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과장 & 李대리] 사내 보안 스트레스…메신저 감시에 휴대폰 검색까지…"우리가 무슨 죄인이냐"
한국경제 | 입력 2010.08.16 18:30
회사인지 군대인지
스마트폰 없었다면…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김 과장은 얼마 전 구두경고를 받았다. 무심코 사내 자료를 출력해 외부로 유출했다는 이유에서다. 얼마 전 친구가 회사에서 만든 보고서를 받아볼 수 없겠느냐고 청했다. 사내 인트라넷에 올라있는 데다 크게 보안을 요구하는 자료도 아닌 것 같아서 출력을 해서 건넸다. 하지만 아니었다. 프린트할 때 사번이 입력됐다. 승인없이 사내 자료를 유출한 꼴이 됐다.
사내 보안을 강화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까지 경영전략과 신기술의 정보유출을 막기 위해 다양한 보안책을 도입하고 있다. 사내에서 휴대용 저장장치(USB),노트북,메신저 정보를 보안하는 것은 기본이다. 웹하드에 접속할 때는 임원의 결재를 받도록 하는 회사도 많다. 문서도 저장하자마자 암호화돼 지정된 사용자 외에는 문서를 열어볼 수 없게 돼 있다. 스마트폰 등으로 갈수록 편리해지는 시대에 더욱 강화되는 보안은 때론 김 과장 이 대리들의 짜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보안 때문에 연애도 못해
중견기업에 다니는 강준모 대리(31)는 같은 팀에 근무하는 여자 동료와 비밀 연인 사이다. 그들은 회사에 있을 때 틈날 때마다 사내 메신저로 밀회를 즐겼다. 그러던 어느 날 보안업무를 담당하던 인사팀 과장이 강 대리를 불렀다. 그는 강 대리에게 "사내 메신저는 일할 때 쓰는 것"이라며 "연애질하라고 쓰는 게 아니다"라는 경고를 날렸다. 깜짝 놀랄 수밖에.둘만이 메신저로 주고 받았던 내용까지 세세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알고 봤더니 둘이 주고받던 메신저가 인사팀이 실시한 무작위 검열에 걸린 것이었다. 강 대리가 다니는 회사는 보안을 위해 직원들의 메신저를 정기적으로 검열하고 있다. 그는 "아무리 회사 메신저라지만 개인적인 내용까지 담긴 메신저까지 검열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사내 메신저 사용만 허용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런 규제를 교묘히 피해나가는 직원들도 있다. 대기업에 다니는 손병만 과장(37)은 '듣보잡(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것)' 메신저를 깔았다. 손 과장은 "MSN 네이트온 미스리 FN과 같은 주요 메신저들은 회사의 서버에서 차단되지만 개인이 개발해 배포하는 유명하지 않은 메신저의 경우 회사에서 일일이 차단하기 어렵다"며 "뛰는 회사 위에 나는 직원들은 항상 있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고맙다,스마트폰"
한 대기업에 근무하는 김모 과장(37)은 평소 주식투자를 통해 재테크에 힘써왔다. 은행예금은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제로금리' 시대에 진입한 지 오래인데 다 적립식 펀드 역시 김 과장에겐 큰 매력이 없어 결혼 전부터 주식 직접투자로 돈을 불려왔다. 김 과장의 투자스타일은 장기투자라기보다는 단기간에 잦은 매매를 통해 고수익을 추구하는 편이다. 그런데 5년 전 회사 측에서 사내 전산 시스템에 대한 보안 강화를 이유로 주식투자 사이트에 대한 접속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버렸다. 이때부터 김 과장은 전업 주부인 아내를 '대리인'으로 내세워 주식매매를 해왔다. 주로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통해 '매매지령'을 전달한다. 김 과장이 '삼성전자 20주 시장가 매도'라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면 아내가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식이다.
이런 김 과장에게 스마트폰은 '구세주'와 같았다. 스마트폰을 통해 주식거래가 가능해지면서 더 이상 번거롭게 아내를 통하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다.
