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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중 국

中 최고 갑부 황광위 (주간조선 2009.05.25)

[국제] 中 최고 갑부 황광위 '궈메이' 前 회장
감옥서 자살 시도한 ‘중국판 박연차’… 그의 대성공과 몰락
중국 가전유통 시장 ‘황광위’ 파장

궈메이 부도설 틈타 2,3위 업체들 총공세
미국 최대 가전유통업체 베스트바이도 가세


황광위의 극적인 몰락과 함께 지금까지 그가 장악하고 있던 중국 가전 유통시장의 판도도 지각변동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황광위 회장의 구속과 함께 한때 궈메이의 자금압박설과 부도설까지 번지자 궈메이에 물건을 납품하던 현지 제조업체들은 모두 비상이 걸렸다. 궈메이는 그동안 ‘선입고, 후지불’ 방식을 통해 납품업체 결제 대금 지급을 거래 후 3개월로 늦춰왔다. 때문에 현지 전자제품 제조업체인 메이디(美的), 샤오텐어(小天鵝), 캉자(康佳) 등은 궈메이전기에 납품하고 돌려받지 못한 미수금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궈메이 측에서도 급히 황광위 전 회장을 대신할 집행부를 선출하고 현지 언론을 통해 해명에 나섰다. 궈메이는 “궈메이와 황광위 회장에 관련된 일체의 소문은 궈메이의 급속한 성장을 바라지 않는 일부 세력들이 퍼뜨린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자금력이 탄탄한 일부 제조업체들은 이 참에 궈메이를 손볼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궈메이는 물품대금을 늦게 지급하는 등 제조업체들에 부담을 떠넘겨 왔다는 이유로 “유통망을 장악하고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금융이득을 꾀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 모토로라, 하이얼과 같은 업체들은 과거 수차례 궈메이와 크고 작은 분쟁을 벌여왔고 거리(格力)와 같은 현지 대기업은 대금지급 문제로 다투다 궈메이 매장에서 철수하기도 했다. LG경제연구원은 “중국 대도시 가전 유통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가전양판점은 공격적으로 매장을 증설하며 제반 판촉비용을 제조업체에 떠넘긴다”며 “이 비용은 대략 전체 매출의 30~50%가량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광위 회장 구속 후 중국 제조업체들 사이에서는 “가전유통업체의 태도가 많이 누그러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 중국의 가전할인마트
삼성전자와 LG전자 같은 국내 기업들도 황광위 사태 추이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가전업체들도 궈메이의 유통망을 통해 상당량의 가전제품을 판매해 왔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5년 1월 제품공급 문제로 궈메이와 한 차례 마찰음을 빚으면서 ‘세계에서 가장 강경한 판매상’이란 명성을 들은 바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한국 가전기업들은 궈메이와 쑤닝(蘇寧)과 같은 가전할인마트를 통해 전체물량의 60%가량을 소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의 궈메이 사태와 관련, 삼성전자는 “은행에서 보증을 해주는 어음을 받고 있어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황광위가 구속됐을 때 중국 언론을 중심으로 “한국의 삼성이 긴급회의를 열고 궈메이에 대한 제품 공급을 중단했다”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지만 삼성전자는 “근거 없는 소문”이라며 “황광위 사고 발생 전과 후의 차이는 별로 없다”고 했다. LG전자도 삼성전자와 마찬가지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가전유통업계 2, 3위 업체들은 황광위가 쓰러진 틈을 타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대표주자는 궈메이의 뒤를 바짝 쫓고 있는 가전유통업체 쑤닝. 장쑤성의 성도 난징을 중심으로 하는 쑤닝은 궈메이보다 후발업체지만 200개 도시에 모두 800여개 매장, 11만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는 대형 업체다. 2위 업체인 쑤닝은 궈메이가 흔들리는 틈을 타 최근 중국 정부가 실시한 가전하향(농촌지역 사람들이 가전제품을 구매할 때 보조금을 주는 정책) 정책의 수혜를 가장 많이 본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현지 언론들은 궈메이와 쑤닝의 싸움에 대해 중국 가전시장의 ‘미소(美蘇)전쟁’ ‘남북전쟁’으로 부르며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또 지난해 3월 궈메이가 인수한 가전유통업체 산롄(三聯)도 황광위 사건 이후 궈메이에서 뛰쳐나올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산둥성을 기반으로 하는 산롄은 지난 1월 궈메이를 상대로 ‘2008년 지분경쟁 과정에서 벌어졌던 손실에 대해 보상해 줄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해외 가전 유통업체들도 황광위가 몰락한 틈을 타 중국시장 공략에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중국 내 점포 수가 5개에 불과하던 미국의 베스트바이(Best Buy)는 최근 상하이를 기반으로 점포 수 160개, 업계 순위 3위의 우싱(五星)전기를 인수하면서 궈메이, 쑤닝에 이어 3위 업체로 도약했다. 베스트바이는 고급 전자제품 브랜드인 ‘베스트바이’와 보급형 전자제품 브랜드인 ‘우싱전기’를 모두 사용하는 이중 브랜드 전략을 구사하면서 상하이를 기반으로 영업을 확대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베스트바이는 미국 41개 주에 400개 이상의 점포를 갖고 있는 미국 최대의 컴퓨터·전자제품 유통 전문업체다.

인터넷 보급과 인터넷 비즈니스의 발달로 중국 가전시장 자체가 변모하는 양상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특히 소득수준이 높은 연해지방 대도시에서는 가전제품 판매 루트가 가전양판점에서 TV홈쇼핑이나 인터넷 쇼핑으로 변해가는 양상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황광위가 궈메이를 이끌 당시에도 이미 나타났었다. 때문에 황광위는 구속되기 직전 궈메이디지털회사를 세우고 인터넷 비즈니스 영역을 강화하는 등 시장변화에 맞추어 살아남기 위한 대응책을 모색 중이었다. 궈메이 회장 재직 당시 황광위는 “결국 가전연쇄점 모델은 없어질 것”이라며 “디지털화, 차별화, 서비스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 이동훈 기자
flatron2@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