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앞바다 꿀꺽하려는 중국의 진짜 속내는
<박경귀의 중국 톺아보기>해양패권 추구하는 중국의 전략과 야욕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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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중국의 첫 항공모함 랴오닝함에서 젠(殲)-15(J-15) 전투기 착륙 훈련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중국 대양해군의 비약적인 발전의 모습을 압축적으로 과시하기에 충분하다. 대만과 남중국해를 겨냥한 중국의 해군력 증강은 필연적으로 동아시아와 남중국해 인근의 국가들에게 새로운 군비 경쟁을 불러왔다. 중국이 센카쿠(댜오위다오) 주변에 대한 감시활동을 상시화하기 시작하자, 이에 일본은 필리핀에 다목적 함정을 판매하면서, 해상안전 확보를 위한 협력 강화로 대응해 나가고 있다.
또 남중국해를 둘러싼 영유권 분쟁은 필리핀에서 베트남으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석유가스 개발을 추진하자, 베트남은 주권과 국가이익의 침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미국, 인도, 러시아, 캐나다 등과 공동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도발적 행동은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전략의 당위성을 더욱 높여주고 있다. 동북아 해상을 둘러싼 중국의 일련의 행위의 이면에는 강력한 해군력을 바탕으로 한 심모원려(深謀遠慮)의 해상안보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따라서 동북아의 대양에서 전개되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의 중심축을 이루는 중국의 군사외교적 행위의 내밀한 동인과 전략을 이해하는 것은 주변국들의 대응전략의 모색에 더 없이 긴요한 일이다. 중국의 해양안보전략 전문가인 이 책의 저자 장원무(張文木)는 바로 해상통제권이 나라의 흥망성쇠를 결정짓는다고 주장하며 중국의 강력한 해권 확보 전략을 주문하고 있다.
현재 중국 외교안보의 동향과 전략이 상당 부분 저자의 주장과 맥을 같이하여 전개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중국 대양해군의 전략적 방향과 이로 인해 야기될 동북아의 해양 정세를 예측하는데 이 책의 실용적 가치가 더욱 부각된다.
해상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이 바로 해권(海權·sea power)이다. 저자는 해권과 해상통제권(command of sea)을 엄격하게 구분한다. 해권은 주권국가가 누리는 해양권리(sea right)에서 패권적인 해상권력(sea power)로 나아갈 수 있으며, 민간주체도 가질 수 있는 단순한 해상통제권(command of sea)과 해상보호역량(sea power)과는 다르다고 말한다. 하지만 군사외교적 측면에서 보면 해권과 해상통제권을 굳이 구분할 실익은 그리 크지 않다. 대양 해군이 보유하는 해권은 곧 해상통제력이 된다.
저자는 중국은 주권국가로서 해양권리(sea right)를 추구하고, 미국은 해양패권 행위로서의 해상권력(sea power)를 지향한다고 규정한다. 다분히 중국의 해양권력 확대가 패권적 행위로 비춰지는 것을 경계하면서, 자위적 주권 행사 측면을 강조하는 관점이다. 하지만, 패권적 행위와 주권적 자위행위의 구분은 상당히 모호하고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태평양에서 부딪히는 미국과 중국의 해양 군사력은 똑같이 패권적 해상권력에 가깝다.
어떻든 저자는 세계의 군사 작전의 변혁과 전쟁의 양상에 대한 정확한 통찰을 통해 해군의 중요성과 해상전투 역량이 총체적인 전쟁의 승패를 가늠한다는 점을 분석해 준다. 그는 과거 전쟁에서는 육군이 중심이 되고, 해군과 공군이 협력군에 불과했지만, 현대전은 항공모함이 플랫폼이 되어 위성정보기술과 심해 기술을 결합시켜 전투기와 잠수함을 활용하여 미사일로 정밀 타격하는 대(大) 종심(縱深) 대 입체전 양상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총체적인 작전 역량의 종합적 발현에 해군이 중심적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고 역설한다.
이제 전통적인 육해공 3대 병종(兵種)의 단순결합에 의한 군단지역방어작전체계나 한국전, 베트남전쟁과 같은 소(小) 입체 전쟁방식은, 현대의 대(大) 입체 전쟁기술에 기반한 일체화된 작전 류빅큐브(Rubik Cube)에 힘없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걸프전쟁, 코소보전쟁, 아프간전쟁, 이라크 전쟁이 생생한 예이다. 이러한 전쟁 양상의 변모는 필연적으로 해군의 확장과 해상권력에 대해 주목하게 만든다.
