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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 실력 올리는 나만의 책 쓰기|①주제 설정하기 (조선일보 2013.01.13 15:23)

논술 실력 올리는 나만의 책 쓰기|①주제 설정하기

신문 기사에 물음표 던지면 흥밋거리 보여

 

책 쓰기의 첫째 단계는 '쓸거리 정하기'다. 주제의식을 가장 쉽게 가다듬을 수 있는 교재는 신문이다. 특히 종합일간지는 정치·경제·사회·문화·예술·스포츠 등 세상만사를 포괄하고 있어 주제 설정에 '딱'이다. 일단 기사별 헤드라인에 물음표를 붙여본다. '한류, 더 이상 없다… 문화·예술계 위기의식 심화' '평준화 정책이 중고생 학업 능력 떨어뜨려'란 제목의 기사가 있다고 가정하자. 각 제목에 물음표를 덧붙이면 평범해 보였던 표현이 새롭게 다가오는 걸 느낄 수 있다. 이때 물음표로 촉발된 궁금증을 좀 더 파고들면 '한류의 현재와 미래' '평준화 교육 정책과 중고생 학업 능력 간 상관관계'처럼 그럴듯한 주제를 정할 수 있다.

실제 책 쓰기 수업에서 주제 설정에 소요되는 시간은 4주 안팎이다. 재밌는 건 이 과정을 가장 힘들어하는 그룹이 '조용한 다수', 즉 중위권 학생이란 사실이다. (최)상위권 학생 그룹, 혹은 '공부는 뒷전이지만 관심 분야가 확실한' 하위권 학생 그룹은 비교적 수월하게 주제를 정한다. 반면, 그동안 작문 시간마다 주어진 주제를 바탕으로 글 쓰는 흉내 내기에 만족했던 '중간자' 그룹은 적잖이 당황한다.

뾰족한 주제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머리털이 쭈뼛 설 정도로 신났던 기억 △열흘간의 자유 시간이 주어졌을 때 꼭 하고 싶은 일을 떠올려보자. 그래도 모르겠으면 가까운 도서관을 찾아 '내가 이 책의 저자였다면…' 싶은 책을 검색하는 것도 괜찮다. 그 책의 주제가 본인의 진짜 관심사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평소 관심사나 취미 등과 관련, 낙서처럼 이것저것 끼적이는 것도 방법이다. 독서·논술·면접 등 학생 입장에서 실질적으로 필요한 주제를 잡아도 좋다. 단, '엄마는 내가 의사 되는 걸 바라시니까 생물 관찰을 주제로 할까?' 같은 생각은 버리자. 오로지 본인 입장에서 내키는 주제를 택해야 책 쓰는 과정이 즐거울 수 있다.

주제를 설정할 땐 흥미성·유용성·가능성 등 3대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흥미성은 '나도 모르게 왠지 끌리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 흥미가 타인에게까지 전파될 수 있으면 금상첨화다. 유용성은 발전·개선·향상·효과 같은 단어와 연계해 검토하면 좋다. "그래서 어쨌다는 거야?"란 질문에 명확하게 대답할 수 있는지가 기준이다. 가능성은 해당 주제의 책 집필을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지 아닌지를 의미한다. 열정이 지나쳐 소화하기 어려운 주제를 택할 경우 결국 책 쓰기엔 실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 기준에 비춰봤을 때 본인이 정한 주제가 적합하지 않다면 좀 더 시간을 두고 검토하는 게 좋다. 책 쓰기에서 주제 설정은 책 전체 내용의 방향과 범위, 형식과 문제를 결정짓는 핵심적 '첫 단추'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