초 불안한 조짐을 보였던 전세시장도 학군 수요가 마무리된 이달 들어 일부 소형 외에는 안정세로 돌아섰다.
양천구 목동 W공인 대표는 “연초 목은초등학교 등 학군 수요로 신시가지 7단지 89㎡의 경우 전셋값이 2억5천만~2억6천만원까지 올랐다가 최근 2억3천만원 선으로 떨어졌다”며 “전세도 대부분 재계약을 선호해 가격이 약세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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