특히 자본의 글로벌화와 자본의 다극화가 심화되면서 광범위한 시장경제의 세계적 교류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해상통제권의 중요성이 증대하게 되었다. “해양은 지구의 혈맥으로 국가역량을 세계 각지로 수송하고 세계 자산을 모국으로 가져다주는 가장 빠른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이런 역사적 배경 아래에서 해상통제권 이론을 체계적으로 제시한 고전이 A. T. 머핸(Alfred Thayer Mahan)의 '해상권력사'(The Influence of Sea Power upon History 1660-1783)(1890)이다.
저자는 머핸의 ‘해권론’에 상당히 의존하면서 중국 당국에 해권 확장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19세기 말, 머핸은 미국이 고립적 대륙주의를 포기하고 세계 무역 분야에서 진취적인 정책을 펼 것을 주장했고, 강력한 해군으로 해상의 주요 섬들을 점령하고 해군 기지화하여 해외의 상업적 국익을 지키라고 요구했다. 머핸의 해권론은 상당 부분 미국의 해상전략으로 차용되어, 영국의 해상패권을 대체하는 해양대국으로 올라선다. 이후 영국, 독일, 일본 등 후발산업국가의 외교정책을 정립하는데 중요한 이론적 근거가 된다.
저자 장원무는 이제 중국도 21세기 신흥 시장경제 국가로서 해외시장과 자원을 공유하기 위해 해상통제권의 확보 대열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국이 해상통제권에 관심을 갖게 된 지는 오래되지 않는다. 아편전쟁 때부터 해권의 중요성을 감지하기 시작했지만, 결정적 각성은 청일전쟁(1894~18985)에서의 청나라 해군의 괴멸이었다.
당시 청나라의 북양함대(北洋艦隊)는 일본 해군은 우세한 전력에 밀려 연패하며 전멸하고 말았다. 황해의 제해권을 넘겨주자 랴오둥 반도와 산둥반도를 점령당하고 북경과 천진마저 위협받는 끔찍한 상황을 경험했다. 프랑스, 러시아, 독일의 삼국 개입으로 간신히 반환받았지만 그 처참한 패배의 트라우마는 깊었다.
중국이 대양 해군의 육성과 해양통제력 확장에 매진하는 이유는 단순한 과거 교훈에서 얻은 군사적 보강차원의 해군력의 강화가 아닌 것 같다. 저자가 주장하듯 원거리 작전능력이 없이는 국내 자산의 축적과 해외무역을 보호할 수 없고, 특히 경제적으로 부상하는 중국의 총체적인 국익의 증진과 보호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저자는 과거 영국과 러시아가, 뒤이어 미국과 소련이 다투던 패권경쟁의 근저에는 인도양의 해상통제권의 확보라는 핵심이익이 있었다고 통찰한다. 또 일본이 태평양 전쟁에서 미국에게 패배한 결정적 요인도 해상통제권의 상실이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강대국의 흥망이 해상통제권의 확보에 있었음을 여러 역사적 사례를 들어 설명하면서, 중국의 해상안보전략 구축의 시급성을 강조한다. 그가 제시하는 국가안보전략은 해군의 발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의 해권 확대의 전략목표는 세계 패권 대국의 지정학적 이익 수요를 정확하게 인식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오랫동안 발트해, 지중해, 인도양, 태평양으로 가는 육상전략 통로 확보에 집중해 온 러시아의 전략 이익선과, 중동과 아프리카의 자원 확보를 위해 페르시아만과 인도양을 지켜내고, 하와이, 괌, 필리핀 등의 서태평양 해역을 통제하려는 미국의 전략 이익선과의 상관관계를 고려하여 설정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미국, 러시아의 전략 이익선과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일수록 중국의 국력 신장의 공간은 더 커진다고 본다.
해권 대국인 미국과 육권(陸權) 대국인 러시아의 국력의 변화에 따라 중국 해권 신장의 전략적 초점 지역이 조정되어 선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대국의 핵심이익과 충돌된다면 자국의 전략목표를 실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러시아를 침공했던 나폴레옹의 실패,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일본의 실패를 상기시킨다. 이런 기조에서 볼 때 중국은 미국과 러시아의 핵심이익이 충돌하는 인도양을 회피하고, 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로의 이익 확장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미국과 중국의 전략 이익선과 충돌하는 서태평양 지역, 남중국해의 해상통제권 확보를 위한 해상안보 전략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저자는 미국이 중국의 전략적 부담이 되고 있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미국 극복을 위한 해양 패권의 장악 전략을 직접 드러내지 않는다. 특히 미국이 중국의 타이완 이남으로의 해상통제권 확장을 우려하고 있고, 일본은 중국의 해상통제권이 동진하는 것을 걱정하고 있음을 파악하고 있다.
