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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국제분야

거대 재벌 회장, 車 타고 가다가 타이어에 펑크가 나자 (조선일보 2013.03.09 16:47)

거대 재벌 회장, 車 타고 가다가 타이어에 펑크가 나자

타타그룹 라탄 회장은
거대 재벌 회장이지만 매우 검소
작은차로 출퇴근… 평생 독신생활

 

라탄 타타(Ratan Tata) 타타그룹 회장이 간부들과 함께 차를 타고 뭄바이 시외로 이동 중일 때 일이다. 도중에 타이어가 펑크 났다. 운전사가 급히 길가에 차를 세웠고, 일행 모두 차에서 내렸다. 간부들은 스트레칭을 하거나 잡담했다. 이때 누군가 "라탄 회장님이 어디 가셨지?" 하고 물었다. 급히 찾아보니 라탄 회장은 자동차 뒤편에서 어깨를 굽힌 채 운전사가 타이어를 교체하는 것을 돕고 있었다.

최근 인도에서 열린 자동차 엑스포에서 신차를 선보이고 있는 라탄 타타 타타그룹 회장. /블룸버그 제공
그의 소매는 걷어 올려져 있고, 와이셔츠는 흘러내린 땀으로 흠뻑 젖었다. 그는 손에 잭과 스패너를 쥐고 있었는데, 이를 다루는 솜씨가 능수능란했다. 이마에선 땀이 계속 흘러내렸지만, 얼굴에는 특유의 온화한 미소로 가득했다. 이 모습을 본 간부들은 라탄 회장의 겸손함과 격의 없음을 새삼 확인함과 동시에 진정한 리더십이 무엇인지 깨닫게 됐다고 한다.

창업주의 증손자인 그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때 최고급 승용차인 롤스로이스로 등하교했지만, 정작 본인은 이런 사치스러운 상류생활을 좋아하지 않았다. 언론들은 그의 재산을 한화 수백억원 정도로 추산한다. 거대 재벌 회장의 재산치고는 매우 적다. 살고 있는 집은 20년 전 그가 그룹 회장이 되기 이전부터 살아온 평범한 아파트다. 출근용 승용차는 타타모터스가 생산하는 인디고(Indigo·인디카의 세단형)로 매우 검소하다. 술, 담배를 하지 않으며 골프를 그만둔 지는 오래됐다. 항상 연말에 연례휴가를 가는데 매년 성탄절 다음 날 사라져 8일 동안 연락을 끊고 지낸다. 그의 생일(12월 28일) 축하파티는 당연히 없다.

평생을 독신으로 산 그는 일벌레다. 그에게서 "오늘은 피곤하니 내일 합시다"란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직원들은 말한다. 그는 왜 열심히 일할까?

"저도 자주 스스로에게 묻곤 합니다. 그 이유는 '도전'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제가 가진 희망이 있다면, 그것은 인도인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입니다. 단순히 돈을 버는 게 목적이 아니라 돈이 없는 곳에 부를 창출해 이로 인한 행복을 보는 것입니다. 요컨대 그의 기업활동 목적은 '부를 창출해 국민들이 행복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그의 인생관과 경영철학, 삶의 목적, 애국심, 돈에 대한 생각 등이 응축된 이 한마디는 그가 혼자 잘 먹고 잘살기 위해 기업을 하는 것이 아님을 명백히 보여준다. 직원과 고객, 국민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기업 하는 목적을 국민 삶의 개선에 둔 기업인 라탄은 작년 말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