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기세포 잃어버린 10년 / ① 줄기세포 연구 10년째 표류 ◆ 황우석 트라우마에 갇혀 `잃어버린 10년` (매일경제 2014.02.19 14:47:05) 줄기세포 500대 특허중 한국 1건뿐 ◆ 줄기세포 잃어버린 10년 ◆ 한국 줄기세포 연구의 틀을 다시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황우석 전 교수의 논문조작 사건 이후로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외국보다 더 엄격해진 규제로 한국에서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오일환 가톨릭대 의대 교수는 "우리나라 줄기세포 연구의 추진 체계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연구 역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시스템이 잘 갖춰진다면 줄기세포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 <용어 설명> ▷줄기세포(Stem Cell) : 신체의 조직, 장기 등 다양한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원시 세포. 어떤 조직으로도 성장할 수 있어 `만능 세포`나 `전능 세포`라고도 한다. "줄기세포 성과 내놔도 의심부터 한다" 되풀이되는 논문조작에 신뢰 추락이 더 큰 문제 익명을 요구한 지방 의과대학 교수는 "줄기세포 연구는 이제 시작 단계고 치료제 역시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몇 년이 걸릴지 모른다"며 "성과에 대한 압박과 기대에 부흥해야 한다는 조바심 등으로 논문 조작이 자꾸만 반복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그는 이어 "반복된 논문 조작은 줄기세포 분야에서 한국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며 "이는 후배 연구자들에게도 피해를 주는 만큼 연구자로서 책임의식을 갖고 연구를 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피해를 입은 사례도 있다. 국내 사립대 한 줄기세포 교수는 "한국 줄기세포 연구 결과에 대해 너무 까다롭게 진행돼 현재 학술지 게재가 지연되고 있다"면서 "외국 연구 성과와 6개월밖에 차이가 나지 않으나 논문 게재는 1년 넘게 차이 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후속 연구가 상당히 진행됐는데 선행 논문이 게재되지 않고 있다"면서 "외국 연구팀보다 더 빨리 후속 논문을 실어야 글로벌 연구를 주도할 수 있는데 너무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매일경제 2014.02.19 18:34:05) 인용최다 논문 20개중 국내 연구진은 전무 청사진 그릴 컨트롤타워 없고 줄기세포연구 지원자도 `뚝` (매일경제 2014.02.19 14:48:02) 부처별 나눠먹기식 R&D에 협력 어려워…대학 연구센터, 연구원 못구해 수입할판 ▷ 유도만능줄기세포(iPSㆍinduced Pluripotent Stem cell) : 다 자란 성인 세포에 유전자 조작을 가해 생명 초기 단계로 되돌린 원시세포를 말한다. 인간 신체 세포를 사용해 배아줄기세포 상태로 되돌리기 때문에 역분화줄기세포라고도 한다 ◆ 줄기세포 잃어버린 10년 / ② 기술보다 제품 먼저인 한국 ◆ 원천기술 없이 치료제 개발에만 몰두…모래위에 집짓기 (매일경제 2014.02.19 19:06:43) `만병통치 맹신` 검증 안된 줄기세포 주사·화장품 열풍 (매일경제 2014.02.20 11:08:31) 줄기세포 배양·증식때 유전적 이상 `걸림돌` 안전성 확보 갈길 멀어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 치료제요? 아직 기술적으로나 제도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많습니다. 적어도 10년은 걸리지 않을까요?" 국내 대형 병원에서 줄기세포를 연구하는 교수의 말이다. 안전성이 확보된 성체줄기세포 치료제도 효능은 극히 낮고 환자 간에도 효과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판명됐다. 다수 세포가 혼재된 상태에서 성체줄기세포만을 구분해 내어 세포주를 확립하는 기술이 아직 해결되지 않아 일관된 효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한 줄기세포 전문가는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시술은 자신의 지방세포를 뽑아 주입하는 것인데 성체줄기세포 자체가 병든 조직에는 큰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아직 성체줄기세포를 정밀하게 뽑아내는 기술도 부족하고 줄기세포가 어떤 과정을 거쳐 치료에 도움이 되는지 명확한 메커니즘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 줄기세포 잃어버린 10년 / ③ 우리 장점 살려 다시 하자 ◆ 황우석 이후 줄기세포 연구는… 오일환·김동욱·정형민·한동욱 교수등 美·日과 경쟁 ◆ 줄기세포 잃어버린 10년 / ③ 우리 장점 살려 다시 하자 ◆ 박세필 제주대 줄기세포연구센터장(생명공학부 교수)은 iPS를 몸속에서 분화시킬 때 바이러스 대신 나노입자를 넣는 기술을 개발했다.iPS는 난자와 배아를 사용하지 않아 윤리 문제는 없지만 분화 과정에서 바이러스로 인해 암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갖고 있었다.