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장세진 교수의 '전략&인사이트'] 삼성전자 '제2 新경영'의 키워드 두 개
키워드 1.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경쟁력은 中업체 도전에 취약 안드로이드 의존 벗고 자체 SW역량 높여야
키워드 2. 글로벌 경영
사생활 없는 조직문화 창의적 인재 영입 막아 한국식 경영 넘어서야 진짜 글로벌 기업 될 것
1993년 삼성전자에선 오후 4시 이후 퇴근하지 않고 계속 일하는 직원 명단을 적어서 상부에 보고하고, 해당 직원은 사유서를 쓰는 기막힌 풍경이 연출됐다. "양을 포기하고 질로 간다" "마누라와 자식을 빼놓고 다 바꿔라"라는 이건희 회장의 신(新)경영 운동의 하나로 아침 7시에 출근해서 오후 4시에 퇴근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21년이 지난 지금 뒤돌아보면 실소를 할 수밖에 없는 해프닝이었지만, 신경영 운동은 당시 상황에서는 혁신적인 발상이었다. 다른 한국 기업들이 모두 밀어내기식 수출로 양적 경쟁을 하고 있을 때, 수익성을 높이고 브랜드와 기술에 투자하는 질 위주의 경영을 하겠다는 것은 그 당시 다른 어느 경영자도 생각하지 못한 사고의 전환이었다. 이러한 신경영이 없었더라면 삼성전자가 지금 최고의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만일 삼성전자가 앞으로 제2의 신경영과 같은 강력한 경영 혁신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면, '소프트웨어'와 '글로벌 경영'과 같은 두 개의 키워드로 집약할 수 있을 것이다.
삼성전자는 하드웨어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삼성의 스마트폰은 빠르고 화질이 좋으며, 배터리 수명도 길고 튼튼하지만, 운영 체제는 안드로이드에 의존한다. 그러나 저가 스마트폰으로 시장을 잠식하는 중국 업체에 경쟁력을 잃지 않으려면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 TV와 백색가전의 미래 역시 가전 전체를 통합하는 홈네트워크의 경쟁력에 달렸고, 반도체도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도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최근 인력을 확충하고, 초중고 학생을 위한 주니어 아카데미도 운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소프트웨어 경쟁력은 아직 선진 기업과 비교하면 일천하다. 이에는 암기와 시험 위주의 한국 교육이 창의적인 소프트웨어 인력을 제한하는 효과도 크지만, 삼성전자의 하드웨어적인 사고방식과 경영 시스템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DNA는 반도체 사업의 성공에서 비롯된 이른바 '스피드'와 '실행력'으로 집약할 수 있다. 경쟁자보다 신제품을 빨리 개발하기 위해서 무리한 일정이 필요했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밤샘을 두려워하지 않는 군대식 기업 문화가 성행했다.
또한 삼성전자는 이미 세계 곳곳 수많은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 전 세계 고객에게 판매하는 글로벌 기업이지만, 경영에서 글로벌화는 아직 요원하다. 삼성전자 고위 경영자는 대부분 한국인 또는 교포이며, 해외 법인 대표직을 현지인이 맡더라도 한국에서 파견된 관리자들이 실권을 갖고 있다. 조선일보에 최근 소개되었던 바와 같이, 미국인이 자신들이 다니는 회사를 평가하는 글래스도어라는 사이트에서 삼성전자에 대한 평가는 혹독하다. "사생활이란 없다." "일과 휴가의 균형? 최악이다." "군대처럼 명령에 따라 일한다." 친구에게 이 기업을 추천하겠느냐는 질문에 70%가 "아니요"라고 답했다. 5점 만점의 선호도로 평가할 때 애플이 3.9점, 구글이 4.2점인 것에 비해 삼성전자는 2.8점으로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한국인 중에서 창의적인 경영 인력이 부족하다면 유능한 해외 인력을 충원해 보충해야만 하는데, 글래스도어에 나타난 평가에 따르면 유능한 해외 경영 인력이 삼성전자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 대부분 잠시 경력을 쌓고 몸값을 올려 다른 회사로 이적하기 마련이다.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이 '양에서 질로'의 경영 혁신이었다면, 향후 삼성전자는 '소프트웨어' '경영의 글로벌화'로 경영 혁신이 필요하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 질서, 즉 하드웨어와 한국식 경영 방식에 상반되므로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을 추진할 때와 같이 최고 경영자의 꾸준한 뒷받침과 장기적인 추진이 필요하다. 삼성전자의 미래 최고 경영자가 담당할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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