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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중 국

[시론] 한중 수교 20년… 동반자로 가는 길 (서울경제 2012.07.03 17:22:44)

[시론] 한중 수교 20년… 동반자로 가는 길

 

이호철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중 양국은 지난 1992년 8월24일 수교 이래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양국 간 교류는 경제통상ㆍ사회문화 분야로 협력해오던 초기 단계를 넘어 외교안보 분야의 전략적 협력 단계로까지 진전됐다. 중국은 제1위 교역 대상국이 됐고 한국 역시 중국에 미국, 일본에 이어 제3위의 교역 대상국이 됐다. 교역액은 수교 당시 64억달러 대비 35배 이상 증가한 2,200억달러에 이른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2008년 양국 관계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킨 후 정상급 회동 34차례, 외교장관급 회담 23차례, 전략대화 4차례 등 전략적 소통을 강화해나가고 있다.

FTA 네트워크 구축은 성장동력의 기반

지난 20년간 한중 관계의 급속한 진전은 분명 경이로운 일이지만 분단과 한국전쟁으로 중단됐던 한중 관계가 1992년 이후 재복원됐다는 관점에서 보면 양국 관계는 정상적인 역사적 관계를 회복하고 있는 셈이다. 수교 20년이 한중 관계의 역사적 정상성을 되찾는 계기가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당면한 과제를 풀어야 하고 이는 양국 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채워나가는 일이다.

먼저 경제통상 분야에서 한중 양국은 5월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를 선언하고 1차 협상을 진행했다. 중국과의 FTA가 체결되면 한국은 미국ㆍ유럽연합(EU)ㆍ중국ㆍ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을 포괄하는 세계 경제의 3분의2와 FTA를 맺게 된다. 북미-유럽-아시아를 연결하는 글로벌 FTA 네트워크를 완성하게 되는 것이다. 국가의 크기, 부존자원, 지리적 조건 등 지리ㆍ경제적(지경학적ㆍ地經學的) 관점에서 볼 때 한국은 해외의 막대한 경제영역을 활용해서 살아가야 하기에 글로벌 FTA 네트워크 구축을 향한 통상전략은 바람직하고 불가피한 선택이다. 나아가 21세기 국제질서에서는 19세기적인 '영토'의 확장이 아니라 통상과 문화가 퍼져나가는 '영역'의 확장을 통해서 국가의 성쇠가 결정되기 때문에 글로벌 FTA 네트워크 구축의 통상전략은 미래 성장동력의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

수교 20년간 외교안보 분야 협력은 경제통상 분야의 협력을 따라가지 못했다. 특히 2010년 북한의 천안함 격침과 연평도 포격 당시 중국의 대응은 우리 정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고 양국은 외교적 불편함을 겪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의 '과잉 기대'와 중국의 '외교적 진통'에 따른 결과라고 보인다. 북한과 중국의 관계를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우리가 보고 싶은 대로 봤고 중국은 내부적으로 국제적 규범과 전통적 관계를 놓고 외교적 진통을 겪었던 것이다. 한중 양국은 이제 '기대'와 '현실', '보편'과 '특수'의 괴리를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양국 국민의 경제적 풍요,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이러한 괴리를 해소해나가기 위해 긴밀하게 전략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동북아 평화 공유 실질적 외교 힘써야

북한의 김정은 체제와 북핵 문제, 일본의 핵무장 가능성, 미중 관계와 한반도 등 동북아의 현안과 관련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실질적으로 실현하는 절차와 관행을 강화해야 한다.

한중 양국은 양국 국민의 경제적 풍요와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 양국은 또 오는 2013년부터 새로운 국가 지도자를 맞게 된다. 양국의 새 지도자들은 향후 10년간 공동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전략적 협력을 보다 구체화하고 제도화해나가야 한다. 중국의 새 지도부는 중국의 장기적인 국가 이익의 관점에서 전통적 관계에 집착하기보다는 국제사회의 보편적 규범을 주도하는 책임대국의 외교를 진지하게 모색해야 한다. 한국의 새 지도부는 한중 관계를 실질적인 전략적 협력의 단계로 진전시켜 한미ㆍ한일 관계와의 선순환 구조하에서 남북한 평화와 교류 협력,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이 실현되는 실질적 외교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