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클럽 '호텔 피트니스클럽' 엿보기
운동은 기본, 정보 교류에 인맥까지… 상류층만의 ‘고급 커뮤니티’ 형성
운동이 전부는 아니죠.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일종의 커뮤니티가 있어요. 일종의 ‘호텔 동문회’라고 할 수 있겠네요. 호텔에서 회원들의 수준도 관리를 해주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 이들끼리만 어울릴 수 있는 거죠.”
정치인들과 유명 인사들이 자주 다니고 있는 한 특급호텔 피트니스클럽 회원의 말이다. 이 회원은 “회원들 사이의 은근한 기싸움과 텃세도 만만치 않다”고 전했다. 호텔에서는 회원 정보와 신상 등에 관해 일절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데다 회원들을 고려해 언론 홍보에도 제한을 두고 있다. 한 유명 피트니스클럽의 경우 “저희는 일체의 홍보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굳이 홍보하지 않아도 오시는 분들은 다 오니까”라고 말했다.
호텔 피트니스클럽의 서비스는 일반적인 피트니스센터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운동 시설은 물론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즐비하다. 수영장과 각종 트리트먼트를 받을 수 있는 스파 시설이 함께 갖춰져 있기 때문에, 회원들은 와서 운동만 하고 가는 것이 아니다. 이런 서비스를 함께 이용하면서 다른 회원들과 어울리며 친분도 다지고 정보를 교류하는 사교클럽이나 다름없게 되는 셈이다.
- 메리어트호텔
호텔 피트니스클럽을 이용하려면 분양권이나 기존의 회원권을 사야 한다. 회원권 가격은 호텔에 따라 많게는 몇 천만원까지 차이가 난다. 특급호텔의 경우 최소 2000만~3000만원에서 비싼 곳은 6000만~7000만원에 이른다. 부부회원권 가격은 1억원을 호가하는 곳도 있다. 명의 이전에 필요한 ‘개서료’와 세금을 별도로 내야 하는데, 이 금액도 수십~수백만원에 이른다. 수백만원의 연회비 역시 따로 지불해야 한다. 피트니스클럽과 스파에서 별도의 강습이나 트리트먼트 서비스를 받으려면 최소 10만~20만원 이상의 비용이 추가로 든다.
만만치 않은 돈이 드는 것은 기본이고, 돈만 있다고 해서 아무나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호텔별로 기준의 차이는 있지만, 대다수 호텔들은 회원 자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대기업 임원 이상, 외국계 금융회사 상무 이상, 배우자의 직업이나 부모님의 직업 또는 직위로 심사’와 같은 식의 기본 원칙을 마련해두고 있는 것.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우리뿐 아니라 대다수 특급 호텔들이 회원 심사를 거쳐 입회 허가를 하고 있다. 기존 회원들에 대한 서비스 차원에서 신규 회원 심사와 관리는 필수적인 부분”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박하준 에이스회원권거래소 피트니스팀장은 “비단 재산 규모뿐 아니라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와 신분을 중요하게 판단한다”면서 “물의가 될 만한 특정 직업군을 거르기 위해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특별히 까다롭게 심사하는 호텔도 있다. 최원영 동아회원권거래소 헬스팀장은 “A호텔의 경우 회원들의 직업과 스펙을 엄격하게 제한하는데, 이곳은 ‘대기업 간부 이상, 전문직, 대학교수’ 등으로 한정짓고 있다”면서 “중소기업 간부나 대학의 전임교수와 같은 분들은 회원가입을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직업뿐만 아니라 나이제한 규정도 있다. 미성년자나 60세 혹은 65세 이상은 이용할 수 없다. 고령자를 회원으로 받지 않는 것은 ‘만약의 사고’에 대비하기 위함이라는 것이 호텔 측 입장이다. 실제로 얼마 전 한 호텔에서는 러닝머신을 이용하던 한 60대 고객이 심장마비로 급사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 돈이 있다고 해서 아무나 상류층들만의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닌 셈이다. 하지만 나이 규정에 대해서는 회원들의 불만도 많다고 한다.
