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 ‘세상 속으로’]5·16 군사정부 ‘부정축재’ 사면으로 고속성장… 외환위기 겪으며 15개 재벌이 30대 그룹서 밀려나
ㆍ한국 재벌의 시작, 그리고 부침
경남 의령군에서 태어난 그는 부농의 아들이었다. 유학시절 그의 아버지는 5인 가족 평균생활비의 4배에 가까운 돈을 부쳐주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지병으로 유학생활을 포기하고 27살 되던 해에 경남 마산에서 동업자 2명과 사업을 시작했다. 20대에 겁없이 뛰어든 사업이었지만 일본으로의 쌀 수출이 ‘대박’나면서 성공적으로 경영을 이어나갔다. 얼마 후에는 김해지역의 논과 밭을 싼값으로 매입해 비싸게 되팔면서 큰돈을 모았다.
국내 최대 재벌 삼성그룹은 이렇게 시작됐다. 1910년 2월 태어난 고 이병철 회장은 1930년대 일본으로의 쌀 수출 전진기지 중 하나였던 마산에서 성공한 이후 1938년 자본금 3만원의 삼성상회를 설립했다. 5년 후에는 조선양조장을 인수하는 등 사업다각화에도 박차를 가했고 1954년에는 제일모직을 세워 모직업에도 진출했다.
국내에서 재벌이란 단어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도 이때쯤이다. 이한구 수원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저서인 <한국 재벌사>에서 “비교적 짧은 기간에 출현한 규모가 큰 복합기업집단을 (재벌이라) 지칭했다”고 밝혔다.
이병철 회장이나 고 구인회 럭키금성(현 LG) 회장이 일제시대 경제적으로 풍족한 집안 출신이었다면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재벌 창업주였다. 1915년 빈농 집안의 6형제 중 장남으로 태어난 정 회장은 소학교를 졸업한 후 몇 차례 가출을 시도했고 원산, 인천, 서울 등지에서 막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갔다. 이후 배달원으로 일하던 쌀 도매상이 문을 닫자 이를 인수해 ‘경일상회’라는 미곡상점을 차렸다. 월급 18원을 3년 동안 모은 돈이 인수 자금이었다.
홍덕률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 회장과 구 회장의 창업 전 경력이 ‘지주, 중·고등교육, 소규모 사업 경영’이었다면 정 회장은 ‘빈농, 도시 하류계급, 영세 자영업’이라는 창업 경로를 밟았다”고 말했다.
국내 재벌은 1960년대부터 정부 주도의 공업화 정책에 힘입어 눈부시게 성장했다. 국내 경제는 1962년 이후 연평균 10% 이상의 고도성장을 이뤘다. 1인당 국민소득도 1960년대 초 100달러 미만에서 8년 만에 169달러로 증가했다. 성장은 1990년대까지 이어져 30대 그룹의 자기자본은 1993년 35조2000억원에서 1997년 70조5000억원으로 2배 넘게 늘었다.
한국 재벌은 1960년 4·19 혁명 이후 실시된 부정축재자 처리 문제로 한 차례 위기를 맞았다. 4·19 혁명 이후 과도정부는 부정축재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탈세액을 자진신고토록 하고 ‘부정축재자처리법’을 마련해 단죄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자진신고 종료 하루 전인 1961년 5·16 쿠데타가 일어났고 군사정부는 부정축재 기업인들에게 산업 재건에 이바지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이유로 기업인들을 대대적으로 사면했다. 부정축재 환수액도 최초 발표액의 5.8%에 불과했다. 이한구 교수는 “이 사건으로 정부와 재벌 간 정경유착의 공식적인 고리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부정축재 혐의로 구속됐다가 석방된 기업인 13명이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전신인 ‘경제재건촉진회’를 설립한 것도 이때다.
고도성장을 계속하던 국내 경제와 재벌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또 한 차례 시련을 겪게 됐다. 1월 한보그룹 부도를 시작으로 1997년에만 8개 재벌이 부도를 맞았다. 10대 그룹 중 하나였던 대우와 쌍용 등도 외환위기 여파로 해체됐고, 현대그룹도 형제의 난으로 3개 부문으로 쪼개지는 등 15개 재벌이 30대 그룹에서 탈락했다.
