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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국제분야

예멘의 관광객 피격

입력 : 2009.03.17 01:55 / 수정 : 2009.03.17 09:56

9·11 빈 라덴 가문의 '뿌리' 성인 1인당 총기 3개인 나라
"이교도 관광객은 서방첩자" 알 카에다 존재 과시용인듯

빈곤과 간헐적인 테러에 찌든 아라비아 반도 남쪽의 나라 예멘에서 고대 유적지 시밤을 관광하던 한국인 4명이 희생됐다. '아라비아 반도의 알 카에다' 지휘관이라고 밝힌 나시르 알 와하이시(33·별칭 아부 바시르)는 지난 1월 27일 한 지하드(jihad·이슬람 성전) 웹사이트와의 인터뷰에서 "성스러운 땅 아라비아 반도에 발을 딛는 이교도 관광객도 모두 서방 십자군 세력의 첩자이며, 우리의 합법적 공격 목표"라고 경고했었다. 이 경고가 나온 뒤, 한국인 관광객들이 잔혹한 무차별 테러의 첫 희생자가 됐다.

테러발생 지역은 알카에다 본거지

사바 통신은 "알 카에다의 꾀임에 빠져 폭탄 조끼를 입게 된 18세 청년이 폭탄 테러를 실행했다"고 보도했다. 시밤의 테러 현장을 방문한 아베드 라보 만수르 하디(Hadi) 예멘 부통령은 "우리 정부는 악마에 영혼을 판 모든 사회불안 세력을 뿌리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멘 수도 사나에서 남동쪽으로 900㎞ 떨어진 시밤은 하드라마우트주의 세이윤 산악 지역에 위치해 있다. 하드라마우트는 예멘에서도 국제적인 이슬람 근본주의 테러집단인 알 카에다의 본거지로 악명 높은 곳이라고 dpa통신은 전했다. 이 지역에서는 작년 1월 벨기에인 여성 관광객 2명과 예멘인 운전사 3명이 총격을 받아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당시 알 카에다는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익명의 현지 관리는 AFP통신에 "한국인 희생자들은 시밤 시내의 석양(夕陽)을 보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일행 뒤쪽에서 갑자기 폭발물이 터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알 카에다 는 아직 이번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관광객보다 테러 조직원 더 많아"

예멘은 '알 카에다'의 지도자인 오사마 빈 라덴이 속한 '빈 라덴' 가문이 기원(起源)한 곳이다. 은신처를 제공할 수 있는 넓은 산악지대와 가난한 국민, 무능한 정부 등 테러의 온상(溫床)으로서의 조건을 갖췄다. 이 탓에
사우디아라비아 등 인근 중동 국가의 집중적인 소탕 작전에 밀려난 이슬람 테러 조직원들이 예멘으로 몰리고 있다. AFP통신은 "마리브 등 일부 고대도시 관광지역에는 관광객 수보다 알 카에다 조직원 숫자가 더 많다고 할 정도"라고 전했다.

이 지역 알 카에다 지휘관으로 나선 나시르 알 와하이시는 오사마 빈 라덴의 개인 비서 출신으로, 올 1월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의 알 카에다 조직을 통합한 '아라비아 반도의 알 카에다 (AQAP)' 사령관이 됐다. 국제안보 싱크탱크 제임스타운 재단에 따르면, 와하이시는 2006년 대규모 탈옥 사건 때 탈출하며 조직 내 지위가 크게 상승했다. 작년엔 알 카에다의 2인자 아이만 알 자와히리에 의해 '예멘 무자히딘의 아미르(사령관)'로 임명됐고, 와하이시는 이어 올 1월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의 알 카에다 조직을 통합했다.

와하이시는 지하드 웹사이트 인터뷰에서 "서방 군대가 신성한 땅 아라비아 반도를 도약대로 삼아 팔레스타인 인민을 공격하고 있다"며 "이들을 옹호하는 아랍 지도자와 무슬림도 모두 공격 대상"이라고 말했다.

테러 온상된 예멘

예멘은 인구 2200만명의 3분의 1이 극빈층인 세계 최빈국 중 하나다. 물가 상승률이 30%에 육박하고 실업률은 40%를 넘는다. 부족 간 분쟁이 만연해 성인 1인당 3정에 해당하는 총 1700만정의 총기가 보급돼 있다. 매일 330만배럴의 석유가 수에즈 운하를 건너 운송되는 홍해의 길목에 위치해 있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소말리아 등 아프리카의 뿔 지역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하는 지정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국가다. 정부 재정은 고갈돼 가는 석유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지만, 이후에 대한 대비는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케냐 북부에서 소말리아와 아덴만을 넘어 사우디아라비아로 이어지는 '홍해 무법지대'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영국의 싱크탱크 차탐하우스는 지난해 11월 보고서에서 "약 30년간 집권 중인 알리 압둘라 살레(Saleh) 대통령 정부는 정치·안보·경제 어느 분야에서도 통제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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