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조선] 대기업 임원들이 의원회관 338호실에 줄서기 하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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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태 의원/한준호 영상미디어 차장대우
대기업 임원들이 김용태 의원(새누리당·재선·서울 양천구 을)을 만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김 의원은 5월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간조선과 만나 “최근 20여개 이상의 대기업 관계자들이 찾아왔다”고 했다. 대기업 고위 임원들이 김 의원과 식사 시간이라도 잡아볼 요량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이른바 경제민주화법으로 일컫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직접 설명하기 위해서다.
김 의원은 박근혜 정부가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경제민주화 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힌 유일한 정치인. 김 의원은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 경제민주화 여론에 밀려 법안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것을 우려해 직접 청와대 조원동 경제수석을 찾아간 적도 있다. 그는 주간조선을 만난 자리에서도 “박 대통령이 국민과 약속한 경제민주화 법안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적 문제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다 태울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정무위에서도 법안심사소위원회 위원이다. 정무위 법안심사소위는 현재 지난해 대통령 선거 당시 여야가 경쟁적으로 공약한 경제민주화 법안의 초안을 가다듬고 있다. 주요 내용은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국세청·조달청에 대한 고발권 부여 △대기업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의 권한 강화다.
대기업 임원들은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소속 의원들을 만나 자신들의 고충을 설명하느라 분주하다. 삼성과 현대자동차 등 굴지의 대기업들은 6월 임시국회에서 경제민주화 법안이 통과될 경우 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하고 경영권마저 위협받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엔지니어 출신의 삼성전자 부사장이 얼마 전 찾아왔다. 삼성SDS는 삼성전자에서 70%의 매출을 올리는 업체인데, 현재 계류 중인 법안에 따르면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다. 속이 탄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23만개가량의 부품을 사용한다. 이 부품을 언제, 어디서 조달할지, 어느 시간에 생산라인에 넣고, 생산품을 어떻게 배송할지에 관한 복잡한 시스템(SI)의 운영이 SDS의 주 업무다. 모든 건 시스템으로 움직이고 한 치의 오차 없이 완벽하게 세팅돼야만 하는 두뇌에 해당한다. 삼성은 이처럼 최적화된 시스템을 통해 노키아와 소니를 경쟁에서 물리쳤다고 했다. 그런데 일감몰아주기 법안이 통과되면 삼성전자가 SI 부문을 공개 입찰해야 한다. 기업 보안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이 방대하고 민감한 시스템을 누가 맡을 수 있겠냐는 하소연이었다.”
김 의원의 고집스러운 행보를 지켜보는 새누리당 지도부의 심기도 편치만은 않다. 집권당으로서 박근혜 정부의 공약사항을 법제화해야 하는 의무를 떠안고 있는데, “김 의원이 사사건건 발목을 잡아 법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며 떨떠름한 표정이다.
“청와대와 당 원내대표실에서 경제민주화 법안을 밀어붙이면 의원들 입장에서 반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나는 중소기업을 경험한 사람으로서, 지금 법안이 현실을 얼마나 도외시하고 있는지 잘 안다. 문제점을 알면서 거수기 노릇을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 꼼꼼히 뜯어보고 다시 확인해서 가능한 완벽한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는 오히려 당 원내대표실의 전략 부재로 인해 경제민주화 법안을 검토할 기회를 놓쳤다고 비판했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앞으로 날치기 법안처리는 불가하다. 무조건 야당과 협상해야 한다. 그런데 덮어놓고 공약이니까 처리하자고 밀어붙여 협상의 여지를 스스로 없애버렸다. 원론적으로 동의하고 차근차근 현실에 맞춰 합의안을 만들었어야 한다.”
김 의원은 지난 4월 경제민주화 1호 법안으로 임시국회를 통과한 하도급법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김 의원은 “하도급법 개정을 통해 대기업에 납품하는 하청업체를 보호하자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 경제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중소기업과 소기업, 소기업과 개인으로 엮인 하도급 구조다. 앞으로 온갖 소송이 난무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끝내 반대입장을 굽히지 않아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의 결정이 만장일치로 처리됐던 오랜 관행마저 깨졌다.
김 의원은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에도 반대하고 있다. 6월 임시국회에서 논의될 일감몰아주기 규제 법안에 대해 그는 “이 법안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한국을 대표하는 간판 기업들이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도 부랴부랴 대체입법안을 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현대차를 예로 들어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가져올 파장을 설명했다.
