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트위터의 명암] [上] 마음껏 지저귀고 놀다간 중독된다
입력 : 2010.04.16 03:08 / 수정 : 2010.04.16 09:41
"닫혀진 인간관계 해방구" 전세계 1억명 이상 접속, 우리나라도 60만명 넘어
실시간 특성으로 몰입 위험, 게임 못지않은 문제 가능성… 국내 악영향 대책 거의 없어
하씨와 같은 사람들을 '트위트 홀릭(Tweet-Holic)'이라고 한다. '트위트 홀릭'은 지인이나 친구를 만나도, 그들과의 대화보다는 '트위트(tweet·트위터에 글을 올리는 것)'에 몰두한다. 한순간이라도 트위터에서 접속이 해제되면 안절부절못한다. 최근 이용자가 전 세계적으로 1억명을 돌파한 '트위터'는 국내에서도 벌써 60만명 이상이 이용하고 있지만, 최근'트위터 중독'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아기가 사경(死境)을 헤매는 상황을 트위터에 올린 주부
트위터에는 국내 싸이월드의 1촌과 비슷한 등록 수신자(follower·팔로워)가 있다. 예컨대 박용만 두산 회장의 트위터(@solarplant)를 수신 등록(following)하면 박 회장이 쓴 수십 건의 글들을 매일 받아볼 수 있다. "여보 나 좀 빠진 거 같지 않아? 요즘 운동 열심히 했걸랑. 뷘마마 그냥 일어서서 부엌으로 가며 일갈, 배나 내려다보면서 얘기해."(박 회장의 트위터 글)
트위터 예찬론자 박 회장에게는 2만9900명의 팔로워들이 있다. 이들은 이런 글을 통해 박 회장의 생활과 개인 의견을 알 수 있다. 이들은 왜 트위터에 열광할까.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외로워서. 닫혀진 인간관계 속의 또 다른 해방구"(@funcoder 3d), "소소한 내 얘기를 들어줄 친구가 필요해서겠지요"(@herbalist67) 등이 이용자들의 대답이다.
많은 이들이 열광하는 만큼, 중독의 위험성도 크다. 작년 12월 14일 미국 플로리다에서 2살짜리 아기가 가족용 실내풀에 빠졌다. 11살 난 형이 발견해 구급대를 불렀지만 너무 늦게 도착해 끝내 익사(溺死)했다. 그런데 아기의 엄마 로즈는 이런 상황을 트위터에 올렸다. 네티즌들은 "그렇게 트위터에 상황을 빨리 올릴 정신으로, 아기 살리는 데 서둘렀으면 안 죽었을 수도 있다"며 비난했다.
국내에 중독 수준의 '트위트 홀릭'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한 조사는 없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한국을 '트위터'를 포함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국가 중 하나로 꼽았다. 그만큼 트위터 중독의 위험성이 크다는 것. 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의 고영삼 센터장은 "지금은 인터넷 중독이 사회 문제지만 곧 모바일 중독이란 개념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국내 트위터의 이용자는 지금 대부분 20~30대 회사원이다. 앞으로 10~20대 초반의 학생들이 트위터에 몰입하기 시작하면 게임 중독 못지않은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진짜 삶을 되찾고 싶다면 트위터를 탈퇴하라"
미국에서는 최근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탈퇴 운동이 일고 있다. '웹2.0 자살기계(www.suicidemachine.org)'가 대표적이다. 이 사이트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삭제 버튼을 누르면 그동안 트위터에 올라간 글과 사진이 지워지고 자동 탈퇴 처리된다.
하지만 국내에는 이런 트위터 등 SNS의 중독·사생활 침해·거짓 정보 유통 등의 악영향에 대한 조사나 대책이 전무한 실정이다. KT의 트위터 마케터인 조중환 매니저는 "트위터 시스템은 한 시간에 150건 이상의 글을 올리면 더 글을 못 올리게 '제한(limit)'하는데, 그러면 다른 아이디로 접속해 글을 올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연세대 이동귀 교수(심리학)는 "트위터 사용이 제한될 때 불안감과 같은 심리적 불편함이 느껴지면 중독을 의심해야 한다"며 "이때는 전문적인 상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트위터(Twitter)
새들의 지저귐을 뜻하는 '트위터'는 2006년 미국 잭 도시(Dorsy) 등이 만든 서비스. 스마트폰이나 PC를 통해 140자 이내의 메시지를 지인들에게 보낼 수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다. 즉, 자신의 신변잡기나 의견을 써서 올리면, 수십~수만명의 팔로워(수신 등록자)에게 즉시 전달된다. SNS는 이렇게 인터넷에서 가상의 인간관계를 맺어주는 서비스를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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