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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해적

소말리아 해적은 고도의 기업형조직

입력 : 2009.04.16 02:44 / 수정 : 2009.04.16 04:24

기업가들, 돈·정보 제공 전 국민이 직간접 관련
연(年) 160억달러 피해 끼쳐 미(美)화물선에 보복 공격도

14일 미국인 선원 20명을 태운 미국 국적 화물선 '리버티 선 호(號)'가 소말리아 해역에서 해적들의 공격을 받았다. 미국 화물선에 대한 공격만 지난 1주일 새 두 번째다. 미 화물선은 해적들의 로켓 발사에 훼손됐지만, 해적들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해적 지휘관인 압디 가라드(Garad)는 "이번 공격은 결코 몸값을 바라고 한 것이 아니었다. 우리 친구들의 참혹한 죽음에 대해 미국기를 단 선박들을 추적해 파괴하려고 특별 장비를 갖춘 팀을 가동시켰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국제사회의 단속 의지에도 더욱 기승을 떨치는 소말리아 해적들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언론엔 허둥지둥하는 어설픈 조직같이 비치지만, 사실 그들은 고도로 조직화한 기업형 구조"라고 말했다.

인질극 벌였던 구명정 14일 미 강습상륙함 박서호에서 파견한 인양팀(사진 오른쪽)이 소말리아 인근 해상에서 미 컨테이너선 머스크 앨라배마호의 구명정(왼쪽)을 점검 하고 있다. 지난 8일 소말리아 해적들은 머스크 앨라배마호의 선장 리처드 필립스를 납치한 후 이 구명정을 타고 미 해군과 대치했었다./AP 뉴시스
선박들의 인근 운항 일정 파악

소말리아 해적들은 소말리아 북동부 에일과 중부 하라디헤레 등지에 근거지를 두고, 먼바다에 '모선(母船)'을 운영한다. 모선은 상선들을 공격하는 쾌속정의 경유지 역할을 하며 연료와 물품을 공급한다. 또 해적들이 납치한 선박을 주(主)근거지로 옮기기 전에 들러서 물품을 공급받을 수 있는 해안가의 창고 등과 같은 지상 지원망까지 탄탄하게 갖추고 있다고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 인터넷판이 14일 보도했다.

또 부유한 소말리아 기업가들은 납치한 인질 몸값의 일부를 돌려받는 조건으로, 해적들의 활동에 필요한 무기·장비 구입, 해적 충원 등의 자금을 댄다. 또 항구마다 상선(商船)들의 운항 일정을 알려주는 정보책이 있어서, 해적들은 특별한 기술 장비 없이도 납치 대상의 위치를 파악해 공격할 수 있다.

소말리아 해적은 환경에 재빨리 적응하는 '기민성'도 갖췄다. 소말리아 인근 해역에 다국적 해군의 감시가 늘어나자, 최근엔 멀리 인도양까지 활동 영역을 넓혔다. 지난 8일 미 컨테이너선 머스크 앨라배마호를 납치한 곳도 소말리아 남동해안에서 240해리(海里·약 450㎞)나 떨어진 지점이었다. 넬슨 국제문제연구소의 피터 팜(Pham) 소장은 "소말리아 해적은 단순히 '운'이 좋아 납치에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12개국의 군함 30여척 주둔

현재 해적들의 공격이 가장 빈번한 소말리아 에덴만 근처엔 러시아·프랑스·영국·인도 등 12개국이 파견한 30여척의 군함이 포진하고 있다. 작년 12월부터는 유럽연합의 'EU NAVFOR'와 다국적 함대 'CTF 150'도 합류했다. 미 외교협회(CFR)에 따르면, 군함을 이런 규모로 배치하는 비용만 한 달에 2억5000만달러에 달한다. 한편 해적 행위로 인한 연간 손실액은 최대 160억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이런 국제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소말리아 해적을 단기간에 퇴치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1991년 이후 불안정한 정국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소말리아에선 전체 국민이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있을 정도로, 해적 행위가 국가의 '기간산업'이 됐기 때문이다. 소말리아인들은 또 해적들이 불법 어획과 쓰레기·공해물질 투기를 일삼는 외부 선박들로부터 자신들의 바다 자원을 지켜주는 '의적(義賊) 로빈 후드'쯤으로 여기고 있어, 해적 근절이 더더욱 힘들다.

브로닌 브루톤(Bruton) CFR 국제관계 연구원은 "소말리아 해적들은 마초(macho) 기질이 대단해 공격을 받을 경우 더욱 폭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며 "소말리아의 자치 정부와 접촉해 지역 사회에 다가가는 것이 장기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또 동아프리카·중동 국가도 참여하는 등 소말리아 해역 감시에 국제 사회가 더욱 공조해야 한다고
취리히 국제안보네트워크(ISN)는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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