2000년대 들어 급부상했지만 현재는 위기를 겪고 있는 곳도 있다. STX는 강덕수 회장이 2001년 쌍용중공업을 인수한 후 사세를 확장해 재계 13위까지 성장했다. 하지만 세계적인 불경기가 겹치면서 지난 4월 주력 계열사인 STX조선해양이 채권단 자율협약을 체결하는 등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탐사보도 ‘세상 속으로’]재벌가 1·2세대의 딸들은 안방마님·미술관장 역할… 3세대로 내려오며 해외유학 뒤 경영 참여 부쩍 늘어
(경향신문 2013-06-16 14:24:07)
ㆍ한국 재벌가의 딸들
재벌가 창업 1, 2세대 딸들은 대부분 안방마님에 머물거나 미술관의 관장 역할을 맡았다. 기업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3세대로 내려오면서 이 같은 흐름이 크게 바뀌었다.
상당수 재벌가 딸들이 해외유학 등을 통해 전문성을 쌓은 뒤 계열사 등에 입사해 경영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여성 특유의 섬세함을 살려 주로 호텔, 유통, 패션, 광고, 식음료 분야 사업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내고 있다.
딸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곳은 삼성가다.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방미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두 딸을 대동할 정도로 딸에게 힘을 실어준다는 평을 받는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이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재벌가 3세 중 가장 먼저 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랐다. 1995년 삼성복지재단에 평사원으로 입사한 뒤 2001년 호텔신라 부장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리틀 이건희’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강한 업무 추진력을 보여온 이 사장은 사내외에서 경영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차녀인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은 미국 명문 파슨스디자인스쿨 출신이다. 해외 명품 브랜드를 발굴해 들여오고 SPA브랜드 ‘에잇세컨즈’를 출시한 지 1년 만에 성공시키는 등 그룹 패션 사업을 전면에서 이끌고 있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두 딸도 활약상이 눈에 띈다. 장녀인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은 미국 코넬대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한 뒤 1999년 대한항공 호텔면세사업본부 팀장으로 입사했다. 기내식 등 객실 서비스를 총괄해온 그는 현재 미국 LA에서 진행 중인 월셔그랜드호텔 재개발 프로젝트를 맡고 있다. 차녀인 조현민 상무는 대한항공의 홍보와 광고·마케팅 등을 총괄하며 사내 입지를 굳히고 있다. 그는 승무원 유니폼을 입고 객실 서비스에도 나서며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신세계 이명희 회장의 외동딸인 정유경 부사장은 미국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을 거쳐 1996년 조선호텔에 마케팅담당 상무보로 입사했다. 이후 2009년 신세계 부사장에 오른 뒤 줄곧 예술과 비즈니스를 결합한 아트마케팅을 주도해왔다. 그는 패션, 식품 분야와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 수입 사업도 이끌고 있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손녀이자 현정은 회장의 큰딸인 정지이 현대유엔아이 전무는 2004년 현대상선에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2003년 정몽헌 회장의 죽음으로 그룹을 이끌게 된 현 회장을 보좌하며 방북 때마다 동행해 주목을 받았다. 현 회장의 막내딸인 정영이씨도 지난해 6월 현대유엔아이 재무팀에 대리로 입사했다.
현대자동차그룹가의 딸들은 대외적인 활동이 눈에 띄지 않지만 차분하게 내실경영에 주력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몽구 회장의 장녀 정성이씨는 이노션 고문을, 삼녀인 정윤이씨는 현대해비치호텔앤리조트 전무를 맡고 있다.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정지이 현대유엔아이 전무·정성이 이노션 고문·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왼쪽부터)
최근 재계에 존재감을 드러낸 ‘여풍 기업’은 대상이다. 임창욱 명예회장은 딸만 둘을 두고 있어 이들을 중심으로 그룹의 미래 전략을 짜고 있다. 장녀인 임세령씨는 지난해 상무 직급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입사해 식품 부문의 브랜드 매니지먼트와 디자인, 광고홍보 등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다. 차녀인 임상민 부장도 영국 유학을 마친 뒤 지난해 10월 입사해 기획관리본부에서 부본부장(부장급)을 맡아 기획업무를 하고 있다.