◆종이에 금속물질까지 심어놔
한 대기업 계열사는 보안 강화를 위해 특수 금속 물질이 들어간 특수용지만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종이에 금속성 센서물질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서류를 갖고 회사 밖으로 나갈 경우 출구 게이트에서 경고음이 울린다. 이 회사는 오래 전부터 USB나 CD 등에 정보를 담아가는 보안유출을 막기 위해 금속성 물질을 검출할 수 있는 검색대를 마련했다. 그러나 종이는 검출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보고서로 인한 보안 유출이 빈번했다. 이에 회사 측은 금속 물질이 들어간 종이를 마련하는 고육책을 마련했다.
직원들 사이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금속성 물질이 들어간 종이는 일반 용지에 비해 가격이 세 배 이상 비싸기 때문이다. 부서마다 할당된 용지가 턱없이 적기 때문에 인쇄할 때마다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이 회사에 근무하는 윤익준 대리(33)는 "예전에는 인쇄한 후에 보고서에 오탈자가 있는지 체크하곤 했다"며 "요새는 아예 인쇄하기 전부터 미리 꼼꼼하게 보고서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토로했다.
◆특정 사이트는 아예 차단시켜
지난해 대기업에 입사한 김윤미씨(27)는 회사에서 인터넷을 하던 중 특정 언론사의 사이트가 접속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처음에는 인터넷 접속에 오류가 있는 것으로만 알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해당 사이트는 열리지 않았다. 나중에야 그 이유를 알게 됐다. 김씨가 재직 중인 회사에 비판적인 보도를 하던 일부 언론사의 사이트만 열리지 않도록 회사 측에서 조치를 취해 놓았던 것.게다가 특정 용어들의 경우에는 포털사이트에서 검색조차 되지 않았다. 사주(社主)의 이름도 검색이 안 되긴 마찬가지였다. 그는 "아무리 해당 언론사가 회사에 비판적이더라도 인터넷 접속까지 막아놓은 건 과민반응 같다"고 지적했다.
◆'철통보안'군대가 따로 없네
인터넷 업체 연구소에 다니는 안현경 대리(28)는 대학시절 '얼짱각도 원론 교수님'이라 불릴 정도로 셀카의 달인이었다. 그의 휴대폰에 들어있던 셀카 사진만 해도 100여장.하지만 이 회사에 입사를 한 이후로는 사진 찍기를 그만뒀다. 매일 아침 회사에 출근할 때마다 휴대폰 카메라에 사내 정보 보안을 위해 스티커를 붙였는지 검사하기 때문이다. 혹여나 주말에 친구들과 셀카놀이를 하다 스티커 붙이는 걸 깜빡하고 출근하는 날엔 보안 직원이 '회사 하루 이틀 다니냐'라는 눈빛으로 자신을 쏘아보며 카메라에 스티커를 붙여준다. 안 대리는 "내가 회사에 들어온 건지 여군에 입대한 건지 모르겠다"며 "가끔은 휴대폰에 카메라가 있는지도 까먹는다"고 말했다.
◆아찔한 보안검색
대기업사에 다니는 오문태 대리(35)는 신입사원 시절 어렵게 입사했던 회사에서 잘릴 뻔한 경험이 있다. 기획팀에서 근무하는 오 대리는 회사 매출,순익 전망 및 주요 핵심 기술 등이 담긴 보고서를 작성하는 업무를 맡고 있었다. 어느날 하루일과를 마치고 퇴근하던 무렵.적외선 탐지기로 가방 수색을 하던 한 보안요원이 그를 멈춰세웠다. 오 대리의 가방엔 회사의 핵심기밀이 담긴 보고서가 들어 있었다. 그가 실수로 작성 중이던 보고서를 자신의 가방에 넣고 퇴근해 버린 것이다. 한 달여에 걸친 조사 끝에 그는 의도적인 유출이 아니라는 점은 인정받았지만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등줄기에서 식은 땀이 난다.
