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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 조선] '불황 타개' 골프장의 변신은 무죄 (조선일보 2013.08.11 09:14)

[이코노미 조선] '불황 타개' 골프장의 변신은 무죄

주요 명문 골프장 퍼블릭으로 전환 … 캐디·라커·샤워시설 없애고 가격인하

 

골프장업계가 불황에 몸살을 앓고 있다. 기존 골프장의 수익 급감뿐 아니라 신설 골프장의 경우 금융기관으로부터 제때 프로젝트파이낸싱이 이뤄지지 않아 공사가 중단된 곳이 전국에 50여개에 달한다.

게다가 일부 골프장은 운영사와 회원 간 법정다툼이 끊이질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 회원제에서 탈피, 대중골프장으로 전환하면서 주요 골프장들마다 수익성 확보에 주력하는 것은 달라진 모습 중 하나다. 


	퍼블릭골프장으로 운영 중인 골프존카운티 선운의 10번 홀
퍼블릭골프장으로 운영 중인 골프존카운티 선운의 10번 홀

유명 골프장 체인인 A사는 지난 2~3년간 회원들의 입회금 반환 요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문제의 발단이 된 것은 2000년대 중반 골프장 내 골프텔, 호텔들을 분양하면서 비롯됐다. A사의 체인 골프장 중 남부권에 위치한 한 골프장은 개인 회원권을 1인당 1억7000만원대로 분양하면서 골프텔, 호텔 회원권을 구입하고 추가로 5000만원만 내면 회원권을 주기로 했다. 분양한 지 5년이 지난 지금, 이 회사의 모든 골프장 회원권이 동반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 급기야 체인 중 한 골프장은 최근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구조조정 내지는 퇴출 대상으로 분류될 위기에 놓여 있다. 

최근 골프장 업계가 사상 최악의 어려움에 처해 있다. 경기 침체에 과잉 공급, 과세 문제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상당수 골프장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관련업계에서는 “회원권 값이 고점 대비 25% 수준으로 쪼그라든 일본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2005년 이후 개장한 회원제 골프장 중 상당수는 입회금 상환의 어려움에 봉착했다. 업계에서는 현재 20여곳의 골프장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경기 침체가 계속되는 한 수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현재 국내 회원제 골프장들의 영업이익률은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소장 서천범)가 조사한 ‘2012년 골프장 업체들의 경영실적 분석(잠정)’에 따르면 전국 129개 회원제 골프장 운영업체들(제주권 제외)의 지난해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3.4%로 2011년(6.9%)의 절반, 2009년(19.2%)의 2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했다. 영업적자를 기록한 회원제 골프장은 전체 46.5%인 60개사로 2011년(42개사)보다 42.9% 늘어났다. 


	골프존카운티 선운은 일부 홀에 카메라를 설치해 자신의 스윙을 온라인 상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꾸몄다
골프존카운티 선운은 일부 홀에 카메라를 설치해 자신의 스윙을 온라인 상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꾸몄다

다수 골프장 공사 중단·회원 소송 줄이어
이런 이유로 최근 회원제(프라이빗) 골프장에서 비회원제(퍼블릭) 골프장으로 전환하는 곳도 점차 늘어나는 모습이다. 2007년 아크로(전남 영암)를 시작으로 선운산(전북 고창), 벨라스톤(강원 횡성), 무주안성(전북 무주), 부영(제주 서귀포), 두미(강원 홍천), 다이아몬드(경남 양산), 사천(경남 사천), 파인힐스(전남 순천), 가산노블리제(경기 포천) 등이 회원제에서 퍼블릭골프장으로 전환했다.

성주헤븐랜드는 지난 2007년  회원제에서 비회원제로 전환된 뒤 2년 후 롯데그룹에 매각됐다. 이렇게 바뀐 롯데스카이힐성주는 현재 지역 내 명문 퍼블릭골프장으로 탈바꿈했다. 파인리즈(강원 고성)도 회원들에게 입회금 반환을 통보하고 현재 퍼블릭 전환을 준비 중이다.