재벌가 여성들 사이의 자존심 대결도 치열하다. 이들의 패션이나 스타일은 연예인 못지않게 대중의 관심을 받는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패션, 유통 사업을 이끌고 있는 이들은 옷 한 벌을 선택할 때도 자사에서 수입하거나 생산하는 브랜드의 광고모델이라는 생각으로 철저하게 전략적으로 접근한다”고 전했다.
이들 기업과 달리 여성들의 활동이 눈에 띄지 않는 곳도 있다. LG와 GS, SK, 두산, 금호 등이 대표적인 그룹이다.
SK의 경우 최태원 회장의 부인 노소영씨는 미술관인 아트센터 나비 관장을, 최 회장의 여동생인 최기원씨는 SK행복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최 회장의 큰딸인 윤정씨는 미국 시카고대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뒤 귀국했으나 그룹 계열사에 입사하지는 않았다.
두산그룹은 집안에 딸이 귀하다. 창업주인 고 박두병 회장이 둔 여섯 아들 가운데 박용곤 명예회장만이 딸을 뒀을 뿐이다.
[탐사보도 ‘세상 속으로’]사돈의 팔촌까지 따지면 재벌가 모두 사돈지간… 3세들은 ‘연애결혼 시대’
(경향신문 2013-06-14 22:12:23)
ㆍ1980년대 ‘사돈맺기’로 재벌들 ‘대가문’ 형성
ㆍ이건희 회장 장모상에 정·재계 대거 조문
ㆍ“얽힌 혼맥에 겹사돈 아니면 혼처 없어 중매결혼 줄어”
잘생긴 재벌 3세 남자와 아름다운 서민층 여성 간의 사랑이야기는 안방극장에 단골로 등장하는 스토리다. 2011년 1월 종영된 드라마 <시크릿 가든>은 백화점 재벌 3세 남자 주인공과 스턴트맨 여주인공의 사랑을 그려 시청률 35%가 넘는 ‘국민 드라마’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다. 현실에서 재벌 3세 남성과 서민 여성이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이해관계를 통해 거미줄처럼 혼맥이 얽혀 있는 국내 재계에서는 더더욱 가능성이 희박한 이야기다.
1980년대까지 한국 재벌가문에서는 ‘혼사(婚事)가 만사(萬事)’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재벌이나 유력 정·관계 인사를 골라 사돈을 맺었다. 현재 주요 그룹을 이끌고 있는 재벌 2세들의 혼사가 이에 해당한다. 그룹 오너가문의 직계가족끼리 혼사를 맺는 일은 흔치 않지만 친족 범위를 조금만 확장시켜보면 재벌들은 그물처럼 혼맥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속된 말로 ‘사돈의 팔촌까지’ 헤아려보면 사돈지간이 아닌 재벌가문이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재벌 3세대에서는 직접적인 재벌가문 간 결합은 많지 않다. 이미 앞세대를 통해 혼맥이 얽혀 있는 터라 이른바 ‘겹사돈’이 될 우려가 없지 않고, 재벌 간 혼사가 여론으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온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재벌가문의 혼사가 ‘중매 시대에서 자유연애 시대로 접어들었다’라는 말이 나오기도 하지만 각계의 유력가문과 혼사를 치르는 일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 정·재계부터 언론계까지, 삼성가문
삼성그룹과 CJ그룹, 신세계그룹 등이 속해 있는 범삼성가는 규모만큼이나 넓은 혼맥을 갖고 있다. 2세나 3세들이 다른 재벌가문과 혼사를 맺는 일이 드물어 소박하게 보이지만 현대, LG, 롯데 등 굴지의 재벌가문과 혼맥으로 연결돼 있다.
LG그룹과는 고 이병철 회장의 차녀인 이숙희씨가 LG그룹 구인회 창업주의 3남인 구자학 아워홈 회장과 결혼하면서 인연을 맺게 됐다. 당시 재계 서열 2, 3위를 다투는 가문 간 결혼이라 세간에 화제를 낳았던 혼사였다. 최근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장모상 빈소에 구본무 LG 회장이 직접 찾아온 것도 이 같은 혼맥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현대가문은 이건희 회장의 결혼을 통해 혼맥이 이어진다. 이건희 회장은 과거 법무장관을 거쳐 중앙일보 회장을 지낸 홍진기씨의 장녀인 홍라희 리움 관장과 결혼했다. 홍씨 가문은 노신영 전 국무총리와 사돈관계를 맺고 있고, 노 전 국무총리 가문은 정주영 명예회장의 동생인 고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과 사돈지간이다.
