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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고 시 열 전

5급行試-민간채용 5대 5로…장기적으론 고시제 폐지 (매일경제 2014.05.19 20:07:58)

5급行試-민간채용 5대 5로…장기적으론 고시제 폐지

행시선발 130명 가량 줄듯…계층이동 막힐 우려도

 

◆ 朴대통령 담화 / 고시제도 개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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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숭숭한 세종시 정부청사
정부조직 재편 바람이 몰아치면서 세종시 관가가 뒤숭숭하다. 세종시 정부청사에 근무 중인 직원들이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50년 넘게 인재등용의 산실로 자리 잡았던 행정고시제도를 대폭 개혁하겠다고 밝혔다.

고시제도가 시간이 지나면서 우수한 인재 등용이라는 장점보다는 공무원의 폐쇄성을 부추기고 패거리 문화를 만드는 등 부작용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담화문에서 "5급 공채와 민간경력자 채용을 5대5 수준으로 맞춰가고 궁극적으로는 고시처럼 한꺼번에 획일적으로 선발하는 방식이 아니라 직무능력과 전문성에 따라 직무별로 전문가를 뽑는 체제를 만들어 가겠다"고 천명했다.

세월호 참사 수습 과정에서 문제로 지적됐던 공직사회의 폐쇄적인 조직문화와 무사안일을 개혁해 임용부터 퇴직까지 개방성과 전문성을 갖춘 공직사회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박 대통령은 공무원 선발 시 5급 공채 비중을 줄이고 민간경력자 채용을 늘리며 장기적으로는 고시제도를 대체할 전문가 선발 제도를 마련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로써 1963년부터 50년 넘게 이어진 행정고등고시(행시) 제도는 폐지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19일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채용된 5급 공무원 449명 중 고시 출신은 353명으로 전체 중 78.6%에 달했다. 민간경력자 출신은 96명에 불과했다. 2012년에는 민간경력자 채용 인원이 처음으로 100명을 넘었지만 지난해 다시 96명으로 줄어들었다. 민간과 고시 출신 간 비중을 동일하게 할 경우 민간에서 130명가량을 더 선발하고 고시에서는 이 규모만큼 줄여야 한다.

공무원 조직에는 경쟁과 효율이라는 민간의 장점을 이식시키고 민간전문가들에게는 공직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줌으로써 업무 폭을 넓힌다는 취지다. 민간 채용이 늘어날 경우 서열과 기수문화로 점철된 공무원 사회의 배타성을 개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행시가 폐지된다면 시험제도가 보유한 순기능마저 함께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공무원들의 패거리 문화를 개혁하고 전문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시행 과정에서 여러 가지 부작용이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종수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고시 폐지에 대한 방향성에는 동의하지만 그만큼 평등ㆍ공정ㆍ객관성을 갖춰서 관료를 선발해야 하는 부담은 있을 것"이라며 "민간에서보다 적은 연봉을 받으면서 공직에 오려는 전문가들의 전문성 역시 장담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민간에서 받던 대우에 상응하는 인센티브가 없다면 유능한 전문가들이 고시 출신이 장악하고 있는 관료 사회에 들어오려 하지 않을 것이며 이 경우 공직사회 인력의 질은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우리 사회에서 `개천에서 용 나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 고시를 통한 것인데 사법고시와 외무고시 폐지가 확정된 가운데 행시마저 사라지면 부에 따른 계급화가 더욱 공고해질 가능성도 크다. 이와 함께 고시 기수문화를 중심으로 똘똘 뭉친 고시 출신과 비고시 출신이 정상적으로 융화되기까지도 상당히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염려도 제기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공무원들의 전문성을 떨어뜨리는 순환보직제의 개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관료들 업무가 2~3년마다 바뀌는 것을 두고 전문성과 업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수용한 것이다.

순환보직 개선 방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지만 전문성이 요구되는 부서를 대상으로 8년까지 근무하도록 정하는 `전문 직위제`를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세월호 참사 이후 관가에서는 이번에 신설되는 국가안전처가 전문직위제를 시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대기업서 공무원 진출 땐 민관유착 더 심해질수도"

  (매일경제 2014.05.19 17:57:03)

`엽관제`도입 필요…고시생 피해 없게 단계적 감축해야

 

◆ 朴대통령 담화 / 고시제도 개혁, 공무원·고시생 반응 ◆

"회초리는 세게 들었는데 구체적인 미래 방향 제시는 부족했다."

관가에 있는 공무원들은 대통령 담화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에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다. 관피아로 대변되는 공무원 개혁을 강하게 외친 대통령의 의지를 이번 담화문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담화문에 걸맞은 개혁도 예상된다.