골프업계에서는 이 같은 회원제 골프장의 변신 원인을 구조적인 데서 찾는 분위기다. 특히 과세규정에 있어서 회원제 골프장이 퍼블릭 골프장보다 엄격하다보니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회원제 골프장들은 중과세율을 적용받기 때문에 비회원들의 입장료(그린피)가 비회원제보다 4만6000원 정도 비싸다. 대신 회원들에 한해서는 입장료를 무료로 하고 있는데 이것이 운영수익에 직격탄이 되는 것이다. 한 수도권 골프장 관계자는 “퍼블릭으로만 전환되면 2년 내 영업이익률이 30%를 넘어서는 것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이제 막 인허가를 받거나 초기분양률이 저조한 골프장은 당초 계획인 회원제를 포기하고 퍼블릭 골프장으로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늘집에 자판기 설치한 곳도 등장
카트비·캐디피 등을 낮추는 등 운영방식을 다변화시키는 골프장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일동레이크(경기 포천) 산하 퍼블릭골프장(9홀)인 락가든이다. 지난 2008년 개장한 이 골프장에서는 캐디, 라커, 샤워시설이 없다. 해외 퍼블릭골프장처럼 본인이 직접 카트를 끌고 라운딩을 한다. 캐디가 동반하지 않기 때문에 카트는 본인이 직접 끌어야 한다. 운영직원도 프런트에 근무하는 인원 2~3명에 불과하다. 그린피는 주중 5만원, 주말 7만원이다.

락가든은 적극적인 가격 인하 정책으로 현재 상당한 운영수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락가든의 성공 소식이 알려지면서 비수도권 퍼블릭골프장을 중심으로 평일에 한해 캐디를 별도로 두지 않는 골프장이 늘고 있다. 메이플비치(강원 강릉)는 일부 시간대에 한해 노(No)카트, 노캐디제로 운영된다. 베스트벨리(경기 파주)도 오후 7시30분 이후 심야 라운딩에 한해 노캐디 시스템을 실시하고 있다. 골프장 이용객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월, 화, 수요일이나 라운딩을 오전 7시 이전 내지는 오후 5시 이후에 시작할 경우 골프장 이용료를 20~30%씩 할인해 주는 곳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오투리조트(강원 태백)는 노캐디를 희망할 경우 카트 한 대당 8만원, 그린피는 주중 6만원, 주말은 9만원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에콜리안정선(강원 정선)과 에콜리안제천(충북 제천)은 노캐디제를 도입, 그린피가 평일 5만8000월, 주말·휴일 7만8000원이다(이하 9홀 기준). 에코랜드(제주)는 노캐디를 원하는 고객에게 GPS시스템이 장착된 2인승 전동카트를 제공한다.

시중가보다 3배가량 비싼 클럽하우스, 그늘집 식음료 가격을 낮춰 이용객들의 호응을 얻는 골프장도 생겨나고 있다. 실크리버(충북 청원)는 최근 한국골프소비자모임에서 발표한 ‘그늘집 식음료 가격 현황’조사에서 그늘집 판매품목 가격이 가장 싼 곳으로 조사됐다.

 실크리버는 이온음료, 캔맥주, 삶은계란, 캔커피 등 4개 품목을 구입하는 데 6500원이 들어 전국에서 식음료 값이 가장 저렴한 골프장으로 기록됐다. 현재 실크리버는 이용객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그늘집에 자판기를 설치해 회원들이 일반 시중가에 물건을 구입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재균 에이스회원권거래소 팀장은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박정순 대표는 재일동포 출신으로 일본 골프장 업계가 어떻게 불황을 맞았는지를 잘 알고 있기에 이처럼 파격적인 운영방식을 선택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룬골프·골프존, 부실 골프장 인수 나서


	 글로벌 골프매니지먼트회사인 트룬골프는 구조조정 골프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사진은 지난 2008년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현장을 방문한 트룬골프 사장단.
글로벌 골프매니지먼트회사인 트룬골프는 구조조정 골프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사진은 지난 2008년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현장을 방문한 트룬골프 사장단.