그러면서 미국과 일본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듯 중국의 해상통제권 목표가 타이완 해협 통일에 맞춰져 있음을 강조한다. 즉 중국의 해상통제권 확대는 해양패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중국’을 실현하기 위한 주권의 정당한 행사라고 포장한다. 중국이 추구하는 해권을 ‘sea power’가 아니라 ‘sea right‘로 봐달라는 뜻이다. 하지만 센카구 열도 분쟁 당사자인 일본은 물론, 대만, 필리핀, 베트남 등 영유권과 해양이익을 다투는 당사국들이 중국의 대양 해군의 팽창을 해양패권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특히 저자는 미국의 핵심이익과의 대립을 피해가려는 듯, 중국의 전략적 수요가 타이완에 많다며, 타이완을 중국에 완전하게 흡수통합하는 전략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수단이 평화적이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해군력의 압도적 우세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타이완 독립을 추진하는 분자들을 분쇄하고 국가통일 문제와 관련하여 어떠한 대가도 불사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인다. 이런 저자가 타이완 통일 과정에 최대의 걸림돌로 미국이 아닌 일본을 들고 있는 점도 이채롭다.
중국과의 경제적 이익이 커져 가는 미국에게 전 세계에 걸쳐있는 여러 전략 이익선 가운데 타이완의 전략적 가치가 다소 낮을 수 있다는 희망적 전망을 갖는 반면, 과거 타이완을 지배했던 일본의 경우,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면서도 일본이, 중화인민공화국 건국(1949) 이전에 발표된 카이로 선언(1943)에서 규정한 ‘타이완, 펑후 열도 등은 중화민국으로 반환된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점은, 두 개의 중국을 은유하는 일본의 외교적 술수라고 비난한다.
일본이 패전하며 타이완에 대한 권리를 포기했으면서도 이런 복선을 깔아둠으로써 법적 관계에서 체결 주체와 조약 내용이 서로 충돌되는 상황을 유지하는 것에 대해 몹시 불편해 한다. 일본이 ‘두 개의 중국’을 조성하는 이유는 타이완 통치에 대한 야심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의혹을 눈길을 보내는 것이다. 정말 일본이 타이완 점유에 대한 야욕을 갖고 있을까?
한편 저자는 경제성장과 국가발전을 뒷받침하기 위해 확장해야 할 해양 군사력과 해상통제권의 중요성을 그토록 강조하면서, 해양 이익이 첨예하게 충돌하는 서태평양 지역과 남중국해에서의 중국 대양 해군의 핵심이익과 안보 전략이 단지 타이완 통일에 맞춰져 있다는 식으로 축소 기술한다. 용두사미가 된 듯싶다. 이는 중국에게 한동안 넘어서지 못할 미국과의 이익 충돌을 완화하기 위한 현실적 처방일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 중국의 대양 해군의 팽창에 대한 세계의 지나친 경계를 완화하기 위한 전술적 위장이 아닐까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더구나 타이완 통일을 이루고 나서, 중국의 해상 안보 전략을 축소 조정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경쟁자가 없는 압도적 해상통제권을 갖춘 국가가 패권 팽창적 양태를 보여왔다는 역사적 전례에 비추어 진정성에 의구심이 든다. 만일 타이완이 중국에 흡수 통일되면, 사실상 서태평양지역에서의 해상통제권의 중요한 완충지대가 소멸되고 말기 때문이다.
지금은 대 타이완 정책이 오락가락 하고 있는 미국이지만, 서태평양의 전략 이익 축선의 붕괴를 앉아서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 같다. 경제적 의존도가 높아가면서 중국의 구미에 맞는 외교적 수사를 늘려가는 미국이지만, 서태평양 지역에서의 해양패권 경쟁에서 중국의 희망 섞인 기대에 달리 미국 역시 타이완의 전략적 기지 역할을 잊지 않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머핸의 해권이론의 핵심을 이해하고 이를 중국에 적용하여 중국의 국가 안보 전략상 해양통제권 확보에 주목하게 하고, 중국 대양해군이 지향할 해양안보 전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서해와 태평양 서해 지역의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는 한국에게, 앞으로 우리의 독자적 해상통제권을 어떻게 생성하고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던져준다.
이 책을 읽노라면 우리의 초라한 현실이 아프게 반추된다. 우리도 한 때 대양해군을 꿈꾼 적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펼칠 수 있는 해상역량 공간은 날로 협소해 지는 것 같다. 중국이 대양 해군의 육성과 해상통제권 강화의 논리로 주장하는 경제적 국익의 보호 장치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국부를 전적으로 무역에 의존하는 우리로서는 무역교역로의 안전한 항행을 보장할 자력의 해상통제권이 어느 나라보다 절실하지 않은가?
우리의 국익 루트에 대한 해상통제권의 확보는 고사하고, 최소한의 피난처가 될 제주해군기지 건설조차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일부 정치인과 국민의 해권에 대한 인식 수준이 부끄럽다.
글/박경귀 한국정책평가연구원장(kipece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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