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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국제분야

중국과 인도 총성없는 전쟁


[국제] “미국 없는 인도양은 내 것” 중국·인도 총성 없는 전쟁
‘인도양을 얻으면 세계를 지배한다’. 영국 해군의 오랜 금언(金言)이다. 인도양이 강대국들의 치열한 각축장으로 변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의 거인’이라고 말할 수 있는 중국과 인도가 인도양의 통제권을 놓고 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을 시작했다. 서쪽으로는 아라비아해의 호르무즈해협과 동쪽으로는 말라카해협을 경계로 하는 인도양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바다이다. 넓이는 7355만6000㎢로, 지구 전체 바다 면적의 20%를 차지한다.

왜 인도양인가

에너지 수송로에 문제국가들 가득한 화약고
인도양 장악 여부가 국제질서의 중대 변수로

인도양은 21세기 들어 가장 중요한 전략적·지정학적 요충지로 꼽히고 있다. 무엇보다 인도양이 에너지 수송로이자 해상 무역의 루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도양은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의 석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를 수송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바다다. 인도양을 매일 항해하는 유조선은 현재 100여척이며 2020년이 되면 150~200척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전세계 석유의 70%가 인도양을 지나가고 있는 셈이다. 경제대국으로 발전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의 에너지 수입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인도양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중국의 하루 원유 수입량은 2020년께 사우디아라비아 1일 생산량의 절반인 730만배럴에 달할 전망이다. 이 중 85%가 인도양을 통해 중국으로 공급된다. 인도 역시 마찬가지다.

▲ 해적 퇴치 훈련중인 중국해군 특수부대원들. photo 조선일보 DB
미국·중국·일본에 이어 4대 에너지 소비국이 될 인도는 에너지의 33%를 석유에 의존하고 있다. 인도는 조만간 원유 수입량의 90%를 중동 지역에서 수입해야만 한다. 게다가 중국과 인도가 눈독을 들이는 해외 원유 공급원이 대부분 중복되고 있어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인도양은 국제사회가 당면한 도전과제들의 중심무대도 되고 있다. 해적의 본거지인 소말리아를 비롯해 핵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이란, 탈레반과 알 카에다가 준동하고 있는 파키스탄, 악명 높은 독재국가인 수단과 미얀마, 타밀 반군과 내전을 벌이고 있는 스리랑카 등이 인도양을 접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이들 국가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할 경우 자칫하면 불똥이 인접 국가를 비롯해 인도양 전체까지 옮겨 붙을 수도 있다. 소말리아 해적의 공격으로부터 수송선을 보호하기 위해 각국이 군함을 파견한 것이 가장 대표적 사례이다. 또 미국 등 서방과 이란이 핵 문제로 갈등이 증폭될 경우 호르무즈해협의 봉쇄라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인도 뭄바이 테러 사건으로 인도와 파키스탄이 대립하기도 했다. 때문에 인도양을 어떤 국가가 통제하고 이를 관리하느냐에 따라 국제 질서에도 중대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인도양의 지배권은 그동안 미국이 어느 정도 행사해온 것이 사실이지만 중국과 인도가 미국의 힘이 쇠퇴하고 있는 틈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인도양을 노리고 있다. 미국의 저명한 국제문제애널리스트 로버트 캐플런은 ‘포린 어페어스’ 최신호(3·4월호)에서 “중국과 인도가 인도양에서 역동적인 파워 게임을 벌이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무서운 도전

21세기판 정화 공정 추진… 인도 사정권 핵 잠수함 배치
해군기지 확보 위해 인근 섬나라들에도 선심 공세나서

인도양의 지배권에 대한 도전장은 중국이 먼저 던졌다. 중국은 인도양을 어떤 특정 국가의 바다로 인정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오히려 중국은 역사적으로 인도양을 자신들이 지배했었다는 사실을 강조해 왔다. 명나라 시대 환관 출신의 장군인 정화(鄭和·1371~1433)는 1405~1433년까지 28년간 일곱 차례에 걸쳐 수백 척의 함선을 이끌고 말라카해협과 인도양을 거쳐 페르시아와 아프리카까지 이르는 해상 실크로드를 개척한 바 있다. 정화의 원정을 현대적으로 해석한다면 제해권(制海權)을 확보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이 지난해 말 소말리아 해역의 해적 소탕을 명분으로 최신예 미사일 구축함인 우한(武漢)호와 하이커우(海口)호 및 보급선 웨이산후(微山湖) 등 군함 3척을 파견한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이 군사작전을 위해 해외에 군함을 파견한 것은 1949년 건국 이후 처음이다. 중국은 그동안 근해에서 러시아 등 외국과의 해상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해 왔지만 태평양을 건너 다른 해역에서 작전이나 군사 훈련을 한 적은 없다. 때문에 중국의 이번 소말리아 군함 파견은 인도양을 개척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은 그동안 은밀하게 ‘21세기판 정화 공정’을 추진해 왔다. 정화 공정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대양해군을 육성하는 것이다. 중국은 매년 국방 예산을 15~20%씩 늘리면서 해군력을 급속하게 증강해 왔다. 중국 해군력 강화의 제1차적 목표는 에너지와 상품 수송로의 안전 확보이지만 보다 궁극적인 목적은 인도양의 제해권을 거머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국은 올해부터 항공모함 건조를 시작해 2015년까지 5만~6만t급 2척을 완성할 계획이다. 중국은 또 2020년께 3척의 항공모함을 운용하는 체제를 구축할 방침이다. 항모는 대양해군이 되려면 반드시 갖추어야 할 구성요소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중국이 2020년 이후 핵 추진 항모 2척을 추가 건설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핵 항모는 연료 공급 없이도 장기간에 걸쳐 이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이 원양에 본격 진출할 계획을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중국은 이와 함께 잠수함 전력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이르면 올해 중 미국 서부와 인도 전역까지 사정권으로 하는 장거리 탄도미사일 쥐랑(巨浪·JL) 2호를 탑재한 최신예 ‘094형’핵 잠수함을 실전 배치할 계획이다. 사거리 8000㎞에 달하는 쥐랑 2호 미사일은 중국의 핵전쟁 능력을 혁신적으로 향상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전략무기다. 길이 133m, 최대 배수량이 1만t에 달하는 094형 잠수함은 제4세대 원자로를 동력원으로 쓰고 있는 최신형 모델이다. 중국은 앞으로 5척의 094형 핵 잠수함을 보유할 계획이다.

중국의 또 다른 전략은 인도양에 접해 있는 국가들과의 우호동맹을 강화하는 것이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월 16, 17일 인구 130만명밖에 안 되는 인도양의 조그만 섬나라 모리셔스를 방문, 수도 포트루이스의 공항 청사 확장을 위해 2억6000만달러의 원조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중국이 이처럼 환심 공세를 펴고 있는 것은 지난 수십 년간 인도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모리셔스를 자국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다. 인도의 일간지 인디언 익스프레스는 ‘중국은 인도양에서 영구 해군 기지 확보를 위해 모리셔스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중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인도에 새로운 도전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2월 19일자 보도). 중국은 또 모리셔스 북방이자 인도 서남부의 섬나라 몰디브에도 해군 기지 구축을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은 이와 함께 인도 동남부의 섬나라 스리랑카에도 항구 건설을 지원해 주고 있다. 파키스탄의 과다르와 방글라데시의 치타공에도 중국의 지원으로 항구가 이미 건설되고 있다. 미얀마의 코코섬에는 중국 해군의 감청 기지가 운영되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 미얀마의 군사 정부에 상당한 지원을 해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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