이번 연구는 iPS의 부작용을 줄여 안전하게 iPS를 사용할 수 있는 획기적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최경철 충북대 수의학과 교수는 줄기세포 유전자를 조작해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파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유전자 조작 줄기세포는 정상세포에는 반응하지 않지만 암세포를 만나면 약물로 변해 암 진행을 억제시켰다 맞춤형 줄기세포 치료제는 한국이 앞서…33개 임상단계 (매일경제 2014.02.20 19:15:32) 배아복제 기술 뒤지지만 성체추출 단연 두각 분당차병원 김민영 교수팀이 글로벌 스템 셀 임상센터에서 환자를 대상으로 줄기세포 치료를 하고 있다. 분당차병원이 진행하고 있는 줄기세포 치료는 임상단계에 있다. [사진 제공=차병원] 현재 전 세계적으로 임상시험을 하고 있는 줄기세포 치료제는 약 4500개이며 이 가운데 약 10%에 해당하는 400~500개가 상용화 단계에 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우리나라는 현재 3개 줄기세포 치료제가 나왔으며 임상이 진행 중인 치료제는 33개에 달한다. 개발 중인 이들 치료제는 제대혈, 골수, 지방에서 성체줄기세포를 뽑아 △무릎연골결손 △급성뇌경색ㆍ심근경색 △척추손상 치료제 등으로 개발하고 있다. 임상 단계로는 파미셀이 골수 유래 줄기세포를 이용해 급성 뇌경색치료제 등 8개 품목 임상3상이 진행 중이다. 한동욱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줄기세포 연구 분야의 키워드는 네트워크"라며 "우리나라는 국가 차원의 연구자 네트워크 구성이 이루어져 있는 만큼 국내 연구자의 열정과 네트워크를 십분 활용한다면 미래 생명의 블루칩인 줄기세포 연구에 한국이 핵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 줄기세포 잃어버린 10년 / ④ 연구 막는 규제 논의할 때 ◆ 美·日 줄기세포 성과…후발주자 주춤하면 진입조차 어렵다 (매일경제 2014.02.21 15:47:53) 차광렬 차병원 회장이 말하는 `줄기세포 한계와 미래` ▶기초연구와 함께 임상시험을 통한 산업화를 해야 한다. 또한 글로벌 틈새시장인 줄기세포 치료제의 산업화를 하려면 원천기술 확보가 시급하다.이를 위해 정부와 민간이 펀드를 조성하고 특허를 사는 방식이나 임상시험을 제공하는 대가로 공동 사용권을 갖도록 하여 가능성 있는 줄기세포에 대한 원천기술을 확보해야 한다.현재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투자가 끊겨 어려운 벤처들이 많이 있다. 그들과 손잡고 함께 공동연구를 수행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BT는 IT와 달리 진입 장벽이 높지만 한번 진입하면 오래가고 후발주자들은 진입하기 어렵다. "배아복제 연구 줄기세포 발전에 필수" (매일경제 2014.02.21 15:47:40) "日은 윤리적 문제없는 방법으로 성과"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인간 배아줄기세포 복제를 위해서는 여성의 난자 사용, 즉 자라면 인간이 될 수 있는 `배아(胚芽)`를 파괴하는 등 윤리적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성공률이 낮고 윤리적으로 논란이 있는 배아줄기세포 복제보다 iPS나 STAP세포, 성체줄기세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황우석 박사팀은 2004~2005년 당시 2000개가 넘는 난자를 사용하고도 줄기세포 확보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인간 배아줄기세포 복제에 대한 규제가 완화된다면 돈을 받고 난자를 거래하는 일이 성행할 수 있다. 종교계는 인간 배아줄기세포 복제에 대해 "난자를 파괴하는 행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일본은 2006년 세계 최초로 성인의 피부세포를 줄기세포로 되돌리는 `유도만능 줄기세포(iPS)`를 개발했다. 30세 일본 여성 과학자가 한발 더 나아가 새로운 줄기세포를 만드는 기술(STAPㆍ만능세포)`을 개발해 주목을 끌었다. 중국 역시 정부가 줄기세포 연구에 관심을 가지면서 지난 10년간 1만2888건의 논문을 발표하며 양적으로는 한국을 앞질렀다.
이에 반해 한국은 2005년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논문조작 파문에 휘말린 이후 뚜렷한 연구 성과가 없다. 세계가 인정하는 논문과 특허에서도 한국 연구진은 찾아보기 어렵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2012년에 발표한 줄기세포 한국 논문 562건 중 네이처ㆍ셀 등 영향력지수(IF) 20 이상인 학술지에 게재된 것은 단 1건에 불과했다.
최근 10년간 한국 논문의 피인용 횟수는 4점대로 세계 평균(6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피인용 횟수가 가장 높은 논문 상위 20개 중에도 국내 연구진의 논문은 한 건도 포함되지 못했다.
이 기간에 상위 500개 줄기세포 특허에서 한국은 1개만 뽑혔다. 점유율 0.2%다. 미국 405개(81%), 일본 33개(6.6%)와는 격차가 커졌고 중국 2개(0.4%)에도 뒤졌다.
(매일경제 2014.02.18 17:10:58)
한국 줄기세포 연구와 관련해 더 큰 걸림돌은 신뢰도 추락이다.