[金과장 & 李대리]
영원한 숙제 甲과 乙‥`끗발` 소문난 현장소장도…조카뻘 본사 과장 앞에선 쩔쩔
재무팀 대리를 포섭하라
아무리 좋은 기획도 예산 못 따면 꽝, 근사한 레스토랑서 '로비 아닌 로비'
휴가철에만 '甲'
"회사콘도 예약 좀…" 사내민원 급증, 관리부 서무에 때아닌 줄서기
김 과장은 7월 중순 내내 바빴다. 여름휴가를 앞두고 숙소를 잡기 위해서였다. 경비를 아끼자면 회사가 갖고 있는 리조트 회원권을 이용하는 게 최고다. 문제는 경쟁률이 높다는 점.할 수 없이 회원권을 관리하는 총무부의 이 대리에게 매달렸다. 평소의 친분을 들먹이며 "한번 봐주라"고 읍소했다. 반응이 신통치 않자 '점심공세'를 펼쳤다. 이 대리를 따로 모시고,이 대리와 함께 근무하는 입사동기 과장을 같이 모시기도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다음주 3박4일간 휴가를 편안하게 다녀올 수 있게 됐다. "휴가 때만 되면 을(乙)이 돼 이 대리 같은 총무부서 사람을 갑(甲)으로 모셔야 한다"는 게 김 과장의 농반진반(弄半眞半)이다.
김 과장,이 대리들은 '갑을관계'에서 산다. 거래처와도 그렇거니와 사내에서도 그렇다. 때론 '갑'이 되기도 하고,때론 '을'이 되기도 한다. 직급이 낮다 보니 을이 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경우에 따라선 '병(丙)'이나 '정(丁)'으로 내려앉기도 한다.
◆사내선 재무부서가 으뜸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틈만 나면 "여러분 모두가 하나하나 소중한 직원이고 모두가 평등한 관계"라고 강조한다. 실제는 다르다. 부서간에도 서열이 있다. 평상시 제일 센 부서는 돈줄(예산)을 쥐고 있는 재무 · 회계 · 총무 부서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성진 대리(30).그는 기획팀에서 잘 나가는 젊은 사원이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에 실현가능한 기획안을 뚝딱 만들어 낸다. 그런 김 대리에게도 어려움이 있다. 다름 아닌 예산따기다. 중소기업이다 보니 기획자가 예산담당자를 설득해 관련 비용을 받아내야 한다. 그러자면 그 프로젝트가 회사를 위해 얼마나 중요한지 몇번이고 설명해야 한다. 김 대리는 "아무리 그럴 듯한 프로젝트를 기획하더라도 총무팀에서 돈을 안 주면 말짱 헛일"이라며 "프로젝트 비용을 받기 위해 담당 직원을 근사한 레스토랑에 모시기도 한다"고 전했다.
부서간 갑을 관계는 일시적으로 변하기도 한다. 인사철엔 인사팀이 으뜸이다. 회사 내 사건 사고가 터졌을 땐 감사팀이 힘을 준다. 신제품 출시 즈음에는 홍보 · 마케팅 부서의 목소리가 커진다. 요즘 같은 휴가철엔 콘도 회원권을 관리하는 관리부서가 '일시적 갑'으로 등극하기도 한다.
◆'영원한 갑'은 없다
사내에선 '영원한 갑'이 없다. 대기업 계열사에 다니는 이한경 대리(33)도 그런 경우다. 그의 첫 보직은 인사팀이었다. 인사철이면 하늘 같은 부장들도 이 대리를 불러 "담배 한 대 피우자"거나 "요즘 뭐 먹고 싶냐"고 묻곤 했다. 겉으론 "부장님께서 왜 이러십니까"라고 어려워 했지만,내심으론 이런 상황을 즐기곤 했다.
이렇게 5년이 지난 뒤 이 대리는 영업팀으로 발령받았다. 특별한 실수가 있어서가 아니다. "영업을 해봐야 회사를 알수 있다"는 인사담당 상무의 세심한 배려에서였다. 인사 발령과 함께 이 대리의 신분도 갑에서 을로 바뀌었다. 부장들이 지나갈 때마다 한켠에 비켜서서 공손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 이 대리는 "인사팀 생활 5년 만에 갑의 습성이 몸에 뱄다는 것을 부서를 옮겨 보니 느낄 수 있었다"며 "을로 변신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다니는 박모 과장(38)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그는 오랫동안 지사와 현장을 관리하는 업무를 해왔다. 그가 지방에 내려갈 때마다 지사직원들이나 머리가 희끗한 현장 소장도 그를 '상전'처럼 모셨다. 박 과장이 "왜 이러시느냐"고 손사래를 쳤지만 그들은 막무가내였다.
