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파문] 成의 '맞춤형 로비'… 출마 땐 靑실세, 재판 땐 법조계 집중 접촉
[2012년 4월부터 30개월간 일정표 분석해보니]
-고비 때 필요한 인사 찾아가
선거법 위반 혐의 조사 땐 검찰·경찰 간부 등과 접촉
경남기업 워크아웃 앞두고 금융계 인사들 두루 만나
-메모 8人과 약속은…
이완구 24차례로 가장 많아… 이병기 14회·서병수 11회
홍준표 2차례로 가장 적어
성완종(64) 전 경남기업 회장은 새벽 6시부터 자정까지 매일 평균 7~8개씩 일정을 소화하며 각계 인사들과 폭넓게 접촉했다. 그는 선거 때 청와대 실세들과 자주 접촉했고 재정난에 빠진 경남기업을 위해선 금융당국 인사들을 만났다. 선거법 위반으로 본인이 재판을 받을 때에는 법원 간부들과 검찰·경찰 간부들도 접촉했다. 이는 성 전 회장의 30개월간(2012년 4월~2014년 9월) '일정표'를 분석한 결과다. '성완종 리스트'라고 불리는 메모 속 8인도 모두 만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런 동선(動線)이 담긴 일정표는 앞으로 검찰이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를 할 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메모 8인 중엔 이 총리 최다
성 전 회장이 숨질 때 주머니에 남긴 메모의 8인 중 가장 자주 만난 사람은 이완구 총리였다. 지난 2013년 4월 성 전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 총리는 24차례나 만났다. 다음으로는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14차례 접촉한 것으로 돼 있다. 가장 자주 접촉한 이 두 사람만 8인 메모에 금액 없이 이름만 있다.
성 전 회장이 이 기간 가장 많이 만난 인사는 새누리당 의원으로 32회였고 새정치연합 의원은 24회 만난 것으로 돼 있다.
◇워크아웃 땐 금융계 인사들 만나
2013년 10월 경남기업이 워크아웃에 들어갈 즈음 성 전 회장은 금융권과 감독기관 간부들을 두루 접촉했다.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 최고위급 간부들을 비롯해 국책은행장 2명, 시중은행 지주회사 회장 등도 만났다. 만난 횟수는 1~4차례에 불과하지만, 경남기업의 경영 상황이 좋지 않을 때 집중적으로 만난 것으로 돼 있고 대부분 경남기업의 채권단과 관련된 인사들이어서 검찰이 특히 이들과의 만남을 주목하고 있다. 당시 경남기업은 성 전 회장 지분에 대한 감자(減資) 없이 '워크아웃'을 허락받아 특혜 의혹이 일고 있다.
이듬해 3월 경남기업 세무조사 때는 관할지역 국세청장을 만났다. 이후 한 달쯤 뒤 국세청은 경남기업에 94억9000여만원의 추징금을 부과했다.
◇재판 때에는 법원 간부들 접촉
성 전 회장은 2012년 5월 23일 자신의 지역구인 충남지역 법원·검찰·경찰 기관장을 차례로 만났다. 당시는 국회의원 당선인 신분이어서 관내 인사 차원일 수도 있지만, 이 시기 그는 검찰에선 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던 피의자였고 경찰에선 상대 후보를 허위사실 유포로 고발한 고발인이었다. 이후 검찰 간부는 성 전 회장과 2차례 저녁식사 자리를 더 가졌고, 경찰 간부는 3차례 더 만났다.
성 전 회장은 2012년 12월 28일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1심 재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다. 이때부터 법원 고위직들을 집중적으로 만난다. 법원행정처 간부 A씨는 약 20개월간 무려 22차례나 만난 것으로 돼 있다. 대부분 성 전 회장의 의원실에서 만났고, 가끔은 호텔 식당에서 만난 것으로 적혀 있다. 작년 6월 26일 성 전 회장의 당선무효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되자 만남은 확 줄었다. A씨는 본지에 "법원행정 실무를 담당하고 있어 국회의원이 만나자고 하면 만날 수밖에 없다"면서 "(성 전 회장이) 본인 재판과 관련한 질문을 했지만 원론적인 답변만 했다"고 했다. 성 전 회장은 같은 시기에 법원행정처 소속 다른 간부, 서울중앙지법 고위 법관 등과 2차례씩 만난 기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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