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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IT 첨단산업

[팬택위기] '벤처신화' 벼랑으로 내몬 미래부 '이통 영업정지' 조치, 왜? (조선비즈 2014.07.11 15:36)

[팬택위기] '벤처신화' 벼랑으로 내몬 미래부 '이통 영업정지' 조치, 왜?

 

올 3월부터 시행된 이동통신 3사의 영업정지는 팬택의 실적을 악화시키는 주범 역할을 했다. 한 이동통신 대리점에 영업정지 안내 문구가 붙어있다./조선일보DB

올 3월부터 시행된 이동통신 3사의 영업정지는 팬택의 실적을 악화시키는 주범 역할을 했다. 한 이동통신 대리점에 영업정지 안내 문구가 붙어있다./조선일보DB


팬택은 2011년 매출 2조9820억원, 영업이익 2184억원을 달성한 우량 회사였다. 하지만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서 삼성전자(005930) (1,284,000원▼ 22,000 -1.68%), LG전자(066570) (72,800원▼ 700 -0.95%)와의 경쟁이 심화되자 실적이 점점 나빠졌다. 지난해 연간 30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냈고, 올 1분기 역시 소폭의 적자를 기록했다.

팬택은 사업 체질개선과 구조조정으로 올 2분기에 흑자전환을 시도했으며, 한달에 15만~20만대만 팔면 회사가 생존할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 쉽게 말해 국내 시장에서 10%의 점유율만 기록해도 충분히 직원들이 먹고 살 수 있는 회사라는 것이다. 이런 팬택에게 올 3월부터 시행된 이동통신 3사의 영업정지(각사별 45일씩)는 그야말로 절벽에서 떨어지지 않게 지탱할 수 있는 로프를 끊는 결과를 가져왔다.

휴대폰은 사업의 특성상 이통사가 판매를 하고 있기에,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해지면 제조사 입장에서는 탈출구를 찾을 수가 없다. 게다가 팬택은 삼성전자, LG전자와 달리 국내 시장에 집중하고 있었기에 타격이 더욱 클 수 밖에 없었다. 팬택 매출의 90% 이상은 국내에서 나온다.

이에 올 2월 팬택 임원이 이통사 영업정지의 시행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를 찾아가 이통사 영업정지를 진행할 경우, 생존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건의문까지 제출했다.

하지만 미래부는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고 법과 원칙을 앞세워 이통사 영업정지를 강행했다. 올 4월 팬택의 스마트폰 출하 실적은 7만3100대까지 떨어졌다. 이통사 영업정지가 시작되기 전인 올 2월(19만3200대)의 40% 이하로 내려간 것이다.

간신히 생명줄을 연장해 버텨오던 회사가 제품 판매량이 급격히 줄면서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만약 이통사 영업정지 기간에 기기변경만은 허용해달라는 팬택의 요구를 정부가 받아들였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어려운 회사가 정부 정책의 수혜를 보기는 커녕 오히려 정부의 무차별적인 제도 시행에 희생양이 됐다”며 “팬택 협력업체에서만 근무하는 직원수가 7만명에 달하는데, 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하면서 손을 놓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팬택위기] 팬택 살릴 의지 없는 채권단, 이통사 발목잡는 '물귀신 작전'

 (조선비즈 2014.07.11 15:36)

 

팬택 채권단의 출자전환 결정이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팬택에 대한 지원 조건으로 이동통신 3사의 출자전환을 요구하면서, 팬택의 숨줄을 이동통신사들에게 떠넘겼다는 것이다.

한편에선 한국의 벤처 신화를 일군 팬택을 법정관리로 내몰았다는 비난 화살을 피하려는 ‘폭탄돌리기’식 미봉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달 10일 오전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팬택본사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이준우 팬택 대표(가운데) 및 경영진들이 인사를 하고 있다. 이날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는 이통사의 출자전환을 부탁했다. /윤동진 기자
이달 10일 오전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팬택본사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이준우 팬택 대표(가운데) 및 경영진들이 인사를 하고 있다. 이날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는 이통사의 출자전환을 부탁했다.

팬택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을 포함한 채권단협의회는 이동통신3사가 팬택의 출자전환 참여 여부에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면서, 출자전환 시한을 이달 14일까지 연기했다. 채권단이 출자전환 시한을 연장한 것은 이달 4일을 8일로 한 차례 연장한 뒤 두번째다.

◆ 팬택 채권단, 끈질긴 ‘구애’…왜 이통사 붙잡나

팬택 채권단이 이통사를 출자전환에 끌어들인 이유는 간단하다.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것이다. 채권단이 팬택에 받을 3000억원을 출자전환해도 지금 같은 판매량으로는 재기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팬택 매출의 90% 이상이 국내에서 나오는 만큼 이동통신사들의 도움은 절실하다.