하지만 개혁의 구체적인 방향에 대해서는 많은 공무원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구체적인 후속 대책이 이어지지 않으면 공직사회 개혁은 말만 요란한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 부처 고위 관계자는 "담화문에서 공무원 개혁 방향은 제시됐지만 공직사회의 시스템 개혁 부문은 미흡했다"며 "정부 부처 고위직은 선거에서 승리한 정치인들이 독차지하는 엽관제 같은 것을 명시적으로 표방하는 것이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직업 공무원들은 실무적인 일을 전담하고, 고위직은 정치적인 입장이 명확한 인사가 담당하는 방식이다.

행정고시 제도 폐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조심스럽게 우려를 드러냈다. 정부 부처 관계자는 "민간에 길을 넓혀준다는 취지에는 동의한다"면서도 "그러나 대기업들이 조직적으로 전문가들을 공무원으로 진출시킨다면 민관 유착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30대 사무관은 "이미 법조계에서는 사법시험 출신과 로스쿨 출신이 융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명백하지 않으냐"고 반문하며 "시험보다 공정하게 인력을 선발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전했다.

공무원 조직의 정체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정부 관계자는 "앞으로 산하기관 진출이 차단되면 공무원 인사가 막히고, 승진이 늦어지는 등 조직이 정체될 것"이라며 "이런 분위기가 오래되면 유능한 인재들이 공무원을 기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낙하산이 금지될 경우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가 고위 관료들의 배출 창구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정부 관계자는 "1급이나 차관들의 낙하산이 금지되면 IMF 등 해외 기구를 고위 관료의 퇴로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해외 기구를 희망하는 고위 공무원들의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도 대통령 담화는 충격으로 다가왔다.연세대 졸업생인 임 모씨는 "행정고시 선발 인원을 갑작스럽게 줄이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유예기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줄여야 고시 준비생들의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과거 로스쿨 도입으로 사시 선발 인원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것과 같은 방향으로 정책이 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낙하산 금지 규정이 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많은 고시 준비생이 공직사회 가 주는 자긍심과 직업의 안정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선발시험委서 선발 전담…`무늬만 개방형`막는다

 (매일경제  2014.05.19 20:08:17)

공무원 `자기사람 심기` 폐단도 극복

 

박근혜 대통령은 공직사회 개방성을 확대하기 위해 과장급 이상 직위에 대해 실시하고 있는 개방형 직위제를 손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제도는 기존에 민간 채용 확대를 위해 만들었지만 다수 공무원 출신이 자리를 차지하면서 `무늬만 개방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정부는 이 제도가 유명무실해진 이유로 공무원들이 인사권을 남용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개방형으로 공모한 후 민간인 중에는 적임자가 없다는 이유로 공무원들을 이 자리에 보내는 관행이 정착돼 있다. 민간인 중 유능한 사람이 개방형 공모직으로 가기에는 인센티브가 떨어진다.

공무원들도 무능한 사람의 채용을 꺼린다. 결국 이 자리는 공석인 상태로 오래 유지되고 공무원들이 어느 순간에 자리를 꿰차고 있는 상황이 반복됐다.

박 대통령은 이런 문제점을 감안해 개방형 직위제를 위해 부처마다 운영하고 있는 선발위원회를 대신해 새로 만들어지는 `중앙선발시험위원회`에서 선발을 전담하고 각 부처로 해당 공무원을 내려보내는 방식으로 제도를 바꾸기로 했다.

중앙에서 인재를 선발하면 공무원들이 자기 사람을 심는 폐단을 극복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대통령이 직접 장기적으로 행정고시 폐지를 언급한 만큼 공무원 선발에서 중앙선발시험위원회의 역할은 점점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기존의 공무원 인사조직 기능은 총리실 소속의 행정혁신처로 이관된다.

중앙선발시험위원회는 1999년 행정부 소속 공무원의 인사행정 관련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김대중정부에서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 설치했다가 2008년 행안부 인사실에 흡수됐던 중앙인사위원회와 사실상 유사한 기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세월호 사태처럼 큰 사고가 벌어질 때마다 유사한 기능을 가진 기관들을 옮기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종수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무원 인사와 관계된 기능을 안행부에서 총리실로 이전하고 중앙선발시험위원회를 신설한다고 말한 것은 결국 조직을 `찢고 붙이기`만 반복한 것"이라며 "오히려 대통령이 직접 공무원 인사를 맡은 기관의 독립성을 보장하겠다고 말하는 편이 훨씬 필요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