상류층 인사들만이 드나드는 곳이다 보니 회원들 간에는 기싸움도 팽팽하다. 특히 여성회원들의 경우 기존 회원들이 신규 회원에 대해 까다롭게 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호텔 측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한다. 연예인을 오히려 꺼리는 호텔도 있다. 한때 B호텔에 연예인 회원이 많다고 알려져 회원이 몰리는 일도 있었지만, 기존 회원들이 “분위기를 흐린다”고 반발해 그 이후로는 연예인 회원을 줄이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피트니스클럽 중에서는 어떤 곳들이 주로 선호되고 있을까. 정치인들과 법조계 인사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유명한 곳은 JW메리어트호텔의 ‘마르퀴스 더말 스파앤피트니스클럽’. 호텔 관계자는 “위치상 서초동과 가깝다 보니 법조계에 계신 분들도 많이 오시고 정치인들도 회원으로 상당수 가입돼 있다”고 설명했다.
박하준 팀장은 “여의도와 서초동의 중간 정도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다는 점이 메리어트 호텔의 큰 장점이다. 피트니스클럽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동선”이라고 설명했다. 호텔 바로 건너편에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이 위치해 있어 의료인들도 많이 온다고 한다. 윤지숙 메리어트호텔 홍보실 주임은 “한번은 중국인 가족 손님이 오셨는데 어린 아기가 수영장에서 놀다가 갑자기 호흡이 멈춘 적이 있다”면서 “다행히 바로 길 건너 병원으로 옮겨 응급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메리어트호텔은 박근혜 대통령도 후보 시절 자주 찾았던 곳이기도 하다. 이곳 비즈니스룸은 서너 명이 환담을 나누기 적당한 조용하고 아늑한 구조로 되어 있어 정치인들의 은밀한 ‘밀담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또한 호텔 2층에 있는 커피숍은 정치권 인사들이 가벼운 티타임 장소로 애용하고 있기도 하다.
신라호텔과 그랜드하얏트호텔의 피트니스클럽은 인지도 면에서 가장 선호되는 곳. 현재 리모델링 중인 신라호텔 피트니스클럽은 대대적으로 변신할 것으로 알려져 신규 분양권에 대한 문의가 많다고 한다. 업계에서는 이 피트니스클럽이 오픈할 경우 피트니스클럽 회원권 최고가를 경신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신라호텔 피트니스클럽의 부부회원권 거래가격은 9700만원, 신규 분양권은 1억5000만원에 이른다. 회원권거래소 관계자는 “신규 분양권이 구회원권보다 비싸지만 신권이라는 프리미엄이 있어 구매하려는 분들이 꽤 있다”고 설명했다. 분양받은 회원권의 경우 호텔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통 5년의 기간이 지나면 호텔로부터 돌려받는 ‘보증금’의 개념이다.
- 어웨이스파 워터존
그랜드하얏트호텔 피트니스클럽 ‘클럽 올림퍼스’는 재계 오너들의 부인이 많이 오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은 스쿼시·골프·테니스 대회 등 다양한 이벤트를 열어 회원들의 친목 도모를 적극 주도하고 있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의 ‘코스모폴리탄’에도 강남권에 위치한 기업 임원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이곳은 현재 신규 회원을 받기 위해 분양 중이다. 이 밖에 플라자호텔의 피트니스클럽과 조선호텔의 피트니스센터 ‘시티 애슬레틱 클럽’은 인근에 금융권 회사와 김앤장 등 대형로펌이 많아 금융인, 법조인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서울 광진구에 있는 W워커힐호텔의 경우 내부 시설은 최고 수준이지만, 서울 중심가에서 다소 떨어져 있어 시간적 여유가 있는 최상류층의 주부층이 주고객이다. 한강변에 바로 위치해 있어 객실은 물론 실내 부대시설 곳곳에서 한강을 조망할 수 있다. 2~3층에 걸쳐 있는 실내수영장에선 통유리로 되어 있는 창을 통해 멋진 야경도 감상할 수 있다. 이곳의 회원권 가격은 신라호텔과 함께 가장 비싼 수준. 이정림 홍보실 PR매니저는 “회원분들이 수영장 시설을 매우 마음에 들어 한다”고 전했다. 이곳에 모이는 ‘사모님’들은 운동이 끝나면 1층에 있는 ‘우바(WOO BAR)’에서 시원한 차 한잔을 마신 뒤 쇼핑하러 간다.