되풀이되는 줄기세포 논문 조작으로 한국 과학계 신뢰를 떨어뜨리고 결국 후임 연구자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황우석 전 교수의 논문조작 충격이 가시지 않은 지난해 줄기세포 연구에서 또다시 논문조작 사건이 일어나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심각한 불신을 안겨줬다. 당사자는 황 전 교수 논문조작을 비판하며 새롭게 우리나라 줄기세포 연구를 이끌고 있다고 평가받던 인물이어서 더욱 충격적이었다. 강 모 전 서울대 교수는 본인 논문 17편이 무더기로 조작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학계를 떠나야만 했다.
황 전 교수와 라이벌로 여겨졌던 또 다른 강 모 서울대 수의대 교수도 지난해 초 서울대 조사위원회에서 `연구 부적절 행위`가 있었다는 조사 결과로 `엄중경고`를 받기도 했다.
美 배아복제·日 만능세포 쾌거 이룰때…한국은 10년째 빈손
단기 성과에 급급해 눈에 띄는 연구만 쏠려
지난해 처음 논문을 접한 과학저널 `네이처`는 "수백 년 생물세포학 역사를 우롱하고 있다"며 게재를 거부했다. 하지만 오보카타 박사는 세포가 분화하는 과정을 동영상으로 촬영하는 등 방대한 연구와 자료를 축적해 성과를 인정받았다. 일부에서 제기되는 논문 조작 의혹이 해소되면 오보카타 박사 성과는 줄기세포 연구에 새로운 획을 긋게 된다. 이에 앞서 일본 야마나카 신야 박사는 정상적인 성인 체세포를 거꾸로 줄기세포로 되돌리는 `유도만능줄기세포(iPS)`를 2006년 개발해 노벨 생리의학상(2012년)을 받았다. 이처럼 최근 줄기세포 연구의 큰 흐름을 일본이 주도하고 있다.
줄기세포 연구는 약 50년 전인 1961년 캐나다 과학자 어니스트 매컬럭과 제임스 틸의 골수를 만드는 줄기세포인 조혈모세포 연구로 올라간다. 1996년에는 영국 연구팀이 체세포 복제로 복제양 돌리를 탄생시켰고, 1998년에는 미국 톰슨 박사팀이 수정란 유래 인간배아줄기세포를 처음으로 확립해 본격적인 줄기세포 시대가 개막했다.
줄기세포 연구 역사는 50여 년에 불과해 각국 간 기술력 차이가 크지 않은 데다 각종 난치ㆍ불치병 치료와 함께 환자맞춤형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 때문에 세계 각국이 치열한 연구경쟁을 벌이고 있다.
줄기세포 종주국 미국은 2009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배아줄기세포에 대한 연방정부 지원을 결정했고 2013년 1월에는 대법원에서 인간배아줄기세포 연구를 허용하는 최종 판결을 내렸다. 이 같은 지원에 힘입어 미국은 지난해 세계 최초로 인간 배아줄기세포 복제에 성공했다. 여기에 전통적 바이오 강국인 영국과 국가적으로 집중적 지원을 하는 중국이 줄기세포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 연구팀을 가진 한국은 줄기세포 분야에서 무엇 하나 번듯한 성과를 낸 것이 없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상위 500개 특허 중 한국은 단 1개로 점유율이 0.2%에 불과했다. 미국 405개(81%), 일본 33개(6.6%), 영국 16개(3.1% ) 등 선진국뿐 아니라 중국 2개(0.4%)에도 뒤졌다.
특히 2012년 정부 자금이 지원된 연구에서 SCI급 게재 논문 487건 가운데 `네이처`나 `사이언스` 등 영향력지수(IF)가 20 이상인 논문은 1건에 불과했다. IF 10 이상인 논문은 18건, IF 10 이하가 468건으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IF 20 이상인 논문에 게재한 건수가 2011년에는 7건(전체 718건)에 달했고 2009년에도 3건(전체 603건)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양적ㆍ질적으로 크게 후퇴한 것이다.
조석구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우리나라 줄기세포 연구진은 세계 최고 수준인데 핵심ㆍ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것은 큰 문제"라며 "이는 국내 줄기세포 연구 환경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연구자들은 우선 정부의 단기 성과주의를 지적한다. 성과에 급급하다 보니 연구자들은 의미 있는 기초연구나 응용연구, 임상시험보다 `눈에 보이는` 연구에 치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대학에서 줄기세포 분야 박사학위를 받은 한 박사는 "오보카타 박사가 우연히 발견한 성과를 끊임없는 연구로 발전시켜 STAP를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은 연구자를 믿고 지원해주는 일본 기초과학 전통 때문"이라며 "우리나라에서는 `상식에 어긋나는 연구`를 하는 것은 사재를 털어 하면 모를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제는 `황우석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야 할 때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가 비윤리적으로 채취한 난자로 실험한 것이 문제가 되면서 한국에서는 사실상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불가능해졌다. 차의과대학은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위해 미국에 연구소를 만들기도 했다.
