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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영유권 분쟁

영토분쟁에 ‘세계의 공장’에서 철수하려는 일본 (머니투데이 2012.10.24 16:58)

영토분쟁에 ‘세계의 공장’에서 철수하려는 일본

임금상승 부담에 반일감정 거세지면서 `탈중국` 분위기 강화

 

중일 영토 분쟁이 예상보다 심각해지자 일본 제조업자의 4분의 1이 중국 철수를 고려하고 있다고 23일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일부는 아예 제3국 공장 이전도 검토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 기업 서베이(Reuters Corporate Survey)가 10월 1일부터 17일까지 중국에 진출한 일본의 제조 및 비제조업 기업 400곳(267곳 응답)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중기적으로도 중국에서 제조업을 계속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37%가 재고해 보겠다고 응답했다. 한 달 전 조사에서만 해도 영유권 분쟁으로 인한 영향이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인이 60%이어서 중국 내 반일감정이 심상치 않음을 보여준다.

또한 제조업체 응답자의 절반은 이번 회계연도 매출액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응답자의 24%는 중국에 대한 투자를 늦추거나 줄일 계획이며 18%는 공장을 다른 나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중국에서 철수하려는 기업이 늘어난 이유는 전례 없이 과격한 반일 감정 때문이다. 일본이 9월 11일에 센카쿠 국유화를 선언하자 이에 대한 반발로 중국 내에서는 대규모 항일 시위와 일본제품 불매 운동이 일어났다. 중국의 반일 시위는 1972년 중일 국교정상화 이후 최대 규모로 시위대는 일본차를 부수고 현지 일본 기업을 약탈하는 등 과격한 양상을 보였다.

격렬한 반일시위가 일어났던 9월 15일에는 일제차를 타고 가족과 함께 쇼핑을 나섰던 50대 남성이 시위대에게 머리를 맞아 두개골이 함몰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일본차 판매점들은 소액의 돈을 받고 차 로고를 다른 것으로 바꿔주는 서비스까지 시행할 정도로 일본 업체의 영업환경이 악화됐다.

자동차에서 시작된 불매운동은 의료품과 건축자재 등의 일본제품에까지 광범위하게 확산돼 9월 중 일본의 대중국 수출이 14.1%나 감소시켰다. 또한 자동차 빅3인 도요타의 9월 판매량은 작년 대비 48.9%, 혼다는 40.5% 닛산은 35.3%가 줄어들었다.

하시모토 히사요시 일본 정책연구대학원 교수는 "(중국에서 일어나는) 반일 시위의 정도가 이전과는 다르다"며 "이제까지 중국에서 성공적으로 사업을 했던 기업들이라도 계속 공장을 가동하는 것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1990년대에 일본 제조업계는 파나소닉과 샤프 등 전자회사를 시작으로 도요타와 닛산 등 주요 기업이 줄줄이 중국에 진출했다. 이들 제조업체는 거대한 중국 시장의 잠재력과 저렴한 노동력을 매력적으로 보고 중국 공장에 총 1조달러를 투자했다. 또한 전자와 자동차 외에도 의류, 화장품까지 다양한 분야의 일본 기업 2만 여 곳이 진출해 160만 개가 넘는 일자리를 창출했다.

그러나 중국 경제가 성장하며 임금이 오르자 다른 곳으로 공장을 옮기려는 움직임이 조금씩 대두됐다. 일본 의류제조업체인 허니스가 처음 중국에 진출한 1991년에는 노동자에게 한달에 65달러만 주면 됐지만 이제는 7배를 줘야 한다. 이에 임금 수준이 중국의 5분의 1에 불과한 미얀마 등 동남아 국가로 공장 이전을 검토하는 일본 기업이 많아졌다고 통신은 전했다.

하지만 임금 수준으로 계량할 수 없는,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서 갖고 있는 메리트가 많아 일본 업체들의 고민은 계속될 것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중국의 숙련된 인력과 업체 간 활발한 네트워킹을 따라오려면 아직 10년은 더 있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2010년에 필리핀에서 부품생산을 시작한 야마이치 전자의 한 임원은 "선전(Shenzhen)에는 온갖 전자 부품과 일본과 중국에서 온 제조업자 등 당신이 필요로 하는 것이 다 있다"며 "필리핀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