- 하얏트 클럽올림퍼스
한편 호텔 내 피트니스클럽은 아니지만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내에 있는 ‘반트클럽’은 강남의 ‘사모님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반트클럽은 호텔신라가 운영하고 있는 곳으로 신라호텔의 피트니스클럽과 같은 수준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반트클럽은 지하 2층~지상 7층 규모에 피트니스센터, 수영장, 골프연습장, 사우나 등 건물 전체가 하나의 스포츠클럽으로 구성돼 있다. 타워팰리스 거주자들 대다수가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반트클럽을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 자체가 ‘타워팰리시안’(타워팰리스 거주자를 일컫는 말)들만의 사교모임이라고 볼 수 있다. 이곳에 거주하며 반트를 다니고 있는 주부 박모씨는 “남편들은 각자 직장 근처의 피트니스클럽을 다니고 있지만 주부들은 반트에서 만나 각종 자녀교육 정보를 교류하곤 한다”면서 “타워팰리스에 사는 것보다 반트를 이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게 여겨질 정도”라고 말했다. 아울러 “남편들 또한 유명 인사들이 많기 때문에 이곳에서 도는 소문이나 정보가 남편들에게도 전해지곤 한다”고 덧붙였다.
Tip | 호텔 피트니스클럽에서 이런 일도?
“애인 대동하고 와서 ‘부부회원권’ 달라는 황당 요구도…”
호텔에서는 피트니스클럽 회원 자격을 엄격하게 정하고 있다. 하지만 간혹 예상치 못한 일들도 벌어지곤 한다. 한번은 한 신규 여성회원에 대해 기존 회원들의 항의가 빗발친 적이 있다고 한다. 스파를 이용하던 이 여성의 등 뒤로 커다란 용문신이 있었기 때문. 호텔의 회원심사 과정에서 미처 몸에 그려진 문신까지 확인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호텔업 관계자는 “유흥업계 종사 여성 중에는 업무적으로 남성고객을 ‘꼬시기’ 위해 피트니스클럽 회원권을 사는 경우도 있다”면서 “그 회원권 역시 스폰서가 사주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우려 때문에 호텔 측에서도 회원 심사를 까다롭게 하고 있지만, 일일이 고객들의 신체검사까지 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호텔의 애로사항도 많다고 한다. C호텔의 경우 아예 규정에 ‘문신이 있으면 안 된다’고 못 박아 놓고 있기도 하다.
한 남자 회원은 신규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호텔의 오리엔테이션에 참여했다가 직원들에게 너무 함부로 대해 회원 자격이 박탈된 적이 있다고 한다. 호텔 측은 “다른 사람에 대한 매너가 그 정도이면 기존 회원들에게도 불쾌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회원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빈번하게 벌어지는 ‘씁쓸한’ 사례 중 하나는 부부가 아닌 불륜 관계의 남녀가 ‘부부회원권’을 사려고 하는 경우다. 부부회원권 가격은 개인회원권 두 개 가격보다 30~40% 가량 저렴하기 때문에 부부가 함께 이용하는 경우 훨씬 경제적이다. 회원권 거래소 관계자는 “부부 사이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내야 하기 때문에 문의를 했다가 결국 개인권 두 개를 사는 경우도 많다. 간혹 당당하게 애인을 대동하고 와서 부부회원권을 사고 싶다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외국에도 있을수 있겠으나 한국적 특징이 몇가지 두드러 진다. 일단 자신이 사회에 뭘 했건 집단에 소속해서 상류특권의식을 느끼는 경우 집단주의적 한국문화의 특징이 아닐까? 돈이나 지위로 집단의 안 밖을 노골적으로 구분하는 배타적인 클럽은 주로 후진국에 많은듯 싶다. 또한가지 특징은 최상위는 오직 한가지 밖에 있을수 없는 다원화되지 못한 집단 서열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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