경기 불황 탓에 골프장 간 인수·합병(M&A)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07년 말 이후 M&A 절차가 진행된 골프장은 전국적으로 19곳인 것으로 집계됐다. 대기업들의 인수도 늘어나 지난 2009년 5월 한국야쿠르트가 대주그룹이 보유한 다이너스티(경기 동두천)를 인수한 뒤 티클라우드로 재개장한 것을 시작으로 SK네트웍스는 지난 2010년 8월 핀크스(제주 서귀포)를 인수했다. 2011년 1월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임광토건이 보유한 여주그랜드를 1360억원에 인수해 동여주(경기 여주)로 다시 문을 열었다. 업계에서는 현재 인허가를 받았거나 공사 중인 골프장들이 대거 M&A 시장에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골프장 운영업체 관계자는 “경기 불황 탓에 신규 골프장들의 회원권 분양은 거의 중단된 상태이고 미착공 골프장들도 금융권의 프로젝트파이낸싱이 거의 이뤄지지 않으면서 착공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곳이 수두룩하다”고 전했다. 여기에 지난 2011년부터 늘어나고 있는 입회금(골프회원권 분양대금) 반환 열풍도 부실골프장수를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2011년 입회금 반환액은 1조7400여억원, 2012년에도 반환금이 1조2300억원에 달했다. 올해도 입회금 반환 청구가 예정돼 있는 골프장 수는 53곳이고 입회금 반환 규모는 총 3조5000억원에 이르고 있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업체들이 분양권 값을 낮춰 재분양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투자매력이 떨어져 상황이 쉽지만은 않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스크린골프장 전문업체 골프존은 지난 2011년 12월 대한전선이 보유한 선운산(전북 고창)을 인수한 데 이어 현재 법정관리 중인 골프클럽큐(경기 안성) 인수도 준비 중이다. 또 경기지역 골프장 한 곳도 매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병철 골프존 홍보팀 과장은 “자회사인 골프존카운티가 사모펀드투자자(PE)와 함께 인수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골프존은 지난 2011년 선운산을 비회원제인 ‘골프존카운티 선운’으로 바꿔 운영에 성공을 거둔 바 있다. 골프존카운티 선운은 골프와 정보기술(IT)을 결합시킨 운영방식을 선보여 회원들의 만족도를 높인 사례다. 골프존카운티 선운에서는 카트마다 장착된 태블릿PC를 통해 스코어관리와 동반자와의 사진촬영, 스윙자세 교정이 가능하다. 모든 코스에서 무선 인터넷도 사용할 수 있다. 이 같은 운영방식 변경으로 골프존은 지난해 78억원의 매출과 3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글로벌 대형 골프운영회사 트룬골프도 M&A 매물로 나온 골프장을 인수해 운영하는 것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다. 트룬골프가 주축이 된 골프장 구조조정 전문업체 ‘더골프그룹’에는 골프장 설계회사인 로버트트렌트존스(RTJ), 삼일PwC 회계법인, 법무법인 태평양이 참여의사를 밝힌 상태다. 더골프그룹은 최대 1조원 가량의 투자펀드를 조성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Tip  |  골프장 회원권값 날개없는 추락

연내 골프장 500곳 개장 ‘공급과잉’


	[이코노미 조선] '불황 타개' 골프장의 변신은 무죄

“이대로 가면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지방 회원제 골프장 상당수가 문을 닫을 겁니다. 그런데도 골프장업계는 캐디피를 인상하는 등 시장분위기와는 정반대 정책을 펴니 걱정스럽습니다. 위기를 넘기기 위해서 회원제 골프장들은 입회금을 반환해주고 퍼블릭(비회원제)으로 전환하든가, 아니면 주주회원제로 하루 빨리 전환해야 합니다. 또 퍼블릭 골프장들도 지갑이 얇아진 골퍼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골프장 이용료를 인하해야 합니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소장은 국내 골프장 업계가 사상 최악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우려했다. 

고액자산가들의 필수 품목으로 불리던 골프장 회원권 값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끝 모를 추락을 이어가고 있다. 경기침체가 주된 원인이지만 지어진 골프장 수가 많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올해 문을 열 골프장 수는 29곳으로 지난해 말 오픈한 473곳에 올해 분량까지 더해지면 올해 국내 처음으로 500곳을 넘어서게 된다. 이에 따라 현재 골프장업계에는 “이러다 공급과잉과 경기침체로 골프산업 전체가 급추락한 일본의 전철을 그대로 밟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2006년도에 15억4000만엔(약 200억원)에 달했던 일본 골프장 회원권은 지난 2010년도에는 7억5300만엔(약 100억원)으로 절반 정도로 폭락했다. 일부 골프장은 고점 대비 25% 선으로 급락했다. 

지금까지 추이만 보면 국내 골프장 업계는 일본의 판박이다. 에이스회원권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중순 3억1500만원이었던 경기도 안성 파인크리크(경기 안성) 회원권도 올 6월 말 현재 2억5000만원으로 떨어졌고 경기 용인 코리아(경기 용인) 회원권도 같은 기간 1억5000만원에서 1억3300만원으로 내려갔다. 서원밸리(경기 파주)는 6월 말 현재 회원권 값이 1억9000만원을 기록해 지난해 중순 시세(2억4000만원) 대비 5000만원이나 값이 내렸다.

다만, 주주제 방식으로 운영 중인 신원(경기 용인)은 현재 회원권 값이 3억6800만원으로 지난해 중순(3억1000만원)보다 5800만원 올랐다. 같은 지역 내 아시아나(경기 용인)도 같은 기간 회원권 값이 4000만원 상승했다. 비수도권 골프장 중에서는 아시아드(부산)와 동부산(경남 양산) 회원권이 1년 사이 각각 1600만원, 1400만원 뛰었다. 한편 올 6월 말 현재 국내 최고가 골프장회원권은 남부(경기 용인)로 9억5000만원이며 그 뒤를 가평베네스트(경기 가평·7억1000만원), 이스트밸리(경기 광주·7억원), 남촌(경기 광주·억원)이 뒤를 잇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