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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부 동 산

162층 부르즈 칼리파도 문 닫았다 (조선닷컴 2010.03.23 15:37)

162층 부르즈 칼리파도 문 닫았다

입력 : 2010.03.23 02:45 / 수정 : 2010.03.23 15:37

두바이=안준호 기자

[금융위기로 멈춰선 두바이 르포] 고장난 승강기 두달째 폐쇄
외국 기업 줄줄이 떠나고… 시내 곳곳에 짓다만 건물들
관광객 급감… 거리 한산

이달 16일 세계 최고층 빌딩(828m)인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있는 '부르즈 칼리파(Burj Khalifa)' 빌딩 앞에는 '공사 중, 출입금지' 표지판이 서 있었다. 주변에는 출입을 막는 줄이 둘러쳐져 있었다.

124층에 있는 전망대를 오가는 승강기의 운행도 중단됐다. '두바이 몰'에서 부르즈 칼리파 전망대로 연결되는 통로는 아예 폐쇄됐다. 올해 초 문을 연 전망대는 잦은 승강기 사고로 2월 7일부터 문을 닫고 보수작업에 들어갔다. 한 직원은 "언제 다시 문을 열지 모른다"고 했다. 부르즈 칼리파에 이달 오픈할 예정이던 '조르지오 아르마니 호텔'의 개장도 다음달 22일로 미뤄졌다. 부르즈 칼리파에 입주해 문을 연 업체는 단 한 곳도 없다.

두바이 현지 여행사에 근무하는 김영철씨는 "부르즈 칼리파의 모습이 두바이의 현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두바이에서는 각종 대형 프로젝트들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중단됐기 때문이다.

과거 부르즈 칼리파는 '부르즈 두바이'라 불렸다. 그러나 작년 말 두바이가 모라토리엄(채무상환 유예)을 선언하고 아부다비가 두바이에 100억달러를 지원키로 한 뒤 UAE연방 대통령이자 아부다비 통치자인 셰이크 칼리파의 이름을 따서 '부르즈 칼리파'로 이름이 바뀌었다.

180만명이던 두바이 인구 지금은 150만명

17일 오후 두바이의 중심 거리인 '셰이크 자이드 로드'는 퇴근 시간대인데도 한산했다. 해변을 따라 주상복합 건물이 길게 늘어선 '주메이라 비치' 단지는 오후 7시가 넘었는데도 불 켜진 곳이 거의 없었다. GS건설의 UAE 사업을 총괄하는 승태봉 상무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중단·취소되면서 해외 기업과 두바이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제3국인들이 일자리를 잃고 두바이를 떠났다"며 "주택과 오피스 등의 공실률이 70%에 이른다"고 말했다.

두바이 국영 개발회사인 두바이월드는 작년 10월 전체 인력의 15%(1만2000여명으로 추정)를 감원했다. 두바이에 진출했던 GS건설·대우건설·현대건설 등 국내 건설사들도 사무소를 아부다비로 옮겼다. 180만명에 달하던 두바이 인구는 금융위기 이후 150만명으로 줄었다.

집값도 떨어지고 있다. 한국 교민 이모씨는 "고급 주택의 경우 70억원대까지 치솟았다가 현재 30억원대로 반토막이 났다"며 "침실 3개를 갖춘 주택 임대료도 연 8000만원에서 절반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UBS은행은 내년까지 두바이 부동산 가격이 추가로 30%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두바이는 세계 최고층 빌딩인‘부르즈 칼리파’등 초고층 빌딩들을 잇달아 세우며‘사막 위의 기적’을 일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두바이 경기는 좀체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AP 뉴시스
공사 중단, 방치된 건물

두바이에선 각종 중장비가 동원돼 도로 등 기반시설 공사가 한창이었다. 그러나 철골구조만 드러낸 채 공사가 중단된 현장도 곳곳에서 보였다.

인공섬인 '팜 주메이라' 초입엔 '팜 주메이라 빌리지 센터' 부지가 시멘트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땅만 파놓은 채 방치된 이곳은 두바이월드의 자회사인 나킬(Nakheel)이 지상 47층짜리 주상복합 2개동과 쇼핑몰, 백화점, 극장 등 복합쇼핑몰을 건설할 예정이었다. 2008년 말 삼성물산이 10억8000만달러 규모의 공사를 수주했지만 나킬은 작년 4월 계약을 취소했다.

부르즈 칼리파 등이 있는 비즈니스 베이 지역에는 공사가 중단된 채 방치된 건물이 여럿 눈에 띄었다.

두바이 GDP의 20%를 차지하는 관광산업도 동반 침체 중이다. 7성급인 돛단배 모양의 '부르즈 알 아랍' 호텔은 평소 객실 구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작년 초부터 관광객이 급감해 패키지 여행 상품을 내놓았다. 한 관광 가이드는 "2년 전만 해도 방이 없다던 호텔들이 이젠 여행사를 찾아다니며 상품을 판매한다"며 "객실료도 30~40% 떨어졌다"고 말했다.