롯데와는 LG그룹을 통해 연결된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넷째 여동생인 신정숙씨의 남편은 최현열 NK그룹 회장이며, 최 회장의 장녀가 한진그룹의 3남인 고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의 부인인 최은영 현 한진해운홀딩스 회장이다. 한진가문의 막내인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 구자학 회장의 차녀 구명진씨와 결혼하면서 삼성-LG-한진-롯데로 이어지는 혼맥이 이뤄졌다.
삼성그룹 3세들은 상대적으로 혼맥이 간결한 편이다.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각계에 혼맥이 두터운 대상그룹가문의 임세령 대상 상무와 결혼했지만 현재는 결별한 상태다. 2녀인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은 고 김병관 동아일보 명예회장의 아들인 김재열씨(현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와 결혼했다.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삼성 계열사의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임우재씨(현 삼성전기 사장)와 결혼해 화제를 낳았다.
■ ‘소박하지만 방대한’ 현대가문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중공업, 현대그룹 등이 속한 범현대가의 2, 3세들은 재벌가문 중에서도 유독 일반인과의 결혼이 많다. 평소 검소하고 소박한 가풍을 유지했던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뜻이 반영된 결과다. 이 때문에 직계보다는 방계혈족의 혼맥을 통해 다른 재벌가문과 연결된 경우가 많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부인인 고 이정화씨도 재벌가 집안 출신이 아니다. 3세들의 혼맥도 소박한 편이다. 장녀인 정성이 이노션 고문은 대전 선병원 가문의 선두훈 이사장과 결혼했다. 차녀인 정명이 현대커머셜 고문은 종로학원 설립자 가문의 정태영씨(현대카드 사장)와, 3녀인 정윤이 해비치호텔앤리조트 전무는 현대·기아차의 협력업체인 삼우가문의 신성재씨(현대하이스코 사장)와 결혼했다. 그룹 후계자로 꼽히는 막내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결혼을 통해 혼맥이 확대됐다. 부인인 정지선씨는 삼표그룹 정도원 회장의 장녀고, 처제는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가문의 며느리다. 박 명예회장 가문은 정·관계 인맥이 두터워 정 부회장의 혼맥도 넓어졌다.
현대가의 혼맥을 크게 넓힌 건 정몽준 새누리당 국회의원이다. 정 의원은 과거 외무부 장관 등을 지낸 유력 정치인인 고 김동조씨의 4녀인 김영명씨와 결혼했다. 정 의원의 처형인 김영숙씨의 사위가 홍정욱 헤럴드미디어 회장이다. 또 다른 처형인 김영자씨의 남편은 GS그룹가문의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이다. 허 회장의 차녀인 허유정씨는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장남인 방준오씨와 결혼했다. 결과적으로 정 의원은 결혼을 통해 GS그룹, 조선일보, 헤럴드미디어 등 유력가문들과 인연을 맺게 된 셈이다. 현대그룹은 현정은 회장의 외삼촌이 현 정부의 ‘실세’로 꼽히는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이다.
■ ‘최대 혼맥을 자랑’하는 LG가문
과거 LG와 GS, LS, LIG그룹 등이 속해 있던 범LG가는 방대한 방계혈족만큼이나 재벌가문 중에서도 최대의 혼맥을 가지고 있다. 재계에서 “재벌 혼맥의 허브”라고 부를 정도다.
LG그룹으로만 보면 구자경 명예회장을 통해 대림산업과 대한펄프가문과, 구자학 회장을 통해 재계에서 방대한 혼맥을 가진 삼성, 한진 등과 연결됐다. 혼맥 확장의 중심축은 LS그룹이다. 구자엽 LS산전 회장은 현대가문의 고 정몽우 현대알루미늄 회장과 사돈지간이다.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도 사돈지간인 삼표가문을 통해 현대차그룹과 혼맥이 닿아 있다. 구자용 E1 회장은 삼성 이건희 회장의 처남인 홍석조 BGF리테일 회장과 사돈지간이라 삼성 및 중앙일보 가문과도 연결된다.
