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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 육/취업전쟁

지방에서 태어난 죄? ‘In 서울’ 동시에 빚쟁이 (파이낸셜뉴스 2014-04-14 19:16)

지방에서 태어난 죄? ‘In 서울’ 동시에 빚쟁이

‘In 서울’ 동시에 월세살이.. 빚으로 시작하는 ‘빚내는 청춘’
공부 잘해 서울 대학 갔건만… 단칸방서 학자금에 허덕이며 '알바'

 


#1. 직장생활 4년차 서울 출신 조모씨(33)
조씨는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서울에 있는 대학을 졸업했고 결혼을 앞두고 있는 현재까지 은평구에 있는 부모 소유 주택에서 거주하고 있다. 조씨가 대학 2학년 때 아버지가 은퇴를 했기 때문에 학자금을 부모에게 의존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학업을 쉬면서까지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보다는 졸업을 빨리 하고 취직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 아르바이트는 방학 때만 했다. 조씨는 현재 월급 200만원 을 받으면서 버는 돈의 70% 이상을 재테크하고 있다.


■월평균 수입·지출 내용

대학시절

수입 50만원

아르바이트 30만원 부모 지원 20만원

지출 50만원

학비 분담 30만원 생활비 20만원

부채 없음



취업 후

수입 월급 200만원(세후)

지출 용돈 50만원

여윳돈 150만원

보험 30만원 주택저축 50만원

펀드 50만원 주식 20만원

자산 약 8000만원 부채 없음


#2. 서울생활 15년차 울산 출신 김모씨(33)

김씨는 중소기업에 다니는 3년차 직장인이다. 2000년 울산에서 서울에 있는 사립대학에 진학해 현재까지 서울에 살고 있다. 김씨는 자취생활을 하는 동안 월세와 식비, 학자금을 부모에게 전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면서 군입대 시기 외에도 1년 동안 한 차례 휴학을 했다. 학자금과 월세 보증금 대출을 갚느라 자산을 늘려 종잣돈을 마련할 기회는 아직 잡지 못하고 있다.



■월평균 수입 지출 내용

대학시절

수입 110만원

아르바이트 90만원 부모 지원 20만원

지출 110만원

학비 분담 40만원 생활비 40만원

월세(공과금 포함) 30만원(동거 통해 줄임)

대출 2200만원

학자금 1700만원 보증금 500만원



취업 후

수입 180만원(세후)

지출 170만원 여윳돈 10만원

월세(공과금 포함) 50만원 생활비 40만원

대출원리금 상환 70만원 부모용돈 10만원

자산 없음

대출 2500만원

학자금 1000만원 보증금 1500만원



'지방에서 태어난 게 죄?'

베이비부머의 자녀세대인 에코세대(20~34세)들에게 이 말은 더이상 가벼운 농담이 아니다. 학업과 직장을 찾아 수도권에 올라온 지방 출신자들에게 있어 주거 문제는 스스로 해결이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면서 자식을 둔 부모 마음이 먹먹해진다. 지방에서 태어난 것이 죄가 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대학가를 떠나 습기 찬 반지하 단칸방에서 사는 청년들, 아르바이트로 번 돈의 절반 이상을 주거비용으로 쓰다 보니 정작 학비를 낼 돈은 없는 대학생, 과도하게 높아진 주거비용 때문에 저축할 돈이 없는 사회초년생. 이들에게 주거문제는 개인적으로는 자산성장의 싹을 잘라 중산층 진입을 어렵게 하고 국가 경제에서는 성장의 잠재력을 떨어뜨리는 문제를 낳고 있다. 금융권 대출 등 마이너스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들 사회 초년생이 빈곤의 악순환 늪에 빠지게 되는 단초가 제공되는 셈이다.