박 과장은 올해 초 전주 지사로 발령났다. 순환근무 원칙에 따라서였다. 박 과장은 누구보다 적응이 빨랐다. 본사에서 내려오는 손님이 있으면 직급을 불문하고 깍듯이 모신다. 박 과장은 "우리 회사에서는 순환보직이니까 사내에서 영원한 갑이 없다는 걸 모두 잘 알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을 같은 갑'이 많다"고 전했다.
◆어려도 힘 있으면 甲
대기업에 근무하는 윤모 과장(33)은 작년 여름 띠동갑 어린 대학생을 갑으로 모셔야 했다. 기획부에서 일하는 그에게 어느 날 인턴 한 명이 배치됐다. 스무 살이 갓 넘은 대학생이 인턴으로 발탁된 것도,기획부에 배치된 것도 이례적이었다. 오랜 해외생활로 한국말을 잘 못 알아듣는 여학생이었다.
의아해하는 그에게 부장을 통해 은밀한 지시가 내려왔다. "중요한 거래처의 사장 딸이니까 알아서 잘 하라"는 것.윤 과장은 "점심 메뉴를 고를 때마다 인턴 마음에 안 들까봐 신경이 쓰였다"며 "일은 못 하면서 일거리를 달라고 조르는 인턴에게 잡일들을 '중요한 일'로 포장해서 넘기느라 나름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회고했다.
그래도 윤 과장은 양반이다. 중견기업의 정모 차장(41)은 사람을 잘못 알아봤다가 경을 칠뻔 했다. 신입사원이 들어 왔는데 태도가 건방지기 짝이 없었다. 버릇을 고쳐주기로 마음먹은 정 차장은 신입사원의 눈에서 눈물이 쑥 빠질 정도로 시시콜콜 업무태도를 나무랐다. 다음날 임원이 정 차장을 불렀다. 그리고는 "어제 야단친 신입사원이 회장님의 막내 아들이네"라고 넌지시 알려줬다. 혼내는 것은 아니지만 알아서 하라는 눈치였다. 그 다음부터 정 차장은 신입사원 앞에서 '영원한 을'이 된 것은 물론이었다.
◆'진상 갑'을 피하라
모든 갑을 관계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문제는 힘이 있다는 이유로 무리한 부탁을 수시로 하는 '진상 갑'들이다. 힘없는 을들은 마음 속으로 '당신 이거 권한남용이야!'라고 외쳐보는 수밖에 없다.
유통업체에 다니는 박모 과장(37)은 툭하면 거래처 간부들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지금 아내와 대리점에 와 있는데 물건값을 얼마나 깎아줄 수 있느냐"거나,"공짜로 제품을 보내달라"는 내용이다. "계열사 호텔을 무료로 이용하게 해 달라"는 전화도 많이 받는다. 박 과장은 "쉬는 날 이런 전화를 받으면 짜증이 몰려오지만 그래도 업무를 위해서 가능한한 민원을 해결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제조업체에 다니는 이들에게 대형 할인마트나 백화점은 갑이다. 전자제품 생산업체에 다니는 한모 과장(40)도 그렇다. 한 과장은 매일같이 할인마트를 방문해 제값을 받는 게 일이다. 그는 "유통업체에서 억지 프로모션을 강요하면서 제품값을 30~40%씩 깎으려 들 때면 울컥하지만,'싫으면 제품 뺄까?'라는데 어쩔 도리가 없다"며 "나중에 그쪽 업체 관계자들과는 사돈도 맺지 않을 생각"이라고 분개했다.
◆알림='김과장&이대리'는 직장 생활에서 일어나는 각종 애환과 에피소드를 싣고 있습니다. 보다 알차고 생생한 내용을 담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의견을 구합니다. '김과장&이대리'에서 다뤘으면 하는 주제와 그에 관한 각종 에피소드,직장생활 성공노하우 등을 직접 작성해 이메일(kimnlee@hankyung.com)로 보내주시면 지면에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김과장&이대리'는 독자 여러분과 함께 만드는 지면입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
[金과장 & 李대리]
영원한 숙제 甲과 乙‥"갑을 관계 매일 느낀다" 46%, "치사해도 참을수밖에" 67%
직장인 550명 설문
직장인 10명 중 8명 이상은 같은 회사내에서도 직원 간 '갑을(甲乙) 관계'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내 '갑'의 위치를 만드는 결정적인 요소로는 직급이나 부서 업무를 꼽았으며 감사관련 부서를 가장 힘이 센 부서로 여기고 있었다.