LIG그룹은 GS그룹 허창수 회장의 외가다. GS그룹을 통해 조선·동아일보와도 혼맥이 닿아 있고, 고 박용훈 전 두산건설 부회장을 통해 두산가문과도 연결된다. 고 박성용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과도 사돈지간이라 금호가문과도 인연이 있다.
■ ‘정·관계와 밀접한’ SK가문…‘대가족’ 롯데가문
SK가문은 정·관계 가문과의 혼사를 통해 혼맥을 다진 경우다. 고 최종건 SK 창업주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 정치권의 실세였던 고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과 사돈지간이다. 이 전 중앙정보부장의 차남인 이동훈씨는 김승연 한화 회장의 매형이라 SK가문과 한화가문도 혼맥으로 이어져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위다. 최 회장의 처남인 노재헌씨(변호사)는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의 처조카인 신정화씨와 결혼했다가 최근 이혼했다.
롯데와 농심으로 대표되는 범롯데가문의 경우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직계를 통한 혼맥은 넓지 않은 편이다. 다만 신 총괄회장이 10남매에 달하는 대가족인 덕에 방계 혼맥은 넓다. 신 총괄회장의 셋째 동생인 신선호 일본 산사스식품 회장은 태광그룹과 사돈지간이고, 일곱째 동생인 신정숙씨는 두 딸을 통해 한진가문, 현대가문과 사돈관계를 맺고 있다.
[탐사보도 ‘세상 속으로’]재벌이 사는 법… 된장찌개·파전 ‘음식은 소박’, 헬기 동원 골프·레이싱 ‘취미는 화려’
(경향신문 2013-06-14 22:06:07)
ㆍ한남동·이태원동 일대 고급주택에 많이 거주
ㆍ3세들 국내 명문대 졸업 후 미국 유학 선호, 일부 실물경제 모르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낭패 보기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서울사대부고 시절 레슬링 선수로 뛰었다. 운동을 해서인지 이 회장은 유달리 육류를 좋아한다. 10여년 전만 해도 그의 식탁엔 늘 고기 요리가 자리잡았다. 하지만 2000년에 폐 수술을 받은 뒤 이 회장의 식단도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14일 “이 회장이 투병 후 면역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는 음식을 즐겨 찾는다”면서 “이태원동 자택에서는 된장찌개 백반이 주로 식탁에 오르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이건희 회장 와인 즐기고 정몽구 회장 막걸리 애호가
2002년 9월, 삼성이 태평로 사옥을 본사로 사용하던 시절. 이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인근 식당인 진주회관을 갑자기 찾았다. 당시 전무였던 이 부회장은 “아버지가 찾으셔서 그러는데, 콩국수 좀 담아주시겠어요”라며 음식을 포장해갔다고 한다. 된장찌개와 더불어 이 회장의 ‘소박한 식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이 회장은 최고급 코스요리를 즐기기도 한다.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 5층엔 호텔신라가 운영하는 VIP용 레스토랑 ‘코퍼리트 클럽’이 있다. 이곳에서 한식, 중식, 양식 코스요리를 만들어 42층 이 회장의 공간으로 올린다. 이 레스토랑에는 이 회장이 선호하는 ‘샤토 페트뤼스(Chateau Petrus)’ 같은 최고급 와인이 준비돼 있다. 그는 푸아그라(거위간) 요리와 와규 스테이크를 즐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 관계자는 “오찬 회동이나 귀빈 만찬 등에서는 냄새가 나지 않고 바삭거리는 소리 등이 가급적 적게 나는 코스요리를 쓸 수밖에 없다”면서 “이 회장의 식성은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고 소박한 편”이라고 귀띔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있는 공시지가 130억원 상당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자택 내 승지원(위)과 이 회장의 자가용인 ‘마이바흐62S’.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은 막걸리와 파전을 즐긴다. 특히 철거 전 맛집골목인 종로구 피맛골을 즐겨 찾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차 직원들이 정 회장이 방문하기 전 미리 식당을 ‘탐사’한 뒤 테이블을 대거 확보하면 정 회장이 식당에 나타나는 식이다. 정 회장은 현장에서 ‘말술’을 마신 뒤 인근 맛집에서 각종 전 요리를 포장해가기도 했다. 해장음식은 의외로 라면을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은 “술 마신 다음날 라면을 먹으며 땀을 흘리면 기분이 상쾌해진다”는 말을 종종 한다. 최근엔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와인으로 ‘주종’을 바꿨다고 하지만, 정 회장을 포함한 현대가 인사들의 주량은 재계에서도 유명하다.