 [주거난에 시달리는 ‘N세대’] 청년·독거노인의 전유물.. ‘단칸방’ 다시 늘어난다

■청년 주거가 빈곤 인생의 출발

에코세대 입장에서 처음으로 주거 문제가 현실로 느껴지는 순간은 대학교 3학년부터다. 대학교 1~2학년까지는 기숙사를 이용할 수 있어 서울이 고향인 학생과 지방 출신 학생 간의 격차가 크지 않다. 대학이 직접 운영하는 평균 기숙사 비용은 1인실 기준 국공립 대학교 월 19만2000원, 사립대학교 월 31만5000원이다. 2인실 이상에서 생활하면 비용은 더 적어진다. 중산층 가정에서 어느 정도는 감당이 가능한 수준인 것.

하지만 대학교 3학년으로 진학해 대학가에서 월세집을 구하게 되면 비현실적인 주거비용에 직면하게 된다. 대학가의 월세(공과금 포함)는 대부분 50만~60만원 수준이다. 단순 월세만 놓고 비교해도 원룸이 기숙사 대비 두 배 가까이 비싸다. 여기에 보증금은 500만원에서 1000만원이다. 부모가 보증금을 해결할 능력이 되지 않는다면 금융권 대출을 통해 마련해야 한다. 빚을 지는 이유는 돈을 버는 시기와 돈이 필요한 시기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청년기에 부채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나 무심코 방치한 청년기의 부채는 전 생애에 걸쳐 자산 증식의 기회를 영원히 잃어버릴 위험을 안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청년기 부채가 없는 사람의 경우 취업 후 4~5년 동안 자산을 축적하면 이후 생애에 큰 버팀목이 될 종잣돈을 확보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 종잣돈을 청년기에 확보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은 이후 자산증가율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고 말한다.

그러나 20대에 짊어진 학자금이나 보증금 대출을 30대에도 해결하지 못할 경우, 이후 결혼과 출산이라는 자금 수요가 닥칠 때 또다시 대출을 받음으로써 생애 전 기간에 걸쳐 종잣돈을 확보할 수 없는 수렁에 빠지게 된다.

신한금융투자 이형우 팀장은 "27~28세에 경제활동을 시작한 경우 부채가 없으면 5년이 지난 시점에 시드머니가 축적되지만 부채를 극복하지 못하면 순자산증가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어 전 생애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삼포 세대가 성장률 잠식

힘겨운 대학생활을 끝내고 어렵게 취업까지 성공한다고 해도 주거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더욱 심각해진다.

지난달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www.saramin.co.kr)이 기업 729개사를 대상으로 '2014년 신입 초봉'을 조사한 결과 '대졸'은 평균 2363만원으로 집계됐다. 월 2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며 세금을 제외한 실수령액은 더욱 낮아진다.

반면 한국감정원의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2억9314만원(지난해 12월 기준)이다. 수도권 지역으로 확대해도 평균 아파트 전셋값은 2억633만원에 이른다. 2000만원 초반대의 연봉으로는 한 푼의 생활비도 지출하지 않고 연봉의 100%를 저축한다고 해도 전셋집을 마련하는 데 10년이 넘게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때문에 지방출신 사회초년생들은 대학가 월세집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서울 지역의 경우 소득에서 임대료를 뺀 금액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최저생계비 이하인 가구는 31만1000가구로 96%가 저소득층이다. 이 중 30대 이하 가구주는 30%에 육박한다.

높은 주거비로 저축이 불가능한 사회초년생들은 부모 도움이 없는 경우 결혼을 늦추는 사례가 늘어 나고 있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는 '삼포세대'라는 말이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삼포세대는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20~30대를 가리킨다. 지난 2월 시장조사전문기관 마크로밀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3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삼포세대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20~30세대 65.7%는 자신들을 일컫는 '삼포세대'라는 표현에 동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에코세대의 좌절은 개인적인 문제에 머물지 않는다. 국가 경제면에서 볼 때 청년층의 취업 준비기간이 길어지면 당장의 노동 공급이 줄어들 뿐 아니라 이들의 만혼과 출산기피 풍조는 미래의 노동공급을 줄여 국가 성장잠재력에 악영향을 끼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연구기관들은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2011~2020년 3.6%, 2021~2030년 2.7%로 지속적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청년 주거복지 시민단체 민달팽이 유니온에서 공식 발족한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 정남진 정책팀장은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처럼 학생들도 지금까지는 졸업하면 해결된다고 생각하고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며 "하지만 현재는 빚을 내도 집을 사는 것은 물론이고 전세를 구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한계에 도달한 상황에서 정부가 청년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독거노인의 전유물.. ‘단칸방’ 다시 늘어난다