미래부에 따르면 세계 줄기세포 시장은 2005년 86억달러 규모에서 연평균 23.5%씩 성장해 2015년에는 704억달러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오일환 가톨릭대 의대 교수는 "많은 과학자들이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면 연구 역량이 뛰어난 한국 연구진이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쩔 수 없이 동남아 지역 국가를 대상으로 학생들을 찾고 있다. 박세필 줄기세포연구센터소장(제주대 교수)은 "약 10년 전에 비해 줄기세포 연구를 지원하는 사람들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며 "황우석 사건 이후 줄기세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제주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방 국립대에서 줄기세포를 연구하고 있는 한 박사는 "줄기세포 연구는 생명공학, 응용화학, 수의대, 의대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해야 한다"며 "10년 전에는 많은 학생들이 연구를 원했지만 최근에는 수의대나 의대쪽으로만 치우치는 경향이 강해 연구 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한때 많은 과학자들이 몰렸던 줄기세포 연구에 이제는 지원자를 뽑기가 예전 같지 않다. 수도권 대학의 한 연구교수는 "줄기세포 연구를 한다고 하면 주변 사람들은 항상 황우석 이야기를 꺼낸다"며 "외국에서 줄기세포 연구는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느낌을 받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조작, 거짓말, 사기 등이 떠올라 부정적인 느낌이 강하다"고 말했다.
외국에서 줄기세포 공부를 하고 온 인재도 국내의 척박한 연구환경과 규제로 한국을 떠나고 있다. 10년 넘게 미국에서 줄기세포 연구를 한 후 대학병원 연구소에서 근무했던 박 모씨(45)는 한국 생활 8개월 만에 다시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우리나라가 줄기세포 강국으로 발전하는 데 조금이나마 일조하고 싶은 희망에 귀국했지만 열악한 국내 연구 환경과 단기 성과에 집착하는 분위기를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각종 규제와 성과가 없으면 바로 끊기는 지원 정책 탓에 마음 놓고 연구를 할 수 없었다"며 "줄기세포 분야는 기반을 잘 다지면서 발전시켜야 하는데 연구비가 끊길 불안감에 먼 미래는 고사하고 당장 내년을 걱정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미국 유수 연구소에서 일하던 줄기세포 전문가 이 모씨(42)는 중국으로 연구 무대를 옮긴 경우이다.
그는 4년 전 한국으로 돌아왔다가 오래지 않아 중국의 한 대학 연구소로 전격 스카우트됐다.
전폭적인 연구비 지원과 괜찮은 보수 등 한국에서 내건 계약 조건은 좋았지만 그는 중국을 선택했다. 이씨는 "한국에서 단기간에 가시적인 연구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다"며 "중국에선 실패해도 좋으니 와서 일을 열심히 하라는 조건만 내걸었다"며 "나와 함께 일했던 스태프도 같이 중국에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은 줄기세포 연구개발(R&D) 분야 선점을 위해 국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오히려 줄기세포 정책에서 발을 뺀 느낌이다. 정부는 2002년부터 10년간 ’21세기 글로벌프론티어사업’의 하나로 줄기세포 연구를 총괄하는 ’세포응용연구사업단’을 꾸려왔다가 2012년에 해산했다.
40개 연구그룹에서 모두 500명이 참여한 이 연구단은 기반기술 개발과 핵심기술 개발, 줄기세포 치료 가능 핵심ㆍ원천기술 확보 등 기간별로 연구 단계를 나눠 원천ㆍ실용화 연구를 연계했다. 세포응용연구사업단은 불모지에 가까웠던 한국의 줄기세포 연구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으며 2012년에는 21세기 글로벌프론티어사업단 중 최우수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후속 연구단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후속 사업단을 운영하려는 계획은 아직 없다"며 "부처별로 특성을 나눠 R&D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줄기세포에 대한 큰 밑그림 없이 부처별 제각각 R&D가 이뤄지고 있어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실제로 현재 미래부와 교육부는 ’줄기세포 기초연구 및 기반기술’을, 보건복지부는 ’중개ㆍ임상 등 실용화 연구’,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화ㆍ대중화 연구’, 농림축산식품부는 ’축산 수의용 동물 줄기세포 연구’ 등으로 나눠 연구 분야를 맡고 있다. 부처별로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중심점이 없는 느낌이다.
그러다 보니 연구 쏠림현상도 나타난다. 미래부는 "성체줄기세포 연구에 국내 연구개발비의 65%가 집중돼 있어 글로벌 트렌드와 배치된다"며 "안전성ㆍ치료효능 등 다른 핵심 기술 투자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면역이나 암 발생 등에 관한 안전성 연구는 소홀히 해 미국과 기술격차가 4.2년(2008년)에서 5.1년(2010년)으로 오히려 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균형적인 연구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과학계에서는 우리나라가 하루빨리 줄기세포 연구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기 위해 정부가 나서 줄기세포 연구 방향을 재조정하고 연구자를 키우기 위한 노력을 가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최경철 충북대 수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줄기세포 연구는 부처별로 따로따로 진행되고 있다"며 "부처별로 진행되고 있는 기초ㆍ원천 연구와 임상을 연결해 주는 ’중개의학’ 등이 부족한 만큼 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美 예산 13억弗…日·中은 정부가 더 적극
세계 각국은 줄기세포 연구ㆍ개발(R&D) 분야 선점을 위해 정부가 나서 적극적으로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초 배아줄기세포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연방정부 차원에서 전폭적인 투자 지원을 꾀하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성체줄기세포나 유도만능줄기세포(iPS)만으로 난치병 환자를 치유하는 재생의학 시대를 열 수 없다는 판단 아래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허용하고 2009년 연방 연구비 2억달러를 추가로 지원했다.
