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04.17 07:45
사람은 누구나 반드시 한 번 죽는다. 인간은 자신의 죽음을 아는 유일한 생명체이다. 죽음 앞에서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드물다. 인간의 죽음을 연구하는 사망학(thanatology)은 삶의 마지막 순간에 존엄성을 잃지 않고 세상을 하직하는 방법을 모색한다.
1969년 사망학 개척자인 스위스 출신 정신과 의사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1926~2004)는 죽음의 과정을 설명한 '사망과 임종에 대하여(On Death and Dying)'를 냈다. 이 책에서 그는 말기 환자를 대상으로 임종의 정신 상태를 분석한 5단계 모형을 제시했다. 5단계의 영어 첫 글자를 따서 다브다(DABDA) 모델이라 불린다.
(1)부인(denial)- 첫 번째 단계에서 많은 사람은 죽게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말기 환자는 "아니야, 나는 아니야"라고 불치병에 걸린 사실을 부인함과 동시에 고립되는 듯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2)분노(anger)- 부인은 두 번째 단계에서 분노나 원망으로 바뀐다. "왜 하필 나야? 왜 이렇게 재수가 없지"라고 투덜대며 정서 불안을 나타낸다. 가족과 의사는 인내심을 갖고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환자를 보살펴야 한다.
(3)거래(bargaining)- 죽음을 지연시키는 방법을 찾으려고 온갖 궁리를 한다. 천주교 신자라면 하느님과 담판을 시도한다. 하느님에게 자신의 생명을 연장시켜 달라고 애원하고 자신의 부탁을 들어준다면 "천주님의 영광을 빛낼 일에 여생을 바치겠다"고 하거나 "새 사람으로 태어나겠다"고 약속한다. 거래는 모든 사람에게 나타나는 단계는 아니지만 죽음을 앞둔 환자의 절박한 심정을 잘 보여준다.
(4)우울(depression)- 병세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음을 깨닫게 되면서 절망 상태에 빠진 환자는 우울증에 시달린다. 우울증의 빌미는 다양하다. 죽은 뒤 남겨질 배우자나 자식에 대한 걱정,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마무리하지 못하는 상실감 등을 들 수 있다.
(5)수용(acceptance)- 마지막 단계는 죽음에 임박하여 이 세상과 결별하려는 순간이다. 마침내 죽음이 피할 수 없는 자연현상임을 인정하고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승의 모든 굴레를 벗어던지고 긴 여행을 떠나기 전 마지막 휴식을 즐기는 것처럼 평온한 마음으로 죽음을 기꺼이 수용한다.하지만 모든 사람이 죽음을 자연스럽게 맞이하는 것은 아니다. 최후의 순간까지 죽음의 그림자로부터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치는 사람은 존엄한 임종을 맞이할 수 없기 때문에 가족의 이해와 도움이 절실히 요구된다.
퀴블러로스의 5단계 모형은 미국과 영국의 대학에서 가르칠 뿐만 아니라 책이 세계적 스테디셀러가 될 정도로 대중적 인기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다브다 모델이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2월 중순 미국 심리학자 4명이 펴낸 '통속심리학의 50대 신화(50 Great Myths of Popular Psychology)'는 살아가는 과정이 사람마다 제각각인 것처럼 죽어가는 과정 역시 다르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5단계 과정을 똑같이 밟게 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우울증이 나타나지 않는 사람도 많고 죽음을 선뜻 수용하고 나서 부인하는 환자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죽음처럼 떠나기 싫은 여행도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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