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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다큐]한 자 한 자… 손길 따라, 한 장 한 장… 정겨움이 (경향신문 2013-03-08 23:22:50)

[포토다큐]한 자 한 자… 손길 따라, 한 장 한 장… 정겨움이

ㆍ국내 마지막 남은 활판인쇄소 ‘활판 공방’

 

활판공방 조판공이 핀셋으로 작은 활자들을 집어 조판작업을 하고 있다.

 

1980년대 컴퓨터의 보급과 함께 급속히 쇠퇴한 활판 인쇄. 사라진 줄 알았던 활판 인쇄가 국내의 단 한 곳에서 명맥을 잇고 있다. 경기 파주 출판단지 안에 있는 ‘활판 공방’이란 인쇄소가 그곳이다.

‘공장’ 안에서는 백발의 인쇄기능 보유자 몇 명이 오래된 기계를 작동해 납 활자를 만들고 그 활자로 책을 만들고 있다.

인쇄소 주인은 박한수 대표. 인쇄소와 함께 시집을 전문으로 출간하는 출판사도 운영하고 있다. 시집이 제대로 글 맛을 내려면 ‘활자 맛’을 제대로 내주는 활판 인쇄가 그만이라는 철학으로 인쇄소를 만들었다고 한다. 인쇄소를 설립하기로 한 뒤 활판 인쇄를 할 줄 아는 전직 기술자들을 찾아 전국을 돌았다고 한다.


활판 인쇄는 활자 주조, 식자, 인쇄, 제본 등 모든 과정을 수작업으로 일일이 해야 하기 때문에 컴퓨터는 물론 오프셋 인쇄에 비해서도 속도 면에서 비교가 안된다. ‘속도 사회’인 현대와 부조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납활자에 잉크를 직접 묻혀 전통 한지에 찍어 만든 책자들의 모습은 편안하고 정겹게 느껴진다.

이 인쇄소 좁은 활판 공방에는 2200자의 한글과 1만5000자의 한자 활자들이 문선대와 저장용 보관대를 채우고 있다. 일제시대 제작된 활자주조기는 장인의 손길 아래 열심히 납을 녹여 활자를 만든다. 돋보기를 쓰고 원고에 맞는 글자들을 찾아내어 문장을 만들고 예쁘게 편집 조판을 하는 문선공, 조판공의 투박한 손길과 오래된 연장들이 전통의 맥을 이어가는 열정을 보여준다.

문선, 조판의 과정을 거쳐 완성된 활판에 잉크가 얹혀져 거꾸로 박혀 있던 하나하나의 글자들이 비로소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