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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 육/취업전쟁

`자면 꿈꾸지만 공부하면 꿈 이룬다` `열공` (조선닷컴 2010.07.26 03:02)

[2010 '캠퍼스 DNA'가 달라졌다] "자면 꿈꾸지만 공부하면 꿈 이룬다" 高3 교실처럼 급훈 붙여 놓고 '열공'

입력 : 2010.07.26 03:02

지난 23일 오후 서울 광진구 화양동 건국대 동물생명과학관 3층 강의실에선 녹색 티셔츠를 맞춰 입은 대학생들이 '열공(熱工·열심히 공부)'하며 비지땀을 쏟고 있었다. 몰입형 외국어 능력향상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이다. 5대1의 경쟁을 뚫고 선발된 이들의 목표는 '토익·토플 점수 각각 100점·10점 향상'이다. 영어 성적이란 '족쇄'에 발목 잡혀 취업 전선에서 낙오되지 않겠다며 스파르타식 집중관리 극기(克己) 프로그램에 몸을 던진 것이다.

'내가 지금 잠을 자면 꿈을 꾸지만, 지금 공부하면 꿈★을 이룬다'는 급훈(級訓)이 화이트 보드 옆에 붙어 있었다. 수능시험을 앞둔 고3 교실에 걸려 있을 법한 격문(檄文)이다.

‘취업의 꿈’을 이루기 위해 요즘 대학생들은 고3 때보다 더 치열하게 공부한다. 지난 23일 오후 건국대 ‘몰입형 외국어 능력향상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이 강사의 설명에 집중하고 있다.

건국대의 이 프로그램은 지난달 28일 문을 열었다. 오전 9시 강의가 시작돼 점심을 먹는 한 시간을 빼고 오후 6시까지 이어졌다. 저녁 식사 뒤에는 2시간짜리 그룹 스터디가 계속됐다.

강태엽(25·경영학4)씨는 "영어 점수가 높지 않으면 입사지원서조차 낼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다른 경쟁자보다 조금이라도 앞서려고 마지막 여름 방학을 이곳에 바쳤다"고 말했다. 박민혁(25·경영정보학4)씨는 "지난 4주 동안 새벽 3시 이전에 잠자리에 든 적이 없었다"며 "주말에도 집에 가는 것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참가자 100명 중 4명을 제외한 96명이 '지옥훈련'을 버텨냈다. 토플 프로그램에 참여한 연솔이(23·수학과3)씨는 "체력이 고갈돼 병원을 찾았지만 시간이 아까워 링거를 맞고 곧바로 강의실로 돌아왔다"며 "수능 때보다 취업을 앞둔 지금이 더 절박하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대학 캠퍼스에선 '생활 스터디'가 인기다. 이른 아침 도서관 자리 잡기부터 시작해 점심과 저녁식사, 자정 무렵 도서관 문을 나설 때까지 나태하지 않고 절대 공부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서로 생활을 점검해주고 함께 관리하는 것이다. 대학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매일 성실하게 공부할 분, 8시에 출첵(출석체크), 점심·저녁 밥터디(함께 식사하는 것)까지! 연락주세요' 같은 알림글이 속속 올라온다. 모임에 가입한 학생들이 사전에 알리지 않고 자리를 비우면 벌금을 내야 한다. 책상에서 엎드려 자는 등 불성실한 학습 태도를 보이면 곧바로 퇴출된다.

[2010 ‘캠퍼스 DNA’가 달라졌다] 대학생들 "모르는 문제요? 멘토가 있잖아요"

입력 : 2010.07.30 00:50

과외·학원 강의에 길들여져 스터디그룹 활동에 직접초청… 전문가·선배들 노하우 배워

지난 26일 오전 9시 고려대 해송법학도서관 스터디 룸에서 사법시험 2차 준비생 4명이 민사소송법 답안을 작성하고 있었다.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당사자를 확정하는 내용에 대한 50점짜리 케이스 문제를 1시간 동안 풀었다. 답안지를 전달받은 정재우(23·법학과4)씨는 꼼꼼히 훑어본 뒤 "모두 답안지 분량 조절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10점, 15점 등 논점(論點)마다 배정된 점수에 따라 답안 분량을 맞춰야 합니다. 하나 더! 저는 2차 시험을 보면서 잘 번지지 않는 ○○○펜을 사용했어요. 시험장에서는 작은 차이가 큰 결과를 좌우하기도 합니다."

정씨는 이들 4명이 구성한 스터디 그룹의 '멘토(mentor·조언해주는 사람)'다. 지난달 사법시험 2차 시험을 치른 정씨는 동기와 후배들의 부탁을 받고 지난 5일부터 이들의 멘토로 나서게 됐다.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의 한 스터디 카페에서 여대생(사진 왼쪽)이 직원으로 부터 게시판에 붙어 있는 스터디 리더들에 대해 소개를 받고 있다.
요즘 대학생들은 취업과 고시는 물론 어려운 과목 수업, 주요 정보를 얻기 위해 혼자 끙끙대지 않는다. 궁금증을 스스로 풀어나가는 '먼 길' 대신 관련 분야의 전문가나 선배를 찾아 핵심 노하우를 전수받는 '지름길'을 찾는다. 어려서부터 과외 교사와 학원 강사의 지도에 익숙한 요즘 대학생들에겐 멘토나 '스터디 리더'가 진행하는 스터디 그룹이 대세(大勢)다.

