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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기업

[오늘의 세상] 주력산업 海外이전 러시… 현대車 국내생산 45%→38% (조선일보 2013.06.10 03:06)

[오늘의 세상] 주력산업 海外이전 러시… 현대車 국내생산 45%→38%

한국대표 기업들 '생산역전' 가속화

- 갈수록 해외 생산이 국내 생산 추월
삼성, 휴대폰 메카는 하노이… 年생산량 구미의 3배
반도체 공장도 중국 시안과 미국 오스틴에 건설
국내 핵심공장까지 해외로… 저성장 기조 고착화 우려

 

현대자동차 국내 생산 비중이 30%대로 떨어지는 등 한국 대표 기업들의 해외 생산이 국내 생산을 앞지르는 '생산 역전'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그동안 핵심 공장은 국내에 두고 세계시장 개척을 위해 조립 공장을 외국에 세우는 전략을 구사했다. 하지만 최근엔 핵심 공장까지 해외로 이전하는 기조로 바뀌고 있어 한국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고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9일 본지가 현대차 국내·외 총생산량 추이를 분석한 결과 국내 생산 비중은 올 들어(1~5월) 38%까지 떨어졌다. 작년 같은 기간(45%)보다 7%포인트 줄어든 것이다. 비중만 줄어든 게 아니라 실제 생산량도 6만대 가까이 줄었다. 주간 연속 2교대제 도입을 놓고 노사 갈등이 빚어져 3월부터 석 달간 주말에 공장을 놀린 여파가 컸다. 같은 기간 현대차 해외 생산량은 작년보다 23.5% 늘었다.


	현대차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현지 전략형 소형차‘쏠라리스’를 조립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금융위기 이후 미국·중국·러시아·브라질·체코 등에 합계 연간 생산량 150만대 규모의 생산시설을 지었다
현대차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현지 전략형 소형차‘쏠라리스’를 조립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금융위기 이후 미국·중국·러시아·브라질·체코 등에 합계 연간 생산량 150만대 규모의 생산시설을 지었다.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기아차 양사를 합한 결과도 마찬가지다. 두 회사의 국내·해외 생산 비율은 지난해 처음으로 49대 51로 해외 생산이 앞섰고, 올 들어 이 수치는 45 대 55로 더 벌어졌다.

삼성전자는 2011년 9월 화성 사업장에서 반도체 16라인 준공식을 가졌다. 그리고 현재 17라인을 건설 중인 것을 빼면 최근 국내에서 대규모 공장 준공·기공식을 연 적이 없다. 대신 이 기간에 각각 수조원이 드는 중국 시안(西安)의 반도체 공장, 미국 텍사스 오스틴의 비메모리 공장, 베트남 휴대폰 공장 확장 등을 발표했다. LG전자는 2010년 비주력 분야인 구미 태양전지 공장 기공식을 연 것을 제외하고는 대규모 국내 공장 신설 발표를 하지 않았다.

◇"삼성 휴대폰 메카는 구미가 아니라 하노이"

기업들은 해외 공장 투자에 대해 "수요 있는 곳에 공장이 있다"고 말한다. 글로벌 수요처에 가장 가까운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또 다른 이유가 있다고 본다. 한 전문가는 "비싼 땅값과 세금, 기업에 비우호적인 사회적 분위기 등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 자체에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가 동시 다발적으로 터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경우 강성 노조와 생산성 저하 탓이 크다. 기아차는 2011년 연간 생산능력 50만대 규모의 광주 공장을 62만대 체제로 증설하기로 결정했지만, 2년이 지난 지금 이 계획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노사 갈등에 노노(勞勞) 갈등까지 겹친 탓이다. 같은 기간 현대차 터키 이즈미트 공장에선 10만대에서 20만대로 증설하는 공사를 순식간에 마쳤다. 한국 공장과 달리 한 라인에서 여러 차종을 섞어서 생산할 수 있는 혼류(混流) 생산 체제를 갖추고, 3교대 근무도 시작한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휴대폰 생산 중심지도 해외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2007년 삼성전자는 베트남 하노이에 휴대폰 생산 기지를 만든다고 발표했다. 당초 한국 구미 공장에선 프리미엄폰을 만들고, 베트남에선 저가 제품을 생산한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계획은 달라졌다. 2007년 구미 공장에서 생산한 휴대폰은 8100만대였지만, 작년 생산량은 3800만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삼성의 전체 휴대폰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 이하로 떨어졌다. 반면 하노이 공장에선 구미의 3배가 넘는 1억2000만대를 만들고 있고, 생산품의 99%가 고가 스마트폰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휴대폰의 메카는 이제 구미가 아니라 하노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 저성장 기조 심화 우려

핵심 생산 공장의 해외 이전은 국내 낙수(落水·대기업 성장이 다른 산업으로 퍼지는 것) 효과를 줄인다. 현대차 매출은 2006년 27조3354억원에서 2011년 42조7740억원(개별 재무제표)으로 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이 기간 국내 인력 고용은 5만4973명에서 5만7303명으로 단 2330명이 늘었을 뿐이다. 같은 시기 해외 인력은 1만9781명에서 2만9125명으로 9344명 증가했다. 현대차 성장 과실을 해외에서 누린 셈이다.

