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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인물열전

난 아직 정치를 그만두지 않았다… I'll be back(난 돌아올 것이다)" (조선일보 2013.05.25 03:01)

난 아직 정치를 그만두지 않았다… I'll be back(난 돌아올 것이다)"

[아널드 슈워제네거, 美 남가주대 석좌교수로 訪韓]

캘리포니아 주지사 퇴임 후 '슈워제네거 연구소' 설립해 교육과 정책 만들기 병행
"액션배우가 무슨 정치냐고? 함께 나눠야 진짜 민주주의… 혼자 떼돈 벌면 뭐합니까"

 

"영화 '터미네이터 3'를 찍고 나서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 이겼을 때 솔직히 정말 좋았어요. 매일 아침 눈뜰 때마다 오늘은 누굴 만날까, 무슨 문제를 풀까 고민하는 게 신났죠. 만나는 사람도 다양해서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나면 바로 집 없는 사람과 대화했고, 산불을 진화하는 소방관들과 밥을 먹었습니다. 최고의 직업이었죠. 그러면서 저는 어른, 진짜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어요."

'터미네이터'에서 I'll be back(난 돌아올 것이다)이란 명언을 남긴 영화배우 아널드 슈워제네거(Schwarzenegger·66) 전 미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선생님 자격으로 한국에 왔다. 24일부터 이틀간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미국 남가주대(USC)가 여는 'USC 글로벌 콘퍼런스 2013'에 학교를 대표하는 석좌교수로 참가한 것이다. 슈워제네거는 작년 8월 USC에 '슈워제네거 국가 및 글로벌 정책 연구소'를 설립, 교육·에너지·환경·복지 등 분야에서 포럼과 강연도 열고 있다.


	영화배우 아널드 슈워제네거
‘영원한 터미네이터’를 꿈꾸는 슈워제네거는“요새도 운동을 꾸준히 한다”고 말했다./ 이덕훈 기자

 

그는 이날 오전 기조연설 후 본지와 만나 "한국인은 자기네가 작은 나라에 속해 있음을 못 느끼는 것 같다. 항상 활기차고, 크게 성공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고, 그만큼 멘털(정신력)이 강한 것이 한국에 올 때마다 느껴진다"고 했다. 투박한 오스트리아식 말투와 단단해 보이는 몸이 전성기 시절 영화 속 모습과 다를 바 없었다.

슈워제네거는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다. 오스트리아의 외딴 마을 출신으로 어릴 적 꿈은 미국에 이민 가서 영화배우로 성공하고 케네디 가문 여성과 결혼하는 것이었다. 부모는 '미쳤다'고 했다. 15세 때 최고의 '마초맨(Macho Man)'이 되겠다며 독일의 주니어 보디빌딩 챔피언에 도전해 최연소 우승자가 됐다. 몸에 기름을 바르고 수천 명 앞에 나서는 게 시시해질 즈음 말보다 근육을 앞세운 '코난'(1982)과 '터미네이터'(1984)에 출연하면서 부(富)와 명예를 거머쥐었다.

그의 정치적 야망은 2003년 10월 실시된 캘리포니아 주지사 소환투표를 계기로 실현됐다. 당시 공석이된 주지사 보궐선거에 출마해 38대 주지사에 뽑혔고, 한 차례 연임을 거쳐 2011년까지 7년 2개월간 재임했다. 연예인이 무슨 정치냐는 비아냥거림도 있었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나 말고 다른 사람을 비추는 거울을 보라'고 했던 사이먼 비젠탈(1908~2005)의 말이 가슴을 쳤어요. 그때까지 내 삶은 나만을 위한 거였거든요. 떼돈을 벌면 뭐합니까. 얼마나 많이 기부하는가로 그 사람을 평가해야죠. 모든 사람이 십시일반 나눌 수 있어야 진짜 민주주의잖아요?"

주지사로서 슈워제네거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5%까지 줄이겠다는 법안을 미국 주 정부 가운데 최초로 제정했고, 취학 아동의 방과 후 프로그램을 모든 초·중학교로 늘려 시행했다. 퇴임 후에는 글로벌 비영리단체인 'R20 기후 네트워크'를 공동 설립해 기후변화에 대처하고 녹색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정계를 벗어난 거지 정치를 그만둔 건 아니에요." 액션배우에서 주지사로, 대학교수로 늘 예상 밖의 변신을 꾀해 온 그가 최근 교육에 열정을 쏟는 까닭은 "끝나는 지점은 달라도 최소한 출발점은 같아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사실 '인간 슈워제네거'는 흠이 많다. 가정부와 바람을 피워 아이를 둔 사실을 부인에게 들켜 현재 별거 중이고, 부친의 나치 전력 시비도 번번이 발목을 잡는다. 유대인 인권보호 단체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이유 중 하나가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슈워제네거는 "오스트리아에 살던 헝가리 난민 아이들을 오스트리아 아이들이 차별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라와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람을 무시하는 게 나쁜 일임을 알았다"며 "이민자 출신의 유명인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긍정적 일들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도 못다 이룬 꿈이 많다"고 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바벨을 몇 ㎏까지 들 수 있을지 알려면 실패할 때까지 들어봐야 하잖아요. 저도 여러 번 고꾸라져 봤어요. 내가 아니면, 지금이 아니면 누가 언제 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