 (파이낸셜뉴스 2014-04-14 18:24)

분가 청년층·독거노인의 전유물로 자리잡아… 원룸·오피스텔 등 갈수록 증가세

 

1980년 이후 지속적으로 줄어들던 서울의 단칸방이 최근 다시 늘어나고 있다.

1980년대만 해도 단칸방은 보편적인 주거형태였다. 5년마다 실시하는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서울시의 전체 가구수 가운데 방이 하나뿐인 집에서 사는 가구는 1985년 41.6%에 달했다. 그러던 것이 1990년 31.5%, 1995년 14.5%로 크게 하락한다. 경제성장과 아파트 보급의 결과다. 이후 재건축 재개발이 활발해지면서 단칸방 가구는 2000년 9.4%, 2005년 6.7%로 급격하게 줄었다. 단칸방은 이제 독거노인, 분가 청년층 등 일부의 전유물이 됐다. 그러나 가장 최근 조사인 2010년 자료에서 서울 원룸 거주자가 다시 9.2%로 상승했다. 조사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친 이 시기에 청년층의 실업기간과 취업 준비기간이 갈수록 길어지고 만혼풍조가 확산되면서 소형 저가 주택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청년 주거 빈곤층들이 주거의 대안으로 찾는 서울 고시원 증가상황을 보면 이 같은 사정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소방방재청 예방소방행정통계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고시원은 2004년 2500여곳에서 2010년 4900곳, 2012년 5000곳으로 늘어났다. 전국 고시원 1만 곳 중 절반이 서울에 밀집해 있다. 이곳에서 거주하는 인구는 15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 일반가구의 4%, 1인가구의 17%에 해당하는 수치다.

서울지역에 저가 주택이 줄어든 원인은 지난 20여년 동안 재개발, 재건축으로 고가 주택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동대문구, 성북구 등 강북권에 살던 단칸방 거주자들은 동작구, 관악구 등 서남부권으로 대거 밀려났다.

1980년대에는 단독, 다가구 주택이 전체 주택의 90%를 차지했다. 이 시기 도시집중 현상으로 단독주택만으로는 인구를 감당할 수 없어 여러 가구가 살 수 있도록 불법 개축하는 사례가 생겨나면서 이를 양성화한 다가구 주택이 등장했다.

1990년에 들어 아파트 시대가 본격 시작됐다. 거주환경이 양호하고 임대료가 비싼 공동주택이 늘어나면서 주거약자인 청년층이 거주할 곳은 줄어들었다.

이때부터 청년들은 좀 더 싼 방을 찾아 유랑을 해야 했다. 청년들이 주로 거주하는 딘칸방은 강북권에 집중돼 있던 것이 재건축과 도시정비 사업 등에 밀려 서울 서남부권으로 이동했다. 지난 15년간 단칸방 거주자들의 이동 경로를 보면, 1995년 영등포, 금천구 등 공단 밀집지역과 대학과 상업시설이 있는 동대문구, 성북구 등에 각 2만6000~8000가구 등이 분포해 있었다.

그러나 2010년에 단칸방 거주자들은 관악구에 약 5만8000가구, 동작구에 2만가구 등 고시촌이라 불리는 곳에 집중돼 있다. 직장인들이 밀집해 있는 강남구도 2만3000여가구가 살고 있다. 강남구의 단칸방 가구는 그 형성과정을 보면 관악, 동작구와 확연히 차이를 보인다. 단칸방이라는 단어가 주는 서민적 어감과 어울리지 않아 현지 부동산에서는 원룸 오피스텔이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한다. 강남구의 단칸방은 1995년 1만4000가구에서 2010년 2만3000여가구로 15년 동안 매년 300~1000여가구씩 점차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下) ‘젊어서 고생은 평생가난’.. 홀로서기 힘겨운 청춘

