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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의 경제학] '토종 CG + 스토리'로 대박… '파생상품 기획' 숙제도 남겨 (서울경제 2014.08.26 18:07:13)

[명량의 경제학] '토종 CG + 스토리'로 대박… '파생상품 기획' 숙제도 남겨

제2·3의 '명량' 나올수 있게 역사·문화 등 인문학 연구 절실
영화만으로 돈버는 시대 지나 캐릭터·음악 등 함께 준비하고
CG 등 기술력 더 발전시켜야

 

  • 영화 ''명량''의 배경지인 울돌목이 내려다보이는 전남 해남의 ''명량대첩 기념공원''에 촬영지임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국내 영화산업도 파생상품의 흥행까지 고려하는 보다 면밀한 기획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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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명량'의 성공에 대해 일부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누구나 잘 아는 이순신을 소재로 삼았기에 50%는 먹고 들어갔다. 즉 한국인이면 누구나 이순신과 그의 업적을 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한 이순신 연구자는 "해방 후 이순신 관련 저작들이 쏟아져나왔지만 복제나 표절이 대부분"이라며 "아직 위인전 수준에서 머물고 있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영화 '명량'이 흥행한 후 현재 판매되고 있는 이순식 관련 저서는 150여권이다. 하지만 대부분 '이순신과 리더십' '이순신 강의' 등 이순신에게서 뭘 배우자는 계몽성 도서가 대부분이다. 이는 이순신에 대한 거의 신격화된 사회 분위기의 영향이 크다. 이미 완벽한 이순신에 대해서는 '칭송'만 필요하지 '연구'는 필요 없다는 것이다. 관련 서적은 쏟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논란은 계속된다. 실제 영화의 배경인 1597년 명량해전에 동원된 조선군 전선이 12척인지 13척인지, 무기는 어떠했는지, 병사들이 갑옷을 입었는지 아닌지 등 기본적인 사실(史實)에서부터 연구자들이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다.

    제2·제3의 명량이 나오기 위해서는 먼저 제대로 된 인문학 연구에다 컴퓨터 그래픽기술력을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걸음마 수준의 인문학 연구=

    과거 세계를 휘어잡던 한류가 점차 밑천을 드러내고 있다. 일본 만화 등 외국물을 모티브로 국내에서 가공한 후 다시 수출하는 식의 한류는 이제 식상함을 불러일으킨다. 한국 음식과 복식문화를 알리면서 한류의 출발이라고 평가 받는 드라마 '대장금'의 각오가 새로 필요한 시기다.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발굴, 포장하고 알려야 한다.

    이를 위한 우리의 인문학 연구는 이제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 '명량'을 가능하게 했던 이순신의 사상과 행동, 그리고 임진왜란, 나아가 조선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보다 철저한 연구가 필요하다. 더 거슬러 올라가 고려나 신라에 대한 연구도 있어야 한다.

    영화 '명량'에서는 기존의 사극과 다른 중요한 진전이 있었다. 우선 군사들의 손에서 삼지창이 사라졌다. 정식명칭이 '당파'인 삼지창은 실제 임진왜란 때 지원군으로 온 명나라에 의해 조선에 유입됐고 이후 수많은 무기 중 하나로 사용된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기존 사극에서는 포졸이나 병사들의 대표적인 개인병기로 사용되면서 조선군을 어리바리하게 보이게 했다. 하지만 영화 '명량'에서 병사들은 단창과 칼을 사용했다. 삼지창은 보이지도 않는다. 또 기존 삼베옷 대신 갑옷을 입었다. 그 자체로도 조선군대는 멋있게 보인다.

    '명량'은 최근 시중에 떠돌고 있는 짝퉁 '으리'가 아닌 진정한 '의리'를 보여줬다. 전통시대 유교(성리학)는 의리지학(義理之學)이라고 불릴 정도로 '의리'를 중요시한다. '의리'란 의롭고 이치에 맞는 것을 의미하는데 조선 사대부들의 기본 덕목이었다. 개인적이고 대가를 요구하는 일본식 '기리(義理)'가 일제시대 유입되면서 훼손된 개념이 제자리를 잡은 것이다.

    영화 '명량'을 만든 김한민 감독은 최근 시네마톡 자리에서 "영화에 나오는 '장수 된 자의 의리는 충을 쫓아야 하고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는 대사는 이순신 장군의 생각을 반영해 마지막에 과감하게 넣은 것"이라고 말했다.

    ◇최고의 기술로 표현력 높여야=

    스토리를 포장하는 기술력도 중요하다. 영화 '명량'의 촬영에 실제 사용된 전선은 조선ㆍ왜군 합쳐 8척에 불과했다. 이것으로 영화에서 보이는 300여척의 전선을 표현한 것이다. 컴퓨터그래픽(CG) 측면에서 '명량'은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이순신에 대한 영화가 과거에도 있었다. 하지만 조잡한 그래픽 기술은 오히려 흥미를 반감시키는 결과가 됐다. 스토리의 핵심은 해상전투인데 이를 표현하는 것이 과거에는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미스터 고'에서 증명되기도 했던 우리 CG가 최고의 스토리와 결합해 걸작 '명량'을 만들어낸 것이다. 영화 기술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더 필요한 이유다.

    ◇파생상품에 대한 기획도 절실=

    명량이 다른 파생상품을 준비하지 않는 것은 아쉽다. 이렇게 대박을 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은 핑계다.

    할리우드 시스템은 다르다. 디즈니나 마블, 20세기폭스 등 할리우드 제작사는 영화와 함께 파생상품을 준비한다.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테마파크·캐릭터·음악이 동시에 히트를 친 것은 디즈니의 주도면밀한 계획에 따른 것이었다. '겨울왕국'은 애니메이션 흥행으로 1조2,000억원의 수입을 올렸지만 캐릭터 등 상품 판매액은 그 몇 배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마블의 슈퍼히어로 영화가 나오면 장난감과 게임이 시장에 동시에 깔린다.

    이와 달리 '명량'은 영화의 흥행과 별도로 다른 파생상품이 없다. 배경인 울돌목을 포함해 한산도 등 이순신의 유적지가 더 유명해지고 관련 서적이 많이 팔리기는 했지만 이것이 영화사의 직접적인 기획에 의한 것은 아니다. 영화는 사상 최고의 대박을 쳤지만 결과적으로 경제효과가 반감되는 셈이다.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영화가 영화 하나만으로 돈을 버는 시대는 이제 가고 있다"며 "보다 확실한 기획으로 영화산업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