이동통신사가 1800억원의 출자전환에 나설 경우 채권단이 짊어지고 있는 위험을 분산할 수 있게 된다. 또 이동통신사들이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라도 보조금을 풀어 팬택 스마트폰 판매에 나설 것이란 계산도 깔려있다.

홍기택 KDB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이 간담회에서 향후 운영계획을 말하고 있다. 조선DB
홍기택 KDB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이 간담회에서 향후 운영계획을 말하고 있다.

 

채권단으로서는 이동통신사들이 출자전환에 참여하면 손해볼 일이 없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을 통해 기업 회생에 나서면 된다. 반면 이동통신3사가 마지막까지 출자전환에 참여하지 않아 팬택이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채권단은 따가운 여론의 시선을 이들 이동통신사들에게 떠넘길 수 있다.

한 시중은행의 임원은 채권단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누가 아이디어를 냈는지 모르지만 치밀하게 짜인 각본”이라며 “조건만 보더라도 자신들은 절대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주판을 두드린 흔적이 보인다”고 말했다.

◆ 이통사의 침묵은 ‘부정’…팬택, 제2의 쌍용차 되나

이동통신사들은 여전히 생사(生死)의 갈림길에 놓인 팬택에 대한 처분을 두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동통신사가 출자전환을 거부하게 되면 채권단이 제시한 30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 계획도 없던 일이 된다. 팬택은 채권단이 상환을 유예했던 자금을 갚아야 한다.

채권단이 일단 시간여유를 줬지만 이동통신사들이 팬택 살리기에 나설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한 이동통신사의 고위 임원은 “침묵은 곧 참여 거부를 뜻하는 것”이라며 “가만히 있는 이동통신사에 책임을 떠넘기는 채권단의 횡포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왼쪽), 황창규 KT 회장(가운데),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오른쪽). /각사 제공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왼쪽), 황창규 KT 회장(가운데),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오른쪽). /각사 제공

 

이동통신사들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아직 거부 의사를 공식적으로 내놓지 않은 것도 채권단의 의도대로 팬택의 생사가 이동통신사의 손에 결정됐다는 사회적 비난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통신사 관계자는 “1800억원은 이동통신사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다”며 “문제는 그 이후”라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보유한 팬택의 재고만 해도 70만대로 금액만 한 분기 매출인 3000억원에 이른다. 출자전환이 순조롭게 이뤄진다해도 재고 순환을 위해서는 여유 자금이 필요하고 지금의 자금력만으로는 향후 영업활동을 활발히 펼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팬택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법정관리인이 투입된 뒤 채권단과 이해 관계자의 의견에 따라 자체회생, 매각, 파산의 길을 걷게 된다. 하지만 출자전환마저 포기한 채권단이 단독으로 팬택의 회생을 도울리는 만무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결국 파산하거나 제 3자에게 헐값에 매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현재까지 팬택 인수자로는 중국, 인도 업체들이 유력하게 꼽히고 있다. 자국 내에서 저가 스마트폰을 무기로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상황에서 팬택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기술과 미국 AT&T 등과 연결되는 유통망이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휴대폰업계 관계자는 “이들 외국계 기업이 팬택을 인수할 경우 쌍용자동차(003620) (7,900원▼ 160 -1.99%)처럼 기술만 빼가는 먹튀 논란이 발생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효과도 없는 영업정지 명령을 내려 3위 제조사를 어려움에 빠뜨린 정부와 기업회생 의지가 부족한 산업은행은 상황을 이렇게 만든 책임을 벗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팬택의 눈물 "기회 달라"…이통사·정부 '뒷짐'

 (연합경제 2014-07-11 오후 5:42:00)

휴대폰 상인들도 '출자전환' 나서는데

 

<팬택 사옥(사진=팬택)>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로운 처지에 놓인 '팬택'이 이통사에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앞서 휴대폰 상인들도 장려금 일부를 출자전환하겠다고 나선 바 있다. 이들은 정부도 채권단 이통사와 함께 팬택 회생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10일 팬택은 서울 상암동 본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동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에 출자전환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준우 팬택 태표는 "현재 경영상황에 대한 근본적 책임은 팬택 경영진에 있음을 통감한다"며, "채권단 제시안이 이통사에서 받아 들이기에는 쉽지 않은 제안이지만 대한민국 이동통신 산업 생태계에서 팬택이 존속할 수 있도록 채권단 제시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해 주기를 간절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이어 "팬택은 지난 20여 년을 오로지 ICT(정보통신기술) 산업에만 매진해 온 중견 수출 기업이며, 세계 유수의 이동통신 사업자가 인정한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이라며, "지난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대한민국 ICT 산업 발전에 기여함은 물론 수출역군으로 거듭나겠다"고 덧붙였다.