두바이 도심과 외곽에서는 시멘트와 철골구조만 드러낸 채 공사가 중단된 건물들이 눈에 많이 띈다. /두바이=안준호 기자

대표적 관광지인 아틀란티스 호텔의 수족관도 한산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쇼핑몰인 두바이 몰을 찾는 관광객도 눈에 띄게 줄었다. 한 명품 매장 직원은 “금융위기 후 고객이 30% 정도 감소했다”고 말했다.

발버둥치는 두바이

두바이 정부는 최근 부모와 동반한 16세 이하 어린이에 대해 항공료와 호텔 숙박비, 놀이공원 입장료 등을 받지 않는 ‘공짜’ 여행 프로그램을 올 5월부터 운영키로 했다.

두바이 시민들은 UAE의 수도인 아부다비와 시속 200㎞의 철도로 연결하는 데 기대를 걸고 있다. 아부다비에 본사를 둔 유니언 철도(Union Railway)는 올 8월 입찰을 실시, 연내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130㎞ 거리인 두 도시가 철도로 연결되면 1시간 내에 왕래가 가능해 출퇴근도 할 수 있어 그나마 두바이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현재 두바이엔 주택이 남아돌고, 아부다비엔 주택이 부족한 형편이다. 현지인들은 두바이의 금융·물류·관광 인프라가 철도를 통해 아부다비의 석유자원 및 자금과 접합되면 시너지(결합) 효과를 내 두바이의 경기회복이 다소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르즈칼리파 전망대, 개장 한 달 만에 운영 중단

  • 조선닷컴

입력 : 2010.02.08 15:24 / 수정 : 2010.02.08 15:27

4일(현지시간) 세계 최고(最高) 건물인 부르즈칼리파(옛 부르즈두바이)에서 개장식을 맞아 화려한 불꽃놀이가 진행되고 있다. ...

세계 최고(最高) 높이 건물인 부르즈칼리파의 전망대가 ’기술적 문제’ 때문에 개장 한 달 만에 운영이 중단됐다.

부르즈칼리파 운영사 ‘에마르’는 162층 건물의 124층에 마련된 전망대에서 전력공급 문제가 발생해 지난 7일 오후부터 관람객 입장을 중단시키고 보수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8일 밝혔다.

에마르는 보도자료를 통해 “전력공급과 관련한 기술적 문제가 발생, 승강기 담당업체가 문제를 점검하고 있는 중”이라며 “수리가 완료되는 대로 운영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마르는 이미 예약한 사람들에게는 입장료를 환불해 주거나 예약일을 바꿔줄 예정이다.

부르즈칼리파 전망대의 입장료는 100디르함(약 3만2000원), 즉시 입장권은 400디르함(약 12만8000원)으로 비교적 비싼 편이지만 지난달 4일 개장 이후 매일 3000명에 가까운 입장객이 몰리는 등 인기를 끌어 왔다.

1층 로비와 124층 전망대를 잇는 승강기 2대는 500m 높이 전망대까지 채 1분도 걸리지 않는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승강기지만 지난달 9일에는 전망대 승강기가 갑자기 멈춰 승객들이 높이 430m 지점에서 1시간가량 갇히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높이 828m의 부르즈칼리파는 1∼39층은 호텔, 40∼108층은 고급 아파트, 109층 이상은 사무실로 이뤄졌다. 현재는 전망대만 운영되고 있지만 이달 아파트, 사무실 입주가 시작되고 다음달에는 호텔이 개장할 예정이다.

속 빈 '부르즈 칼리파<버즈 두바이에서 개명>'… 또다시 마천루의 저주?

입력 : 2010.01.06 03:39 / 수정 : 2010.01.06 16:11

공실률 25% 이상 될 듯 사무실·아파트값도 반토막 "두바이 더 큰 위기 오나" 우려


"초고층빌딩 처음은 어려워… 결국엔 성공한다" 낙관론도

유하룡 부동산팀장

"1, 2, 3… 827… 828"

지난 4일 오후 8시(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Burj Khalifa·옛 버즈 두바이) 빌딩 앞 야외무대. 초대형 전광판을 통해 1부터 시작된 숫자가 '828'에서 멈추자 숨을 죽이고 있던 수천명의 관람객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쳤다. 막판까지 숨겨왔던 세계 최고층 건물의 높이가 처음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두바이의 꿈'으로 불리는 부르즈 칼리파는 이날 화려한 개장식을 갖고 전 세계에 위대한 탄생을 알렸다. 채무상환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 셰이크 모하메드 두바이 통치자도 이날만은 VIP석에서 모든 근심을 잊은 듯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부르즈 칼리파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희망과 우려가 교차한다. 지금 같은 경제 위기에 건물이 다 들어찰 수 있겠느냐는 우려와 모든 초고층 건물이 처음엔 어려움을 겪지만 결국엔 대부분 성공했다는 낙관론이 그것이다. 10여개의 초고층 빌딩을 추진 중인 우리나라에도 부르즈 칼리파의 운명은 남의 일이 아닐 수 있다.