고시나 전공과목을 공부하는 스터디 그룹에 멘토를 연결시켜 주는 대학도 많다. 멘토 초빙비용도 학교에서 부담한다. 정재우씨는 고려대에서 두 달에 80만원을 받고 스터디그룹 멘토로 일하고 있다. 정씨는 작년 12월부터 지난 5월까지는 멘토의 도움을 받았던 멘티(mentee)였다. 그는 "경험 많은 선배의 지도를 받아 시행착오 없이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공부했다"고 말했다.

자체적으로 멘토를 초빙하는 스터디 그룹도 있다. 지난 3월 친구 6명과 취업 스터디를 만든 김태형(25·
한국외대 스칸디나비아어학과3)씨는 대기업 인사팀에서 근무하는 선배에게 멘토가 되어줄 것을 요청했다. 선배 멘토는 이들이 제출한 자기소개서에 대해 꼼꼼히 첨삭(添削) 지도했고, 실제 입사 시험과 똑같은 방식의 모의 면접을 진행한 뒤 평가를 내렸다. 김씨는 "또래 학생들끼리 스터디를 진행하면 잘못된 정보에 휘둘려 시간을 낭비할 수 있다"며 "멘토 선배에게 수고비로 12만원을 줬지만 전혀 아깝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학 인터넷 게시판과 취업 사이트에서는 '돈 벌면서 토익 리딩 스터디 리더하실 분 찾습니다', '경험이 풍부한 회계학 스터디 리더 모십니다' 같은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스터디 그룹과 리더를 연결하고 모임공간도 제공하는 전문 '스터디 카페'도 등장했다.
서울 마포구 동교동의 M스터디 카페에서는 토익 스피킹, 심층 토론 면접 등을 준비하는 20여개의 스터디 그룹과 400여명의 학생들이 스터디 리더의 관리를 받고 있다. 학생들은 장소 대여료와 스터디 리더 활동비로 4주에 7만5000원을 낸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E스터디 카페에도 200여명의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김진호(35) 대표는 "리더가 학생들 출결을 엄격히 관리하고 과제를 체크해 느슨해지기 쉬운 스터디의 중심을 잡아준다"고 말했다.

[2010 '캠퍼스 DNA'가 달라졌다] 남자 플로리스트(florist·꽃 장식 전문가)… 터키 요리사… "남들이 안 간 길 갑니다"

입력 : 2010.07.28 03:08 / 수정 : 2010.07.28 14:07

[2010 '캠퍼스 DNA'가 달라졌다] [2] '새로운 길' 뚫는 청년들
'여성 직종' 편견 뛰어넘고 전공과 다른 길 개척 나서
명문대 화학과 휴학하고 감자튀김王에 도전하기도

"남학생이 웬 꽃을 이렇게 많이…."

27일 오전 9시
서울 반포 고속터미널 3층 꽃 도매시장에 수국과 스프레이 카네이션, 리시안셔스(lisian thus) 같은 색색의 꽃을 한 아름 든 20대 남성이 점포 사이를 지나갔다. '꽃을 든 남자' 김승면(26·동아대 식물생명공학과4)씨가 자신을 쳐다보는 꽃집 주인에게 웃으며 말했다. "독일에서 자격증을 받은 정식 플로리스트(florist)입니다."

플로리스트는 '플라워(flower)'와 '예술가(artist)'를 합성한 말로, 꽃을 이용해 공간을 연출하는 전문가를 말한다. 김씨는 여성들의 전문 분야로 알려진 플로리스트의 '성역(性役)'을 깼다. 김씨는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꽃의 아름다움에 매혹됐다"며 "미래를 위해 후회 없이 젊음을 바치고 싶다"고 말했다.

나만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새로운 DNA’대학생들이 있다. 위쪽부터 세계 최고의 플로리스트를 꿈꾸는 김승면(26)씨, 최고의 감자 튀김을 만들겠다며 휴학까지 불사한 윤종선(23)씨, 어릴적부터 꿈꿔온 작곡가 대신 최고의 터키 음식 요리사가 되기 위해 현지로 떠나는 이민혁(27)씨.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송민진 인턴기자, 송민진 인턴기자(School of Visual Arts NY 사진과 1년)
군제대 후 2007년 복학한 김씨는 국무총리배 국제 꽃 장식 대회 출품작 사진 한 장을 보고 가슴이 먹먹해졌다. 김씨는 "꽃이 사람의 손을 통해 이렇게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다"면서 플로리스트가 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플로리스트가 되겠다"는 아들의 말에 군인 아버지는 말을 잃었다. "나부터 설득해 보라"는 아버지에게 김씨는 향후 5년간의 계획이 빼곡히 적힌 종이 넉 장을 내밀었다. "우리나라 꽃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무한합니다. 그 선두에 제가 서겠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의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김씨는 작년 8월 독일 그륀베르크에서 치른 플로리스트 자격시험에 합격했다. 당시 함께 응시한 16명의
한국인 중 남자는 김씨가 유일했다. 현재 독일 플로리스트 자격증을 취득한 한국인은 500여명으로 남자는 20여명 정도다. 2주 동안 독일 곳곳의 플라워 숍을 돌아본 김씨는 "플로리스트를 장인(匠人)으로 인정하고 무궁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벅찼다"고 말했다.