구본무 LG 회장은 유난히 ‘집밥’을 즐긴다.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한남동 자택으로 귀가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한 비즈니스가 아니면 지인들과의 만남이 있어도 여의도 LG트윈타워 동관 5층의 일식당 ‘키사라’ 등 사옥 내부식당을 애용하는 편이다. 구 회장은 대구간국을 즐겨 먹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일본식 청국장인 ‘낫토’를 좋아해 일본에서 직접 공수해 먹는 것으로 전해졌다.
■ 유명 클래식 연주자 집으로 초청해 ‘가족 공연’
식단과 달리 재계 부유층의 일상생활은 일반인들이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화려하다. 구본무 회장은 경기 광주 곤지암CC에서 주말에 골프를 치는 게 취미라면 취미다. 골프장 가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가끔 ‘전용 헬기’를 띄우기도 한다.
이건희 회장은 스포츠카 마니아다. 삼성 계열사의 자동차 경기장에서 차를 몰기도 한다. 2009년에는 에버랜드가 소유한 용인의 ‘스피드웨이’에서 10여대의 최고급 스포츠카를 바꿔타며 레이싱을 즐기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됐다. 이 회장은 마이바흐62S와 롤스로이스를 번갈아 타고 공식 석상에 등장하지만, 자택 등에는 이 회장 소유의 최고급 스포츠카가 몇 대 더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회장 외에도 구 회장과 김승연 한화 회장, 이인희 한솔 고문 등이 마이바흐를 탄다. 이 회장의 맏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렉서스LS460하이브리드를 애용하며, 자동차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현대차그룹 총수일가는 정몽구 회장이 K9, 정의선 부회장이 에쿠스를 타는 등 자사 생산차량을 사용한다. 이재용 부회장도 직급은 높지만 나이 등을 고려해 에쿠스를 탄다. 정 부회장과의 친분 탓에 에쿠스를 택했다는 얘기도 있다.
이건희 회장과 아들·딸들의 집은 모두 이태원동과 한남동 인근에 모여 있다. 이 회장의 새 집은 이태원동에 속하지만 삼성 사람들은 여전히 ‘한남동 자택’이라고 부른다. 근처에 리움미술관도 있어 삼엄한 경비가 펼쳐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회장 자택은 공시지가 기준 130억원 상당이며 인근 200여m 떨어진 곳엔 선대회장이 살던 가옥을 개조한 ‘승지원’이란 별도의 접견용 건물도 있다. 정몽구·정의선 현대차 부자와 구본무 회장, 신동빈 회장, 박용만 두산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등도 모두 한남동에 살며, 높은 담장으로 사생활이 보호되는 고급 주택이다. 이들 재계 인사는 가끔 유명 클래식 연주자 등을 자택으로 초청해 ‘가족 공연’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 하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최근 재혼과 함께 모친인 이명희 회장과의 한남동 생활을 마감하고 판교 고급 주택으로 독립했다. 그는 청담동 커피지인이나 루소랩 같은 카페에 깜짝 등장하기도 한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공시지가 67억원 상당의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자택(위)과 정 회장이 즐겨 타는 기아자동차 최고급 승용차 ‘K9’.
■ 그들만의 리그… ‘황제식 생활’ 부작용도
재벌가는 해외유학을 선호한다. 선진 경영기법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이건희 회장은 일본 와세다대를 졸업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나왔지만 일본 게이오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뒤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대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삼성의 한 고위 인사는 “JY(이재용) 시대엔 일본보다 미국 유학이 더 유행했지만, 와세다대를 중퇴한 이병철 창업주부터 전해진 일본 유학 전통 탓에 일본에서 대학원을 다닌 것”이라며 “역동적인 미국 대학에서 먼저 공부하면 일본의 정적인 수학 문화가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어 ‘일본→미국’ 순서로 유학한 것”이라고 말했다.
