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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바로알기

이덕일 `편지공개로 정조 독살가능성 더 높아져`(조선일보 2009.02.10)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이덕일 소장은 10일 조선 후기 개혁군주로 꼽히는 정조가 자신과 대립각을 세웠던 노론 벽파 심환지에게 보낸 비밀편지 299통이 공개되면서 ‘정조독살설이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에 대해 “오히려 정조의 독살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소장은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 “정조가 심환지와 편지를 주고 받은 것을 보면 상당히 깊은 이야기까지 오고 갔는데 왜 정조는 자기 자신이 병에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사후 체제에 대한 대비를 전혀 하지 않았을까를 생각해봐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소장은 “암살이나 독살은 항상 최측근에서 믿는 사람한테 나오는 것이지 아주 반대 사람한테 나오지는 않지 않냐”며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관계처럼 항상 최측근으로 믿었던 사람들에게 암살기도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정조가 세상을 떠날 그날 최대 정적인 정순황후 김씨가 바로 인사를 단행해 심환지가 영의정에 등용됐고, 정조가 사망하기 얼마 전 다산 정약용에게 ‘곧 등용할테니 준비하고 있으라’는 회람을 보냈다”며 “이는 정조가 자신이 죽을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했다. 그는 “ 정조가 사후 체제에 대해서 대비하지 않았던 점에 초점을 두고 주목을 해서 이 편지를 다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편지를 보면 정조가 심환지를 깊이 신임했는데 정조가 죽자마자 가장 정치적 이득을 얻은 세력은 정순황후와 심환지이며, 노론 벽파는 정조 사후 반대파인 남인들을 싹쓸이해 죽이고 귀양보냈다”며 “이런 정치적인 지형변화를 놓고 볼 때 정조가 어떤 측면에서는 심환지에게 상당히 이용당했지 않나 라는 측면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정조와 심환지의 편지는 양자가 개인적인 친분을 나누기 위해서가 아니라 서로 (정치적) 목적이 있어 주고 받은 것”이라며 “정조는 정조 나름대로 최대 정파인 벽파를 어떤 식으로든 통제하지 않으면 정국을 효과적으로 끌고 가기 어렵겠다라는 판단에서 심환지를 끌어들인 것이고, 심환지도 상당한 친정체제를 구축한 정조를 계속 적으로 돌릴 수는 없는 상황이어서 이런 공약수가 두 사람을 편지로 맺을 수 있게 해 줬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사도세자 문제를 놓고 심환지의 노론 벽파와 정조는 근본적으로 화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전제한 뒤 “심환지가 왜 그렇게 (정조가) 편지를 태우라고 당부했음에도 태우지 않았을까 이 부분에 주목을 해야 한다”며 “노론 벽파 핵심부의 입장에서 그 편지를 가지고 정조를 정치적으로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 소장은 “우리 사회에는 어떤 한 사료가 나오면 항상 과거 모든 것이 잘못됐다는 식으로 확 덮었다가 시간이 다시 지나면 또 흐지부지되는 식”이라며 “이 편지들이 아주 흥미롭고 내면적인 것을 알려주는 사료의 하나인 것은 사실이지만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 일기 등 많은 자료 중의 하나로 판단해야지 이 하나의 자료 때문에 수십 배, 수백 배나 많은 자료가 다 틀렸다라고 해석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