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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바로알기

1600년전 신라 기마 장군 베일 벗어 (매일경제 2009.06.02)

1600년전 신라 기마 장군 베일 벗어

경주 쪽샘지구서 완벽한 갑옷 세트 출토



1천600년 전, 중무장한 말을 타고 갑옷을 걸친 채 군대를 호령하던 신라 장군이 무덤을 박차고 나왔다. 경주시 황오동 361번지 일대에 밀집한 4-6세기 무렵 신라 지배층 공동묘지인 '쪽샘지구' 한 고분에서 장수가 착용한 갑옷은 물론이고, 그가 타던 말에 장착한 각종 갑옷류와 마구류(馬具類)가 온전한 세트를 갖춘 채 출토된 것이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소장 지병목)는 유적 정비를 위한 발굴조사가 진행 중인 쪽샘지구 현장에서 2일 기자회견을 갖고 '쪽샘지구 C10호묘'라고 명명한 신라시대 주ㆍ부곽식 목곽묘(主副槨式木槨墓)를 발굴한 결과 이들 갑옷류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주ㆍ부곽식 무덤이란 시신을 직접 매장하는 공간인 주곽(主郭) 외에도 그를 위해 각종 저승용 물품을 넣어주는 일종의 창고와 같은 시설인 부곽(副郭)이라는 별도 구덩이를 마련한 무덤을 말한다.

조사 결과 무덤 주인공이 묻힌 주곽에서는 말이 착용한 갑옷인 마갑(馬甲)을 바닥에 깔고 그 위에는 이런 말을 탄 장군이 입었던 것으로 생각되는 찰갑(札甲.비늘식 갑옷)이 놓인 상태로 발견됐다.

이 중 장수용 갑옷인 찰갑은 가슴 가리개인 흉갑(胸甲)과 등 가리개인 배갑(背甲)을 펼쳐 깔았으며, 이 둘은 옆구리에서 여미게 한 이른바 '양당식'(양<衣+兩>當式) 구조로 밝혀졌다고 연구소는 덧붙였다. 부곽에서는 말 얼굴 가리개인 마주(馬?)를 비롯해 안교(안장틀)ㆍ등자(?子.발받침)ㆍ재갈(?)ㆍ행엽(杏葉) 등과 같은 마구(馬具) 부속품이 다량으로 출토됐다.

연구소 지병목 소장은 "마갑과 마주를 비롯한 마구류 일체와 찰갑과 그 부속구 일체인 갑옷류가 함께 출토된 전례는 없다"면서 "이번 발굴을 통해 베일 속의 신라 중장기병(重裝騎兵)이 1천600년만에 그 완전한 실체를 세상에 드러내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번에 확인된 각종 갑옷류, 특히 마갑은 지금까지 발굴조사에서는 대부분 일부분이 발견될 뿐이었으며, 다만 지난 1992년 국립창원문화재연구소가 발굴조사한 함안 마갑총(馬甲塚)이란 고분에서 온전한 형태의 마갑이 출토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쪽샘지구 출토품은 마갑총 마갑보다 상태가 훨씬 양호하고 더욱 완전한 모습을 보여준다고 연구소는 말했다.

나아가 사람이 착용한 갑옷의 경우, 지금까지 판갑(板甲.쇠로 만든 갑옷)은 종종 출토됨으로써 그 원형을 파악하기가 어렵지는 않았으나 찰갑은 일부 부속구 형태로만 출토되고, 그 원형은 고구려 고분벽화(안악3호분ㆍ쌍영총ㆍ삼실총ㆍ개마총 등) 등을 통해서만 짐작할 수 있었다.

이 외에도 주곽에서는 환두대도(環頭大刀.둥근고리자루 갖춤 긴칼)와 녹각병도자(鹿角柄刀子.사슴뿔모양 자루갖춤 작은칼)가 발견되고, 나아가 "환두대도 자루 부분이 동쪽으로 향한 것으로 보아 이곳에 묻힌 사람은 머리를 동쪽에 두었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연구소는 추정했다.

더불어 주곽의 시신 머리 쪽에서는 고배(高杯.굽다리접시)와 장경호(長頸壺.목긴 항아리) 등의 토기와 창, 도끼 등의 철기류가 나왔고, 부곽에서는 대호(大壺.큰항아리)와 유개사이부호(有蓋四耳附壺. 덮개를 갖추고 네 귀가 달린 항아리) 등의 토기류가 수습됐다.

무덤 축조 연대를 연구소는 "고배 등의 토기 형식으로 보아 5세기 전반 경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번 쪽샘지구 C10호묘는 동-서 방향으로 주곽(440×220㎝)을 파고 그 안에 목곽(木槨.380×160㎝)을 안치했으며, 그 서쪽에는 부곽(260×220㎝) 구덩이를 마련하고 그 안에다가 다시 목곽(210×160㎝)을 두었던 것으로 밝혀졌다.