성체줄기세포는 중개ㆍ임상연구를 강화하고 있으며 배아줄기세포와 iPS는 기초ㆍ원천연구 중심의 투자로 기술적 성숙도를 높이는 데 중점을 뒀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줄기세포에 투자하는 연간 예산만 13억달러에 달하며 캘리포니아 재생의료기구(CIRM)는 10년 동안 30억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준의 투자 금액이다.
또한 2012년 4월 미국 정부는 ’국립 바이오이코노미 청사진(National Bioeconomy Blueprint)’을 통해 iPS 연구를 중점과제로 지목하고 NIH를 통한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iPS 연구를 국가 과제로 선정하여 한 해 이 분야에만 600억원 이상의 연구비를 투입하고 있다. iPS를 가장 먼저 발견한 만큼 신기술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집중적인 지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제4기 과학기술기본계획에서 2015년까지 iPS를 활용한 재생의료, 신약개발 및 독성평가를 신속히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2010년 4월 교토대에 iPS 세포연구센터(CiRA)를 설립하고 분산되어 있던 18개 연구그룹 약 120명을 한 곳으로 모아 신약개발과 재생의료에 iPS 응용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2014년까지 미래 유망 연구팀에 1조원(약 1000억엔)의 연구비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은 제11차 5개년 계획(2006~2010) 동안 줄기세포 기초연구와 핵심기술을 지원해 왔으며 제12차 5개년 계획을 통해 ’줄기세포 국가 중대과학 연구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줄기세포 연구의 본격화 및 임상 능력 촉진을 목표로 한다.
■ <용어 설명>
▷ 배아줄기세포(embryonic stem cell) : 난자와 정자가 만나 생긴 수정란은 이후 세포분열을 통해 ’배반포’가 된다. 배반포 내부에 있는 세포 덩어리를 분리ㆍ배양한 줄기세포는 뼈, 간, 피부 등 다양한 장기나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다.
▷ 성체줄기세포(adult stem cell) : 제대혈(탯줄혈액)이나 성인 골수ㆍ지방 등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로 뼈와 간, 혈액 등으로 분화할 수 있다.분화가 안정적이어서 암세포로 변할 가능성이 낮고 이미 임상 적용이 가능한 단계로 치료제까지 출시됐다.
정부도 부추겨…예산지원 기초기술 줄고 실용화 늘어
줄기세포 기초기술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이 실용화 연구에 집중 투자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줄기세포 기술은 아직 성숙하지 않은 단계인데 우리나라가 단기적으로 상업화에만 집중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오일환 가톨릭대 의대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줄기세포 분야 R&D에서 가장 부족한 분야는 기초ㆍ원천기술"이라며 "핵심 기술이 없는 상태가 지속되면 일본과 미국처럼 줄기세포 분야를 이끌어갈 수 있는 뛰어난 연구 성과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2003년부터 2007년까지 `난자 생물정보학` 분야의 기초연구를 꾸준히 지원해 세계적 성과인 `유도만능줄기세포(iPS)`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그 다음 단계로 iPS 실용화를 위해 줄기세포 예산의 80%를 집중 지원하고 있다.
줄기세포 연구에 연간 13억달러를 쏟는 미국은 배아줄기세포와 유도만능줄기세포에서 일어나는 면역 거부반응이나 유전자 변이 등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원천기술에 중점 투자하고 있다.
우리는 세계적 경향과는 반대로 기초ㆍ원천기술 개발보다는 실용화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2011년까지 정부는 기초ㆍ원천 분야를 수행하는 교육과학기술부에 400억원, 실용화 연구를 지원하는 보건복지부와 지식경제부에 각각 150억원과 23억원을 지원했다. 이때까지 우리나라 줄기세포 R&D에 투자되는 연구비는 연간 601억원에 불과했다. 2012년 정부는 줄기세포를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는 방침 아래 실용화 연구에 정부예산을 대거 집중했다. 실용화 R&D를 맡은 보건복지부의 줄기세포 예산은 전년보다 171% 늘어난 407억원을 책정했다. 당시 교과부 예산은 476억원이었다.
사정은 점점 나빠졌다. 정부는 지난해 줄기세포 기초ㆍ원천 연구를 담당하는 미래창조과학부(422억원)와 교육부(22억원) 등에 총 444억원을 배정한 반면, 실용화 연구를 하는 보건복지부(448억원)와 산업통상자원부(32억원)에는 480억원을 지원했다. 국내 출연연에서 줄기세포 분야 연구를 하고 있는 한 책임연구원은 "미국과 일본, 심지어 중국도 기초ㆍ원천 연구에 더 많은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며 "줄기세포 기술 수준이 질병 치료에 큰 효과를 낼 수 있을 만큼 성숙하지 않았는데도 실용화에만 신경을 쓴다면 경쟁력 떨어지는 제품만 양산될 것"으로 염려했다.