 (파이낸셜뉴스 2014-04-15 17:23)

‘청년 주거난’ 극복한 선진국, 뭐가 다른가
한국, 공급 위주 주택정책 머물러.. 美·英 주거비 보조 등 ‘수요’ 중심
유럽 일부선 ‘청년 독립금’ 지원도

 

우리나라의 에코세대(20~34세) 주거문제는 미국이나 영국에서 먼저 사회적 이슈가 됐다. 부모로부터 독립을 포기하고 집으로 되돌아간 미국의 부메랑세대(Boomerang Generation), 영국의 임차세대(Generation Rent)는 주거 불안 등으로 성인이 된 뒤에도 부모의 경제적 지원을 받는 세태를 반영한 용어다.

이들 나라는 정부가 지원해야 할 주거빈곤층에 청년세대를 포함하고 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며 젊은 시절 빈곤 상태를 당연시하는 우리 사회 분위기와는 다르다. 집을 장만하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 시기 주거빈곤은 누구나 겪는 일상적인 일이며 개인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본 것이다. 그러나 주거비 상승을 소득이 따라가지 못하고 부모 세대에 의존하지 않고 주거를 해결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서울지역 주택시장의 변화는 에코세대에게 과거보다 과중한 주거비를 떠안겼다. 서울의 전세가격과 대졸 초임을 비교해 보면 과거 10년 동안 주거부담이 얼마나 늘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통계청의 최근 자료를 보면 2000년 에코세대가 부담한 전세가격이 당시 대졸초봉 1739만원의 150%를 넘는 지역은 서울 강남 3구, 종로, 중구 등 12개 구였다. 이런 지역에서는 전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러나 2010년에는 강북구 단 1곳을 제외한 24개 구가 당시 초봉 3352만원의 150%를 초과했다. 서울에서 사실상 저가 임대를 구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는 전반적인 서울지역 전세가격의 상승에 기인하는데 2000년 서울 전세 가격 평균은 4271만원이던 것이 2010년엔 1억1378만원으로 2.7배 상승했다. 그러나 이 시기 대졸 초봉은 1.9배밖에 상승하지 않았다. 에코세대의 수입과 임대료의 격차가 갈수록 커지면서 직장이 있어도 주거불안이 계속되는 시대가 됐다. 젊어서 고생은 평생의 가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커진 시대다.

그러나 사회적 인식과 정부의 정책방향은 여전히 1980년대에 머물러 있다. 우리나라 주거문제 해결 방안은 주로 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영국도 과거에는 우리나라처럼 공공임대주택 건설 등 공급위주의 정책을 폈었다. 그러다 1980년대 이후 수요자 보조정책으로 전환했다. 영국은 주거비 보조를 받는 사람 중 34세 이하가 25%로, 65세 이상자 26%와 별 차이가 없다. 연령이 낮아도 지원대상에서 소외되지 않는다.

특히 대부분 학교에서 숙식을 제공하기 때문에 청년기 생활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다. 2012년부터는 25세 미만에게 지급되던 주거비 보조가 34세로까지 확대됐다.

미국은 주택 바우처제도가 잘 갖춰져 있다. 2005년 공표된 연방행정규칙은 저소득 대학생의 주거비 지원을 규정하고 있다.

뉴욕주의 경우 단칸방 거주자나 청년층 지원을 위한 별도의 주택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주로 18~25세 젊은 가구주에게 주택 보조금을 지급한다.

서구의 일부 복지국가는 가장 선진적인 청년 주거정책을 시행 중이다. 주거의 문제를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보고 청년층이 주거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네덜란드, 덴마크는 독립지원금, 학생지원금 등 명목으로 사회에 나가는 청년들이 자립할 수 있는 기본 자금을 지원한다. 사회 진출 초기 대학등록금과 보증금 대출로 빚을 떠안고 시작하는 우리나라 청년들과는 출발부터가 다르다.