시장조사업체 이지서베이가 직장인 550명을 대상으로 '회사 내 갑을 관계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느냐'고 질문한 결과 응답자의 85.3%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들 중 갑을 관계를 느끼는 순간으로 '평소에 매일'을 꼽은 사람이 46.1%로 가장 많았다. '팀 프로젝트를 준비할 때'라고 답한 응답자가 32.8%로 뒤를 이었다. 이어서 △회식시간 (8.7%) △출퇴근 순서를 볼 때(7.0%) △출장 때(1.9%) 순이었다.
사내 갑을 관계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으로는 35.6%가 '직급'을 꼽았다. 29.4%는 '부서 및 업무 특성'을, 26.4%는 '인맥 등 네트워크'를 꼽았다. '실력'이라는 응답은 7.2%에 불과해 직장인들은 개인의 능력보다 외부 환경에 의해 갑을 관계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내에서 가장 힘이 센 부서를 묻는 질문에는 '감사관련 부서'라는 응답이 24.2%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예산권을 쥐고 있는 '총무부서'(18.4%),경영 전략을 세우는 '기획부서'(14.7%)가 꼽혔다. 이어 △영업부서(10.0%) △인사부서(6.9%) △생산 · 연구소(3.5%) △홍보 · 마케팅부서(1.3%) 순이었다.
설문에 참여한 직장인 중 61.6%는 '거래처 중에서 갑으로 군림하는 곳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직장인 64.9%는 '직장 안팎에서 갑을 관계 때문에 부당한 취급을 당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부당한 대우를 받을 때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그냥 참는다'고 응답한 사람이 66.9%로 가장 많았다. '싫은 내색을 한다' 23.5%, '상대에게 따진다'는 응답은 7.6%였다.
[金과장 & 李대리]
공채와 경력 `은밀한 갈등`‥굴러온 돌이 사는 법…연줄 총동원 `꼴통` 파악부터
내가 에이스였는데…
情 붙일까 말까…
게시판에 방이 붙었다. '홍길동 경력 입사,마케팅부 命'.사내 곳곳이 술렁인다. 메신저부터 불이 나기 시작한다. "어디서 뭐하던 사람이래? 예쁘대? 일은 잘할까? 성격이 좋아야 할 텐데…." 중 · 고등학교 시절 '공부짱' 또는 '싸움짱'이 전학왔을 때를 떠올리게 하는 은밀한 술렁임이다.
경력직 사원의 입사는 조직에 새 기운을 불어넣는 활력소다. 낙하산 가능성보다는 검증을 거친 인물을 영입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반가움이 경계심을 앞서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공채'와 '경력직' 간 갈등이 여전한 것도 현실이다. 팍팍한 생존경쟁 탓이다. 이직 경험자 절반 이상이 '후회한다'는 설문결과도 이와 무관치 않다.
◆후배면 '무관심',상사면 '무한충성'
기존 직원,이른바 '박힌 돌'의 가장 큰 관심은 서열 파악이다. 경력직이 후배라면 별 반응이 없는 게 일반적이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고 대리(30)는 "후배가 어쩌겠어,우리한테 맞춰야지"라고 말했다. 상사라면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새로 온 상사의 '전방위 스펙'을 알아내는 게 우선.인사팀 · 업계 지인들이 총동원된다. 그의 취향을 알아내 눈에 드는 게 최우선 목표다. 고 대리는 "새 상사에게 '고 대리는 내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려고 일단 납작 엎드린다"면서도 "노력해도 안 되는 경우요? 그럼 전쟁이죠 뭐"라고 말했다.
경력직에 대한 큰 의구심 중 하나가 "얼마 안돼 그만두는 거 아니야?"다. 중견기업 H사 인력팀에 경력직이 들어왔다. 팀원들은 빨리 적응하라며 물심양면으로 도와줬지만 '개인사정'이라며 두 달 만에 그만뒀다. 약 3개월 뒤 후임으로 다른 경력직이 들어왔다. 팀원들은 새로 들어온 사원을 위해 1박2일 워크숍을 빙자한 환영회까지 열어줬지만 역시 한 달 만에 그만뒀다. 상대방의 과거 이직 경력이 화려할수록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2연타를 맞은 H사 인력팀은 다음부터는 신규 경력직이 오면 최소 6개월은 지켜보고 환영회를 하자고 내부 룰을 정했다.