팬택은 지난 2월 25일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신청했다. 이후 채권단은 4800억원의 채권 중 채권금융기관(산업·우리·농협·신한·대구·하나·국민·수출입·신용보증기금)이 3000억원, 이통 3사가 1800억원을 각각 출자전환한다는 조건으로 팬택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채택했다.

채권단은 4일까지 이통사에 출자전환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지만 이통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8일로 연장했다. 8일에도 출자전환을 사실상 거부하자, 채권단은 내부 방침에 따라 최종마감 시한을 14일로 연장했다.

팬택이 풍전등화와 같은 신세가 된 데는 정부와 이통사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팬택은 1월과 2월 소폭으로 흑자를 내며 조금씩 상승세를 타던 중이었다. 이후 정부는 이통사에 불법보조금에 대한 영업 정지 명령을 내렸고, 내수 비중이 큰 팬택이 직격탄을 맞았다. 

'베가 아이언2'로 재기를 다지고 있던 팬택은 출시를 이통사의 영업정지가 풀리는 5월로 연기했고 이는 경영악화로 이어졌다. 당시 팬택은 영업정지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미래창조과학부에 공문을 접수했지만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베가 아이언2(사진=팬택 홈페이지 캡처)>

 

오는 14일 출자전환이 무산되면 팬택은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된다. ICT 분야에서 많은 특허와 기술을 보유한 팬택이 외국으로 넘어갈 경우 국내 기술 유출이 우려된다. 실제 작년 삼성전자는 이를 우려해 팬택에 53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4일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이하 KMDA) 소속 상인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팬택의 회생을 돕기 위해 팬택으로부터 받아야 할 판매 장려금 일부를 출자전환할 수도 있다"고 밝히며, 정부와 이통사도 이에 동참해줄 것을 요구했다.

특히 상인들은 "현재 논의 중인 단말기 유통법에 워크아웃 등 어려운 환경에 처한 기업에 대한 배려조항을 신설해주는 등 구체적인 방안을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우리 같은 소상인들도 팬택을 살리기 위해 출자전환까지도 검토하는데 정부와 대기업 이동통신사들이 손놓고 있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수조원대의 이익을 창출하는 이동통신사의 영업정지로 인해 팬택의 상황을 어렵게 만든 정부는 이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팬택(1800명)을 포함한 협력업체에는 7~8만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으며, 14일 출자전환 여부에 따라 이들의 거취가 결정될 예정이다

 

팬택 이준우 대표 기자회견(전문)

안녕하십니까?

어떠한 이유를 막론하고 팬택이 오늘의 경영위기를 맞게 된 점에 대해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대표로써 무한한 책임을 통감하며 사죄의 말씀을 먼저 올립니다.

지난 5월 8일, 베가아이언2를 가지고 팬택의 희망을 말씀 드렸습니다. 그러나 2개월이 지난 오늘 풍전등화와 같은 팬택의 상황을 말씀 드리고, 생존에 대한 간절한 바램을 호소드려야만 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한 후에도 저를 포함한 팬택 구성원들은, 순간의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오직 밝은 미래를 그리면서 밤낮없이 달려왔습니다. 그러나 ‘이통사 출자전환’이 벽에 부딪힌 지금, 저희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존폐 기로에 서 있습니다. 최근 몇 주 동안 이 사안을 가지고 수 많은 언론 기사가 보도되었습니다. 팬택의 경영 실패를 질타하는 내용뿐만이 아니라 팬택이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는 내용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경영상황에 대한 근본적 책임은 팬택 경영진에 있음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다만 팬택을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마지막까지 여러분의 도움을 요청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먼저 고객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립니다. 회사 존속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팬택 제품을 사랑해 주시는 500만 고객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되었습니다. 한번 더 죄송스럽게 생각하며 설령 정상적인 영업이 어려운 상황이 오더라도 사후 서비스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협력업체 여러분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팬택과 더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어려운 여건에서도 최선의 지원을 다해 주셨지만 저희의 잘못으로 생존까지 위협받는 참담한 상황을 초래한 것에 대해 무릎 꿇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립니다. 회사로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경영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으며, 한 번의 기회가 더 주어진다면 동반성장을 통해 오늘날의 고통을 반드시 보상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동통신사업자에게 호소드립니다. 그 동안 차별화된 제품과 기술력으로 이통사에 기여를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팬택 상황은 이통사에 큰 짐이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물론 채권단 제시안이 이통사에서 받아들이기에는 쉽지 않은 제안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이동통신 산업 생태계에서 팬택이 존속할 수 있도록 채권단 제시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해 주시기를 간절히 호소드립니다.