주택산업연구원 김지은 연구원은 "주거문제가 영향을 미치면서 청년들의 사회진출 통로를 막을 수 있는 제약요인이 되고 있고 직장인도 본격적으로 주택시장에 진입해야 하는데 주택 구매가 어려워 높은 전세가를 부담해야 한다"며 "경제 성장이 빠르게 진행될 때는 청년들이 돈을 벌어 주택을 구입할 수 있었지만 소득 대비 주거비가 높아 경제성장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下) “내 둥지는 어디에..” 동네서 거부당하는 청춘들

(파이낸셜뉴스  2014-04-15 21:50)

“동네 집값 떨어질라” 퇴짜 맞는 행복주택.. “내 둥지는 어디에…” 홀로서기 힘겨운 청춘
대학생·사회초년생 위한 행복주택 곳곳 반대 부딪혀 공급 14만가구로 축소
스스로 해결 나선 N세대, 주택조합 등 만들었지만 정부 지원 없인 한계 불보듯

 

 

박근혜정부의 유일한 에코세대 주거 문제 대책인 행복주택 사업이 사회적 갈등을 부르고 있다. 목동 행복주택 시범지구 지역에 걸려있는 반대 현수막.

 

'대학생이든, 가난한 사람이든 들어오기만 하면 집값 떨어진다.' 임대주택들이 가는 곳마다 현지 주민들에게 거부당하는 이유다.

대학생과 사회초년생들을 위한 '행복주택'은 기존의 저소득층 대상 임대주택과 성격이 다른데도 역시 곳곳에서 퇴짜를 맞고 있다.

편의시설과 학교가 한정돼 있는 곳에 주택만 증가하면 기존 주민들이 피해를 보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이런 갈등을 정부가 해결하지 못해 계층 간 감정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행복주택은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공약 중 하나로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은 내집마련이 어려운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대학생에게 우선 공급하는 임대주택 및 기숙사를 5년간 약 20만가구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오류, 가좌, 공릉, 고잔, 목동, 잠실, 송파 등 7곳의 시범지구가 지정됐다. 그러나 출발하기도 전 좌초 위기에 놓였다.

최근 시범지구 주민들의 소송이 이어지는 등 거센 반발에 부딪혀 공급은 14만가구로 축소된 상황이다.

현재까지도 원안대로 20만가구를 공급하라는 대학생과 시범지구 지정을 취소하라는 지역주민 간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상황이 여기까지 오자 N세대는 사회적 기업이나 주택조합 등을 만들어 스스로 주거난 해결에 나서는 공동체 실험을 하고 있다.

이들이 서울처럼 집값이 비싼 곳에 자신들의 둥지를 얼마나 마련할 수 있을지 정부의 지원책이 없는 상태에서 운영이 계속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님비(NIMBY) vs. 정책 실패

행복주택 조성에 가장 강하게 반대하는 지역은 서울 목동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양천구 목동 일대 10만4900여㎡ 부지를 행복주택지구로 지정했다. 해당 지역은 '목동종합운동장' '목동중심상업시설' 사이에 위치해 있고 목동주차장 및 펌프장, 재활용선별장, 제설수방창고 등 공공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공공시설이다.

목동 지역주민들은 △지역주민의 안전 위협 △교통혼잡 △학교 과밀화 문제 등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사전에 주민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한 데 대해서도 감정이 상해있다. 국토교통부는 주민 반발이 이어지자 시범지구를 기존 2800가구에서 1300가구로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뒤늦게 주민설득에 나섰지만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현재 목동에 거주 중인 이모씨는 "지금도 사람이 많고 공기 나쁘고 교통이 혼잡해 살기 어려운데 신혼부부와 대학생이 대거 들어오면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에서 인구가 늘어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목동테니스장을 이용하는 주민은 "서울에서 테니스 대회를 열 수 있을 정도로 큰 시설은 목동 테니스장이 유일하다"며 "임대주택 건설로 목동 테니스장이 사라질 경우 서울 테니스 동호인들은 지방을 전전하면서 대회를 열어야 하는 상황이다. 지금도 공공부지임에도 비싼 가격을 내고 테니스장을 쓰고 있는데 없어지게 되면 막막해진다"고 하소연했다.