김씨는 매달 꽃 관련 잡지 4종을 읽고 20개가 넘는 꽃 관련 인터넷 카페에서 활동하고 있다. 작년에는 국무총리배 국제 꽃 장식대회에 참가해 장미와 리시안셔스, 벼를 이용한 꽃다발 작품 '자연의 재해석'을 출품해 동상을 받았다. 김씨의 꿈은 누구든지 편안히 들러 꽃을 감상하고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명품 '플라워 카페'를 창업하는 것이다. 20년 뒤 전국 곳곳에 체인점을 갖춘 기업체의 CEO가 되는 포부도 숨기지 않았다.

작곡을 전공했지만
터키 여행의 감동을 잊지 못해 최고의 터키 전문 요리사로 거듭나겠다며 늦은 유학을 준비하는 대학생, 최고의 감자튀김을 만들겠다며 휴학하고 학교 앞 좁은 가게에서 소스 개발에 여념이 없는 대학생도 있다. 선배들이 다져놓은 편한 길을 따라가기보다 '미래의 노다지 밭'을 향해 험로(險路)를 뚫고 전진하는 개척자들이다.

27일 오후 강남구 역삼동 터키 문화원에서 만난 이민혁(27·
연세대 작곡과4)씨는 "메르하바(Merhaba)"라고 인사를 건넸다. 터키어로 "안녕하세요"라는 뜻이다. 2006년 2월 터키 여행을 떠난 이씨는 갖가지 향신료로 만들어낸 터키 음식에 푹 빠졌다. 그는 작곡가를 꿈꾸던 음악도였다. 중학교 때 음악공부를 시작해 3수(三修) 끝에 연세대 작곡과에 입학했다. 그는 "'딴따라' 아들을 볼 수 없다는 아버지를 설득해 음대에 입학했는데, 터키 요리를 접한 뒤로는 다른 건 보이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한국 사람들이 말하는 케밥은 고기를 꼬치에 꽂아 만든 음식의 한 종류에 불과하다"고 했다. "요구르트를 물로 희석시킨 전통음료 아이란(ayran), 콩으로 만든 수프 메르지멕 초르바 등 다른 음식도 많지요."

이씨는 내년 봄 터키의 요리전문학교로 유학을 떠난다. 빡빡한 도제(徒弟) 시스템에 5년 정도 자신을 맡겨 터키 요리사로 거듭날 계획이다. 요즘 그는 하루 대부분을 부엌에서 보낸다. 기본적인 요리법을 익히기 위해 지난 2월 양식조리사 자격증을 땄다. 다음 달에는 중식조리사 자격시험을 치른다. 이씨는 5년 뒤 문을 열 터키 음식점의 이름도 정해놨다. '외메르 로칸타', 외메르가 하는 식당이라는 뜻이다. 외메르는 이슬람 제2대 칼리파의 이름이다.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연세대 먹자골목에 있는 '롭도 프리츠(Lobdo Fritz)'는 윤종선(23)씨의 감자튀김 가게다. 20가지 소스를 골라 먹을 수 있다. 가게 문을 연 지 반 년 남짓이지만 입소문이 퍼져 10여분 줄을 서야 한다.

윤씨는 연세대 화학과를 4학년까지 다니다 휴학을 했다. 선배를 따라
뉴욕 여행을 나섰다가 "최고의 감자튀김을 만들겠다"는 뜻을 세웠다. "좋은 학교 안 다니고 무슨 튀김 장사냐"는 비아냥거리는 소리도 있었지만 영감(靈感)을 믿고 과감하게 도전했다.

1억원의 창업 비용은 부모님과 형님에게 빌렸다. 사업 목표, 입지 선정, 예상 비용과 매출을 꼼꼼히 기록한 사업계획서를 내보이자 윤씨 부모는 흔쾌히 '투자'를 약속했다. 농사짓는 지인의 노하우를 얻어 튀김에 가장 적합한 감자를 골랐다. 최적의 소스 배합비율을 얻기 위해 케첩과 첨가물을 배탈이 날 정도로 몇 통씩 먹었다고 한다.

윤씨는 "남들이 말하는 '스펙'은 나에겐 없다"고 했다. "변변한 영어성적, 자격증, 공모전 입상 경력은 없습니다. 하지만 보세요. 송곳니를 내밀고 있는 괴물 캐릭터 '롭도'처럼 제 도전이 어디까지 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