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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 육

`장기려 박사님처럼 봉사하는 의사 될래요` (조선일보 2010.12.27 03:01)

"장기려 박사님처럼 봉사하는 의사 될래요"

기회균형선발 특별전형 서울 의대 합격 박지은양
장애인들과 가족처럼 지내며 헌신·봉사하는 의사 꿈 키워

"'한국의 슈바이처'라고 불리는 장기려(1911~1995) 박사님처럼 평생 환자를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는 의사가 되고 싶어요."

지난 21일
경기도 퇴계원의 한 빌라에서 만난 예비 대학생 박지은(18·동화고 3년)양의 책장엔 장 박사 평전(評傳) '장기려, 그 사람'이 꽂혀 있다. 박양은 "고3 수험생활 동안 이 책을 읽으면서 삶의 모델로 삼기로 했다"며 웃었다.

박양은 2011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 기회균형선발 특별전형에 지원해 의대에 최종 합격했다. 서울대는 "어려운 형편에서도 최선을 다해 상위권 성적을 거둔 박양의 실력과 잠재력, 의사라는 꿈을 갖기까지의 그 과정과 열정이 남달랐다"고 밝혔다.

오른쪽부터 박지은양, 아버지 박춘성씨, 어머니 김형숙씨. /

박양은 1992년 남양주시 용암천(川) 근처 판자촌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박춘성(54)씨가 일하는 장애인시설 '나눔의 집'(현재 경기 포천시)이 거기 있었다. "아버지를 따라 '나눔의 집'에 가서 장애인 이모·삼촌들과 놀면서 컸어요. 병원놀이, 경찰놀이도 하고…. 말 그대로 가족처럼 지냈지요."

그러다 어느 날 진료봉사를 오던 한 의사를 보며 의사의 꿈을 키웠다. "몸이 불편한 저희 어머니가 병원에 가면 수납창구를 거치지 않고 바로 돌봐주셨어요. 무료 진료를 해주신 거죠. 그때부터 저도 나중에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도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머니 김형숙(48)씨는 고속버스 안내양이던 1983년 교통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잃었다. 지금은 의족(義足)으로 생활한다. 1990년 나눔의 집에 온 박춘성씨가 그곳에 있던 김씨에게 반해 결혼했다. 김씨는 "몸이 불편해서 딸 담임 선생님 한번 찾아뵙지 못했는데 지은이는 장애인인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들이며 항상 밝게 자랐다"고 했다.

박양은 고교 시절에도 매달 '나눔의 집'을 찾았다. 첫 목욕봉사를 잊지 못한다고 했다. "뇌성마비인 효선 이모를 맡았는데, 제가 목욕 도와주는 게 처음인 걸 아시고는 필요할 때마다 몸을 조금씩 돌려주시는 거예요. 제가 오히려 고마웠어요."

박양은 "수시모집 면접 때 한 교수님이 '인간애 넘치는 의사가 돼라'고 격려해 주셨다"며 "의사로서 가능한 한 많은 사람에게 도움 줄 수 있는 분야를 전공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