선진국과 현격한 기술 격차가 있음에도 국내에서 줄기세포 치료제는 세계에서 가장 빨리 출시했다. 국내에서 나온 줄기세포 치료제 3개는 모두 세계 1~3번째 줄기세포 치료제라는 기록을 세웠다. 또 18일 현재 33개 치료제 후보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아 임상시험 중에 있다.
국내 줄기세포 치료제가 부작용이 없다는 안전성을 인증받고 세계에서 가장 빨리 상업화에 나섰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원천ㆍ기초기술이 부족한 상태에서 나온 치료제는 한계가 있다. 세계 첫 줄기세포 치료제인 파미셀의 심근경색 치료제인 `하티셀그램` 주사제는 판매 실적을 말하기가 민망할 정도다. 연간 200대 판매에 그치고 있는데 여기에는 유상뿐만 아니라 무상 공급도 포함하고 있다. 메디포스트의 연골 재생 줄기세포 치료제인 `카디스템`의 지난해 실적은 19억9000만원으로 세계적 치료제와는 거리가 멀었다.
줄기세포 연구에 기초보다는 실용화에 중점을 두는 것은 줄기세포에 열광하는 한국 사회의 그릇된 인식도 한몫하고 있다. 과학적으로 제대로 된 검증도 없이 줄기세포라는 단어만 들어가면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왜곡된 인식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사회적 폐해로도 이어지고 있다.
사람의 몸에서 줄기세포를 뽑아 배양ㆍ증폭시킨 줄기세포 주사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맹신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줄기세포 주사제를 맞은 환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지만 회당 수천만 원의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줄을 서서 기다리는 곳은 한국뿐이라는 자조도 나온다. 한 중견병원 원장은 "최근 비싼 돈을 내고 일본이나 중국으로 건너가 줄기세포 시술을 하는 사람들 소식이 종종 들려오는데 일본에서 그런 주사를 맞는 사람은 한국인밖에 없다"며 "안전성과 효능이 검증되지 않은 줄기세포 시술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꼬집었다.
모든 세포로 분화가 가능한 특성 때문에 줄기세포가 만병통치약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고령화 사회에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질환 등은 현재 치료법이 없는 상태이지만 줄기세포를 통한 치료법이 기대되고 있다.
불치병ㆍ난치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이 줄기세포 치료제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
하지만 줄기세포가 안전성과 효능이 확보된 치료제로 개발되기까지 의학적ㆍ과학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아직 줄기세포 연구 역사가 짧아 기초연구가 많이 필요하고 치료제 개발에는 상당한 시간과 시행착오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줄기세포를 상용화하려면 먼저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줄기세포는 제대혈(탯줄혈액)이나 성인의 골수ㆍ지방 등에서 추출이 가능하다. 가슴 성형이나 주름 개선을 위해 지방 등에서 원심분리기를 이용해 줄기세포를 뽑은 다음 다시 몸속에 주입하는 것이 현재 주로 사용하는 줄기세포 시술 방법이다. 그런데 이 방법은 줄기세포 숫자가 너무 적기 때문에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줄기세포를 배양ㆍ증식하는 방법이 있지만 이는 계속된 증식ㆍ배양 과정에서 세포의 스트레스로 인한 유전적 이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줄기세포 배양ㆍ증식을 하면 치료제로 허가를 받도록 하는 등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신원 식품의약품안전처 세포유전자치료제과장은 "줄기세포를 배양ㆍ증식하면 세포 특성이 변할 수 있다"면서 "배양ㆍ증식한 줄기세포는 의약품으로 허가를 받거나 임상허가를 받아야만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줄기세포가 직접적으로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아직은 검증하지 못했기 때문에 치료제 효과에 대해서 맹신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오일환 가톨릭대 의대 교수는 한국줄기세포학회장으로 활약하며 가톨릭기능성세포치료센터 소장을 맡아 가톨릭대의 줄기세포 연구를 이끌고 있다. 오 교수는 성체줄기세포 재생 원천기술 개발, 줄기세포 재생 기전 규명 등 성과를 통해 줄기세포 연구개발(R&D) 분야에서 맏형 역할을 하고 있다. 오 교수는 "많은 연구자들이 줄기세포 분야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며 "한국의 연구역량은 세계 수준에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차병원 배아줄기세포 연구소장인 이동률 교수는 세계 최초로 생쥐에게서 정원줄기세포를 추출해 장시간 증식 배양에 성공했으며 세계 최대 미국 생식의학회에서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했다. 현재 세계 두 번째로 실명 환자를 대상으로 한 배아줄기세포치료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미국 차병원에서 배아줄기세포 체세포복제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2002년부터 10년간 우리나라 줄기세포 연구의 기틀을 다진 `세포응용사업연구단`을 이끈 김동욱 연세대 교수도 대표적인 과학자다. 김 교수는 2006년 황우석 사태 이후 범부처 국가 줄기세포 종합계획수립 위원장으로 활약했다. 현재 김 교수는 `유도만능줄기세포(iPS)`를 이용해 파킨슨병이나 척수 손상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신약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실제로 2012년 연구단은 척수가 손상된 쥐에게 iPS를 이식해 마비됐던 다리의 운동기능이 회복되는 것을 확인했다. 사람에게 적용하려면 몇 가지 단계를 거쳐야 하지만 가장 먼저 iPS 임상시험을 승인한 일본을 턱밑까지 따라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김 교수팀은 척수 손상에 사용할 신경세포를 얻는 데 성공했으며 동물 모델에 이식해 유효성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배아줄기세포를 망막세포로 분화시키는 기술 개발에 참여한 정형민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눈에 띈다.