채권단관계자 여러분,

그 동안 팬택을 위해 많은 지원을 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현재 채권단 제시안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부디 지혜를 모아 워크아웃이 중도에서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적극적으로 나서 주실 것을 호소드립니다.

여러분, 팬택은 지난 20여 년을 오로지 ICT 산업에만 매진해 온 중견 수출 기업입니다. 그리고 세계 유수의 이동통신 사업자가 인정한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입니다. 지난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대한민국 ICT 산업 발전에 기여함은 물론 수출역군으로 거듭나겠습니다. 이대로 팬택이 사라지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도와 주십시오. 여러분께서 주신 마지막 기회로 생각하고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팬택과 협력업체 구성원이 소중한 삶의 터전을 유지함은 물론, 국가 경제 발전에 계속 이바지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시기를 눈물로서 호소드립니다. 감사합니다.(2014년 7월 10일)

 

 

팬택의 위기, 정부·이통사는 책임없나?

 (전자신문 2014.07.11 17:49)

 

팬택이 위기다. 자칫하면 법정관리에 들어갈 수도 있다. 팬택은 어떻게든 법정관리는 막고 싶은 입장이다. 주사위는 던져진 상태다. 팬택 채권단은 3000억 원을 출자전환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여기엔 조건이 있다. 이통3사가 1800억 원에 대해 출자전환을 하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통 3사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최종 결정 시한은 14일까지다. 14일이 지나면 법정관리로 넘어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런 팬택의 위기는 전적으로 팬택의 책임이 크다. 팬택은 이미 워크아웃을 겪은 바 있으며, 졸업한 지 26개월 만에 다시 워크아웃에 돌입했다. 두 번째 위기임에도 팬택의 기술력을 보고 채권단은 법정관리가 아닌 워크아웃을 선택했다. 하지만 2분기 이통 3사의 영업 정지로 말미암아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이통 3사에게 출자전환을 요구한 1800억 원. 왜 팬택은 이통 3사에게 빚을 진 걸까? 1800억 원은 이통사가 벌인 보조금 전쟁으로 발생한 금액이다. 즉 제조사가 단말기에 보조금 형식으로 지원하는 판매장려금을 말한다.

소비자는 이통사의 보조금과 제조사의 판매장려금을 합친 금액을 단말기 보조금으로 받게 된다. 할부원금 0원이 나올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통신사가 보조금을 늘려 공짜폰, 마이너스폰을 푼다면, 제조사 입장에서는 따라갈 수밖에 없다. 올해는 유난히 보조금 대란이 많았는데, 그만큼 제조사도 돈을 썼다는 말이다. 특히 2분기 영업정지가 예정되면서, 1분기에는 대란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만큼 걸핏하면 과도한 보조금이 살포되었다.

2013년 말 베가 시크릿 업을 내고 새해를 맞았지만, 팬택은 보조금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여기에 3월부터 5월까지는 이통 3사의 순차 영업 정지가 기다리고 있었다. 시장은 차갑게 얼어붙었고, 재고는 쌓여갔다.

팬택은 매출의 90% 이상이 국내서 나온다. 이런 탓에 영업정지는 팬택 입장에서는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 휴대전화의 판매는 이통사 손에 놓여 있는 탓에, 이통사가 영업정지를 당하면 제조사는 단말기를 팔 수 없다. 2월엔 팬택 임원이 이런 사정을 담은 건의문을 제출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팬택은 야심 차게 베가 아이언 2를 5월 중순 시장에 내놓으며, 희망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6월 이통 3사가 팬택으로부터 구입한 스마트폰은 단 한대도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현재 통신 3사가 보유한 팬택 제품 재고는 70만 대, 약 5000억 원어치다. 추가 구매를 하지 않은 이유다.

▲ 지난 5월 야심차게 내놓은 베가 아이언2

현재 팬택의 부채는 9900억 원. 이통 3사의 출자전환이 이루어진다면, 채권단의 출자전환으로 부채는 5100억 원으로 절반가량이 된다. 팬택은 이렇게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면, 몇몇 투자 유치도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충분히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팬택이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부에서 영업정지 조치에 대해 조금 더 신중했으면 어땠을까? 이통사 또한 무의미한 보조금 전쟁을 자제할 순 없었을까?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순 없지만, 어쩌면 지금의 상황까진 안 왔을지도 모른다. 도의적인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음에도 정부나 이통사 모두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