이 추세는 국내외 직접투자에서도 나타난다. 작년 우리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는 236억3000만달러인 데 비해 외국인 직접투자는 50억달러에 불과했다. 국내에 들어온 돈보다 해외로 나간 돈이 5배가량 많다는 얘기다.

산업연구원 이항구 선임연구위원은 "우리 기업이 국내에 새로운 투자를 줄이고 주력 산업까지 해외로 돌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위기의식을 가지고 산업 경쟁력 확보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늘의 세상] CEO들 "기업 옥죄는 규제, 경제민주화 입법 봇물…세제혜택도 줄어들고… 해외 생산 늘릴 수밖에"

 (조선일보  2013.06.10 01:47)

 

"누가 한국에 공장 짓겠는가" 기업 경영에 어려움 호소


	제곱미터 당 산업용지 가격 비교 그래프

 

 

 

 

 

 

 

 

 

 

 

 

 

 

 

 

 

 

 

 

 

 

 

 

 

 

 

 

 

 

 

 

 

 

 

 

 

 

 

 

 

 

 

 

 

 

박근혜 대통령 방미(訪美) 기간(5월 5~10일) 중 경제사절단으로 수행한 대기업 CEO(최고경영자)들끼리 만난 자리에서 국내 경제 상황이 화제에 오른 적이 있었다고 한다.

누군가 "한국에서 경제 민주화 관련 입법이 쏟아져 나와 갈수록 기업을 경영하기 힘들다"고 운을 떼자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만 60세까지 고용해야 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대우해야 하고, 기업인은 법에 걸리면 구속까지 각오해야 하니 참 답답하다"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이 점점 사라져 힘겹다"…. 모임이 끝날 무렵 "그럼 외국으로 공장을 옮기는 수밖에 없지 않으냐"는 말까지 나왔다. 그 자리에 참석했던 한 CEO는 "대화를 들으면서 한국 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이 불만을 터뜨리는 건 최근 정부와 정치권에서 논의하는 기업 관련 규제를 전방위 압박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에 기업 사기를 떨어뜨린 규제 중 하나는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이다. 유해물질이 누출되는 사고가 났을 때 해당 사업장 매출액의 최대 5%까지 과징금을 매길 수 있다는 법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10조원짜리 사업장에서 화학물질 누수 사고라도 난다면 벌금만 5000억원인데, 이를 두고 부담을 느끼지 않을 경영인이 누가 있겠느냐"며 "이제 한국에서 새롭게 화학 공장을 세우려는 국내외 사업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경련에서도 최근 "한국 경제의 엑소더스(exodus, 탈출)가 우려된다"며 "우리 기업들이 국내 경제를 탈출하려는 징후가 있다"고 밝혔다.

다른 국가와 달리 한국에서만 법인세 증세(增稅)가 논의되고 있다는 점, 과도한 기업 규제, 납품 단가 조정 어려움, 엔저 현상 지속, 높은 땅값·물값·인건비, 경직적 노사관계, 반기업 정서 확산 등을 그 근거로 꼽았다.

실제로 국내 산업용지 가격은 ㎡당 59만원으로 중국의 2.1배, 베트남의 4배 수준이다. 공업용수 가격도 t당 820원으로 각각 중국과 베트남의 2.2배, 2배다. 국내 제조업의 시간당 근로자 보수는 18.9달러로 대만의 2배, 필리핀의 9.4배 수준이다.

 

 

[주간조선] 현대차-GM 대격돌,중국 자동차 시장 ‘충칭대전’

 (조선일보  2013.06.10 14:15)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가운데)과 설영흥 중국담당 부회장(뒷줄 왼쪽)이 자동차를 살펴보고 있다. photo 현대차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가운데)과 설영흥 중국담당 부회장(뒷줄 왼쪽)이 자동차를 살펴보고 있다. photo 현대차

현대차가 예정대로 충칭에 제4공장을 세우면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충칭대전(重慶大戰)’이 불가피하다. GM의 중국 현지 합작법인인 상하이GM우링차는 2012년 11월 충칭의 량장신구(兩江新區)에 신규 공장을 낙점했다.

