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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뉴스/세계가 놀란 한국

러시아 의사 250명, 수업료 10억원 내고 韓國의술 배운다 (조선일보 2013.09.22 03:12)

러시아 의사 250명, 수업료 10억원 내고 韓國의술 배운다

[분당서울대병원서 모스크바市 소속 의사 첫 대규모 연수]

복강경·로봇癌수술 실력에 놀라 유럽·美 가던 관행 깨고 한국행
MRI·CT기법·임상시험 등 전 분야 1년간 벤치마킹 나서
이달 스웨덴·덴마크에서도 디지털 진료 시스템 시찰

 


	분당서울대병원의 러시아 의료진 연수 사업 정리 표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시(市) 보건국 소속 전문의 250명이 교육비 10억원을 내고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의료 기술 연수를 받는다. 지금까지 해외 의사들이 국내 병원에 의술을 배우러 온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한 도시의 시립 병원 소속 외과·내과·산부인과·소아과 등 전 분야 의사들이 대규모로 우리나라 병원에서 의료 연수를 받는 것은 처음이다.

분당서울대병원은 21일 "모스크바시 보건국이 교육비 약 10억원을 내고 시립 병원 의료진 250명을 교육하는 사업 협약을 다음 주 목요일(26일) 맺기로 했다"며 "이르면 오는 11월부터 각 분야 러시아 의사들이 1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들어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수 기간은 전문 분야마다 조금씩 다르나, 한 의사당 대략 1개월이다. 이들의 항공료와 체재비도 러시아 측이 별도 부담키로 했다.

이번 러시아 의료진 교육 사업은 한국 의료가 해외 환자 유치나 병원 수출 사업 외에 의료 교육 비즈니스로도 확장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모스크바시는 이미 유럽과 미국 병원에 의사를 파견해 의료 기술 연수를 시켜왔다. 하지만 그동안 개별적으로 분당서울대병원을 찾았던 러시아 의사들이 한국 병원 기술에 감탄하면서 자국으로 돌아가 소문을 냈다. 암·뇌신경센터 한호성(외과 교수) 부원장은 "러시아 병원은 아직도 간암이나 위암 수술을 배를 열고 하는 개복(開腹) 수술로 하고 있는데, 복강경이나 로봇으로 배를 열지 않고 암을 제거하는 기법을 보고는 다들 깜짝 놀란다"며 "배꼽에 복강경을 넣어 암 수술을 하여 몸에 흉터가 하나도 안 남는 것을 보고는 혀를 내두른다"고 말했다. 이런 최소 절개 수술을 배우고 싶다는 러시아 의사들이 결국 모스크바 보건국을 움직였다고 병원은 전했다. 이에 분당서울대병원 국제협력팀이 지난 3월과 6월 모스크바 보건국을 방문해서 의사 교육 사업 양해각서(MOU)를 맺었고, 이번에 보건국 책임 관리와 시립 병원장들이 방한해서 최종 협약식을 갖는 것이다.


	러시아 모스크바시 전문의 250명이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오는 11월부터 의료 연수를 받는다. 외국의 한 도시 소속 의사들이 이처럼 대규모로 국내 병원에서 연수를 받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사진은 지난주 스웨덴 보건부 관리와 의료진이 분당서울대병원을 찾아와 세계 최초로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개발된 환자 진료 통합 관리 디지털 상황판에 대한 설명을 듣는 모습
러시아 모스크바시 전문의 250명이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오는 11월부터 의료 연수를 받는다. 외국의 한 도시 소속 의사들이 이처럼 대규모로 국내 병원에서 연수를 받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사진은 지난주 스웨덴 보건부 관리와 의료진이 분당서울대병원을 찾아와 세계 최초로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개발된 환자 진료 통합 관리 디지털 상황판에 대한 설명을 듣는 모습.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러시아 의료진 규모와 연수 항목을 보면, 러시아 측이 분당서울대병원의 진료 시스템을 거의 통째로 배워 가려는 의도로 보인다. 외과 전문의 32명, 흉부외과 20명, 내과 24명, 정형외과 20명, 치과 40명, 영상의학과 12명, 비뇨기과 12명 등을 포함하여 마취통증의학과, 응급의학과, 안과, 재활의학과 등 전 분야 진료 과목 의사들이 연수진에 포함돼 있다. 이 밖에 중환자실 시스템, 감염 관리, MRI·CT 첨단 진단 기법을 벤치마킹하러 오는 의료진도 있다. 동물실험과 임상 시험 노하우도 연수 항목에 들어 있다. 이에 분당서울대병원은 러시아 의료진 연수 전담팀을 구성할 예정이다.

분당서울대병원이 개발한 디지털 진료 현장은 전 세계 병원 의료진이 견학하러 오는 'IT 병원'의 성지와 같은 곳이다. 이번 달에도 스웨덴, 덴마크, 오만, 쿠웨이트 보건부 관리와 의사들이 시찰하고 돌아갔다. 이곳에서는 모든 진료가 전자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의료진은 병원 밖에서는 물론 해외에서도 스마트폰으로 검사 정보와 CT·MRI 영상 등을 볼 수 있다. 즉시 진단, 즉각 처치가 가능하다. 환자들은 수술 과정이 담긴 아이패드 화면을 보면서 설명을 듣고, 수술 동의서에 전자 서명한다. 의료진은 병동에서 55인치 초대형 터치 스크린에 환자의 모든 기록과 영상을 띄워 놓고 손으로 당겼다 폈다 하면서 환자 상태를 파악하고, 이를 통해 환자 가족에게 경과를 보고한다.

이철희 병원장은 "과거 우리가 선진국으로 의료 기술을 배우러 가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각국 의료진이 우리한테 올 정도로 한국 의료 수준이 발달했다"며 "앞으로 러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 의사, 간호사, 의료 기사 등을 상대로 한 교육 사업을 확대할 것이며, 그렇게 되면 해외 환자 유치와 병원 수출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