재벌 3세들은 주로 국내 명문대를 졸업한 뒤 미국 등으로 유학을 떠나는 코스를 선호한다. 이 부회장 외에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도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 샌프란시스코대에서 석사 학위를 땄다. 반면 서열화된 국내 대학 진학이 부담스러운 이들은 곧바로 해외유학을 선택하기도 한다. 언어 등을 고려해 주로 미국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
최근엔 중국이 총수가의 유학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은 1남2녀 모두 중국에 조기유학을 보냈다. 2008년 장녀 윤정씨가 베이징국제학교를 졸업했으며 차녀 민정씨와 장남 인근씨도 각각 중국에서 어학연수 등을 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아들도 중국 유학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이 커지고 있는 중국에서 공부하며 현지 분위기를 익히는 동시에 인맥 구축 등을 노리겠다는 포석인 것으로 보인다.
일반인과 동떨어진 재벌들의 화려한 사생활은 종종 국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그들만의 리그’라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한정된 경험과 기호만 생각하다 보니 철저한 시장조사 없이 자신이 선호하는 ‘최고급 취향’의 사업에 직접 진출해 낭패를 보는 일도 더러 있다. 마트에서 장을 보거나 물건을 직접 사는 일도 드물다. 자칫 대기업 경영을 물려받을 3세와 4세들은 실물경제에 대한 감각을 잃어버릴 수 있는 것이다.
4대그룹의 한 관계자는 “재벌 총수 가족들이 지나치게 격리된 생활을 하는 것은 기업 경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다소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대중과 긴밀히 소통하려는 노력 또한 필요하다”고 말했다.
[탐사보도 ‘세상 속으로’]소박한 해장 라면, 화려한 요트 취미… 재벌이 사는 법
(경향신문 2013-06-14 22:07:30)
굴지의 재벌기업 ‘회장님’도 해장은 라면 국물로
한국 재벌가 사람들의 기호와 사생활은 베일에 싸여 있다. 이 때문에 이들이 어떤 음식을 먹고 무슨 옷을 입으며 어떤 차를 타는지는 늘 일반인의 관심사가 된다. 하지만 한국 재벌가 대부분이 이미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한 대기업을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사생활과 기호는 단순한 호기심의 차원을 넘어서기도 한다. 실제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은 한국 사회의 여론과 기업의 경영, 사업 방향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국내 최고 그룹의 총수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자택에서 된장찌개를, 여름엔 사무실 인근 맛집에서 종종 콩국수를 주문해 먹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애주가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막걸리를 즐기며, 다음날 아침엔 대부분 라면을 끓여 먹으며 해장을 한다. 두 사람 모두 한국 최고의 부자이지만 음식만은 한국 서민들이 먹고 마시는 메뉴를 선호하는 것이다. 음식을 제외하면 일상생활은 서민과 달리 화려하다. 한 대에 10억원을 넘나드는 최고급 외국산 승용차와 100억원이 넘는 초호화 주택에 살며 미국과 일본, 유럽 등지에서 해외 유학을 했다. 이들은 주요 계열사의 스포츠시설을 전용헬기나 자신 소유의 초고성능 스포츠카나 요트를 이용해 ‘통 큰’ 레포츠를 즐기기도 한다.
재벌들은 다른 재벌과 권력자를 중심으로 촘촘한 혼맥을 형성해 ‘그들만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만든다. 국내의 대표적인 재벌인 삼성과 현대차그룹, LG그룹, SK그룹은 크게 보면 ‘가족’과도 같다. 혼맥을 통해 10대그룹 대부분이 사돈을 맺고 있다.
재벌이지만 모두 행복한 것은 아니다. 회사 경영을 둘러싼 회계부정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거나 구속되기도 한다. 가정불화나 유산소송, 자살, 병마처럼 일반인과 다를 것 없는 고통이나 불행에 시달리기도 한다. ‘돌고 도는 게 돈’이란 말처럼, 재벌가의 부도 영원하지는 않다. 김우중 대우 회장처럼, 사업의 흥망에 따라 재벌이 되기 전 일반인의 삶으로 돌아와 소박한 일상을 보내는 재벌 오너들도 적지 않다. 한국 최고 부자로 꼽히는 이건희 회장은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종종 한다고 한다. “돈 많은 사람 자체를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 다만, 돈 많은 사람들에게서 어떤 점을 배울 만한지를 살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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