◆신임 팀장과의 '소리없는 전쟁'
중견기업 마케팅팀에 근무하는 조 과장(38).그는 지난 4개월간 신임 팀장과 '소리없는 전쟁'을 벌였다. 팀내는 물론 회사의 공채 에이스로 승승장구하던 조 과장에게 시련이 닥친 건 지난 3월.대기업에서 일하던 신임 팀장이 스카우트돼 오면서부터다. 동갑인 신임 팀장은 미국 경영학석사(MBA) 출신에 일본어까지 능숙한 엘리트였다. 자신과 대비되는 수려한 외모에 집안까지 빵빵하다는 소문이 돌았다. 여기까지는 봐줄 만했다. 첫날 출근부터 기존 업무방식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 심사가 뒤틀렸다. 나름 팀내 '넘버 3'로 잘 나갔던 자신은 물론 기존 동료 직원까지 얕잡아보는 것 같아 견딜 수가 없었다. 술자리에서 은근히 팀장의 뒷담화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다음 날 출근하면 동료들은 신임 팀장에게 잘 보이려 안달이었다.
팀장이 무슨 말을 하건 무조건 못마땅했던 그가 마음 속에 담아뒀던 울분을 터뜨린 건 지난달 초.팀장이 신규 프로젝트 추진방안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조 과장은 큰 마음을 먹고 반대 의견을 냈다. 뿌듯한 마음에 들떴던 순간도 잠시.회의가 끝난 뒤 이어진 개인 면담에서 팀장은 "팀 동료들이 모두 찬성한 신규 프로젝트에 합류할 마음이 없으면 인사팀에 팀 변경을 건의하라"며 초강수로 맞대응했다. 그날 이후 조 과장은 팀내에서 스스로 꿀먹은 벙어리가 되기로 마음을 바꿨다. 사내 유망 부서인 마케팅팀에서 떠날 생각은 추호도 없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뱅크' 송 과장이 과묵해진 까닭은
대기업은 대개 입사 동기 네트워크가 탄탄하다. 동기들에게 도움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그건 갓 입사했을 때와 한 부서에서 함께 일할 때의 얘기다. 시간이 지날수록 각 부서로,타 회사로 뿔뿔이 흩어지면 동기의 근황을 파악하기조차 어려워진다. 국내 한 대기업에 근무하는 노 대리(29)는 "이직을 하고 나니 동기 네트워크가 없어 회사 내 블랙 리스트에 오른 '진상'들이나 회사의 각종 기밀 정보를 입수하지 못해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이렇다 보니 많은 직장인들은 학연과 지연을 이직 연착륙을 위한 제1조건으로 꼽는다. 최근 이직한 김경식 차장(39)은 이전 회사에서 자신의 부하로 있던 고교 후배가 이 회사에 다닌다는 정보를 입수하곤 곧바로 연락을 취했다. 밥과 술 등 물량 공세로 친분을 쌓았다. 곧 회사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반면 열정이 가득 넘쳤던 송 과장(35)은 이직 후 무기력감에 빠진 사례다. 이전 회사에서는 '아이디어 뱅크'로 통했던 그다. 하지만 한발 앞서 있던 경쟁사로 이직한 이후론 아이디어를 낼 때마다 퇴짜를 맞았다. "그거 검토해본 사안입니다"라는 답이 돌아오기 일쑤였다. 그를 견제하던 과장과 대리 한 명의 연합전선에 눌려 아이디어를 낼 때마다 귀까지 벌개진다. 송 과장은 "업무 분위기 파악에만 4개월은 족히 걸렸다"고 털어놨다.