역대 세계 최고층 빌딩들은 완공과 함께 그 나라 경제가 추락하는‘마천루의 저주’에 시달렸다. 미국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왼쪽)과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타워 역시 그런 사례였다. /조선일보 DB

아파트값 반토막… 입주율 75% 머물듯

'오늘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 개장했지만, 가장 꽉 들어찬 건물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4일 부르즈 칼리파의 운명을 이렇게 예견했다. 블룸버그는 부르즈 칼리파의 입주율은 올 연말까지 75% 선에 머무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현지의 한 애널리스트는 "지금 같은 시기에 어떤 기업이 그렇게 사치스런 사무실을 빌리겠느냐"고 지적했다. 부르즈 칼리파는 피트니스센터, 전망대 등 고급 커뮤니티시설을 대거 갖추고 있다. 문제는 관리비. 1㎡당 800~900디르함(약 25만1000원~28만2000원)으로 주변 다른 빌딩(180~200디르함)의 4배가 넘는다.

부르즈 칼리파의 개발사인 에마르(Emaar)의 모하메드 알라바르 회장은 최근 "부르즈 칼리파는 약 90%가 팔렸다. 이미 수익을 내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상황이 녹록지는 않다. 부르즈 칼리파를 비롯한 두바이 일대 아파트와 사무실 가격은 1년 전보다 50% 이상 떨어졌고,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부르즈 칼리파의 아파트 가격은 2008년 최고치(1㎡당 2만7000달러)에서 반 토막난 상황이다. 월스리트저널(WSJ)은 "두바이의 부동산 가격은 연말까지 30%쯤 더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코노미스트(Economist) 역시 "이 건물의 아파트 900채는 3년 전 거품이 가장 컸을 때 다 팔렸지만 대부분 투자 목적이어서 거주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계 최고층 빌딩‘부르즈 칼리파’가 지난 4일(현지시각) 화려한 개장식을 가졌다. 그러나 이 건물은 올 연말까지 공실률이 25%에 달할 것으로 보여‘속 빈 강정’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뉴스

'마천루의 저주' 이번에도…

부르즈 칼리파에 대한 또 다른 우려는 '마천루의 저주'(skyscraper curse)가 이번에도 들어맞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마천루의 저주란 하늘로 치솟는 초고층 빌딩이 완공되면 그 나라 경제가 추락한다는 것. 1999년 도이치방크의 분석가 앤드루 로렌스가 과거 100년간 사례를 분석해 주창한 가설이다. 1930년과 1931년 뉴욕에 크라이슬러빌딩과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이 세워질 무렵 뉴욕증시는 대폭락을 기록하면서 세계 경제 대공황이 진행됐다. 1970년대 중반엔
뉴욕에 세계무역센터(WTC)가, 시카고엔 시어스타워가 각각 완공됐지만 곧이어 오일 쇼크에 따른 경제난이 불어 닥쳤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페트로나스타워가 완공된 1998년엔 아시아 전체가 외환 위기로 휘청거렸다. 부르즈 칼리파가 완공을 눈앞에 둔 작년 말 두바이에는 금융 위기란 대재앙이 몰아닥쳤다.

초고층 건물을 지은 개발사도 저주에 시달렸다.
영국 런던 카나리워프에 유럽 최고층 빌딩을 지은 부동산회사 O&Y는 부도를 냈고,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20년간 개발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 초고층 빌딩이 애물단지가 되는 이유는 비싼 몸값 때문이다. 100층 이상을 지으려면 각종 첨단기술에 특수 자재가 사용돼 건축비가 2~3배 더 든다. 유지 관리비가 비싸다 보니 임대료도 높아 완공 후 몇 년간 텅 비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일각에선 초고층 빌딩이 결국엔 성공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주장도 있다. 페트로나스타워는 1998년 외환위기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금은 세계적 관광명소로 주가를 높이고 있다. 타이베이 101도 완공 후 3년 동안 높은 공실률에 시달렸지만 최근엔 빈 사무실이 거의 없다는 것.

고려대 김상대 교수는 "2조~3조원하는 초고층 빌딩 때문에 한 나라 경제가 흔들린다는 것은 난센스"라며 "대부분 초고층 빌딩이 초기에는 어려움을 겪지만,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보면 제자리를 잡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