“현대차가 부의 편법상속을 위해 2002년경에 현대글로비스라는 회사를 세웠다. 그 전에 삼성의 편법승계가 불거졌던 터라, 현대차 측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 거다. 50억원짜리 회사를 세워서 현대차 일감을 몰아주고 2조원대 회사로 키웠다. 글로비스는 정몽구 회장의 아들 정의선 부회장의 회사다. 그런 행위는 처벌받아 마땅하다. 일감몰아주기를 처벌할 경우 현대차는 어떻게 될까.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 글로비스는 현대차의 부품에 대한 조달 계획부터 생산 및 배송까지 모든 걸 도맡아 한다. 전 세계 모든 공장과 계열사, 협력사를 묶는 고리이자 현대차의 경쟁력이다. 이 고리를 법안 하나로 끊을 수 있나. 현대차가 망가지면 정부가 책임질 수 있나.”
김 의원은 대기업의 불공정한 경영을 막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불법 또는 편법을 저지르는 대기업은 당연히 규제해야 한다. 기존에는 법이 없어서 못했을까. 아니다. 공정위가 법 위에서 자고 있으니까 바로잡지 못한 거다. 공정위가 제대로 했으면 공정거래질서는 지금보다 훨씬 양호했을 것이다.”
김 의원은 일각에서 ‘대기업 편들기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에 대해 “노(NO)”라고 말했다. “내가 중뿔랐다고요? 난 금수저 입에 물고 태어난 사람이 아니다. 재벌 아들이 중학교에 특혜 입학하고 갓 스무 살된 젊은이가 페라리 몰고 클럽 다니며 흥청망청하는 걸 보면 나도 화가 난다. 자녀에게 빵집 차려주고 영세업체 위협하는 재벌이 예뻐서 이러는 게 아니다. 대기업이 하는 짓은 밉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다 망가지고 나면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하겠다는 거냐. 나도 답답하다.”
김 의원은 “규제는 신중하고 정책은 구체적이어야 한다”고도 했다. “박근혜 정부는 경제민주화를 통해 대기업의 약탈적 기업 생태계를 바로잡고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을 육성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그래서 경제민주화와 창조경제는 함께 가는 모델이다. 그러나 분위기와 여론에 떠밀려 브레이크가 사라지면 곤란하다. 법안과 현실 사이의 괴리는 반드시 짚어야 한다. 서울시 정책 가운데 협동조합 활성화도 위험요소를 제대로 걸러내지 않은 대표적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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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태 의원/한준호 영상미디어 차장대우
김 의원은 박근혜 정부가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경제민주화 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힌 유일한 정치인. 김 의원은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 경제민주화 여론에 밀려 법안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것을 우려해 직접 청와대 조원동 경제수석을 찾아간 적도 있다. 그는 주간조선을 만난 자리에서도 “박 대통령이 국민과 약속한 경제민주화 법안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적 문제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다 태울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정무위에서도 법안심사소위원회 위원이다. 정무위 법안심사소위는 현재 지난해 대통령 선거 당시 여야가 경쟁적으로 공약한 경제민주화 법안의 초안을 가다듬고 있다. 주요 내용은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국세청·조달청에 대한 고발권 부여 △대기업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의 권한 강화다.
대기업 임원들은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소속 의원들을 만나 자신들의 고충을 설명하느라 분주하다. 삼성과 현대자동차 등 굴지의 대기업들은 6월 임시국회에서 경제민주화 법안이 통과될 경우 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하고 경영권마저 위협받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엔지니어 출신의 삼성전자 부사장이 얼마 전 찾아왔다. 삼성SDS는 삼성전자에서 70%의 매출을 올리는 업체인데, 현재 계류 중인 법안에 따르면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다. 속이 탄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23만개가량의 부품을 사용한다. 이 부품을 언제, 어디서 조달할지, 어느 시간에 생산라인에 넣고, 생산품을 어떻게 배송할지에 관한 복잡한 시스템(SI)의 운영이 SDS의 주 업무다. 모든 건 시스템으로 움직이고 한 치의 오차 없이 완벽하게 세팅돼야만 하는 두뇌에 해당한다. 삼성은 이처럼 최적화된 시스템을 통해 노키아와 소니를 경쟁에서 물리쳤다고 했다. 그런데 일감몰아주기 법안이 통과되면 삼성전자가 SI 부문을 공개 입찰해야 한다. 기업 보안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이 방대하고 민감한 시스템을 누가 맡을 수 있겠냐는 하소연이었다.”