지난 20년 동안 차병원에서 줄기세포를 연구해 왔으며 `세계 최초 유리화 난자 동결법 개발` 등 불임 의학 분야와 `실명 환자를 위한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에 공저자로 참여해 연구해 왔다.
한동욱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세계 첫 번째로 체세포에서 성체줄기세포로의 직접교차분화 유도가 가능함을 확인했다. 이 연구는 `미국 뉴욕 줄기세포재단`이 선정한 2011~2012년 10대 줄기세포 연구에 선정되기도 했다.
한 교수는 "iPS가 일으킬 수 있는 종양 형성을 극복하기 위해 교차분화라는 신생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며 "줄기세포 연구 분야는 세계적으로 경쟁이 극심한 분야지만 동시에 아직까지 개발하고 이해해야 할 부분이 많은 미지의 연구 분야"라고 말했다.
울산과기대의 한스셸러줄기세포연구센터를 이끌고 있는 김정범 나노생명화학공학부 교수는 줄기세포 분야 세계적 석학으로 불리는 한스 셸러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박사와 함께 신경줄기세포를 배아줄기세포와 같은 성질을 가진 `만능줄기세포`로 바꾸는 실험에 성공해 화제가 됐다.
연구인력도 세계 수준…집중지원땐 곧 성과
2011년 문을 연 이 센터는 수술실, 회복실, 주사실, 준비실, GMP(품질생산시설) 등 국내 대학병원 중 유일하게 줄기세포 전용 임상ㆍ연구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 센터에서는 국내 최초이자 세계 두 번째로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임상시험을 승인받은 황반변성 줄기세포 치료제를 비롯해 스타가르트병, 파킨슨병, 치매, 연골손상 및 퇴행성 관절염 등 환자를 대상으로 줄기세포 치료 임상시험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황성규 분당차병원 연구부원장은 "줄기세포 연구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기초기술 수준은 떨어지지만 임상 적용은 매우 뛰어나다"며 "제대혈ㆍ지방ㆍ조혈모이식 등과 같은 성체줄기세포는 매우 앞서 있다"고 말했다.
국내 대형 병원들 역시 줄기세포의 잠재성을 바라보고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미숙아의 사망과 합병증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질환인 만성폐질환 치료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연구진은 미숙아 만성폐질환의 발병 위험성이 매우 높은 임신기간 24~26주의 초미숙아 9명을 대상으로 뉴모스템 치료제 투여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했다. 특히 심한 미숙아 만성폐질환의 발병이 기존의 고위험군 미숙아들의 72%에 비해 줄기세포 치료군은 33%로 절반 이하로 감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상시험에 사용된 치료제는 삼성서울병원과 메디포스트가 산학연 공동연구를 통해 개발 중인 제품이다.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는 성과도 거뒀다.
서울대병원은 김효수 교수 연구팀이 심근경색 환자를 대상으로 한 줄기세포 연구를 진행해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줄기세포 치료를 받은 심근경색 환자가 일반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던 환자보다 재수술률, 사망률, 스텐트 혈전율이 40% 정도 감소한 사실을 발견하면서 심근경색 환자 치료에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국내 줄기세포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 정부 지원금액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무엇보다 줄기세포의 잠재력을 뚫어보고 연구에 매달리는 선구적인 과학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 줄기세포 분야의 강점은 우선 생명공학 분야에 뛰어난 역량을 가진 연구인력이 풍부하다는 점이다. 또 세포치료제에 대한 풍부한 임상경험과 함께 줄기세포를 활용한 치료 효능에 대한 임상 연구 성과도 많다. 한 대학병원의 줄기세포 연구팀 박사는 "줄기세포의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많은 병원과 제약사들이 연구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며 "기초연구나 원천특허 부재 등이 국내 줄기세포 산업의 문제로 지적되고 있지만 현재 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연구를 시작해 범위를 넓혀나가는 것도 지금으로선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기초·임상 동시에 연구…아스피린 같은 메가히트상품 만들어야
차광렬 차병원그룹 회장(62)은 줄기세포를 비롯한 바이오산업(BT)은 정보통신기술(IT)과 달리 진입장벽이 높지만 한번 진입하면 오래가고 후발주자들이 따라 잡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차병원그룹은 규제가 엄격한 한국과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각각 줄기세포연구소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에도 줄기세포 임상센터 설립을 추진할 정도로 줄기세포 연구에 사활을 거는 병원그룹이다. 오는 5월 2000억원을 투자해 판교 테크노밸리에 조성 중인 `차바이오콤플렉스`가 완공되면 바이오 관련 연구인력만 1500명을 두게 된다.