상황이 여기까지 온 것은 정부의 정책 조급증과 님비현상 때문이다.

행복주택이 대선공약이기 때문에 밀어붙이기 식으로 사업을 추진했다는 게 주민들의 시각이다. 국토부에서는 준공까지 2~3년 동안 지역주민들과 만나 조율하겠다고 말하지만 오히려 혼선만 야기하고 있다. 교육환경이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하려고 입주한 신혼부부가 아이가 생기면 퇴거 조치를 하고 차가 있으면 입주를 제한하겠다는 회유책을 냈다가 비난 여론이 커지자 사실무근이라고 해명에 나선 바도 있다.

목동 주민들의 님비현상도 문제를 꼬이게 만든 원인으로 파악된다. 님비현상(NIMBY.Not in my backyard)은 지역 주민들이 싫어할 시설이나 땅값이 떨어질 우려가 있는 시설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다. 임대주택이 대거 들어서게 되면 목동의 집값을 떠받치는 주요 요인인 '학군'의 질적 저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집값 하락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우려가 님비 현상을 만들어 내는 것.

목동 지역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결국 행복주택지구 지역 주민들의 반대 이유는 집값 하락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며 "임대주택이 목동과 같은 중심이 아니고 외곽지역이라면 지금과 같은 갈등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고가 주택을 소유한 목동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임대주택이 들어서면 집값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만연해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공인중개사는 "임대주택이 도심 한복판에 지어진 일이 처음이라서 예상하기는 힘들지만 월세 가격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N세대 스스로 나섰다

행복주택건설은 오리무중에 빠져 있고 여당인 새누리당은 청년층이 집을 구입할 때 총부채상환비율(DTI) 기준을 완화해주는 안을 제시했지만 빚을 더 얻으라는 얘기냐는 비판을 받았다. 상황이 여기까지 오게 되면서 에코세대는 주거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올해 청년 주거복지 시민단체 민달팽이 유니온은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을 창립했다. N세대 스스로 찾은 대안 중 하나인 것.

민달팽이에서 계획 중인 방안은 조합원들의 출자금으로 주택을 짓거나 임차해 최소한의 운영비만 임대료로 내면 살 수 있는 비영리 공공주택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 정남진 정책팀장은 "우선 오는 5월에 협동조합 실무자들이 조합 명의로 서대문구 남가좌동의 한 원룸으로 사전 입주한다"며 "보증금을 두달치 월세로 최소화하고 월세도 30만원 이하로 낮추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팀장은 "대학가 주변으로 합리적인 중개 수수료를 받으며 저렴한 주거 공간을 물색해주는 착한 공인중개사(가칭)가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 해외에서는 청년들의 보편적 대안 주거 형태인 '셰어하우스'를 국내에 도입하려는 청년들도 있다. 셰어하우스는 다수가 한 집에서 살면서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인 침실은 각자 따로 사용하지만 거실.화장실.욕실 등은 공유하는 생활방식이다. 한국에서는 우주가 셰어하우스 사업을 하는 대표적인 사회적 기업이다. 우주는 대표부터 구성원 모두가 서울에서 주거문제를 몸소 겪은 청년들이다.

우주는 오래된 집이나 비어있는 집을 저렴한 전세나 월세로 빌려 개.보수한 후 대학생과 사회초년생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재임대해주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개인 주거공간은 쾌적하고 깔끔한 환경을 제공하는 데 집중했고 공동 활용공간은 개인 거주자들 간의 교류가 이뤄질 수 있도록 기능적인 면까지 고려해 설계했다. 현재 12호점까지 개설된 상황이다.

민달팽이 정 팀장은 "해외의 경우 청년들이 비싼 임대료에도 살 수 있는 것은 정부와 사회의 지원이 있기 때문"이라며 "현재 청년들이 스스로 나서고는 있지만 한계가 있다. 비영리로 청년을 위한 주택임대사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정부차원에서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