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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에게 "안경 벗는 게 낫겠다" 충고했더니 (조선일보 2013.01.12 07:12)

박정희에게 "안경 벗는 게 낫겠다" 충고했더니

사진과 함께 읽는 대통령 박정희
안병훈 엮음|기파랑|560쪽|5만8000원

 

사진과 함께 읽는 대통령 박정희
안병훈 엮음|기파랑|560쪽|5만8000원


칵테일 잔보다는 막걸리 주전자를 들었을 때가 훨씬 자연스러운 모습, 집권 18년 동안 모내기와 벼 베기를 거르지 않은 최고 권력자….

'논쟁적 인물' 박정희(1917~1979) 전 대통령의 5·16 이후 10·26까지 18년 6개월을 사진 1030여장으로 정리한 기록이다. 수록된 사진은 서울 상암동 박정희기념도서관을 비롯해 국내외에서 수집한 1만여점의 자료 중에서 고른 것. 지난 2011년 출간된 '사진과 함께 읽는 대통령 이승만'에 이은 두 번째 역대 대통령 사진집이다.

연도별로 수록된 사진들은 정치적 사건에 대한 가치판단보다는 '박정희'와 한국의 1960~70년대를 담담히 파노라마처럼 보여준다.

집권 초기 박정희는 늘 선글라스 차림이었다. 쿠데타 직후 서울시청 앞의 모습부터 학생의 손을 붙들고 효창운동장을 달리는 모습, 케네디 대통령과 만났을 때까지…. 측근은 색안경을 벗는 게 낫겠다고 충고했다. 박정희의 대답은 이랬다. "이 색안경은 상대방하고 어려운 이야기를 할 때 마음이 얼굴 표정에 나타날까 봐 쓰고 다니는 거야."

사진 속에서 늘 기름기 없이 강파르고 근엄한 얼굴인 박정희가 가끔 파안대소하는 장면이 있다. 대부분 촌로(村老)들을 만났을 때다. 사진 속에서 그가 늘 두 손으로 막걸리 잔을 권하는 대상은 농부들이다. 바지를 둥둥 걷고 논에 들어가고, 꽈리고추와 나물 등속의 거친 안주를 곁들인 새참이어도 박정희는 농촌을 찾았을 때 가장 기분 좋은 모습이다.

‘사진과 함께 읽는 대통령 박정희’는 사진 1030여장으로 박정희 시대 18년을 재구성한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왼쪽 사진)지방의 공사현장을 시찰하며 지시하는 모습. (오른쪽 위)1962년 김포에서 모내기를 한 후 동네 어른에게 두 손으로 막걸리를 따르는 박정희. (오른쪽 아래)사진 찍기를 즐겼던 박정희가 즉석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을 부인 육영수 여사에게 보여주고 있다.
"수출, 수출"을 외치며, 도로를 닦고, 댐을 쌓고, 나무를 심고, 문화유산을 복원하고 부가가치세와 의료보험을 도입하는 모습 가운데 긴장감이 흐르는 사진도 다수 있다. 군정 연장, 3선 개헌, 10월 유신 등 정치적 격변과 1·21 사건, 현충문 테러시도, 문세광 사건까지 3차례에 걸친 북한의 암살시도도 있었다.

아내를 총탄에 잃고 쓴 자작시 "이제는 슬퍼하지 않겠다고/몇 번이나 다짐했건만 문득 떠오르는 당신의 영상/그 우아한 모습, 그 다정한 목소리, 그 온화한 미소(후략)" 등 인간적인 면모도 소개된다.

책을 엮은 안병훈 기파랑 대표는 조선일보 편집국장·부사장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회장을 역임한 원로 언론인. 1975년부터 3년간 청와대 출입기자로 박 전 대통령을 취재한 경험이 있다. 그는 "5·16과 10월 유신이 헌정의 가치를 훼손했다는 면보다는 박 대통령이 꿈꿔온 강한 나라 밝고 힘찬 대한민국을 만들어 세계 중심 국가가 되려는 노력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