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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국제분야

글로벌 이슈 (테러의 프랜차이즈화)

45개국 이상에 지부(支部) 두고 토착 무장세력과 연계…
미(美) 등 '이교도'와 손잡는 '가까운 적'을 직접 공격

예멘에서 한국인을 겨냥한 자폭 테러가 사흘 새 두건 잇따라 발생한 것은 '알카에다'의 조직·전략·전술이 모두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다.

9·11 테러 당시 중앙집중적이고 단일 지휘체계였던 알카에다 조직은 현재 지하드(jihad·이슬람 聖戰)의 대의(大義)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들의 네트워크로 바뀌었다. 알카에다는 또 미국과 이스라엘 등 '멀리 있는 적' 대신, 이교도(異敎徒) 세력과 협력하는 '가까운 적'인 각국 정부를 흔들어 전복시키는 것을 현실적 전략 목표로 삼는다. 최근에는 보안이 삼엄한 석유 시설이나 군 기지를 공격하는 대신, 무고한 관광객 등 민간인 상대 테러로 공포의 극대화를 노린다.

미국 싱크탱크 세계안보연구소(WSI) 산하 국방정보센터(CDI)는 "알카에다의 가장 출중한 재주는 자신들의 대의에 동의하는 개인과 세포조직(cell)을 끌어모아 '네트워크들의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으로 분석했다.

알카에다는 "십자군과 유대인 세력에 대항하는 전 세계 무자헤딘(이슬람 전사)의 결집"이라는 목표에 따라, 1998년 '이집트 이슬람 지하드'와 합병한 것을 시작으로 공격적으로 조직을 확장·연대했다. 2006년엔
이집트의 '감마 알 이슬라미야(GAI)', 2007년엔 리비아의 '리비아 이슬람 전투 그룹(LIFG)'을 합병하는 등 현재 최소 45개국에 직접 지부를 두고, 최소 65개국의 무장세력과 연계한 것으로 미 의회조사국(CRS)은 추산한다. 소규모 무장조직들은 '알카에다'라는 '큰 깃발'을 얻고, 알카에다는 손발 역할을 할 '세포'를 얻는 식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1990년대 이후
수단아프가니스탄의 알카에다 캠프에서 훈련받은 무장대원 수는 1만여명에 달한다. 안보 싱크탱크 스트라트포(STRATFOR)는 이러한 알카에다의 전 세계 네트워크화를 "알카에다 조직 체계가 점점 '글로벌 지하드 프랜차이즈(franchise·가맹조직)'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각국에서 벌어지는 테러 소탕 작전에 직면한 알카에다로선 사실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미국은 이라크에서 병력 증파와 토착 이슬람 세력 매수로 알카에다 소탕전에 큰 성과를 거뒀다. 사우디 아라비아 등 과거 근거지로 삼았던 국가에선 정부의 강경 대응으로 조직이 대부분 와해됐다.

특히 오사마 빈 라덴의 고국인
사우디는 2006년 알카에다의 아브카이크 석유시설 공격을 계기로 작년까지 총 991명의 조직원을 이슬람 법정에 세웠다. 이에 따라 알카에다는 탈레반 활동이 왕성한 아프가니스탄, 예멘·알제리 등 허약한 정권이 들어선 이슬람 국가들, 이민 증가로 무슬림 인구가 크게 늘어난 유럽 지역 등을 활동 무대를 옮기고 있다.

마그누스 란스토르프(Ranstorp) 스웨덴 국방대 비대칭위협연구소장은
취리히 국제안보네트워크(ISN)에 "알카에다의 테러 활동은 점점 많은 국가, 많은 조직과 얽혀 복잡해지고 있다"며 "영국의 경우 거의 6주에 한번꼴로 알카에다 연루 테러 음모가 적발된다"고 말했다.

알카에다가 각국에서 '독립채산제' 형식으로 운영되면서, 각국 테러 조직들은 중앙의 지시를 기다릴 필요 없이 현지 실정에 맞게 전술을 발전시키고 '기회'가 포착되는 즉시 테러를 자행하는 유연성을 갖출 수 있게 됐다.

알카에다가 18일 유가족 등 한국 대표단 차량을 상대로 2차 자폭 테러를 벌일 수 있었던 데는 정부 보안 당국에 침투한 조직원들의 협력이 있었을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알리 압둘라 살레(Saleh) 대통령은 북(北)예멘 대통령을 거쳐 1990년 이후 통일 예멘 대통령으로 31년째 집권 중이다.

그는 남(南)예멘의 공산 반군과 싸우기 위해 자국 내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세력들과 제휴했다. 이들은 내각 요직은 물론 군·경 등에 고루 자리 잡았다. 미 구축함 USS 콜 폭탄테러(2000년)의 주범 자말 알 바다위와 현재 '아라비아 반도 알카에다(AQAP)' 지휘관인 나시르 알 와하이시 등이 2006년 수도 사나의 교도소를 탈옥한 것도 정부 내 침투한 제5열 덕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예멘은 또 전통적으로 사우디·이집트·
소말리아 등의 이슬람 무장조직이 오가는 통로였고, 무기 거래가 매우 활발하며 정부 권위를 인정치 않는 호전적 사막 부족 전통이 여전히 살아 있다. 여기에 파탄 난 경제와 마비 상태의 정치판까지 테러의 온상이 될 조건을 골고루 갖췄다. AQAP의 알 와하이시 지휘관이 지난 1월 20일 지하드 인터넷에 발표한 비디오 성명에는 관타나모의 미군 테러범 수용소에 갇혔다가 풀려난 2명의 사우디 출신 무자헤딘 지휘관도 등장했다. 알카에다의 숙련된 지휘관들이 예멘에 속속 몰려들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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