상하이GM우링차는 상하이차와 미국의 GM, 중국의 우링(五菱)자동차 3개사가 합작한 회사다. 현재 광시자치구 류저우(柳州)에서 80만대, 산동성 칭다오(靑島)에서 50만대의 차량을 생산하고 있다. 이에 더해 66억위안(약 1조2000억원)을 투입해 오는 2015년까지 연산 40만대의 생산능력을 구축한다는 것이 GM의 계획이다. 현대차 역시 연산 40만대의 공장 설립을 충칭에서 준비 중이다. 인구 3000만명의 세계 최대 도시 충칭에서 중국 내 순위 2위인 GM과 3위인 현대차의 대격돌이 불가피한 셈이다.

베이징현대차의 충칭 진출은 창안(長安)차의 베이징 진출에 맞불을 놓는다는 의미도 있다. 충칭은 원래 150년 역사를 자랑하는 창안차의 세력권이었다. 충칭에 본사를 둔 창안차는 그간 미국의 포드, 일본의 스즈키, 마쓰다 등과 합작해 주로 소형자동차 생산에 치중해 왔다.

창안차는 2010년 9월 베이징으로 북진해 생산라인을 구축하며 베이징현대차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창안차는 지난해 3월부터 베이징에서 연산 20만대의 차량을 생산 중인데, 향후 50만대까지 생산량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재 현대차의 생산능력인 100만대의 절반에 육박하는 규모다. 베이징을 세력권으로 두고 있던 현대차로서는 창안차에 베이징 시장을 일정 부분 양보할 수밖에 없게 됐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이에 상대 기업의 본산인 충칭에 진출해 한바탕 진검승부를 벌여보자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자동차 시장의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했던 기존의 지역별 독점체제는 사실상 와해됐다. 오랫동안 중국은 외국 업체의 중국 진출을 허용하며 지역별로 사업자를 지정하고 해당업체 지역독점을 사실상 용인했다. 초대 상무(商務)부장인 뤼푸위안(呂福源)이 제창한 “거대 시장을 줄 테니 최신기술을 넘겨라”는 ‘시장환기술(市場換技術)’ 전략에 따른 방침이다. 예컨대 ‘현대차는 베이징, 기아차는 장쑤성’ 식으로 사실상의 지역독점을 인정해 줬다. 1978년 중국의 개혁개방 직후 광동성은 홍콩·마카오 자본, 푸젠성은 대만 자본, 산동성은 한국 자본, 랴오닝성은 일본 자본에 개방해 외자를 유치하고 기술을 넘겨받던 것과 거의 흡사했다.

이에 따라 세계 3대 자동차 업체인 독일의 폭스바겐은 상하이와 창춘, 미국의 GM은 상하이, 일본의 도요타는 톈진과 광저우에 둥지를 틀었다. 이 밖에 미국의 포드는 충칭, 프랑스의 푸조·시트로엥은 우한, 일본의 혼다는 광저우와 우한, 닛산은 광저우에 기반을 틀었다. 대신 자동차 법인의 경우 지역업체들과 50대 50의 비율로 합작할 것을 강제했다. 이에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었던 외산 자동차 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현지 합작법인을 세웠다.

하지만 최근 기존의 세력권을 벗어나 중서부 내륙에 신규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GM은 후베이성 우한(武漢)에 공장을 짓고 있고, 독일의 폭스바겐은 후난성 창사(長沙)에 연산 30만대 생산라인 건설에 들어갔다. 폭스바겐은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에도 2014년 말까지 5만대 완성차를 생산할 수 있는 라인을 꾸리고 있다.

지난해 8월 현대차가 쓰촨난쥔(南駿)자동차와 합작해 출범시킨 쓰촨현대도 쓰촨성 쯔양(資陽)에 연산 15만대의 상용차 생산라인을 구축 중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2기는 40만대, 3기는 연산 70만대까지 늘어난다. 토종 업체인 치루이(奇瑞)도 2010년부터 네이멍구 오르도스에 연간 30만대의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지리(吉利)차에 인수된 볼보도 청두에 신규 투자를 단행했다.