차광렬 회장은 "줄기세포 치료는 기존 치료법으로 해결이 안 되는 부분을 보완해주는 것으로 희망이 현실이 돼가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줄기세포 분야 중 가능성이 높은 것을 빨리 발견해 아스피린 같은 메가히트상품을 만들어야 아시아 및 세계의 줄기세포 치료의 허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차 회장에게 줄기세포의 한계와 미래, 그리고 한국이 줄기세포 강국이 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 등을 들어봤다. 인터뷰는 차 회장이 해외 체류 중이어서 이메일로 이뤄졌다.
-차병원은 한국과 미국에서 줄기세포 연구를 하고 있다. 두 나라의 연구환경이 어떻게 다른가.
▶미국이나 한국 모두 임상연구는 신중하게 진행된다. 하지만 미국은 IRB(임상시험심사위원회)의 철저한 감시하에서도 탄력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예를 들면 법에서 정해놓은 규칙만 따르면 되지만 한국은 법에서 정한 규칙 외의 것들은 허용하지 않는다. 줄기세포에 대한 지원에서도 차이가 있다. 미국은 정부 차원의 지원뿐만 아니라 주 단위의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캘리포니아주만 봐도 2017년까지 28억달러(약 2조9820억원) 예산을 줄기세포 연구를 위해 책정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신선한 난자 확보가 가능해 LA차병원에서는 한국에서는 금지된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일본은 잇달아 줄기세포 연구 성과를 내고 있다. 상대적으로 우리가 너무 뒤처진 것은 아닌지.
▶일본은 기초연구 역사가 오래됐고 연구 수행능력도 뛰어나다. 특히 한 분야를 지속적으로 파고들어가는 능력이 뛰어나 장기간 집중 연구를 요하는 줄기세포 부문에서 경쟁력이 높다. 일본 역시 정부의 많은 지원 아래 연구를 수행 중이다. 실제로 유도만능줄기세포(iPS)를 처음 개발한 교토대 야마나카 신야 교수가 노벨상을 받자 이 분야에만 10년 동안 매년 110억엔(약 1210억원)을 지원하기로 하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일본 역시 기초연구 분야에 대한 투자만 진행할 뿐 임상연구나 산업화에 대한 투자는 못 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줄기세포 상용화 수준은 어느 정도까지 와 있나.
▶현재 전 세계 각국에서 3000여 건의 줄기세포 임상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것이 27개 품목쯤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14건, 스페인 4건, 한국 3건, 독일 3건, 프랑스 2건 순이며 분야도 신경계, 뼈 등 골질환, 심장질환, 면역질환 및 당뇨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성체줄기세포 쪽에서 활발하게 임상이 이뤄지고 있으며 초기 단계라고 본다. 우리나라도 기초연구가 어느 정도 성공리에 진행됐거나 임상 중인 치료제 중에서 가능성 있는 치료제에 대한 원천기술 확보가 시급하다.
-상용화 경쟁에서 앞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구인력이 좋다. 동시다발적으로 연구와 임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기초연구만으로는 글로벌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드는 게 현실이다. 해외 기업들은 한 가지 질병에 한 가지 종류의 줄기세포 치료제만 개발하고 있어서 도중에 경쟁사에서 새로운 치료제가 나오거나 연구 결과가 좋지 않으면 회복불능 상태가 된다. 차병원의 경우 그런 리스크를 피하려고 다양한 종류의 줄기세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배아줄기세포를 비롯해 iPS, 제대혈 줄기세포와 태반 줄기세포 같은 성체줄기세포도 연구 중이다.
-한국이 주안점을 두고 승부수를 띄워볼 만한 줄기세포 분야는.
"인간 배아줄기세포 복제를 하려면 건강한 난자로 실험해야 가능하다. 줄기세포 분야 발전을 위해서는 배아줄기세포 복제 연구도 필요하다."
지난해 미국 연구팀이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성공하면서 연구용 난자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는 우리나라도 이제는 배아줄기세포 규제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황우석 사태 이후 정부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서 줄기세포 연구에 사용할 수 있는 난자로 △동결보존된 난자 △미성숙 난자(배란 전의 초기 난자) △비정상적인 난자 △폐기될 난자 등으로 정했다. 여성으로부터 난자를 받거나 금전적으로 보상하는 행위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자발적인 난자 제공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배아줄기세포 복제 연구를 위해서는 국가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현재 미국은 주법으로 연구용 난자 기증에 대해 규정하고 있으며 캘리포니아 등 20여 개주는 연구용 난자 기증이 가능하고 보상도 허용하고 있다. 영국도 연구용 난자 기부와 그 대가로 보상도 허용한다. 반면 일본은 우리와 같이 연구 목적만으로 난자를 채취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배아줄기세포는 다른 줄기세포에 비해 분화능력이 뛰어난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줄기세포 연구를 위해서는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김수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생체재료연구단 책임연구원은 "배아줄기세포가 관심을 받는 이유는 iPS에 비해 분화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라며 "성체줄기세포는 특정 몇 개 세포로만 분화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박세필 제주대 줄기세포연구센터장은 "인간 배아줄기세포 복제는 건강한 난자가 있으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iPS나 성체줄기세포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배아줄기세포 복제 연구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규제를 풀어달라는 것이 아니라 선진국 수준으로 맞춰달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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