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교 육/취업전쟁

직무능력 본다더니.. 또 "책상 앞으로" (세계일보 2014.04.14 21:55)

직무능력 본다더니.. 또 "책상 앞으로"

 

취업준비생 김모(25)씨는 '삼성고시'(삼성직무적성검사·SSAT) 재수생이다. 서울의 버젓한 사립대 이공계를 졸업한 그는 지난해 삼성그룹 입사 필기시험인 SSAT에 떨어진 뒤 지난 일요일 다시 도전했다. 전국 85개 고사장을 비롯해 미국과 캐나다에서 실시된 올해 SSAT에는 약 10만명이 응시했다.

김씨는 "기업들이 스펙보다 직무능력을 강조해 이에 맞춰 준비를 해왔는데, 필기시험 한 방으로 판단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계열을 막론하고 대부분 취업준비생이 이런 식의 채용 방식에 회의감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극심한 청년취업난 속에 공무원과 공기업, 대기업 등 청년층이 선호하는 '괜찮은 일자리'의 신입사원 채용방식에 대해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채용 기관 대부분이 지원자의 실제 업무능력과 적응력, 열정 등 종합적인 자질을 평가하기보다 지필고사를 활용하는 채용시스템에 기대는 경향이 큰 탓이다. 이로 인해 취업준비생들의 수험 부담이 가중되고, 수많은 청년이 획일적인 시험 공부에 장기간 매달리면서 사회·경제적 비용이 막대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직능원)이 통계청 자료를 활용해 분석한 '청년층의 취업시험 준비 실태' 보고서에도 잘 나타난다.

 

14일 직능원에 따르면 2007년 68만2000명이었던 청년층(만 15∼29세) 취업 준비자는 꾸준히 늘어 지난해에는 96만명에 달했다. 6년 만에 40.8%(27만8000명)나 늘어 100만명에 육박한 것이다. 최악의 청년실업 사태가 빚어진 것이다. 성별로는 남자가 51만3000명으로 여성 44만7000명보다 6만6000명 많았다.

시험 유형별로는 교원임용고시를 포함한 '공무원 시험 준비'가 31만9000명으로 가장 많았고, '전문·기능분야 자격증과 기타시험 준비' 29만5000명, '민간기업 시험 준비' 26만명, '공기업 시험 준비' 8만6000명 등이다.

특히 취업난 심화에 따라 신분이 안정적이고 처우가 괜찮은 공무원과 대기업의 입사시험에 쏠림현상이 심하다. 예컨대 지난해 9급 공무원 공채시험에 20만4698명이 응시해 74.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대학이나 대학원 졸업 미취업자(48만여명)의 4분의 1인 12만여명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민간기업 취업준비생도 2010년 이후 대기업들의 직무적성검사가 확산되면서 당시 13만3000명에서 2배가량 껑충 뛰었다.

이와 관련해 오호영 직능원 선임연구위원은 "민간기업의 직무적성검사 지원자가 20만명을 넘으면서 취업 사교육이 등장하고 고시처럼 제도가 변질되고 있다"며 "공무원과 공기업, 대기업에서 수험생을 양산하는 지필고사 중심의 대규모 신규 직원 공채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획일적인 필기시험을 지양하고 학교 추천이나 서류전형, 실무경력, 심층면접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직종·업무별로 요구되는 능력을 파악해 뽑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공무원과 대기업 입사시험을 위한 학원이 성업 중이고, 기약없이 '공무원·대기업 고시족' 대열에 들어선 취업준비생도 수두룩하다. 기업들은 이런 부작용을 의식해 채용방식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앞서 '대학별 추천인원 할당'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던 삼성도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줄 전망이다. 일부 대기업은 이미 채용시스템을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