각사의 투자 계획에 따르면 상하이와 창춘에 기반한 폭스바겐은 창사와 우루무치까지 서진한다. 상하이에 기반한 GM은 장강을 거슬러 우한에서 충칭까지 서진한다. 베이징에 기반한 현대차는 청두와 충칭까지 남서진한다. 폭스바겐(21.1%)·GM(11.5%)·현대차(10.4%)는 중국의 1·2·3위 자동차 업체들인데 모두 장강 유역에 생산력을 총집결시키는 것. 중국 자동차 시장의 지역별 구도가 완전히 깨지는 셈이다.

현대차를 비롯 중국 진출한 자동차 업체들이 구도 재편에 나선 것은 일본차의 상대적 추락이 계기가 됐다. 지난해 9월 일본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국유화 조치 후 일본차의 점유율이 급락하면서 반사이익을 얻은 것. 현대차의 2013년의 판매목표량은 97만대로 현재 생산능력인 100만대에 거의 근접해 있다. 4공장을 건립해 자동차 수요를 커버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베이징에서 1·2·3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또 기아차는 장쑤성 옌청(鹽城)에서 1·2공장을 가동 중이다. 특히 중서부 진출을 앞두고 올해 중국 딜러망도 802곳에서 86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오는 2015년쯤 폭스바겐·GM·현대차, 1·2·3위 업체들이 충칭에서의 한판승부로 중국 시장의 진짜 승자가 결판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2009년부터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했다.

이는 현대차에 있어서 기회이자 위기이기도 하다. 사실 현대차는 춘추전국시대로 상징된 중국 자동차 시장 지역별 독점체제의 최대 수혜자로 꼽혀왔다. 현대차는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인 2002년에야 중국 시장에 진출한 후발주자다. 독일의 폭스바겐, 미국의 GM 등은 각각 중국의 WTO 가입 이전인 1985년, 1997년에 중국 최대 소비시장인 상하이에 진출해 일찍부터 기반을 닦아왔다. 합작파트너인 베이징차도 유명무실해 당초 베이징현대차는 ‘약약연합(弱弱聯合)’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수도 베이징 시장을 사실상 독점했기에, 경찰차와 택시 등 관용차와 법인 영업에 주력해 중국 시장 3위에 오를 수 있었다.

 

 

춘추전국시대 ‘끝’ 충칭 승자가 천하통일

 (주간조선 2013.06.10)

 

▲ * 중국 현지 각 자동차사의 기존 생산기지 분포도

현대차가 중국 충칭에 제4공장을 세우면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충칭대전(重慶大戰)’이 불가피하다. GM의 중국 현지 합작법인인 상하이GM우링차는 2012년 11월 충칭의 량장신구(兩江新區)에 신규 공장 건립을 낙점했다.
   
   상하이GM우링차는 상하이차와 미국의 GM, 중국의 우링(五菱)자동차가 합작한 회사다. 현재 광시자치구 류저우(柳州)에서 80만대, 산동성 칭다오(靑島)에서 50만대의 차량을 생산하고 있다. 이에 더해 충칭에 66억위안(약 1조2000억원)을 투입해 오는 2015년까지 연산 40만대의 생산능력을 구축한다는 것이 GM의 계획이다. 인구 3000만명의 세계 최대 도시 충칭에서 중국 내 순위 2위인 GM과 3위인 현대차의 대격돌이 불가피한 셈이다.
   
   베이징현대차의 충칭 진출은 창안(長安)차의 베이징 진출에 맞불을 놓는다는 의미도 있다. 충칭은 원래 150년 역사를 자랑하는 창안차의 세력권이었다. 충칭에 본사를 둔 창안차는 그간 미국의 포드, 일본의 스즈키, 마쓰다 등과 합작해 주로 소형자동차 생산에 치중해 왔다.
   
   창안차는 2010년 9월 베이징으로 북진해 생산라인을 구축하며 베이징현대차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창안차는 지난해 3월부터 베이징에서 연산 20만대의 차량을 생산 중인데, 향후 50만대까지 생산량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재 현대차의 생산능력인 100만대의 절반에 육박하는 규모다. 베이징을 세력권으로 두고 있던 현대차로서는 창안차에 베이징 시장을 일정 부분 양보할 수밖에 없게 됐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이에 상대 기업의 본산인 충칭에 진출해 한바탕 진검승부를 벌여보자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자동차 시장의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했던 기존의 지역별 독점체제는 사실상 와해됐다. 오랫동안 중국은 외국 업체의 중국 진출을 허용하며 지역별로 사업자를 지정하고 해당 업체의 지역 독점을 사실상 용인했다.
   