김 의원의 고집스러운 행보를 지켜보는 새누리당 지도부의 심기도 편치만은 않다. 집권당으로서 박근혜 정부의 공약사항을 법제화해야 하는 의무를 떠안고 있는데, “김 의원이 사사건건 발목을 잡아 법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며 떨떠름한 표정이다.
“청와대와 당 원내대표실에서 경제민주화 법안을 밀어붙이면 의원들 입장에서 반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나는 중소기업을 경험한 사람으로서, 지금 법안이 현실을 얼마나 도외시하고 있는지 잘 안다. 문제점을 알면서 거수기 노릇을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 꼼꼼히 뜯어보고 다시 확인해서 가능한 완벽한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는 오히려 당 원내대표실의 전략 부재로 인해 경제민주화 법안을 검토할 기회를 놓쳤다고 비판했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앞으로 날치기 법안처리는 불가하다. 무조건 야당과 협상해야 한다. 그런데 덮어놓고 공약이니까 처리하자고 밀어붙여 협상의 여지를 스스로 없애버렸다. 원론적으로 동의하고 차근차근 현실에 맞춰 합의안을 만들었어야 한다.”
김 의원은 지난 4월 경제민주화 1호 법안으로 임시국회를 통과한 하도급법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김 의원은 “하도급법 개정을 통해 대기업에 납품하는 하청업체를 보호하자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 경제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중소기업과 소기업, 소기업과 개인으로 엮인 하도급 구조다. 앞으로 온갖 소송이 난무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끝내 반대입장을 굽히지 않아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의 결정이 만장일치로 처리됐던 오랜 관행마저 깨졌다.
김 의원은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에도 반대하고 있다. 6월 임시국회에서 논의될 일감몰아주기 규제 법안에 대해 그는 “이 법안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한국을 대표하는 간판 기업들이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도 부랴부랴 대체입법안을 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현대차를 예로 들어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가져올 파장을 설명했다.
“현대차가 부의 편법상속을 위해 2002년경에 현대글로비스라는 회사를 세웠다. 그 전에 삼성의 편법승계가 불거졌던 터라, 현대차 측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 거다. 50억원짜리 회사를 세워서 현대차 일감을 몰아주고 2조원대 회사로 키웠다. 글로비스는 정몽구 회장의 아들 정의선 부회장의 회사다. 그런 행위는 처벌받아 마땅하다. 일감몰아주기를 처벌할 경우 현대차는 어떻게 될까.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 글로비스는 현대차의 부품에 대한 조달 계획부터 생산 및 배송까지 모든 걸 도맡아 한다. 전 세계 모든 공장과 계열사, 협력사를 묶는 고리이자 현대차의 경쟁력이다. 이 고리를 법안 하나로 끊을 수 있나. 현대차가 망가지면 정부가 책임질 수 있나.”
김 의원은 대기업의 불공정한 경영을 막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불법 또는 편법을 저지르는 대기업은 당연히 규제해야 한다. 기존에는 법이 없어서 못했을까. 아니다. 공정위가 법 위에서 자고 있으니까 바로잡지 못한 거다. 공정위가 제대로 했으면 공정거래질서는 지금보다 훨씬 양호했을 것이다.”
김 의원은 일각에서 ‘대기업 편들기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에 대해 “노(NO)”라고 말했다. “내가 중뿔랐다고요? 난 금수저 입에 물고 태어난 사람이 아니다. 재벌 아들이 중학교에 특혜 입학하고 갓 스무 살된 젊은이가 페라리 몰고 클럽 다니며 흥청망청하는 걸 보면 나도 화가 난다. 자녀에게 빵집 차려주고 영세업체 위협하는 재벌이 예뻐서 이러는 게 아니다. 대기업이 하는 짓은 밉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다 망가지고 나면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하겠다는 거냐. 나도 답답하다.”
김 의원은 “규제는 신중하고 정책은 구체적이어야 한다”고도 했다. “박근혜 정부는 경제민주화를 통해 대기업의 약탈적 기업 생태계를 바로잡고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을 육성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그래서 경제민주화와 창조경제는 함께 가는 모델이다. 그러나 분위기와 여론에 떠밀려 브레이크가 사라지면 곤란하다. 법안과 현실 사이의 괴리는 반드시 짚어야 한다. 서울시 정책 가운데 협동조합 활성화도 위험요소를 제대로 걸러내지 않은 대표적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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