◆'멘토'를 가장한 '적'도
지난해 경력직으로 홍보대행사에 들어간 박 과장(34).직장을 처음 옮긴 그는 이직 후 첫 출근날부터 그를 잘 챙겨주는 이모 과장을 든든한 '멘토'로 생각했다. 3년 앞서 직장을 옮겨온 이 과장은 팀원과 팀장의 장단점은 물론 프레젠테이션(PT)을 잘하면 인정을 받는다는 정보까지 소상히 알려줬다. 그런 그에게 박 과장은 '기획 PT에 자신있다'는 다소 과장된 자신감을 내보였다. 이게 화근이었다. 부사장에게까지 PT를 잘한다는 말이 들어간 것이다. 회사는 그에게 까다롭기로 이름난 공공기관 정책 홍보 프로젝트 경쟁PT를 맡겼다. 일감을 따낼 확률은 7 대 1.쟁쟁한 대행사들이 모두 뛰어든 상황이어서 실무진이 포기한 지 오래된 프로젝트였다.
부담감이 극에 달했을 무렵,박 과장은 한 가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팀장과 부사장에게 '박 과장이 기획 PT를 잘한다'는 말을 흘린 사람이 바로 이 과장이었다는 것.'나를 좋게 본 것이겠지.' 생각을 다잡아봤지만 알음알음 뒷얘기를 들어본 결과는 딴판이었다. 이 과장이 박 과장에게 보인 관심은 자신이 맡고 있던 골치아픈 프로젝트를 떠넘길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박 과장은 "최선을 다해 PT를 준비했지만 최종 PT는 다시 이 과장이 하도록 지시가 내려와 한숨을 돌렸다"며 "그때부터 이 과장은 나에 대한 관심을 뚝 끊었다"고 털어놨다.
[金과장 & 李대리]
공채와 경력 `은밀한 갈등`‥이직 후 가장 힘든 건…"동료들과의 관계" 47%
직장인 550명 설문
직장인 10명 중 8명이 이직 경험이 있고 이 중 절반이 이직을 후회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경력직 10명 중 3명은 새 직장에서 차별을 느낀 것으로 조사됐다.
시장조사업체 이지서베이가 직장인 550명을 대상으로 '이직 경험이 있느냐'고 물어본 결과 77.1%가 '그렇다'고 답했다. 또 이직 경험자들의 51.7%는 '이전 직장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느끼거나 이직을 후회한 적'이 있으며,30.2%는 '새 직장에서 경력직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직을 생각할 때가 언제냐'고 묻는 질문에는 '보수가 적다고 느낄 때'를 꼽은 응답자가 32.5%로 가장 많았다. 또 '회사의 비전이 불투명할 때'라고 응답한 사람이 31.5%로 뒤를 이었다. 또 응답자의 14.9%는 '동료 및 선후배들과 맞지 않을 때'를,11.1%는 '자신의 적성과 맞지 않을 때'를 꼽았다. '이직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응답자는 4.9%에 불과했다.
직장을 옮긴 후 가장 어려운 점은 '선후배 동료들의 관계 정립'(47.2% 응답)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업무적응'(22.4%) △'공채와 비공채 직원 간 정서적 차별 대우'(9.7%) △'승진 기회감소'(5.7%) 등이 꼽혔다. 이 밖에 '경력에 대한 급여를 인정해 주지 않는다'거나 '전 직장보다 월급이 줄어들었다'는 등 기타 응답이 3.1% 나왔다. 반면 '어려웠던 점이 없었다'라고 응답한 사람도 12.0% 있었다
이직 후 성공적인 안착 방법으로는 '일로 승부한다'가 50.4%로 가장 많았다. 또 24.4%는 '사내 모임에 적극 참여한다'를,23.6%는 '탄탄한 네트워크로 유능함을 보여준다'고 답했다. '쥐 죽은 듯 조용히 산다'는 응답은 0.5%에 불과했다.
기존 직장인들이 새로 온 경력직에게 느끼는 인상으로는 '언젠가 또 이직할 것 같다'는 응답이 47.6%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어 '유능할 것 같다'는 긍정적인 응답이 24.0% 나왔다. 그러나 다음으로 '자기 이익만 챙길 것 같다'는 대답이 11.5%,'끈기가 없을 것 같다'는 의견이 6.9%,'인정이 없을 것 같다'는 견해가 4.2% 나와 이직자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음을 나타냈다.
'경력직을 일부러 따돌린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9.8%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이른바 '왕따'방법으로는 '무관심'이 50.0%로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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