   초대 상무(商務)부장인 뤼푸위안(呂福源)이 제창한 “거대 시장을 줄 테니 최신기술을 넘겨라”라는 ‘시장환기술(市場換技術)’ 전략에 따른 방침이다. 예컨대 ‘현대차는 베이징, 기아차는 장쑤성’ 식으로 사실상의 지역 독점을 인정해 줬다. 1978년 중국의 개혁개방 직후 광동성은 홍콩·마카오 자본, 푸젠성은 대만 자본, 산동성은 한국 자본, 랴오닝성은 일본 자본에 개방해 외자를 유치하고 기술을 넘겨받던 것과 거의 흡사했다.
   
   이에 따라 세계 3대 자동차 업체인 독일의 폭스바겐은 상하이와 창춘, 미국의 GM은 상하이, 일본의 도요타는 톈진과 광저우에 둥지를 틀었다. 이 밖에 미국의 포드는 충칭, 프랑스의 푸조·시트로엥은 우한, 일본의 혼다는 광저우와 우한, 닛산은 광저우에 기반을 틀었다. 대신 자동차 법인의 경우 지역업체들과 50 대 50의 비율로 합작할 것을 강제했다. 이에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었던 외산 자동차 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현지 합작법인을 세웠다.
   
   하지만 최근 기존의 세력권을 벗어나 중서부 내륙에 신규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GM은 후베이성 우한(武漢)에 공장을 짓고 있고, 독일의 폭스바겐은 후난성 창사(長沙)에 연산 30만대 생산라인 건설에 들어갔다. 폭스바겐은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에도 2014년 말까지 5만대의 완성차를 생산할 수 있는 라인을 꾸리고 있다.
   
   지난해 8월 현대차가 쓰촨난쥔(四川南駿)자동차와 합작해 출범시킨 쓰촨현대도 쓰촨성 쯔양(資陽)에 연산 15만대의 상용차 생산라인을 구축 중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2기는 40만대, 3기는 연산 70만대까지 늘어난다. 토종 업체인 치루이(奇瑞)도 2010년부터 네이멍구 오르도스에 연산 30만대의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지리(吉利)차에 인수된 볼보도 쓰촨성 청두에 신규 투자를 단행했다.
   
   각사의 투자 계획에 따르면 상하이와 창춘에 기반한 폭스바겐은 창사와 우루무치까지 서진한다. 상하이에 기반한 GM은 장강을 거슬러 우한에서 충칭까지 서진한다. 베이징에 기반한 현대차는 청두와 충칭까지 남서진한다. 폭스바겐(21.1%)·GM(11.5%)·현대차(10.4%)는 중국의 1·2·3위 자동차 업체들인데 모두 장강 유역에 생산력을 총집결시키는 것. 중국 자동차 시장의 지역별 구도가 완전히 깨지는 셈이다.
   
   현대차를 비롯해 중국에 진출한 자동차 업체들이 구도 재편에 나선 것은 일본차의 상대적 추락이 계기가 됐다. 지난해 9월 일본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국유화 조치 후 일본차의 점유율이 급락하면서 반사이익을 얻은 것. 현대차의 2013년의 판매목표량은 97만대로 현재 생산능력인 100만대에 거의 근접해 있다. 제4공장을 건립해 자동차 수요를 커버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베이징에서 1·2·3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또 기아차는 장쑤성 옌청(鹽城)에서 1·2공장을 가동 중이다. 특히 중서부 진출을 앞두고 올해 중국 딜러망도 802곳에서 86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오는 2015년쯤 폭스바겐·GM·현대차, 즉 1·2·3위 업체들이 충칭에서의 한판승부로 중국 시장의 진짜 승자가 결판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2009년부터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했다.
   
   이는 현대차에 있어서 기회이자 위기이기도 하다. 사실 현대차는 춘추전국시대로 상징된 중국 자동차 시장 지역별 독점체제의 최대 수혜자로 꼽혀 왔다. 현대차는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인 2002년에야 중국 시장에 진출한 후발주자다. 독일의 폭스바겐, 미국의 GM 등은 각각 중국의 WTO 가입 이전인 1985년, 1997년에 중국 최대 소비시장인 상하이에 진출해 일찍부터 기반을 닦아왔다.
   
   현대차와의 합작파트너인 베이징차도 기반이 약해 당초 베이징현대차는 ‘약약연합(弱弱聯合)’으로 평가됐다. 베이징차는 중국의 4대 자동차 업체에는 속하지 않는다. 하지만 베이징시 서기를 지낸 자칭린(賈慶林) 전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당서열 4위)의 지원 아래 수도 베이징 시장을 사실상 독점했기에, 경찰차와 택시 등 관용차와 법인 영업에 주력해 중국 시장 3위에 오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