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간부들, 협력사로부터 수억원 상납..대부분 구속 처벌
삼성전자(005930)·삼성디스플레이 부장급 간부들이 1·2차 협력업체들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상납 받은 혐의로 처벌받거나 재판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일부 간부들은 실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고, 또 다른 간부는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고 항소심 재판을 진행중이다.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 간부들은 납품·거래 관계에서 갑의 지위를 내세워 골프·룸살롱은 물론 요트 접대까지 받았다. 이들은 납품·거래 등을 빌미로 1·2차 협력사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 삼성전자 감사팀은 이 같은 상납 관계를 적발해 관련 직원들을 해고하고, 해당 협력사와의 거래 관계를 끊었다.
조선비즈는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 간부들 협박에 못이겨 뇌물을 정기적으로 상납했다는 협력사 대표와 임원들을 만나 뇌물 액수와 접대 내역을 파악했다.
◆ 법원 "삼성전자 간부가 갑(甲) 지위 악용…거절하면 불이익"
12일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 실장(實裝) 테스트(전자 기기에 반도체가 제대로 장착됐는지 검사) 담당자였던 김모 전 수석은 협력사로부터 4억7000여만원 상당을 리베이트(뒷돈) 명목으로 받고, 회사에 수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대전지방검찰청 천안지청은 지난해 9월 김 수석을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했다. 김 수석은 지난 7월 1심에서 징역 3년, 추징금 4억7950만원을 선고받았으며 항소를 제기해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김 수석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한 협력업체 관계자 4명은 각각 징역 1년6월·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1심 판결문에 따르면 김 수석은 반도체가 고객의 사용 환경에서 제 기능을 하는지 등을 테스트하는 장비인 '지그'를 발주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맡았다. 그는 이 같은 지위를 이용해 협력사 김모 사장과 짜고 통상적인 가격보다 높은 값에 장비를 발주했다. 나머지 차액은 이후 현금으로 돌려받았다. 실제 구입하지도 않은 장비를 구입한 것처럼 허위로 꾸미기도 했다. 회사에서 테스트용으로 들여온 휴대전화 단말기를 외부로 빼돌리기도 했다.
김 수석은 "매출이 늘었으면 그에 대한 인사를 다시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김 사장에게 요구했다. 이에 김 사장은 김 수석을 천안 인근 식당에서 만나 수차례에 걸쳐 현금을 건넸다.
앞서 지난해 12월 삼성전자 LCD사업부(현 삼성디스플레이) 설비투자 담당자였던 이모 수석은 협력사로부터 2억원을 상납 받은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월, 추징금 2억원을 선고 받았다. 이 수석은 지난해 6월 1심에서 징역 1년 6월을 선고 받은 뒤 항소했다.
2심 재판 판결문에 따르면 이 수석은 자동화물류설비 관련 2차 협력사인 SL테크 박모 전 사장으로부터 "삼성전자 LCD 설비공사를 진행하는데 있어 편의를 봐달라"는 요청을 받고 그 자리에서 5000만원짜리 수표 4장 등 총 2억원을 받았다. 이 수석은 상납 사실이 발각될 것을 우려해 친형이 박 사장에게 사업자금을 빌리는 형식으로 돈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차용증은 작성하지 않았고 2억원도 갚지 않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삼성전자 수석이라는 갑(甲)의 지위를 악용해 협력사로부터 돈을 받은 것은 투명한 기업활동을 저해하고 사회 신뢰를 크게 훼손하는 행위"라며 "범행 경위와 금품 액수에 비춰 상당 기간 실형을 선고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 다양한 방식의 뇌물 요구…"전화 받는 것 조차 두려웠다"
협력사들로부터 부당한 금품·향응을 제공 받은 삼성 간부는 김 수석, 이 수석 뿐만이 아니다. 자체 감사팀 차원에서 징계 처리하고 사건을 묻은 사례도 있다. 조선비즈는 삼성전자 협력사 전현직 대표들을 만나 금품·향응을 받은 삼성전자 전현직 임직원이 더 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윤모 전 삼성전자 LCD사업부장은 다수 협력사들로부터 금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윤 부장은 설비운영 담당자로 협력사 사장들에게 '갑(甲)중의 갑'이었다. 윤 부장은 협력업체 대표에게 "난 구조조정 대상 1순위다. 지금이 삼성에서 마지막 보직이다. 기회이니 돈을 달라"고 요구했다. 협력업체 사장이 거절하자 윤 부장은 "왜 말귀를 못 알아 듣나. 눈치가 그렇게 없냐"고 면박을 줬다. 결국 다수 협력사 사장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윤 부장에게 수억원을 갖다줬다.
삼성전자 감사팀은 2010년 윤 부장이 협력업체들로부터 정기적으로 상납받은 사실을 적발했다. 이로 인해 일부 협력사는 삼성전자와 거래가 끊겼다. 매출 3000억원(연결 기준)이 넘던 에버테크노는 삼성전자와 거래가 끊기면서 매출이 500억원가량으로 떨어졌다. 이 회사는 결국 지난달 상장폐지됐다.
◆ 도박, 골프, 룸살롱, 요트 등 접대방식 다양…삼성 "개인적 일탈 행위"
전 삼성전자 LCD사업부 물류담당 섹션장은 수시로 골프 접대를 요구했다. 협력사 이모 사장은 "삼성전자 모 간부는 주말마다 골프장을 지정해 부킹하라고 시켰다. 골프를 치면 내기를 해야 하는데 많을 땐 수백만원까지 잃어줘야 했다"고 덧붙였다.
협력사 대표 최모 사장은 삼성전자 임원들에게 국내외 가리지 않고 골프 접대를 했다. 최 사장은 "당시 삼성전자 LCD사업부 임원·간부들과 수시로 포커를 치며 잃어줬다. 함께 룸살롱에 가고 배 위에서 접대했다"며 "임원 상대로는 국내에서, 부장에겐 해외에서 골프접대 했다"고 말했다. 그는 "금품 요구가 수십차례 있었고, 도박(포커)과 룸살롱·요트 접대도 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관련 사안 모두 개인이 저지른 범법행위로 회사와는 관련이 없다"며 "범죄사실 인지 후 내부 감사를 거쳐 바로 검찰에 고발조치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삼성 직원이 세계적으로 40만명이 넘다 보니 개인적 일탈까지 완벽하게 감시할 수는 없다"며 "협력사와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구매·개발 부서 직원을 대상으로 공정거래법과 관련 교육을 집중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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