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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한양은 기생충 천국이었다" 연구결과 (조선일보 2012.10.10 22:43)

"조선시대 한양은 기생충 천국이었다" 연구결과

 

조선시대 한양은 기생충 천국?’
서울대 의대 신동훈 교수와 단국대 의대 서민 교수 연구팀은 10일 “경복궁 담장과 광화문 광장의 세종대왕 동상 자리, 시청사 아래, 종묘 광장 아래 14~19세기 지층에서 회충과 편충, 간디스토마 등 각종 기생충 알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경복궁 담장 아래에선 흙 1?당 최고 165개의 알이 나왔고, 다른 곳에서도 평균 35개의 알이 나왔다. 신 교수는 “사대문 안에서 기생충 알이 무더기로 나온 것은, 거리에 인분이 널려 있었고 대다수 사람이 기생충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증거”라고 했다. 실학자 박제가는 “성(城)에서 나오는 분뇨를 다 수거하지 못해 더러운 냄새가 길에 가득하며, 냇가 다리 옆 석축에는 인분이 달라붙어 큰 장마가 아니면 씻기지 않는다”고 ‘북학의’에 썼다.

한양 인구는 15세기 10만명에서 임진왜란 이후인 17세기 중반엔 20만명으로 급증했다. 영국도 비슷한 시기인 1785년 인구 5만이 넘는 도시는 런던을 포함, 네 곳밖에 없었다. 이렇게 인구가 집중된 한양에서 사람들이 배출한 분뇨는 하천에 그대로 흘러들어 갔고, 여름 홍수 때 강이 범람하면서 분뇨 섞인 오수가 넘쳤다. 연구팀은 이번에 발견된 기생충 알이 소나 말, 개 등 동물에서 나왔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조선시대 한양의 기생충 감염은 비슷한 시기 유럽 대도시의 상황과 거의 비슷하다”고 했다.


연구팀은 2010년부터 3년간 국립문화재연구소 지원으로 고(古)기생충학을 접목한 고고학 연구를 진행해왔다. 신 교수팀은 한양의 기생충 감염 실태를 담은 논문을 작년 말 영국에서 발행되는 학술지 ‘고고과학저널’(Journal of Archaeological Science)에 게재했고, 올 연말까지 청동기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전국의 기생충 오염실태를 담은 최종보고서를 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